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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뮤지션 패밀리] 존 레논과 그의 두 아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은
전설적인 영국 팝 밴드 비틀스(The Beatles)에서
메인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활약했고,
비틀스가 해체한 1970년부터는 본인의 이름으로 수많은 명곡을 남기며
평화와 반전사상을 세상에 흩뿌렸다.
그는 마흔 살에 정신 분열을 앓던 팬이 쏜 총알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3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이 존 레논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며 음악을 듣고,
그의 젊은 시절을 반추하며 영감과 위로를 얻는다.
존 레논의 대표곡 ‘Imagine’(1971)은 지금도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덧붙이면,
오아시스의 멤버 리엄 갤러거가 존 레논을 자신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1999년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레논 갤러거라고 지은 일화는 유명하다.
2002년에는 레논의 고향에 있는 리버풀 공항이
리버풀 존 레논 공항(Liverpool John Lennon Airport)으로 바뀌었고,
2013년 12월에는 국제 천문학 연합회가 수성의 분화구 중 하나를 '레논'으로 명명했다.
비틀스로 활동하던 시절인 1965년. 왼쪽부터 존 레논,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존 레논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그가 리버풀 미술대학에서 만난
신시아 파월(Cynthia Powell)과 결혼하여 이듬해 태어난 첫아들 줄리안 레논(Julian Lennon, 1963~).
전위 예술가인 오노 요코(Ono Yoko)와 재혼하고 6년 뒤에 태어난 아들 숀 레논(Sean Lennon, 1975~).
배다른 형제인 두 사람은 아버지 존 레논의 음악적 유전자를 이어받아
각자 뮤지션의 길을 밟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실력으로, 서로 겹치지 않는 분위기와 음악적 색깔로 활동해왔다.
2007년에는 줄리안 레논이 숀 레논의 투어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의 음악이 과연 어떠하며,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존 레논의 첫 번째 아들 줄리안 레논
비틀스가 정식 데뷔하기 전인 1962년. 존 레논은 신시아 파월과 결혼했고,
그때부터 영국 내 비틀스를 향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그는 결혼식 날 오후에도 어김없이 공연을 했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공연을 하러 다녔다.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레논에게 결혼을 비밀로 하도록 당부했다.
줄리안 레논은 1963년 4월 8일에 태어났지만, 당시 투어 중이던 존 레논은 3일이 지난 후에야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줄리안 레논은 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고, 제가 그린 수채화 그림 중 하나로 다가갔어요.
거기엔 무수한 별과 학교에서 알던 금발 여자애가 그려져 있었죠. 아
버지가 와선, '이게 뭐니?'라고 물었어요. 전 'It'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고 대답했어요.
" 존 레논은 이 일화를 바탕으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만들었고,
비틀스의 11번째 정규 앨범 <Yellow Submarine>(1967)에 수록한다.
The Beatle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존 레논은 종종 줄리안을 데리고 투어를 돌기도 했다. 하지만 바쁜 활동 때문에
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1968년 신시아와 존 레논은 이혼했고,
줄리안을 아끼던 폴 매카트니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Hey Jude’라는 곡을 만든다.
이듬해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결혼하여 1971년 뉴욕으로 이사했고,
줄리안 레논은 1973년까지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10살 무렵
LA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아버지를 보러 가면서부터 그와 정기적으로 만났다.
존 레논은 줄리언에게 깁슨 레스폴 기타와 여러 악기를 사줬고, 직접 기타 코드를 가르쳐주었다.
이후 정규 5집 <Walls and Bridges>(1974)을 녹음하며 줄리안에게 드럼 파트를 맡기기도 했다.
이후 줄리안 레논은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여 데뷔 앨범 <Valotte>(1985)을 발표했다.
수록곡 ‘Too Late for Goodbyes’는 단숨에 빌보드차트에 올랐고, 동명 타이틀곡 'Valotte'도 크게 히트했다.
데뷔 앨범은 1985년 그래미 어워드 ‘Best New Artist’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아버지와 닮은 외모, 음색으로 단번에 주목받았다.
Julian Lennon ‘Too Late for Goodbyes’Julian Lennon ‘Valotte’
존 레논의 두 번째 아들, 션 레논
션 레논은 아버지의 35번째 생일인 1975년 10월 9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존 레논은 아들의 탄생을 기점으로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음악 활동을 중단한다.
그는 매일 6시에 일어나 션의 밥을 준비했고, 사진작가를 고용하여 션의 모습을 매일 기록하게 했다.
또한, 그를 위해 수많은 그림을 그릴 만큼 션 레논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사후 이 그림들은 <진정한 사랑: 숀을 위한 그림>(Real Love: The Drawings for Sean)으로 출간되었다.)
John Lennon 'Beautiful Boy(Darling Boy)’
존 레논은 5년이 지난 1980년 10월에 싱글 〈(Just Like) Starting Over〉을 발표하며 복귀했다.
그 다음 달에 오노와 함께 공동으로 발표한 정규 앨범 <Double Fantasy>은 존 레논의 7번째 정규 앨범이자
그가 생전에 발매한 마지막 앨범이다. 수록곡 중 'Beautiful Boy(Darling Boy)'는
아들 션 레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삶은 계획한 대로 살 수 없고,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녹아 있다.
존 레논의 죽음을 생각하면 “I can hardly wait to see you come of age (네가 어른이 되는 걸 어서 빨리 보고 싶구나)”라는
가사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John Lennon 'Watching Wheels'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존 레논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Watching the Wheels' 뮤직비디오를 보면 된다.
갓난 아기인 션을 등에 업고 시소를 타거나,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모습에서 아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이 보인다.
2010년 발매한 Stripped Down 버전의 <Double Fantasy> 앨범 커버. 숀 레논이 직접 그렸다
오노 요코가 본인의 첫 번째 앨범 <Season Of Glass>(1981)를 발표했을 때,
당시 5살이던 션 레논은 이 앨범에 자신의 첫 노래 'Even When You're Far Away'를 수록하며
음악가로서 걸음마를 뗐다.
이후 오노의 프로젝트 밴드에서 간간이 활동하며 모습을 드러냈고,
1988년에는 존 레논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Imagine: John Lennon> 인터뷰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16살 때는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노래 'All I Ever Wanted'(1991)를 공동 작곡했고,
걸프 전쟁에 항의하여 존 레논의 'Give Peace a Chance'를 다시 녹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줬다.
그는 밴드 IMA의 투어 공연에 베이시스트로 참가했으며, 1997년에는 뉴욕을 근거지로 삼은
팝 듀오 쿠보 마토(Cubo Matto)에 합류했다.
크게 도드라지는 활동을 했다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음악성을 갖춰 나가던
그는 1998년, 마침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첫 솔로 앨범 <Into the Sun>을 발표한다.
일렉트릭 사운드를 바탕에 깔고 부드러운 보사노바와 얼터너티브 락을 가미한 앨범이다.
Sean Lennon ‘Two Fine Lovers’
션 레논의 음악 색깔이 듬뿍 녹아 있는 곡. 사랑을 노래하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몽환적인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Sean Lennon ‘Parachute’
2006년에 발표한 3집 <Friendly Fire> 수록곡으로 숀 레논의 노래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존 레논의 음색이나 분위기와 가장 닮은 곡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뮤직비디오에서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며 분노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Sean Lennon ‘The Dead Don't Speak, They Listen’
당시 5살이던 션 레논은 아무런 준비 없이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했다. ‘
The Dead Don't Speak, They Listen’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션의 마음이 담긴 노래다.
“I would do anything for one conversation with you
(당신과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난 어떤 것이든 하겠어요”라는 후렴구 가사가 인상적이다.
The GOASTT(The Ghost of a Saber Tooth Tiger) ‘The World Was Made For Men’
숀 레논은 2008년, 그의 연인이자 모델인 캠프 뮬(Charlotte Kemp Muhl)과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
The GOASTT의 1집 <Acoustic Sessions>(2010)에 수록한
‘The World Was Made For Men’ 라이브 영상을 보자. 아름다운 하모니와 더불어
두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첫댓글 두 아들이 모두 뮤지션이 되었으니 존 레논이 좀 더 살았으면 셋이서 콘서트도 가능했을 텐데......
두 아들이야기 처음 알게되었네요.
숀 레논 음색도 감미롭네요.
인수방장님 덕분에 상식이 +1 되었습니다.
감사드리며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