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 지냈던 야영산행을 준비했다. 더 이상 늦추면 잊어버린다.
※ 산행일시 : 2011년 3월 26일(14:20) ~ 27일(14:14)
※ 산행지 : 백운산(1,218m), 전남 광양 옥룡면 일대
※ 산행구간 : 논실마을 ~ 임도 ~ 한재 ~ 따리봉 ~ 따리봉 주변 야영 ~ 한재 ~ 신선대 ~ 백운산 ~ 병암계곡 ~ 진틀마을
1월 1일 야영에 들어간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영을 미뤄왔다. 더 이상 야영을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보다 마눌이 강했다.
마눌이 야영에 고파 허덕이니, 덩달아 나도 흥분할 수밖에..
강원도 계방산이 제일 후보지였으나 입산통제로 뒤로 미루고, 해남 주작덕룡은 진달래가 아직 이른 때이므로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100명산과 야영을 생각하니 멀리 광양 백운산이 떠오른다.
첫째, 매화가 피어 있고, 둘째, 강굴을 맛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광양의 매력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역시 광양을 찾아가는 길도 지리산을 모습을 감상하고, 주변 매화꽃을 즐길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입산 초입은 논실마을로 잡았다. 도솔봉, 따리봉을 경유, 백운산까지 즐기면 제법 산등성이를 걸으며 남도산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막상 논실에 들어서니 산길을 가늠하기 힘들다. 찾는다고 찾았는데 이정표를 보니 길을 잘못 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 산에 들어서고, 나설 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자주 내왔기에 오늘도 입산계획과 일정은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길을 걷는다.
▲ 입산 이정표 (14:21)
애초 계획은 도솔봉으로 오를 생각이었는데, 이미 뒤틀어졌다.
▲ 임도 (14:49)
우리가 모두 싫어하는 임도를 걸어야 했다.
예상대로 내가 선택한 길은 한재에 닿았다. 이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백운산으로 가면 야영도 야영이려니와 하산도 원점이 어려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은 '따리봉' 밖에 없다.
맘 같아서는 도솔봉까지 내쳐 내달을까? 했으나 그것은 여러모로 무리다.
우선 배낭의 무게와 새 배낭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시 제일 가벼운 발걸음은 딸봄이다.
▲ 한재 이정표 (15:14)
어디로 갈까나? 따리봉으로 선택했다.
한재에서 양쪽 방향 모두 우습게 생각했다. 특히 따리봉 방향은 거리도 짧아서 싱겁겠다 생각했는데 제법 된비알의 연속이다.
한재에 이르러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야영하면서 추위와의 싸움을 걱정했는데 초반부터 된비알이 어어지니 난 영낙없이 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용광로 같이 열과 땀을 내뿜는 내 모습이 스스로 신기할 뿐이다.
배낭이 몸에 익지 않고, 약간 크다는 느낌도 들어서 더 힘든 상황이다.
▲ 딸봄 출발 (15:15)
제일 앞서가는 딸봄!!
▲ 마눌도 출발 (15:15)
뒤지지 않고 따르는 마눌. 난 새로 산 배낭이 뒤로 쳐지는 느낌에 새롭게 배낭을 추스리고 따른다.
▲ 여유로운 딸봄 (15:30)
좀 더 무거운 짐을 지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무표정 마눌 (15:31)
표정이 없는 것으로 보니, 힘이 드는 모양이다.
▲ 다시 된비알 (15:45)
여전히 씩씩하게 오르는 딸봄.
▲ 계속되는 된비알 (16:06)
고개를 숙이는 저 자세는 체력이 더 고갈되고 있다는 것!!
▲ 파란 하늘 (15:57)
봄을 알리는 봉오리를 담으려고 했는데, 파란하늘이 더 돋보인다.
▲ 백운산 (16:05)
맞은 편으로 백운산이 보인다.
▲ 된비알 오르는 마눌 (16:06)
가도 가도 된비알이다.
▲ 여전히 앞장서는 봄 (16:06)
이렇게 씩씩했던가? 한동안 산에 못 가다가 오랜만에 들어서니 제일 신난 것이 혹시 딸봄일까?
연이은 된비알을 오르니 한눈에도 그럴듯한 야영지가 들어온다. 딸봄과 난 이미 그곳에서 야영하기로 하고 따리봉으로 간다. 따리봉으로 가자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아닐까 싶다.
마눌도 아침에 이곳에 서면 제법 황홀한 장면을 볼 수 있겠다며 주변을 감상한다.
도솔봉 방향을 내다보니 눈에 선히 들어오는 헬기장!! 원래 도솔봉으로 올렸으면 우리가 야영할 후보지이기도 한 곳이다.
▲ 뚜렷한 백운산 (16:29)
따리봉을 향해 오를수록 더욱 잘 보이는 백운산. 다시 말해 백운산도 된비알을 똑같이 올라야 한다는...
▲ 시원한 조망 (16:29)
저 능선을 가면 편하겠다는 느낌이 절도 든다.
▲ 따리봉 산등성이에 선 마눌 (16:33)
경직된 자세는 도솔봉 방향의 헬기장에서 야영할 것으로 알고 긴장했기 때문인데..
▲ 따리봉 (16:34)
따리봉 정상석은 1,127.1m 다. 이러나 저러나 가뿐하다는 듯 여유있는 딸봄.
▲ 산등성이 배경으로 (16:35)
여전히 긴장한 마눌의 자세.
▲ 나도 한컷 (16:39)
따리봉으로 오다가 봐두었던 야영지로 갈 생각을 굳히며, 주변 조망에 취해본다.
▲ 따리봉 주변 야영지 (17:37)
아까부터 봐두었던 곳이다. 폴대 부러진 천막은 아직 A/S 소식이 없어 다른 것 하나 구비했다.
▲ 만찬을 위해 (17:50)
밥상을 조립하고 있다. 딸봄의 관심은 오직 만찬에 있다. 여유를 찾은 마눌이 오랜만에 사진기를 든다.
▲ 오리 로스 (19:00)
밖에서 즐기다가 제법 쌀쌀한 날씨에 숙소로 이동했다. 오리훈제에서 오리로스로 바꾸니 더욱 훌륭한 맛이다.
▲ 천막에서 오붓하고 따뜻한 만찬 (19:01)
야외와는 달리 한결 분위기 좋은 만찬이다. 이러다가 핵사돔까지 구입하는 것 아닌지..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만찬을 끝내니 천막의 온도가 제법 차다. 물론 제일 추위를 탄 것은 마눌, 나와 딸봄은 제법 추위를 잘 견딘다.
산에서 보는 별은 언제나 밟다 못해 영롱하게 빛을 낸다. 함께 별을 헤지는 못했지만 북두칠성을 반갑게 맞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을 마치 햇볕받고 산 기운, 땅 기운 모두 받겠다는 식으로 늦잠자는 버릇도 삼총사의 특징이다. 속세에서야 내가 제일 늦지만, 산에서는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난다. 주변을 동물 움직이듯 걸어대니 결국 모두 일어났다.
▲ 아침을 먹고 야영지 마무리 (09:11)
천막에서 게으름 피우며 늦게 일어나 아침 먹고 야영지 정리하고 나니 대형 배낭의 모습이 압권이다.
배낭 조절에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며 한재로 다시 내려서는데 결국 진흙탕에 미끄러졌다.
가뜩이나 무게가 나가고 배낭이 짓누르니... 문제는 작대기가 부러지고 말았다는 것!!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강력 지팡이는 '쇠파이프'란 말인가?
한재에서 다시 배낭과 옷 정리를 다시 하고 본격적인 백운산 봉우리를 향하기로 한다.
마눌까지 배낭에 달라붙어 조절하고 나니 한결 무게는 가벼운데 팔과 가슴쪽에 약간의 압박이 온다.
산등성이에 이르자 백운산까지 가는 길은 제법 편하게 이어지다가, 신선대에 인접해서 바위구간이 나타난다.
백운산의 대부분이 흙길이면서 산등성이 신선대와 백운봉 상봉의 기세가 제법 세다.
▲ 백운산 능선에 올랐다 (10:38)
마눌 짐도 제법 두툼하다.
▲ 이정표 (10:44)
백운산도 길이 제법 곳곳에 나있어 다양한 산행 구간을 잡을 수 있다.
▲ 백운산 산죽이 일품 (10:55)
산죽길이 운치있다. 여전히 선두는 딸봄.
▲ 고도를 짐작케 하는 마을 (11:29)
속세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고...
▲ 구상나무 (11:29)
훌륭한 자태를 뽐내는 구상나무.
▲ 경치 감상에 넋이 나갈 지경 (11:36)
딸봄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난 배낭이 제법 몸에 밀착되어 안정감이 생겼다.
▲ 바위 곳곳에 자리잡은 구상나무 (11:37)
이 장면에 넋이 나갔을까?
늦은 시간에 백운산을 향하다보니 어느 덧 산악회 산님들이 우리를 추월해간다.
이대로면 백운산에 많은 산님들이 집결하지 않을까? 걱정이 생긴다.
산에는 다양한 산님들이 오는 법이고 다양한 모습에 일희일비하기도 하니 기대가 반이고, 우려도 반이다.
▲ 바위에 서서 (11:39)
이곳에 서니 사방이 모두 조망되고...
▲ 신선대의 거벽 (11:40)
제법 커다른 암벽이 길을 막아서고...
▲ 신선대에서 본 백운산 (11:45)
암릉지대를 이룬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산님들의 모습도 보이고...
▲ 돌아본 도솔봉과 따리봉 (11:45)
백운산에 수많은 산님만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와, 뒤를 돌아 도솔봉과 따리봉을 보며 심난함을 달래본다.
예상했던대로 백운산 산봉우리에 닿자 수많은 산님들이 마치 경쟁하듯 달라붙어 있어서 산에서의 상쾌함과 경건함, 즐거움 등을 한순간에 반감되었다.
세상만물이 다종다기하고, 사람도 다양한 법이므로 한편으로 이해해야 하지만, 머리속에서 이를 이해하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산과 자연에서 더욱 더 배워야 한다.
▲ 여기가 백운산 상봉 (12:22)
아니나 다를까? 산님들로 가득 찬 암릉지역의 봉우리에서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정상석만 찍고...
▲ 이정표 (12:28)
정상석과 이정표만이 정상부임을 말해 준다.
▲ 산죽 천지 (12:54)
온통 산죽밭이 이어지고, 덕분에 정상부에서 쌓인 묵은 감정은 조금씩 순화된다.
▲ 고로쇠 채취 (13:40)
산죽과 진흙으로 이뤄진 곳을 한참 내려서니.. 고로쇠를 채취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 쭉 뻗은 잣나무 (13:52)
하늘을 우러러 잣나무의 기상을 감상하니 그 시원함에 모든 울화가 씻은 듯 사라진다.
▲ 이정표 (14:08)
하산을 알려주는 이정표.
▲ 병암계곡 (14:14)
병암계곡이 마을에 이르러 쌍폭을 만든다.
하산은 속세로 되돌아가는 순간이라 아무래도 아쉽다. 그러나 산에서 보낸 시간이 활력소가 되므로 속세도 또 다른 산에서의 모습이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만큼 산은 서로 배려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낀다.
생각보다 늦게 하산하고 마눌 동료의 부친상 등으로 강굴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다시 산에 들어설 준비는 '속세를 치열하게 사는 것'이다.
첫댓글 온가족 함께하는 비박~
참 보기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 올해는 100명산에 야영에 바쁜 한해입니다^^
후기 잘 보았습니다. 초보라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광양 백운산 같은 산은 아무데서나 야영가능한건가요? 아님 조심해야될 사항이라도 있는지 알고싶습니다.
아무데나라고 말하긴 어렵고, 따리봉에서 도솔봉 방향에 헬기장이 있고, 따리봉에서 한재 방향으로 제가 야영한 곳, 백운산 방향으로 이동 중 평평한 곳 등입니다. 다니다보면 야영의 흔적이 있는 곳을 볼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울동네 뒷산에 산불감시원 타워(?)까지 세워놓고 감시하고 있는 분위기라...
다른 산은 어떤가 궁금했습니다. 광양이 가까워 조만간 놀러갈듯한데... 많은 참고가 될듯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비박산행... 좋아보입니다... 저도 어제 백운산 산행하고 왔는데... ㅋㅋㅋ
고맙습니다^^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산행과 야영, 건강한 미소가 한가득 보이네요 ^^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랜만에 야영산행이라... 삭신이 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