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년 2월 10일
지난 주 아이들은 예스24 중고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랐다. 서점에서 워낙 재밌어 했고, 열심히 책을 고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번 주 감상문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여겼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센터 목사님께서 전화 오셨다. 아이들이 너무 성의없이 글을 써서 폰을 압수하고, 다시 쓰라고 했다고 하신다. 엎친데 덮친다고 두 명이 이탈을 했다가 잡혀서 위탁을 갔단다. 둘 다 워낙 조용하고 수업에도 잘 따라와서 이럴줄 몰랐는데...항상 예상을 빗나간다.
목사님께 야단을 맞아서 그런지 나를 보자 마자 수업 준비를 척척한다. 지난 주 서점가서 좋았다고, 담에 또 가자고 한다. 감상문을 발표해 보자고 하니 먼저 자수를 한다. 자신들이 감상문을 너무 대충 적어서 다 다시 적었다고. 수업 분위기는 역시나 안 좋았다. "진"은 수업 시간 내내 뭔가를 씹고 있었다. 뭘 입에 넣고 있는가 봤더니...맙소사 볼펜을 씹어 먹고 있었다. 지난 주는 손톱을 계속 물어 뜯더니 이번에는 볼펜이다.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해야 괜찮단다.
"진" 글도 괜찮게 쓰고, 다른 친구들의 감상평도 제일 창의적으로 잘 말한다. 가끔 보이는 녀석의 똘끼는 글과 말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똘끼가 제대로 잡혔다면 멋진 일을 했을 껀데...볼펜을 딱딱 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주"는 모든 것이 시니컬하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은 어떨것 같냐고 물으니 답이 가관이다. 자신은 1년 마다 남자를 바꿔가며 계속 만날 것이라고 한다. 1년이상 지나면 질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속 만날 사람이 있을것 같냐고 물으니 자신은 예쁘기 때문에 항상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반대의 말을 또 한다. 지금 만나는 남친과 끝까지 가고 싶다고 한다. 1년 마다 바꾸는건 어떻게 된 것냐고 하니 모르겠다고 한다.
"정"이는 얼마전 이탈했다가 다시 복귀했다. 집에만 가면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 나온다. 집이 너무 싫은 거다. 표정 변화도 거의 없고, 잘 웃지도 않던 "정"이지만, 요즘 잘 웃는다. 글도 처음에는 잘 못섰지만, 지금은 곧잘 쓴다. 옆에 아이들이 "정"이는 감정없는 사이보그라고 하지만, 글을 보면 감정이 풍부한 10대 소녀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1. 왜 책을 읽어야 되는가?
2. 왜 글을 써야 하는가?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책 읽는 이유와 글을 쓰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안하냐고 하니 답이 걸작이다. "귀찮아요." 문제는 이 귀찮음이 필요성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뭐라도 열심히 할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이미 답은 다 알고 있다. 다만, 답 대로 이끌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열심히 읽고 쓰자고 화팅 한 번 했다. 수업 끝나고 "진"이 준 과자를 먹으니 달콤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