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 호점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위생 점검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른 데에 있으면 얼른 달려갈 텐데 이 호점 주방에서 일하고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매니저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 주고 초조한 마음으로 주방일을 계속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식당이 일 년에 적어도 두 번은 위생 점검을 받는다.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불시에 검열 나오기 때문에 항상 이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 그 사람의 환심을 사야 할 것 같아 음료수나 음식을 먹겠냐고 물어봤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받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을 보고 그 다음부터는 아예 물 한 잔도 건네지 않았다. 그들은 메뉴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문이 제대로 적혀 있는지,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의 온도는 적정한지, 음식물을 내용물 별로 제 위치에 보관하는지를 점검한다. 달걀이나 닭고기는 냉장고의 맨 아래 칸에 보관해야 한다. 보관한 용기가 잘못되어 샐 경우까지 대비한 조치다. 그런 일이 발생하여도 해산물과 쇠고기가 위 칸에 있고 닭고기가 그 아래 있으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손님에게 나가는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거나 장갑을 꼈어도 고기를 만지고 나서 곧바로 채소를 만지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요리된 음식이 실온에 4시간이 경과된 것은 검열관이 보는 데서 모두 버려야 한다. 요리한 시간을 적어 놓지 않은 음식도 실온에 있으면 모두 버려야 한다. 이런 사항을 어겼을 경우 경고를 받고, 같은 사항을 반복해서 지키지 않으면 검열 나오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영업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쥐나 바퀴벌레가 건물 안에 살고 있는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는 그 자리에서 영업정지 명령을 받는다. 제일 무섭고 두려운 것이 이 부분이다.
이렇게 점검을 받고 나면 점검한 보고서를 보건소 사이트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또 매주 화요일에 이 지역 신문에 그 결과가 자세히 실린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이 지역에서 유일했던 한식당이 위생 점검으로 인해 문을 닫은 예가 있었다. 바퀴벌레 문제로 검열관의 지적을 받아 가게 문을 닫고 깨끗이 청소하였단다. 그런데 하필 그 주간에 지역 티브이 채널에서 식당의 위생 상태를 특집프로로 만들어 그 주에 검열을 받은 그 식당의 위생 점검 상태가 낱낱이 티브이로 방영되었다. 그 이후부터 손님이 뚝뚝 끊겨 결국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초조해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 대신 주방에서 일할 세프가 있으면 당장 달려가서 검열관을 만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다. 검열관들은 잘못된 것을 지적하여 벌금을 물리고 힘들게 하는데 우선 순위가 있지 않다. 그들은 식당 운영자들이 잘 숙지하지 못한 부분들을 교육하는데 더 중점을 둔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검열관이 나오면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지적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그 점에 더 유의하겠다고 알려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 검열관도 너무 까다롭게 하지 않고 잘 가르쳐 주며 웬만한 것은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매니저한테 문자가 왔다. 별 어려움 없이 잘 통과되었단다. 후유 절로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이제 한 4~5개월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
첫댓글 우리나라는 위생점검 공중보건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다르군요. 위생점검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니 다행 입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네. 철저합니다.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때는 많이 당황했지만 이제는 그동안 교육을 많이 받은 덕에 지켜야 할 규칙이 몸에 익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