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산악회에서 월출산트레킹을 가는 날,
우연찮게도 제법 많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저 멀리 바라보이는 눈에 덮인 월출산의 아름다운 설경은
알프스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해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요.
당초 1코스와 2코스로 나누어
천황사주차장에서 기찬랜드와 천황봉 왕복코스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모인 식구들이 조촐하기도 했고,
눈길에 천황봉을 오르기에는 위험할 것 같다는 의견에 따라
모두 기찬랜드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과 하얗게 흩날리는 억새꽃,
그리고 저 멀리 눈 덮인 설산을 바라보며
낙엽 쌓인 산길을 걸으니
마치 가을과 겨울을 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약간의 경사와 오르내리는 계단도 있었으나
주변 경관을 즐기며 편안히 힐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서인지
부담이 없다보니 오히려 않아서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서
저를 비롯한 몇사람은 미처 기찬랜드까지도 못가보고 되돌아왔지만
여느 때보다도 즐거운 트레킹이었습니다.
아침에 하얗게 쌓인 첫눈을 바라보니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가 떠오르더군요.
이번 산행은 첫눈 오는 날 만났으니
다음 송년 산행에는 더 많은 회원들이
무등의 아름다운 설경을 즐기며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운영진들 노고 많으셨고,
함께해 주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 한수 바칩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댓글 멋집니다 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