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오유*
-안데스 19
최 영 규
방석만한 뒷마당 돌 위에 앉아 초오유를 생각한다. 여기로 그때의 초오유를 불러 살피고 만지고 안겨 그것을 멋지게 옮겨보려 애를 쓴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있다-시인의 하루. 초오유의 하루. 그렇게 지나가는 하루. 지나와 버린 그곳 초오유.
백색의 거대한 장막(帳幕)처럼 하늘을 가리며 나타났던 초오유(Cho Oyu 8,201m). 그 앞에 허리를 굽혀 엎드린 7,000미터급의 거봉들. 야크의 등짐마냥 흰 눈을 지고 있는 그들의 능선은 마치 털을 세운 짐승처럼 위협하듯 깎아지른 설벽으로 빙하를 에워싸고 있었지.
몇 장의 사진과 지도를 펼쳐놓고 며칠엔 어느 지점에, 어느 고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오르자고 떠들어대었던 철없음이 굳어버린 입이 되어 통회(痛悔)의 울음을 쏟았지-그를 올려다보며. 태초의 백색. 그 만년설의 장막 뒤로 자신을 감춘 초오유는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고 다가올 수 없다고 소리가 아닌 절대 침묵으로 쉼 없이 호령하고 있었지.
쓰러져버렸던 마음. 그래도 더듬더듬 무슨 소리든 내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내 뒤에 기대어 서 있었지. 그때 나는 그곳 그 어디에다가도 나를 내려놓을 수 없었지.
몇 줄 안 되는 인간의 말로는 전할 수도, 써낼 수도 없음을 알게 되었지.
초오유(Cho Oyu 8,201m)는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중 6번째의 높이를 갖고 있는
봉우리로 에베레스트(Everest 8,848m)로부터 북서쪽으로 28Km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초(Cho)는‘신성 또는 정령’이란 뜻이고, 오(O)는 여성의 어미(語尾)로, ‘초오’는‘女神’이란 뜻이 되며, 유(Yu)는 터키옥(玉) 즉 보석을 뜻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초오유를 ‘터키옥의 여신’을 뜻한다고 말하지만,‘신의 머리’ ‘강력한(큰)머리’ ‘강한 통치자’ ‘큰 산’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나, 서티벳 지역의 라마승들은 ‘거대한 머리’를 뜻한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