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열도 우도를 가다
-벵에돔 낚시를 빙자한 술마시기 여행-
지난 8월 12일~15일,
마지막 연휴를 이용해 동기들과 휴가 낚시차 우도를 다녀 왔습니다.
제주도 우도가 아닙니다.
통영 앞바다 연화열도 연화도와 북쪽에서 마주보고 있는 명 낚시터입니다.
으레 그렇듯 동기들과의 여름낚시란 휴가기간 내내 놀고 마시는게 일이지요.ㅎㅎ
대구에서 구철모가 날씬한 배를 가지고 12일 먼저 도착해 있습니다.
조영환과 백종국은 연화도행 카페리호에 승용차를 싣고
연화도에 도착해 우도 민박집의 배를 부릅니다.
설창효와 이재인이는 다음날 배로 현지에 합류합니다.
우도 레저팬션 김영래(010-4842-1223)씨 집에서 놀고 먹으면서
겨우 짬내 간간히 낚시를 하는 소위, '낚시를 빙자한 먹고 놀자판' 낚시여행이었어요.
▲우리 친구들의 전용선이자 구철모의 애마입니다. 이 배로 통영 앞바다를 마구 헤집고 다닙니다.
▲우리 친구 구철모가 우도 북쪽 구멍섬을 배경으로 잘생긴 얼굴을 자랑합니다.
우도에는 세 개의 방파제가 모두 남쪽인 연화도를 바라보고 뻗어 있습니다.
마을 아래 있는 가장 짧은 방파제(서방파제)가 가장 오래 된 것이고,
마을서 산넘어가 계단 아래에 있는 방파제(중간 방파제)가 가장 긴 것으로
돌섬들과 연결되어 만들어 진 것입니다.
새롭게 민가를 깨끗하게 개축한 조그만 마을 아래에 있는 방파제(동방파제)에는
통영서 출발해 우도를 거쳐 삼천포로 가는 객선이 닿는 신축 방파제입니다.
이 동방파제는 조류의 흐름이 완곡해 낚시 포인트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중간 방파제는 마을에서 장비를 짊어지고 산을 넘어 걸어가거나
낚싯배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꽤나 힘듭니다.
게다가 파도가 있는 날은 만조 무렵에 바닷물이 방파제를 '와르르' 넘기도하여
혼 납니다.(지난 14일 밤, 보기 좋게 한번 당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마을 앞 서방파제에 꾼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아침 나절, 들물에 준수한 30cm급 벵에돔이 곧잘 나옵니다.
방파제 끝이 좋은 포인트이지만
방파제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사발이(테트라포트)가 위험합니다.
방파제 끝에서 바다를 봐 왼쪽에서 마주보는 갯바위서도 벵에돔이 곧잘 나오긴 하지만
너울성 파도가 갯바위를 훑듯 마구 오르내립니다.
섬을 서쪽으로 돌아 북쪽에 있는 구멍섬 쪽으로 올라 갑니다.
본섬 중간에 좋은 벵에돔 포인트가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구멍섬과 마주보는 본섬 서북쪽 끝입니다. 사진의 오른쪽 너머에 명포인트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만조를 넘긴 시간대라 포기하고 곧장 구멍섬쪽으로 갑니다.
화려한 옛 명성을 가진 우도의 명포인트가 구멍섬 일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명포인트는 비어 있고, 시원찮은 자리에만
많은 낚시꾼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또 포인트에 앉아 있었더라도 낚시방법이 틀렸습니다.
딱하다 못해 안타깝습니다.
▲구멍섬.
구멍섬서 구멍앞 서쪽을 바라보는 곳은 포인트가 노대도를 바라보는 40~50m 전방입니다.
아주 멀리 흘리면 굵은 볼락이며, 벵에돔에다가 돌돔새끼마저
곧잘 거들어 주는 좋은 곳이지만
꾼들은 채비를 전부 발밑에 박아 두었거나 고작 20여 m 전방에서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더운데 고생만 실컷합니다.
차라리 구멍섬 북쪽으로 돌아가 멀리 오곡도를 바라보는 쪽을 공략하면 바로 정답입니다.
▲구멍섬 북쪽끝에서 동쪽으로 돌아간 곳의 명포인트. 전방 20여 m에서 어신이 옵니다.
멀리 흘릴 것 없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는 오른쪽으로 보내면 무늬오징어 밭입니다.
찢어진 골창 곁에서 오실이(오곡도)쪽으로 채비를 흘리면 다양한 어종이 붙습니다.
바로 앞 내만바다가 현지민들의 배낚시 황금어장입니다.
참돔, 벵에돔, 볼락, 돌돔 등등 줄줄이 낚이는 곳입니다.
백돔은 여기서 지난 12일 밤, 전을 펼쳤다가 아지떼의 대공습에 '쌍코피', '묵사발' 됩니다.
다시 동쪽으로 돌아 갑니다.
북쪽 내만 끝나는 지점에 곶부리 발판이 기가 막힌 곳이 있습니다.
볼루꾼들인지, 무늬오징어 루어꾼들인지 열심히 펌핑 중입니다.
연휴를 맞아 가는 곳마다 꾼들이 들어 앉아 있습니다.
대 펼칠 곳이 없습니다.
민박집으로 돌아가 가져온 고기나 밤새 구워 먹습니다.
12일 밤, 첫날 밤은 철모와 종국이와 영환이가 멀리 노대도까지 원정가서 낚아 온
농어새끼, 일명 가지메기로 회를 썰어 원정 첫 고기 맛을 봅니다.
조영환의 오밤중 취중 횡설수설로 모두들 배를 잡고 딩굽니다.
설창효는 친구들을 위해 끊임없이 멋진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둘째날, 모두들 갯바위로 총 출동했습니다.
역시 종국이가 준수한 벵에돔을 낚아 냅니다.
재인이는 초보탈출 실력을 보입니다.
김지미(술벵이.용치놀래기)를 7 마리나 낚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고동채취에 나섭니다.
사부 창효가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종국이를 따라 근 5년이나 낚시를 다녔던 영환이는
막장대로 참돔새끼를 두 마리나 건지는 쾌거를 이룹니다.
갯바위에 걸터 앉아 대자연을 지그시 감상하던 창효는 단검(짧은 낚싯대)을 뽑더니
예쁜 벵에돔을 걸어 냅니다.
▲이번 여행 중 낚은 최대어 30cm 중반의 벵에돔입니다. 종국이가 날렵하게 들어뽕으로
들어 올렸습니다.
종국이가 부산히 움직이더니 낚싯대가 막 휘어지고 곧 잘 생긴 놈이 한 마리 올라 옵니다.
간신히 건진 30cm급 벵에돔과 잔 씨알의 벵에돔들은
재인이, 영환이, 창효 등 세 명의 '칼잡이'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13일 밤, 셋쩨날 밤은 재인이가 만취 상태로
마치 인간 병기 같았던 철근육의 주인장에게 팔씨름을 도전했다가
당겨보지도 못하고 한방에 꼬꾸라 집니다.
그날 밤 재인이는 어깨에 파스 뿌리고 난리 났습니다.
창효가 말리지 않았으면 운동 단수 합이 10단이 넘는다던 재인이는
이단 옆차기 한다고 공중부양도 할 뻔 했습니다.
"강호에 나오면 숨은 고수가 무지 많다는 걸 단디 알았제?"
어깨를 쥐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측은한 재인이에게 창효가 한 말씀이었습니다.
▲민박집 실내입니다. 오밤중입니다. 종국이, 재인이 둘 다 양껏 마셔
'물거리'가 심상 찮습니다.
14일 밤, 셋째 날 밤은 우도 중간방파제로 밤낚시 들어 갑니다.
밤낚시 하느라 일찍 당겨 먹은 초저녁 식사에 배부르다고
숟가락을 들지 않던 영환이는 끝내 사고 칩니다. 배고프다고 산 너머로 사라집니다.
창효, 종국, 재인이 셋이서 방파제 밤낚시를 쪼웁니다.
여행 기간 내내 흐린 덕에 해도 못보았고, 달도 못 보았는데
이날 밤에서야 만월 직전의 달이 휘영청 떠 올라 밝습니다.
달 밝은 밤은 볼락이 안 낚입니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해 봅니다.
민박집에서 기다리는 영환이를 먹여야지요. ㅋㅋㅋㅋ
창효가 예의 단검을 뽑아서는 방파제 석축 사이사이로 찌르고 다닙니다.
예사 내공이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종국이가 농어를 노리는 새에 창효는 왕방울만한 눈알을 가진 헤비급 볼락을 잘도 뽑아 냅니다.
"입질이 약디약아 6 번 씩이나 입질을 노치다가 겨우 꼬셔 내었네."
볼락 인물이 좋습니다.
이날 밤 낚은 볼락은 민박집서 새벽 3시에 벌어진 풍성한 술파티에 한 점도 못 썰어 먹었습니다.
▲민박집 주인인 김영래씨는 나라안 최고 수준의 스쿠바로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포인트 위에 배를 가져다 놓고도 물속에 다이빙 해 들어가 물밑에 고기가 있는지 확인해 줍니다.
자다가 일어난 민박집 주인이
한식, 중식, 서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다 취득한 솜씨로 안주를 마구 만들어 냅니다.
결국 굵은 볼락들은 수 십 마리의 전갱어와 고등어들과 함께
모조리 영환이의 쿨러에 들어가 나중에 정영미 여사에게 전달 됩니다.
전부 지가 잡았다고 뻥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14일 밤, 이날 밤은 창효가 거나하게 되더니 재미나는 입담으로
새벽 민박집이 들썩이도록 좌중을 마구 웃겼습니다.
영환, 재인, 창효 등으로 모두들 돌아가면서 하룻밤씩 MC를 맡은 셈입니다.
▲연화도 선착장으로 욕지아일랜드호가 들어 옵니다.
이 배를 타면서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낚시여행도 끝이 났습니다. 창효와 재인이.
첫댓글 벌초만 아님 상명이하고 같이 들어갈려고 했는 데...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