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로 만든작품 '아메리카' 지나치게 부유한 美부자 풍자
트럼프 향한 조롱 담긴 듯
'유감스럽게도 우리 박물관은 고흐의 그림은 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미술관에 전시했던 18K로 만든 변기를 장기간 임대해 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가 지난해 9월
백악관 큐레이터에게 보낸 이메일을 워싱턴 포스트(WP)가 입수해 25일 공개했다.
이메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부부 침실에 걸기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품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눈(설)이 있는 풍경'을 빌려달라고 한
백악관의 요청을 거절하는 내용이다.
스펙터는 대신 미술관이 전시했던 '황금 변기'를 대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의 유명행위예술가이자 조각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메리카'라는 작품이다.
2016년 처음 전시할 때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대기 줄을 설 만큼 흥행을 불렀던 작품이다.
그러나 전시실이 아닌 5층 화장실에 1년간 '전시'됐고, 화장실에 드어간 관람객들이 실제로 사용한 것이다.
말하자면 '중고 황금변기'다.
'똥통(shithole)' 발언으로 곤욕을 치렸던 트럼프가 이번엔 '변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게 된 셈이다.
작품명이 '아메리카'인 것도 지나치게 부유한 미국 부자들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기분 좋을 수 없는 작품이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100만달러(약 1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고 한다.
스펙터는 이 메일에서 이 변기에 대해 '장기간 임대해 드릴 수 있다'며 '엄청나게 비싼 가격과 깨지기 쉽다는 취약성이 있지만
우리 미술관은 이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모두 알려들릴 것'이라고 썼다.
WP는 '이 제안에 대해 백악관 측은 아직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29년간 근무한 스펙터는 지난해 미술관 브,ㄹ로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라는 이름의 엄청난 금빛 타워빌딩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황금빛을 좋아해서 여러군데의 주택과 별장 욕실을 값비싼 황금으로 장식했고
백악관 집무실도 금빛 커튼으로 채웠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또 대선 직후에는 '수많은 스캔들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인권 퇴행적 정책, 기후변화협약 파기 같은 일로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스펙터가 은근히 트럼프를 '조롱'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미국 대통령이 유력 미술관의 유명 작품을 백악관으로 빌려오는 것은 드문일이 아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고나에서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더 스모커'를 빌려 전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 등의 그림을 대여받아 백악관에 걸어두기도 했다.
뉴욕=김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