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은숙의 거리의사람들 중에서 덕암 장한기 편집)
사진가 유은숙의 "거리의 사람들"
(글 : 사진평론가 덕암 장한기)
사진가 유은숙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거리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과 일상을 3년간에 걸처 탐구하고 촬영한 사진을 2012년 10월 31일부터 11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4번째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세계의 60억 인구가 살아가는 형태는 다양하며 각양 각색이지만 대중생활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고 있는 그들의 삶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뒷골목 외진곳에서 살아가는 그들도 태어날 때는 모두가 동등한 인권을 부여받은 사람들 이지만 그들은 왜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온갖 위험과 공포를 무릅쓰고 그들의 생활상을 장기간에 걸처 탐구한 유은숙 작가의 사진전에서 그 궁금증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거리에서 삶을 기록하다
촌각을 다투며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의 한 이면에, 시간과는 무관한 듯 느릿느릿 흘러가는 세계가 있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가공되고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그저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마치 오랜 옛날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건물의 외벽이나 공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겨울날, 필연인지 우연인지 공원 긴 의자에 몸의 절반이상을 나른하게 기댄 노숙자의 실루엣을 보았고,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렇게 그들과 나의 사진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노숙자를 찍는다고 해서 노숙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그들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다. 캘리포니아의 노숙자들이 주중에는 사방에 흩어져 있다가, 상가가 문을 닫는 주말에 모여드는 다운타운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우범지역이라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아 차량 안에서, 혹은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거의 매주 찾아가게 되니 가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띈다. 그러다 한 두 마디 말을 섞게 된다. 골판지에 구직 글귀를 적어 목에 걸고 있는 한 여성은 소싯적에 부산에 머문 적이 있단다. 멋진 초록색 기타를 갖고 있는 한 남성은 클럽에서 청소를 해서 돈을 번다. 그리고 낮에는 공원에서 부족한 잠을 자고 기타를 치며 느긋한 미소를 건넨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고 한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그렇게 점점 노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홀로 다니지만 혼자인 것을 거부한다. 충만한 애정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원숭이 인형을 아들삼아, 빨강머리 소녀 인형을 딸삼아 가족을 이루고 있다. 오늘은 자기 몸의 두 배정도나 되는 살림살이를 카트에 싣고 있다가도 내일이면 빈손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 성경을 읽거나 글귀를 옮겨 적는 사람.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심취해 있는 사람. 허공을 칠판삼아 열강을 펼치는 사람. 카트를 밀며 같은 장소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주말이면 삼삼오오 오병이어(五餠二魚)라고 적힌 현수막아래 모여,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집이 ‘없는’ 사람들이 집이 ‘있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춤을 추며, 그 순간만은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3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변해가는 나를 본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차림이 되어 촬영을 나간다. 편안한 모습으로, 그저 내가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오늘 가졌다고 집착하지 않고 다음 순간 잃는다고 해서 집착하지 않는, 오늘 하루, 기타 한 줄에 원숭이 인형에 성경의 한 글귀에 몰입하듯, 나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현대 사회는 너나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익숙하지만 그들은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시간을 정지시키려는 듯이 아주 천천히 걷거나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다. 나는 카메라로 그들과 함께 했던 순간의 기록들을 통해 살아가는 한 방법을 발견한다. 그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귀한 조각일 뿐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연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이번 사진작업을 하면서 무섭고 두려웠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고마운 얼굴들을 잊을 수가 없다. 원유선· 이진숙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작업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사진가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시는 김용휘·이종우, 두 분 은사님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부모님과 형제들의 지지와 후원이 오늘의 나를 만든 원동력임을 상기한다.
2012년 늦가을 유은숙
<작가 약력>
유은숙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사진전공)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
서울특별시사진대전 추천작가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길포토라인 회원
수상경력
2012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
2007 한국사진문화상 출판상
작품집
2012 STREET LIFE IN CALIFORNIA -거리의 사람들-
2006 데스밸리 -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
2005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
개인전
2012 STREET LIFE IN CALIFORNIA -거리의 사람들- 예술의 전당, 서울
2006 데스밸리 -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 세종문화회관, 서울
2005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 C.P.S32갤러리, 미국 뉴욕
2004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 도산홀 갤러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단체전
2012 봄날의 정원전 갤러리스카이연, 서울
2012 한길포토라인 회원전 1회 이형아트센터, 서울
2006 미국서부사진작가협회 전시회 2회 Carson City Hall/한국문화원, 미국 로스앤젤레스
2006-2010 한미현대예술협회 회원전 5회
C.P.S32갤러리/Flushing Library/Korea Village Open Center/한국문화원, 미국 뉴욕
2002-2007 서울 강남구사진작가회 회원전 6회 강남구 구민회관, 서울
2002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10주년 전시회 경복궁역, 서울
2002 자연사진동호회 회원전 후지싸롱, 서울
1989-2008 포토훼밀리 회원전 8회
명동유네스코/세종문화회관/코닥갤러리/예총회관/혜화갤러리, 서울
컬렉션
2006 주한 미국대사관 서울
2006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경기도
2005 주뉴욕 한국총영사관 미국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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