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instagram.com/p/CxFUjp6xdon/?igshid=MzRlODBiNWFlZA==
요즘 본 기사 중 가장 심란하고 온갖 생각이 들던 보도
지난 몇 년간 많은 여성 액티비스트들이 서로의 용기가 되자는 레토릭을 사용하며 연대를 모색했는데, 정작 현실에서 성범죄 및 폭력 가해자인 남성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준 일이 벌어진 셈이다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반응은 그러니까 부산돌려차기남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의 보도는 지양하자는 걸텐데, 별로 동의는 안 한다. 어딘가에서 매일 여성이 죽어나가도 그에 대한 관심도 반응도 적고 여성이 남성을 죽일 때나 사회적 화제가 되는 나라에서 모방범죄 우려라는 명목으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언급 자체를 줄이는 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여성혐오범죄가 벌어져도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일반화하지 말하는 말부터 나오는 마당에 범죄에 대한 보도가 줄어들면 그냥 사회의 치부를 가리고 평화로운 한동훈 치하 태평성대를 그리겠다는 얘기지
개인적으로는 보도의 양보다는 질을 따질 일 아닌가 싶다. 전에도 피드에서 말했지만 부산돌려차기남 사이코패스 점수가 얼마니 하는 보도에 어떤 가치가 있나. 해당 사건에 대해선 여성혐오범죄와 강간문화에 대한 맥락 구성, 여성들이 지닌 두려움이 (많은 남성들이 주장하듯) 과장된 호들갑이 아니라는 공감, 이런 사회에서 여가부 폐지라는 구호가 얼마나 퇴행적인지에 대한 비판, 정치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 제안 등이 훨씬 많이 나오고 또 포털을 통해 노출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 그냥 별 의미없는 새 소식 나올 때마다 경마식 보도만 포털을 달궜을 뿐. 그럼 다들 가해자에게 욕은 하지. 그럼 뭐하냐. 그 보도를 통한 공론의 집중으로 사회적 개선에 대한 압박이 생기질 않으니 그냥 어떤 말종의 소식에 또 다른 말종이 자극만 받는 악순환이 벌어질 뿐
내가 최근 남성까지 대상이 된 증오범죄 얘기하며 2016년 강남역 사건에서 배우지 못한 업보를 얘기하는 게 이것 때문이다. 증오범죄의 맥락을 구성하는 혐오 문화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대책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기어코 추모하는 여성들 앞에서 조롱하던 일베 같은 놈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서 이제 와서 증오범죄 양상에 놀라는 척하면 그냥 줘패고 싶음. 마찬가지로 부산 돌려차기남 같은 놈을 그냥 우연히 만난 재해로 봐서도 안 되지. 그 인간이 유독 폭력적인 양아치라도 그 양아치 또래 남성들이 공유하는 여성혐오적 문화에 대해 인식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어느 정도 사회적 상식으로 규정해야 하는데 안 그랬잖아.
그러니까 저 등산로 성폭행 살인범을 자극한 건 부산돌려차기남 만이 아니라고. 여성이 느끼는 불안함은 과장됐다며 여성안심길 예산 깎았다고 떠벌이는 최인호 같은 인간이 여당 후보로 구의원에 뽑히는 한국 정치 상황이, 신림역 사건이 벌어지자 되레 '거봐라 남성도 죽는다, 여성만 두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머저리들이, 돌려차기남의 성범죄 시도를 경찰이 아닌 피해자가 증명해야 했던 공권력의 허술함이, 성범죄에 대해 낡은 젠더 관념의 판결을 내리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같은 이들의 법해석이 등산로 살인범과 예비 살인범을 자극했고 자극 중이라고
지난 7~8년간 페미니즘 백래시 앞에서 '젠더갈등' 따위의 언어로 본질을 가리던 언론, 여성혐오에 올라타 표 계산이나 하던 이준석 이하 여혐 정치인들, 그 와중에 여성혐오 문화가 나쁘지만 메갈리아 이후 페미니즘은 극단화됐다며 훈장질하던 나이브한 리버럴 인플루언서들, 혐오표현에 대한 거의 유일한 법적 제재 마지노선인 차별금지법에 손놓고 있던 국회의원들, 죄질에 차등은 있을지언정 다들 이 혐오범죄의 공범으로서 앞으로 경험해야 할 업보 어떻게 감당하려는 걸까
첫댓글 말종이 또 다른 말종을 자극하는 악순환...진짜 글잘쓴다
진짜 구구절절 맞말....ㅠ
아....진짜 나라 망한 거 같아 자꾸만 ㅠㅜ
진짜 다 맞는말이다....머리아파....
ㅠㅠ 진짜 속이 다 시원하면서 동시에 갑갑하다
감당할 의지가 없어보임… 교육 취업 돌봄 노후 이런 사회적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그냥 뜨거운 정치 이슈로 만들어서 식으면 나몰라라 하는 것 같음… 국민이 부지불식간에 죽어나가도 세금만 잘 나오면 되는 것 같은 현실이 맥 빠지게 함. 진짜 투표 잘 하고 목소리 내면서 살아야 해
222 의지가 안 보여 맥빠지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정부가 하는 행동에서 정말 개선하려는 의지가 안 보임ㅎ... 투표 잘 하고 목소리 내야한단 것도 공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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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갑갑하다 나라가 아주 순조롭게 망하는 중
이게 정부에서 새롭게 주는 사인이겠지.. 과거엔 여자들이 집안에서 남자의 가사일, 성욕, 권위를 채워주는 존재로 집 안에서 학대당함. 이젠 여자들이 남자를 거부하니까 여자라는 복지를 잃고 폭주하는 남자들한테 엄한데 화풀이하지말고 길바닥에서 아무 여자나 죽이는걸로 적당히 풀고 요구하지 말아라. 이런 사인을 주는 것이지..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바닥이 어디일지
전부 다 맞말이라 개빡친다 점점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짐
와 진짜 말한번 잘한다
진짜 말잘하네..
첫번째 문단이 가슴을 후벼판다
정작 현실에서는 가해자인 남성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진짜 이제와서 놀라는척? 웃기고있어
저출생 업보 맞는거지 뭐~
그러니까 ㅋㅋ.
여자가 허구헛날 죽어도 여혐이 어딨냐며 아직까지 부정중인데...이 혐오는 계속해서 커지지 작아지지 않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