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망령이 활개를 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성과급 제도, 자립형 사립학교, 파트타임 교사제 등 일련의 집요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을 시장논리, 경제 논리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고착화시킬 수 있는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우려는 심각하다.
그 동안 교원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입시 명문화되고 귀족화 될 수밖에 없는 자립형 사립학교의 도입에 대한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종과 경직된 관료주의에 빠진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민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기여입학금제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학생들에게 교육기회가 불균등하게 부여되고, 이는 사회적 계층화를 더욱 뚜렷이 하여 교육이 오히려 사회 계층화를 고착시킬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사립학교 현장에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우리 사립학교 교사들은 자립형 사립학교 시행이 가져올 교육 불평등과 공교육 파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공교육 정상화의 일념으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졸속적이고 무책임한 정책으로써 정권 말기적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2001년 10월 20일에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2002년에 입학생을 선발 할 예정인 교육부의 자립형 사립고 도입방침은 교육계 주체들인 학부모, 교원들과 일말의 협의 없이 이루어진 졸속적인 정책으로써 그 부작용에 대해서조차 일체의 대책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 이는 이미 정착 단계에 들어 선 고교 평준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깨트리는 행위이며, 학교 선택권이라는 미명 하에 보수 기득권층의 비위를 맞추는 특혜성 귀족학교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즉시 이 정책의 도입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둘째,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학교선택권'이 아닌 '특혜'의 문제다. 입시와 교육과정의 자율은 전국의 모든 공·사립학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사항이지 선택된 소수의 사립학교만 누려야 할 사항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는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교육을 놓고 부유한 계층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써 교육정책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자립형 사립고는 과거 입시 명문고 부활이라는 망국적 '옛노래'를 튼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과거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과외의 열풍을 불게 했던 입시 명문고의 진학 경쟁을 경험한 바 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은 입시 명문고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교육개혁을 포기하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교육포기 선언'을 하는 것이다.
네째, 또 다시 사교육비를 폭증시키고 부패사학을 양산하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에게는 이미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의 사례에서 입증되었듯이 '입시전문고등학교'로 그 역할을 고정시키는 것 이외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는 또 다시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의 열풍을 불게하고 망국적 학군 병을 재발시키는 등 사교육비를 폭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자립형 사립고를 준비하고 있는 대도시의 사립학교들이 2000년, 2001년에 속속 비리사학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전례에 비추어 보면 입시 명문을 꿈꾸는 부패사학이 자립형 사립고로 둔갑하여 국민을 우롱하는 사태가 예견된다.
다섯째, 자립형 사립고는 일류 귀족학교로 갈 수 밖에 없다.
자립형 사립고의 등록금은 년간 4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되었지만,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등록금이 현재의 6배∼10배라고 발표한 바 있어, 단지 400만원 수준이 아니라 1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수준의 등록금을 댈 수 있는 부유한 가정에서만 보낼 수 있는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의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켜 계층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돈 많은 학교가 돈 많은 사람의 자녀를 모아, 고급스런 학교 시설 속에서 돈 많이 주고 전문직 석 박사를 불러들여 강의하고 일류대에 보내겠다는 것이 자립형 사립고의 실체이다.
이에 정부는 자립형 사립고 도입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재정의 확보로 학급당 학생 수 25명으로 감축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배우려면 먼저 사회와 학교가 민주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학벌 사회의 타파, 사립학교법 개정, 교장선출 보직제, 학생회 법적 기구화 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 사립학교 교사들은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며 교육을 통한 행복한 삶의 추구를 위해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 철회가 중요한 해결책임을 선언한다.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우리 전남 사립학교 교사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우리의 요구 -
·교육인적자원부는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 재정 확보로 학급당 학생수 25명 감축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정부는 부패사학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적극 앞장서라!!
·정영진 전남도교육감은 서울시 교육감처럼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반대 소신을 천명하라!!
교육계의 현안으로 등장한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은 교육현장을 혼란과 파행으로 몰고 가고,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과 함께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을 철폐시키기 위하여 여러분의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생각과 입장을 학부모 여러분께 밝히고자 합니다.
알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은 스스로 교육대통령임을 자부하며 교육이 21세기의 국운을 좌우한다는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교실에는 마음놓고 마실 생수조차 없고, 지난 여름은 찜통 더위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교육환경이 이렇게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성은 커녕 교육위기의 원인을 엉뚱하게도 평준화 제도에 돌리며, 평준화 정책을 깨트리고 학교와 아이들을 부익부빈익빈에 따라 분리시키는 '자립형 사립고' 및 '7차교육과정'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시범 실시되는 자립형 사립고는 한 해 등록금만 400만∼1,000만원 대에 이르는 귀족학교입니다. 아이들 사교육비를 걱정하며 하루해를 보내는 평범한 우리 학부모님의 아이들은 정부가 강제로 시행하고 있는 7차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는 반면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는 아이들은 교육과정의 자율성 보장에 따라 오전에는 영어 수학 위주의 입시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학원으로 달려가는 기이한 현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자립형 사립학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 교육전략을 반영한 정책으로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교육의 '복지' 이념을 근본적으로 후퇴시키는 시도로 교육을 '시장화' 하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습니다.
교육의 시장화는 학부모의 선택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학교만을 살아남게 하고, 경쟁력 없는 학교는 망하게 하자는 정책으로서 공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고른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근대 공교육의 이념을 무너뜨리고 교육의 책임을 각 개인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제도를 통하여 나타나는 정부의 교육에 관한 투자 축소 의지입니다. 지금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 절감의 효과를 얻기 위하여 공교육을 아사 상태로 몰아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국 자립형사립고는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부자 학부모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범죄'에 가까운 나쁜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정책이 문제가 있다면 올바르게 고쳐서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지 왜 선택된 부자들만 그 혜택을 누려야 합니까? 학교교육의 자율성은 헌법이 보장한 교육기회의 평등성을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아이들은 법에따라 정해진 학교생활을 하는데 소수의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는 그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우열반 편성으로 기초학력 문제를 아이들에게 떠미는 7차교육과정, 소수의 특정한 부자들에게만 특혜를 보장하는 자립형사립고 정책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희 교사들은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을 반대하며, 그 대신 학급당 학생수를 25명으로 감축하기 위한 교육 재정 확보,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합니다.
더 이상 교육현장이 신자유주의에 물든 시장화와 일부 교육부 관료들의 탁상행정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며, 앞으로의 모든 교육정책은 공교육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국민적인 논의와 합의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는 너무나 충분합니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더디 가도 함께 한 걸음을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육불평등을 심화하고 시장논리에 공교육을 맡길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은 반드시 철회시키기 위해 학부모여러분과 함께 저희 사립학교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