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되고
젓내나는 하얀얼굴의
한 소녀가
긴머리를 휘날리며
이젠
가을빛 물결에 젖어
짙노란 향기를 품어내는
들판
오솔길로 넘어가고 있어요
꼬부랑꼬부랑
오솔길을 따라
하얀 꽃망울을 터트린
억새풀무리가
바람에 실려
살랑거리는 들판 위로
새빨간
고추잠자리
파라란 날개짓을 하며
소녀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마치
나를 보아줘요
여기서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는지 알아요 하며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 소녀를 맴돌고 잇어요
연분홍 코스모스도
바람에 실려
깜빡거리며
소녀를 반기고 잇어요
살며시 다가가
다독거리는 소녀를
한들바람이 날아와
소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잇어요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감싸안으며
사르르르
바람이 실려오는
언덕위를 바라보던
소녀의
앵두같은 입술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그언덕 지평선위로
구름하나 없는
파라란 하늘이
아주높게 펼쳐져 있었어요
마치
푸른 바다
저끝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소녀의 가슴은
동동
가을 하늘처럼 날아가고 있어요
하늘바다에
조각배를 띠워놓코는
그안에 기대어
노를 젓고 있는것 처럼요
오동통통 아줌마
까만바지에
갈색코트를 입고
행여나
가을 햇쌀에
얼굴이 탈세라
양산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언덕 저끝에서 올라오고 있어요
보글보글
약간의 힘을 준 머리결이
휘리릭
바람에 휩쓸려
날리기라도 하면
마치
미친뇽머리결이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갈색풀잎으로 뒤덮은
정겨운 들판길을
걸어오고 있어요
바람이 찬듯
벌써
회색바바리 단추를
꼬옥 끼고는
하얀목도리로 감싸 안았지만
텅빈 마음은
감싸 안을수가 없는듯이
조금은
주름진 눈가엔
외로움이 물들어 있어요
바람에 이는
하얀 꽃술의 억새풀이라도
빛바랜
분홍빛 코스모스 꽃잎에서도
힘없이
날개짓하는 잠자리에서도
이 가을날에
나를 부르는 가을 풍경을
바라보는
오동통 아줌마 마음은
그옛날의
품안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배는
조금은 나왔어도
가슴은
조금은 쳐졌어도
마음은
아직
어린 소녀처럼 불게 물들여 있어요
한
앳된소녀와
한
오동통 아줌마
이 가을 동산을
다시 돌아온 가을날의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어요
그소녀와
오동통아줌마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