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개그를 선보인 이휘재
생방송 중 사고로 폐지된 음악캠프를 반면교사 삼아야
[또 하나의 시선] 조현우/ 대중문화평론가
2005년은 MBC에게 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 온 국민이 구원의 메시아처럼 믿고 있던 줄기세포를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인디 밴드를 다루는 코너의 주인공으로 럭스가 나와 신나는 곡을 불러 제치고 있는 사이에, 함께 무대에 올랐던 카우치 밴드 멤버 2명이 갑자기 바지를 벗고 남성의 성기를 노출했다. 약 2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눈으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전에 생길 수 있는 돌발 변수까지도 체크해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책임이고, 결과적으로 사고가 터지고 말았지만 <음악캠프>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쇼 프로그램이었다. 생방송 중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고, 카우치의 행동은 일반 사람의 상식을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생방송 중에 일어난 것 치곤 MBC의 대응은 매우 신속했다고 볼 수 있다. MBC는 방송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MC를 보고 있었던 MC몽과 신지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고, 이후 자막을 통해서도 몇 차례 더, 또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을 분명히 했다.
사후 처리를 빠르고, 진심 어린 사과로 마무리 했지만 이후 <음악캠프>는 결국 폐지된 아픔을 겪게 된다. 토요일 오후에 방송되는 특성으로 인해 KBS, SBS 가요 프로그램들에 비해 시청률이 낮게 나오곤 했지만, 참신한 무대와 출연하는 가수 모두가 올 라이브를 구사한 점은 <음악캠프>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심각한 ‘방송사고’라고 생각한 MBC는 <음악캠프>를 폐지했다. 생방송이라는 면죄부조차 들이밀 수 없었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휘재와 제작진이 함께 내뱉은 욕
카우치의 도발이 생방송 중 상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던 것이라면, 5일 방송된 KBS <상상 플러스> MC 이휘재의 행동은 이해할 구석이라곤 없는 행태였다.
KBS는 매달 일정한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영방송이자, 공영방송이다. <상상 플러스>는 현재 KBS에서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대표 주자 격으로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바른 우리말을 알리는 특유의 포맷으로 사랑받고 있는
비록 직접적으로 욕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휘재는 방송에서, 그것도 공중파에서 욕설을 보였다. 이휘재는 평소 격이 없이 지내는 동료이다 보니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본질은 크게 빗나가 있다. 시청자들은 이휘재가 정형돈과 대체 얼마나 친한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다만, 왜 시청자들이 그런 상스러운 행동을 지켜봐야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1차적 책임은 욕설을 날린 이휘재에게 있다고 치자, 제작진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촬영, 녹화 이후에 이뤄지는 후반 작업은 편집이 대부분이 아니던가. 녹화 방송에서 나온 욕설이 전국으로 방송되도록 방치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기에 있다. 후반 작업은 화면만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있던 PD, FD, 작가를 비롯한 스탭들이 모르고 지나친 부분까지도 꼼꼼히 살펴 검토, 퇴고하는 출고 전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즉, 욕은 이휘재가 했지만 이를 방치시킨 제작진도 함께 욕을 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방송과 실생활도 구별 못하는 개그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친근한 의사표현으로 욕을 섞어 이야기하곤 한다. 이휘재의 행동도 그런 관습적인 행동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메인 MC 이휘재는 실생활과 방송도 구분하지 못하는 기초적인 수준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는 이휘재의 개그 스타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휘재의 개그는 SBS <웃찾사>, KBS <개그 콘서트>처럼 희극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애드립의 연속이 무척이나 많다. 데뷔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인
SBS <웃찾사>, KBS <개그 콘서트>가 PD와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코미디를 위해 연구한다면, <상상 플러스>를 비롯해 KBS <여걸 6>, MBC <강력추천토요일-무한도전>, SBS <일요일이 좋다-X맨>는 그럴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애드립과 개인기에 능한 인기 MC를 섭외해 제 멋대로 내버려두면 프로그램 한 편이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차이점은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재석 같은 경우에는 원초적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추구하면서도 최대한 시청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애드립 코미디의 원조격인 신동엽을 비롯한 이휘재, 강호동, 여기에 최근 MC 대열에 올라선 탁재훈, 신정환은 말장난으로 시작해, 말장난으로 끝나는 애드립 코미디만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개그에도 질이 있고, 품격이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휘재의 욕설 파문은 단순한 방송 사고가 아니다. 시종일관 게스트들과 농담 따먹기만을 계속하고, 말장난을 넘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질 개그의 한 단면이자, 실생활과 방송조차 구별하지 못하도록 조장하고 있는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불법 도박 파문을 빚은 신정환까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준 <상상 플러스> 제작진이 이휘재의 욕설마저 오냐오냐 받아줄지 지켜볼 일이다.
첫댓글 재 그럴줄 알았어여 ~ @가지 없어 보이자나요 욕먹어야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