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차단제(선스크린)가 들어간 합성세제가 건강에 해로운 자외선(UV)을 막아줄 수 있을까? 머리카락을 UV로부터 보호해준다고 선전하는 샴푸는 어떨까?
여름이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며 햇빛차단을 장담하는 상품들을 사들이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소식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제조업자들은 의류와 신발에서 화장품과 우산에 이르기까지 자외선을 막아준다고 주장하는 특수처리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자외선차단 비키니까지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과 피부전문의들은 이러한 제품들이 선전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감추지 않고 있다.
뉴저지주 캠든 소재 쿠퍼대(Cooper University) 의료원의 피부과장인 나오미 로렌스 박사는 “햇빛차단 기능에 관한 한, 촘촘히 짠 직물로 만든 검은 셔츠와 좋은 모자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면서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햇빛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특정제품을 지목하기는 그렇지만 UV차단제품들은 실제효과와 ‘약속’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때 피부암 환자를 위한 전문업소에서 찾을 수 있는 특수품목이었지만 이제는 갭(Gap), 아이조드(Izod), 랜즈엔드(Lands’ End) 등 유명 브랜드의 인기품목이 돼버린 UV차단 의류는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이나 티노소브(Tinosorb) 등과 같은 UV 흡수 화학물질을 주입, 차단력을 높이는 원리다. 선스크린을 주입한 직물도 같은 기능을 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을 주입함으로써 면과 아마사(linen) 등 여름용 직물들은 연한 색깔(예를 들어, 흰색, 노란, 혹은 하늘색)일지라도 유해자외선이 피부에 닿는 것을 막아준다.
UV를 보다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옷감이 촘촘하거나 검은 색이어야 한다. 특수처리된 옷이라면 가볍고 소매가 긴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자외선차단 의류가 주류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옷에서 꼭 있어야 할 부분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짧은 바지와 소매 없는 셔츠가 좋은 예다. 비키니를 입고도 자외선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는 선전은 과장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평론가는 ‘해로운 광선이 피부에 닿는 것을 96% 이상 막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들어있다’고 선전하는 의류제품 선가드(Sun Guard)에 대해 “이 제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수년간 구입해 왔다”면서도 “야외복으로 흰색을 선호한 것은 흰색이 UV를 차단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지만 정말 그런지는 확신이 없다”고 고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류와 같은 자연적인 햇빛차단 제품에 화학물질을 덧입히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말한다.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수석 연구원인 데이빗 앤드루씨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권장하는 것은 촘촘히 짠 직물로 만든 옷”이라고 강조한다.
자외선차단지수(UPF)는 UV차단 의류의 표준이다. 2001년 제품테스트가관인 ASTM 인터내셔널에 의해 개발된 UPF는 1에서부터 50까지로 분류된다. 50은 자외선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식품의약청(FDA)은 1990년대 초 자외선차단 의류를 의료품으로 분류, 잠시 규제했었다. FDA는 이제 더 이상 이를 규제하지 않지만 미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는 의류와 햇볕차단에 관한 소비자불만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로렌스 박사는 “자외선차단 마케팅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현혹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외선차단제(SPF)가 들어있는 기초화장품을 판매하는 화장품회사들을 예로 들어보자. 뉴트로지나(Neutrogena)의 ‘Healthy Skin Compact Makeup SPF 55’에는 아보벤존(avobenzone)이 들어있다. 로렌스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제품들은 자외선을 차단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대다수 여성들이 차단제가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의 파운데이션을 충분히 바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을 자외선차단 목적으로 바른다면 얼굴에 케이크를 입힌 정도의 두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스크린을 바르고 난 다음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더욱 효과적이다.
(글로브앤드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