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텃밭] 레알 후기_ No.01

[진임씨]

2012년 4월 11일. 

하루의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였던(텃밭 때문은 아님ㅋ) 그 날.. 

am. 06:00~

새벽같이 일어나니 아직도 비가 내린다. 어제부터 내렸으니 땅이 질퍽하면 어쩌나 걱정이 살짝 스친다.

그러나 무신경한(이라 쓰고 긍정적이라 읽는다) 나는 "어머나~ 씨 뿌리고 물 안뿌려도 되겠네~ 룰루" 하는 마음이다.

am 10:00~

텃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 그러나 도착해 있는 사람은 리얼뿐이다. 레알텃밭의 이름 영향인가. 

머지 않아 한사람씩 모였다.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함께 하지 못한 혜인은 카톡으로 함께 하고.... 리얼, 신나, 양파, 진임 이렇게 넷. 

유일하게 경작의 경험이 있는 리얼이 1년동안 어떤 작물을 키워 먹을지,, 그림을 그려왔다. 설명도 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셋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작물의 생몰을 알고, 밭을 그릴줄 아는 그녀는 마치 땅의 신, 농사의 신 같았다.

삽과 호미를 나눠 들고 밭을 나누고, 고랑을 만들었다. 물길도 냈다. 어느쪽에서 해가 뜨는지 보기 위해 나침반도 작동시켰다. 그리고 START!!!!

[1구역 : 감자 밭]

리얼이 미리 자르고 말려 재까지 묻혀 온 감자를 심기로 했다. 

다른 밭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고랑을 만들기로 했다. 하하하하. 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른 밭과는 달라! 하는 마음에 괜히 룰루룰루.

그러나 농사지식이 없는 것도 모자라 용감무식하기까지 한 그녀들들들들들...

진임은 감자를 못 쯤으로 착각한건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심으면 간단할 것을, 감자를 쥐고 땅에 처박고 있었다. 허허허.

[2구역 : 쌈채소 밭]

리얼이 아주아주 많은 씨앗을 들고 왔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상추의 종류가 그렇게나 많다는 것을..... 오우 놀라운 상추의 세계.

작은 밭에 줄을 그어가며, 이것 저것 심기로 했다. 

총 여섯개의 줄을 그어 각종 씨앗을 뿌렸다. 바람에 날릴듯 가볍고 작은 씨앗에서 무럭무럭 잎이 달린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알아 볼 수 있는 씨앗은 들깨밖에 없었다. 색깔로 외우려 했는데... 알고보니 그 색은 그저 약품처리의 결과라... 종묘업체마다 씨앗의 색이 다를 수 있다는 비보(?)를 듣기도 했더랬다.

뿌린 씨앗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크런치 상추 / 바타비아 상추 / 브론즈버터 상추

2) 담배 상추 / 청로메인

3) 곱슬겨자 / 스위스차드 / 적겨자

4) 모듬치커리 / 케일/ 쌈추

5) 아욱 / 근대

6) 쑥갓 / 들깨

[3구역 : 뽀빠이의 기운]

이래저래 밭의 밑그림을 그리며.... 5월 이후에 경작할 작물들이 있음을 알았다. 이를테면... 가지, 고추, 토마토 같은 열매작물들. 

그런데 5월까지 땅을 놀리기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휙휙 자라서 먹을 수 있는 녀석들을 심기로 했다.

그래서 이 구역은 짧은 기간동안 뽀빠이의 기운으로 무럭무럭 자라날 녀석들로 선택되었으니... 바로 바로...

1) 래디시

2) 20일 무

3) 시금치 (왕창)

얼마나 빨리 자라면 이름마저 "20일 무" 겠는가. 얼마나 기운이 필요하면 시금치를 왕창 심었겠는가...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20일 무. 무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자란다니!!!! 얼른 뵙고 싶어요. 무님 *_*

[4구역 : 이색채소 밭]

고구마도 심고, 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으려는데... 역시나 이들은 지금은 철이 아니다. 마지막 밭도 5월까지 놀아야한다는 건데.....내 몸 노는 건 좋아도, 남 노는 건 못보는 심보로... 아니지! 아니지!!!! 내 몸 놀리지 말고 이것 저것 주렁주렁 키워보자는 설렘으로 이 밭에도 여러가지 씨앗을 심기로 했다.

요 밭에는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작물들이 당첨 되었으니!!!! 

1) 콜라비 / 비트 / 당근 / 미니당근 / 대파

2) 부추

3) 파슬리

4) 루꼴라

5) 샐러리

6) 바질

7) 열무 (왕창)

이 그들이다.

심으며 콧노래가 절로- 

"나는 이제 루꼴라 피자도 만들어 먹을수 있다네~♬" "나는 마요네즈 광고처럼, 길쭉한 당근과 샐러리를 아삭아삭 씹을거라네 ♪"

콧노래의 결과는 몇 주 후면 확인 할 수 있겠지- 두둥..

한 켠에는 열무를 왕창 심었는데... 원래는 얼갈이 배추를 심자 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무는 열무김치 밖에 못 해 먹지만... 얼갈이는 김치도 담글 수 있고, 국도 끓일 수 있고, 샐러드도 해 먹을 수 있으니까 ㅋ

그런데... 텃밭에 봄철에 심는 얼갈이 씨앗이 없단다. 그래서 그냥 열무로 결정!!! 이번 기회에 열무김치에 도전해보지 뭐ㅋ

열무 씨앗을 마구 뿌려도 된다는 리얼의 말에 마구마구 흩 흩 흩 뿌렸는데....깜놀하는 리얼...

"왜요?" 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나.. 2주쯤 뒤면 알게 될거라니..... 아~ 두근 반 세근 반. 그리고 한 켠 서늘해 지는 마음.... 열무씨앗님- 부디 남몰래 한줄로 정렬해주세욤-

pm 1:30~

이래저래 밭 그리고, 씨 뿌리고 하다보니 1시가 훌쩍 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에는 흙냄새가 묻었고, 흙과도, 씨앗과도, 서로와도 더욱 가까워졌다. 우리들의 실체를 알아버린 리얼은... 깊은 한숨과 "쫌"이 늘었다. 허허허.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작물만 키우는 게 아니라, 사람도 키운다는 심정으로 1년 잘 부탁한다. >_< 히히

몸을 움직였으니, 이제 뭘 먹어야지!

밭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집으로 고고고고고- 맹렬히 추어탕을 먹고, 깔깔깔 수다도 떨고, 빠질 수 없는 막걸리도 마시고, 양파의 차로 편안한 귀가도 하고- 

다음번엔 혜인의 날짜를 맞춰 모이자는 약속을 하며... 첫 번째 모임을 정리했다.

2012년 4월 16일

후기를 일찍 올렸어야 하는데... 411 총선 결과로 인한 멘붕으로...는 뻥이고ㅋ 지방으로 놀러 갔다온 탓에 지금에야 올립니다.

그래서 몇개는 기억이 안납니다. 허허허.

다음번에는 기억력을 좀 심어야겠습니다ㅋ

[옴옴]

쌉싸름 코너 짱.... 그림만 봐도 샐러드를 폭풍 흡입한 느낌... 흐. (참, 누가 톱밥 가져다 놓으셨어요?)

[키키]

톳밥은 시형님이

[real]

진임님 감자와 열무 심으시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재밌어요~ㅋㅋ^_^
열무는 5월말 고구마와 작두콩 밭으로~그리고 부추, 샐러리는 위치가 아쉽내요... 수요일날 가보려구요. 벌레님들이
열무를 조금만 드셨어야 할텐데...^ㅅ^

[real]

그리고 짝꿍에게 물어보니 밭 천평쯤하면 열무 씨앗 그렇게 뿌린대요~ㅎㅎ

[연필]

멋지다 ㅠ.ㅠ 부러워요 ~~~~~~~~~~~~~~~~~~~~~~~~~~~~~~~~~~~~~~~~~~~~~~~~~~~~~

[무영]

우왕~ 정말 멋진 밭이네요. 샐러드 피자가 생각나는 종이

[지네]

아,,,넘넘,재밌어요! 레알텃밭 넘 궁금궁금~~

[풀씨.]

버스 안에서 이 글 읽으며 실실 웃고 있어요 ㅋㅋㅋ
넘 재미나보여요. 레알 텃밭 열무 기대됩니당

[양파]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난 줄 몰랐던 날이었어요. 진임씨 측근(??)이 자주 텃밭 찾아주길 바래요~~

[신나]

와. 후기 잘썼다... 지금 봐도 밭이 백평은 되는 거 같네요.
저는 리얼님이 주신 루꼴라 씨를 미루고미루다 이제서야 심는 바람에 겨우 싹이 나 있는 상태에요.
5월 5일까지 얼마나 자라줄지... 암튼, 4월 막주 기대됩니다.

[시형]

이렇게 재미나는 후기를!!! 샘 나서 저도 지금 곧바로 후기 올려야겠어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