독실산
높 이
639m
위 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최서남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 우뚝 솟은 독실산(639m)은 신안군 최고봉으로, 가거도보다 넓은 흑산도
최고봉인 깃대봉(377.6m)보다 260여 m 더 높다.이는 이 봉우리가 얼마나 가파르게 해안에서 솟구쳤는 지를
잘 대변해 준다.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 145km, 제주에서 북서쪽으로 140km, 흑산도에서 70km,
중국까지는 435km 떨어진 가거도는 한때 '소흑산도'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제가 잘못 붙인 것이다.
흑산도 홍도 태도 가거도 우이도 등으로 이루어진 흑산군도의 중심은 면사무소가 있는 흑산도다. 그러나 1678년
우이도에 우수영 군대를 파견해 별장진을 개설하면서 흑산진이라 명명했는데, 이 때문에 우이도를 흑산도와
구별하기 위해 소흑산도라 하고 흑산도를 대흑산도라 부른 것이다. 그런데 일제가 가거도를 소흑산도로 지도에
잘못 표기하면서 와전된 것을 근년에까지 고치지 않고 써온 것이다. 가거도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또 주민들도 그렇게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거도는 1개 행정리(가거도리)에 3개 자연부락으로 형성돼 있다. 대리,항리,대풍리가 그것인데, 모두 독실산의
가파른 절벽 사이에 형성된 덜 가파른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다. 항리 마을의 경우 그나마도 '까치집처럼 나무에
매달린 듯하다'고 이 섬을 찾아온 한 여행가는 표현했다.
가거도를 대표하는 항구는 지금 방파제 공사가 한창인 대리에 있다. 대리는 큰몰, 큰동네, 붕어미촌이라고도 불려온,
이름 그대로 가거도에서 제일 큰 마을이지만, 육지에서 접근하려면 오히려 섬을 돌아들어야 하는 남단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독실산 산릉이 겨울 북서풍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독실산은 아쉽게도 이름의 유래를 알려줄 사람이나 기록이 없다. 한자를 풀이해 보아도 '송아지 열매'. 에전에는
소를 키우기도 했지만, 그것도 이 섬의 역사를보면 근래의 일이고, 최근에는 흑염소를 많이 키우고 있다. 파시가 형성
되는 겨울에 뱃사람들을 대상으로 팔면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독실산은 따로 등산로가 마련돼 있지 않고 대리에서 항리로 넘어서는 삿갓재에서 독실산 정상 바로 밑까지 도로가
나 있어,이 길을 쫓기만 하면 된다(대리에서 약 2시간 소요). 도로가 나기 전에는 땔감을 구하거나 산나물을 캐기
위해 주민들이 산지사방으로 돌아다녀 소로가 나 있었다고 하는데, 도로가 나고 연료가 바뀌면서 필요없어진
소로는 빨리 자라는 남국의 초목들로 금방 흔적을 감춰 버렸다.
정상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므로 대리출장소나 이장에게 미리 출입 허락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후 올라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 직전 공터에서 숲 사이로 보이는 먼바다만 보고 내려서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가거도출장소061-246-5400).
정상에 서면 사위가 탁 트이며 망망대해와 독실산 동쪽 자락에 움을 튼 대풍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도 보인다. 그러나 가거도의 쾌청일수는 연 70일로 우리나라 평균일수인 81일에도
못미치므로 그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오죽하면 배몰이 초보자라도 망망대해에 구름이 모인 곳만 찾아가면
가거도가 나온다고 했을까.
수년 전 한 무리의 등산인들이 항리에서 올라온 것을 만났다고 하는데, 그들도 매우 위험한 바위지대를 통과하면서
올랐다고 하므로, 섣불리 항리 코스를 오를 일은 아니다. 독실산은 겉은 후박나무 등의 숲으로 덮여 있어 가파르지
않은 곳을 골라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푸근해 보이지만, 숲 아래에는 큰 돌들이 너덜처럼 얼기 설기 얽혀 있어 길을
벗어나면 한발짝도 움직이기 힘든 지역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가거도에는 삿갓재를 중심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세 가닥 나 있는 것이 전부다. 그중 두 가닥이
대리와 항리로 뻗어 있다. 대풍리로는 도로가 나 있지 않아 독실산 정상 직전 도로에서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독실산 외에 가거도에서 산행할 수 있는 산이 회룡산(282m)이다. 대리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암릉을 이룬 산이
바로 그 산인데, 산행은 삿갓재 조금 못미친 지점의 철조망문(흑염소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개 닫혀 있음)을 타고 넘어
사면을 질러 올라 능선에 붙은 다음 서안쪽 사면으로 잠시 내려섰다가 올라서게 나 있다(삿갓재에서 약 30분 거리).
정상부가 암봉지대이므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며, 정상부 숲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전진이 성가시기도 하지만
일단 올라서면 대리항을 비롯한 마을 풍경과 밖면(가거도 남서 해안쪽을 이름,북동 해안쪽은 안면)이 멋지게 펼쳐진다.
물론 독실산도 웅장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이 몇 가닥 있지만 초행자들에게는 위험하므로 올라온 길로 되내려서도록 한다. 정상에서 남릉쪽으로 조금 밑
에는 대리쪽 사면으로 난 자연암대(岩臺)가 있는데, 이를 선녀봉이라 부른다. 이 선녀봉은 대리항 건너편의 장군바위
(일명 굴섬)와 연계된 전설이 있다. 용왕의 아들이 이곳의 빼어난 경치를 즐기는 선녀에 반해 부왕의 명을 어기고
선녀봉을 오르다가 벌을 받아 바위가 되고 말았고, 왕자를 호위하던 장군은 그 사랑장난을 막지 못해 벌을 받아
장군바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거도는 유인도의 본도와 무인도의 8개로 구성돼 있다. 본도의 해안선 길이는 22km로 홍도의 8km에 비하면 근
3배에 달한다. 가거도 팔경이 독실산과 22km 절벽 해안, 그리고 무인도에 집결된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그 첫 경치는 독실산 정상 조망이다. 대개 안개가 산기슭을 감싸고 있어 1년 중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날은 70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경치다.
제2경은 회룡산과 장군바위. 대리 마을에 북서풍을 막아주는 암릉을 이룬 회룡산(282m)과 그 끝자락에 녹섬이
떠 있고, 항구를 두고 녹섬 반대편에 장군바위(일명 굴섬)가 솟아 있어 가거도에서 가장 치밀한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제3경은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회룡산 북쪽 자락 해안에 범선의 돛처럼 생긴 판자꼴 바위 두 개가 물 위에 떠 있다.
큰 돛바위는 높이 20m에 폭 10m, 작은 돛바위는 높이 15m에 폭 6m의 규모다. 돛단바위에서 약 500m 북쪽에
기둥바위와 선녀빠진여가 나온다. 이곳에 사는 여신이 지나가던 배가 바람을 피해 정박했는데, 이 배에 타고 있는
청년에 반해 사랑을 고백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청년의 배가 떠나려하자 풍랑을 일으켜 배는 전복되고 돛이 바위가
되었으며, 여신도 하늘의 노여움을 사 물에 빠져 여(선녀빠진여)가 되고, 여신의 집은 허물어져 기둥
(높이 약 40m)만 남게 됐다는 전설이 남아 전한다.
제4경은 섬등(또는 섬둥)반도의 병풍바위와 망부석. 항리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간 반도를 섬등반도라 하는데,
수직절벽을 이루고 있는 앞선창쪽 해안 절벽을 병풍바위라 부르며, 병풍바위에서 조금 떨어져 물 위에 떠 있는,
아이를 업은 여인처럼 보이는 바위를 망부석(높이 약 20m)이라 부른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메일
유복자를 안고 이곳에 나와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어촌의 슬픔을 상징하는 전설이 애틋한 절경이다.
제5경은 구절앵화(구절골 살구꽃)와 빈주바위. 독실산 동쪽의 급사면에 V자 협곡이 여러가닥 패어져 내리는데,
이 골짜기에 산살구나무가 밀생하고 있어 봄이면 꿈에서 본 도원을 연상케 한다는 전설이다. 빈주바위는 그 북쪽 해안
에 약 150m의 수직절벽을 이루고 있는데, 남향이어서인지 다른 절벽과 달리 바위면이 매끄러워 암벽등반 대상지로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6경은 소등일출과 망향바위. 해변에 긴짝지, 작은짝지라는 모래사장이 있으며 동쪽으로 보이는 만재도와 흑산도
를 향해 떠 있는 망향바위가 있다. 망향바위 해안 절벽에는 여름에도 이가 시린 약수가 나온다. 뭍에서 표류한 노인이
고향을 그리다가 죽어 바위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소등(昭嶝)은 '소퉁이'라 하여 산비탈을 뜻하지만
해돋이 때 가거도에서 가장 먼저 햇살을 받아 등불을 밝힌 것처럼 보인다는뜻도 있다.
제7경은 남문과 해상터널. 대리에서 동쪽으로 돌아가면 남문이 나오고 그 맞은편에 용바위가 길게 뻗어 있다.
이 용바위 끝은 물성말(또는 물성끝)이라 불리는 곳이다. 용이 드나들기 위해 이 석문을 만들었다고 하여 용문이라
불렀는데, 현재는 서울의 남대문을 닮았다하여 남문이라 부른다. 물성끝 위로 물둥개절벽이라 부르는 수직절벽이
200m 가까이 곧추 솟았고, 조금 더 해안을 따라가면 아기자기한 바위(여)가 산재해 있는데, 이를 용이 놀던 자리라
하여 용개라 부른다. 이 여들을 돌아서 들어가면 해상터널에 이른다. 이 자연터널은 1.5톤급 작은 배가 지나
다닐 수 있는 폭으로 약 60m 정도 이어진다. 터널 양벽에 기암괴석들이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형상을 보여준다.
제8경은 국흘도 전경. 소흑산등대(유인등대) 북쪽으로 2개 무인도와 3개 여가 떠 있다(섬과 여의 구분은 식생의
유무로 가름). 대국흘도, 소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거문여가 그것으로, 특히 대국흘도에는 뿔쇠오리,바다제비,
슴새 등 희귀조류들이번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341호(국흘도 해조류번식지)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소국흘도는 한 마디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으로 그 끝을 누에머리라고 하는데, 그 앞바다에서
돗돔(다근바리, 무게 40~100kg, 길이 120~160cm)이 자주 낚인다고 한다. 개린여에는 해표(가거도에선 '갓'이라
부름)가 많이 서식해 마을 장정들이 잠복하고 있다가 곤봉으로 두들겨 잡았는데, 일본군이 무수히 총탄을 쏘아댄 이후
로 사라졌다고 한다.
개린여 북안에 폭 50cm 정도의 바위간격이 수직으로 물밑으로 뚫려 있는데 이것을 용출동이라고 한다. 개린여
서쪽에 자그마한 물 위에 떠 있고 그 위에 또 바위 하나가 얹혀 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거북이를 닮아 거북바위라
부른다. 이 가거도 팔경 중 독실산 조망만 빼고는 모두 배를 타고 돌면서 구경할 수 있다.
홍도 깃대봉(해발 367.4㎞) - 전망대까지만 오를 수 있고 출입통제
홍도 깃대봉은 2002년 산림청이 지정한 100명산에 포함되어 있다. 덩굴사철, 식나무 및 동백림 등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1965년)되어 있으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1981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고 하나 산세가 수려하거나 산행에 매력을 느낄 만한 산은 아니다.
데크계단이 설치된 15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있는데 이 전망대까지만 오를 수 있고 전망대 위에는
출입통제 안내표지가 되어 있다.
신안군에서 깃대봉까지 데크계단을 설치하여 등산로를 개방할 계획이라 한다.
몇 년이 지나면 등산로가 개방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