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미호천의 천년 돌다리, 농다리
생거진천(生居鎭川)이란 말을 들으면 지난날 한 때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생각난다. 용인 사는 추천석의 저승길을
저승사자가 착각해서 진천 사는 추천석을 잘못 데려간다는 이야기. 지옥의 저승사자도 때론 동명이인을 분간하지 못
할 때가 있음을 보여주는 해프닝 같은 전설이다. 그래서 생겨 난 '살아서는 진천' 이란 말, 생거진천이다. 진천에는 그
외에도 유명한 관광 명소가 많다. '진천 농다리' 로 회자되는 돌로 쌓아 놓은 농교(籠橋. 충북 유형문화재 28호 )도 그
중의 한 곳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몇몇 회원들이 모여 함께 농다리를 찾았다. 이 다리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돌다리 중 가장 오
래된 것으로 고려 초에 놓였다 전한다. 이번 농다리 탐방은 내겐 처음이었다. 사진을 통해서만 봐 오던 것과 달리 처
음 마주한 순간 그 조밀함과 규모에 놀라고, 돌들만 갖고 이런 류의 다리를 놓을 수도 있구나! 하고 거듭 놀라게 된
다. 그러면서 또 보는 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느껴보면 천 년을 이어 오는 동안 수많은 홍수를 겪었어도 단 한 번
도 파손되지 않았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미호천(美湖川)은 충북 내륙의 젖줄 같은 강이다. 음성군 삼성면 망이산
(472m)에서 발원해 진천에 이른 하천은 이미 대천을 이뤄 강폭이 100m에 이른다. 그 큰 강을 건너게 하는 농다리는
오늘도 걷는 이 마다 다리를 놓은 옛 현자를 생각하게 한다. 다리에 사용된 석재는 이 지방에 흔한 사력 암질의 붉은
돌들로 퇴적암 일종인 사암(沙岩)과 일부 역암(礫岩)들이다. 이들 크고 작은 돌덩이들을 꿰맞추어 폭 3,6m의 교각을
폭 1.2m 거리마다 쌓고 또 쌓아 그 위에 한 장, 또는 두 장의 자연석 판석을 걸쳐 놓으며 93,6m를 이었다. 다리를 건
너며 교각마다에서 제자리 뜀질도 해보지만 끄떡도 없었다.
농다리 건너 앞 재를 넘어가면 초평저수지로 이어지는 초롱길이 나오고, 호반에 있는 하늘다리로도 갈 수 있다. 하
지만 농다리도 지나는 길에 잠시 둘러보는 여정이라서 발길을 돌려 천변 언덕에 조성한 인공폭포를 거쳐 징검다리
를 건너 돌아오며 짧은 시간 진천 여행을 마친다. 아쉬움이 남는 진천 여행이었다.
촬영, 2021, 06, 12.
▼충북 진천 농다리
▼ 진천 농교(籠橋) 충북 유형문화재 28호
▼교각과 교각 사이 1,2m
▼교각의 폭 3,6m
▼ 농다리 전체 길이 93,6m
▼농다리 암석은 사력암질의 붉은 돌
▼농다리에서 본 다리 상류 미호천
▼다리 하류 쪽 미호천
▼다리 건너에서 본 풍경
▼초평저수지 하늘다리 가는 길
▼ 생거진천(살아서는 진천)의 유래
▼농다리 윗쪽 징검다리와 인공폭포
▼함께한 유산풍류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