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틀간 열린 FA컵 8강전에서는 프리미어 대 프리미어, 디비전 대 디비전 팀들끼리의 경기가 열렸다. 그런 가운데 프리미어리그의 두 강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날이 각각 풀햄과 포츠머스를 따돌리고 4강에 합류하였다.
그리고 영국시간으로 월요일 오후에 발표된 4강 대진에 따라 이 두 팀은 외나무 다리 결투를 벌이게 됐다. 결승전 상대가 디비전 팀이라 '승자가 우승팀'이라는 말도 섣부른 예측이 아닐 듯하다. 이 두 팀의 맞대결에 반하여, 4강에 선착한 선더랜드나 재경기를 치러야 하는 밀월과 트란미어 로버스에게는 4강전에서의 승리는 곧 'UEFA컵 티켓' 획득을 의미한다. [사진: 아스날과 맨유는 (3/28)와 FA컵(4/3,4)의 2연전을 치른다. (게티이미지/유로포토)]
디비전 1의 선더랜드는 5라운드 버밍엄 시티와의 원정 재경기에서 연장에서만 두 골을 터뜨린 토미 스미스의 활약으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무너뜨리고 4강에 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 첼시 스타 데니스 와이즈 감독 겸 선수가 이끄는 디비전 1의 밀월은 돌풍의 팀인 디비전 2의 트란미어 로버스와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김으로써 부담스러운 원정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맨유 2-1 풀햄
리그 우승이 멀어진 맨유에겐 이번 경기는 FA컵은 따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FC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상태의 중요한 경기였다. 맨유는 퀸튼 포츈이 부상을 당하면서 '오셰-킨-브라운-필립 네빌'의 포백 라인을 들고 나왔으며, 풀햄은 지난 주 리그경기에서 1-1로 비겼을 때의 멤버들이 대부분 선발로 나서며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2연승을 꿈꾸었다.
[사진: 풀햄과의 리그전에 선발로 나서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했던 반 니스텔로이. FA컵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섭섭함을 풀었다. (게티이미지/유로포토)]
그 꿈은 전반 21분 로이 킨을 제치고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루이스 보아 모르테를 향해 패스한 볼을 웨스 브라운이 보아 모르테에게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 페널티킥을 스티드 말브랑크가 처리하면서 풀햄이 앞서나간다. 루이스 보아 모르테는 지난 주 리그 경기에 이어 다시 한 번 브라운을 무력화시키며 두 골을 만들어 냈다. 맨유로선 지난해 10월 홈에서 풀햄에게 당한 1-3 패배의 기억이 되살아날 법도 했다. 그러나 라이언 긱스와 루드 반 니스텔로이가 재빠르게 동점을 만들어낸다. 긱스가 왼쪽에서 낮게 깔아준 볼을 반 니스텔로이가 여지없이 동점골을 터뜨린 것.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반 니스텔로이를 편하게 해준 폴 스콜스의 움직임도 주효했다.
풀햄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종종 허점을 드러낸 맨유의 수비 문제를 들쑤시며 잿 나이트가 전반 중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을 뻔했다. 반면 맨유는 그러한 위협 속에 공격을 펼쳐나갔다. 그러다 후반 17분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의 감각이 결정적인 추가골을 만들어낸다.
호나우두가 오른쪽라인을 특유의 드리블링으로 흔든 뒤, 중앙의 반 니스텔로이를 향해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반 니스텔로이가 바로 볼을 차 넣어 역전골이 터졌다. 풀햄은 경기 막판 공격에 불을 당겼으나 팀 하워드의 선방 등 골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올 시즌 FA컵은 8강 진출에 만족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 날의 경기력은 바이러스로 인해 병상에 누워있는 크리스 콜먼 감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스티브 케언 코치는 이 날의 경기력을 자평했다. 맨유는 '트레블'을 차지했던 98/99시즌 이후 5년 만에 FA컵 4강에 올랐으며, 지난 주 풀햄전에서 교체 멤버로 나선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던 반 니스텔로이는 두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치를 여지없이 입증하였다.
포츠머스 1-5 아스날
[사진: '트레블'을 향해 달려가는 아스날. 그 중심에는 티에리 앙리. (게티이미지/유로포토)]
먼저 벌어졌던 맨유의 4강 진출 소식을 들었던 것일까? 역사적인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아스날은 맨유에 뒤질세라 포츠머스의 안방인 프래튼 파크를 융단폭격했다. 리버풀을 꺾고 올라왔던 포츠머스는 이 날 아스날의 화력에 혀를 내둘렀으며, 원정팀의 강인함은 프래튼 파크의 팬들까지 박수를 아끼지 않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아스날이 원정을 나섰을 때 공격이 되는 날에는 전반에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날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전반 25분 프레드릭 륭베리의 크로스를 수비 실책을 틈탄 티에리 앙리가 강력하게 볼을 골망에 꽂아버리며 포문을 연 아스날. 전반 막판 에두-비에이라-에두-륭베리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로 2-0, 레예스의 크로스를 콜로 투레가 득점하며 3-0을 만들어 놓았다. 그 후에도 경기를 몰아붙인 아스날은 앙리와 륭베리가 각각 한 골씩을 추가하면서 5-0을 만들어버렸다. 교체투입된 노장 테디 셰링엄의 한 골이 홈팬들에게 위안거리가 되기에는 두 팀의 경기력은 너무 차이가 났다.
아스날의 알센 벵거 감독이나 포츠머스의 해리 레드납 감독이나 아스날의 경기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벵거 감독은 90분 동안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보인 것에 대해 특히 만족한 모습. 강호 리버풀을 재경기 끝에 꺾고 8강에 올라섰지만 아스날의 화력과 자신들의 잔실수에 의해 참패를 당한 포츠머스의 레드납 감독은 '아스날은 유럽 최고... 아마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로써 수준의 차이를 인정했다.
한편, 아스날은 00/01 시즌 리버풀과의 벌였던 FA컵 결승전에서의 1-2 역전패 이후 FA컵에서 18경기 연속 무패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 4강 대진 장소 미정
아스날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더랜드 vs (밀월 vs 트란미어 승자)
4월 4일(일)로 일정은 잡혀있으나, 4월 6일과 7일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열리는 관계로 아스날과 맨유가 8강에 오르고, 4월 6일 경기를 치른다면 일정은 하루 당겨 치뤄질 수 있음.
◈경기결과
맨체스터 Utd 2 - 반 니스텔로이 24', 62' 풀햄 1 - 말브랑크 21' (Pen)
Old Trafford - 67,614
Man Utd: Howard, P. Neville■, O'Shea, Keane■ (Djemba-Djemba 75'), Brown, Butt, Fletcher, Ronaldo (Solskjaer 88'), Scholes, Giggs, van Nistelrooy
Fulham: Van der Sar, Volz■, Green, Goma■, Knight, Davis, Legwinski (Pembridge 64'), Clark (Petta 81'), Malbranque, Boa Morte■, McBride (Hayles■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