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대게 저리가라 '주홍빛 꿀벅지' 홍게
대게의 발이 얼마나 고은지 햇빛을 마주하고 봐야 한다.
그늘에서 보면 색바랜 주황색이다.
그런데 빛을 받으면 싱싱한 주황빛으로 되살아남다.
매니큐어로 멋을 낸 여인의 손끝인들 저리 고을 순 없다.
'붉은 대게'라 불리는 홍게도 마찬가지.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주홍빛이 선연하고 아름답다.
'홍게는 대게에 비해 속살은 적지만 가격이 절반 수준이어서 '서민 대게'로 도 불린다.'
인터넷 검색창에 홍게를 치면 흔히 접하는 문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가격이 절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속살이 적어 그리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목에서 홍게는 할 말이 많다.
홍게도 대게처럼 북풍에 맛이 들고 살점도 포실해진다.
이맘때 홍게 다리를 보면 대게 못잖게 '꿀벅지'다.
실팍한 살은 달고 짭조름한 건 훨씬 깊은 수심층에 서식하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그 차이는 미세하다.
호불호불 따질 근거가 못 된다.
홍게 맛을 아는 현지인들은 되레 깊은 바다 향이 더 묻어난다며 비싼 대게 대신 푸짐한 홍게를 곧잘 택한다.
그런데 도회지에서 질 떨어지는 홍게가 판을 치게 된 사연은 뭘까
대게의 수산물이 그렇듯, 홍게도 일본이 최대 수출 지역이다.
국내 공장에서 가공된 뒤 곧장 일본에 수출된다.
그러니 부러 산 채 들여오는 노고를 감내 할 까닭이 없다.
그저 상하지 않게 얼은 꽉꽉 채운 뒤 차곡차곡 쌓아 들여오면 된다.
엄기표 울진군 홍보팀장에 딸면 퇴근길 아빠 유혹했던 홍게는 사실 경매에 오르지 못했거나,
공장 가공용으로 쓰기도 어려울 만큼 상품성이 떨어지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엔 홍게를 산 채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국내 수요가 즐기 때문이다.
대게에 이어 진행되는 경매를 통해 제값 받고 팔려 나간다.
대게처럼 7~8월 금어기도 있다.
아무때나 마구잡이로 잡는 천박한 녀석은 아니다.
그런데도 값이 대게에 절반쯤 된다.
현 시세가 유지됐으면 좋으련만,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몸값부터 올리는 게 다반사니 그게 걱정이다.
울진군은 올해 대게 축제 명칭을 '2013 울지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로 정했다.
동해안 대부분 항.포구에서 출하되는 홍게의 원산지 지위를 선점할는 이유도 있지만,
홍게를 대게와 대등한 반열에 올려 그간의 오해를 풀자는 뜻도 담았다.
축제는 오는 28일부터 3월3일까지 후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대게와 붉은대게 무료시식.
붉은 대게 관광객 특별 경매전 등 '붉은 대게'를 알리려는 다양한 노력을 담았다.
기름장에 키스 살짝 '쫀득쫀득' 문어 다리
늦겨을 울진의 또 다른 별미로 꼽히는 게 문어다.
문어를 만나려면 구산항으로 가야 한다.
새벽 6시 잠잠하던 구산항 위판장이 떠들썩 해진다.
문어 경매때문이다.
여기저기 고무대야들이 놓였고, 그 안에 크기가 제각각인 문어들이 가득찼다.
구산항은 그리 크지 않은 포구다.
하지만 문어를 취급하는울진 관내의 위판장 가운데는 가장 크고,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겨앰사들이 설렁설렁돌아다니며 문어의 '간'을 본다.
슬쩍 살펴보는 듯하지만 눈매는 매섭다.
발로 대야를 툭툭 쳐 보기도 한다.
대야 하나를 통쨰 차지한 녀석도 있다.
몸무게가 무려 27kg에 달하는 기골이 장대한 녀석이다.
경매는 20분 만에 끝났다.
흔히 '돌 문어'라고 부르는 녀석은 값이 눅다.
살이 다소 단단하고 맛이 덜해서다.
1kg에 1만6000원에 낙찰 됐으니, 2만5600원에 팔린 녀석에 견줘 절반 조금 는 가격을 받은 셈이다.
덩치 큰 녀석도 마찬가지. 43만원에 팔렸다.
마리당 1만6000우너선에 그쳤다.
'짭짭한' 녀석들은 5kg 미만의 작은 것들이다.
맛도 좋고, 운반하거나 요리하기도 수월핟.
1kg당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는 것들은 죄다 이정도 크기를 하고 있다.
문어는 사철에 나온다.특별한 금어기도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이만석 전 구산리 어촌계장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맛도 좋고값도 싸기 때문 "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깊은 수심에 있던 문어가 얕은 곳으로 나오는 시기다.
수압 때문에 높아졌던 체내 염분이 줄고, 살도 쫀득해진다.
깊은 수심의 문어를 잡아 삶으면 무게가 400g 가까이 주는것에 견줘 요즘 잡히는 녀석들은 거의 변화가 없단다.
설 명절을 전후해서는 문어의 몸값이 상종가를 친다.
너나없이 제사상에 문어를 올리는 영남 지방의 습속 때문이다.
그러다 명절이 지나면서 값이 떨어진다.
그게 이맘때다.
비교적 싼 값에 쫀득한 문어의 살범을 맛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제철이다.
서울 등 외지에서는 초고추장에 문어를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현지에서는 다르다
고추냉이 푼 간장을 으뜸으로 꼽는다.
두 번째가 소금 넣은 기름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어의 담백한 살 맛을 맛보기 맞춤하기 때문이다.
이에 견줘 초고추장은 향이 강해 문어의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게 이 지역 사람들의 평가다.
묵은 쥐여 보쌈하라 '고소한 살맛' 곱새기
이처럼 맛에 대한 관점은 늘 제각각이다.
사람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갈리는 경우가 흔하다.
'곱새기'도 그렇다.
공식명칭은 큰머리 돌고래다.
마승로는 고래고기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울진 사람들은 곱새기 고기를 보면 한 점 하자며 입맛을 다신다.
여느 고래들처럼 곱새기도 포획이 금지돼 있다.
다른 생선을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걸리는 이른바 혼획된 곱새기만 검사 지휘를 받은 뒤 판매한다.
흔하게나질 않으니 맛보기도 쉽지 않다.
늦은 밤, 갯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선술집을 찾아 가야 만날 수 있다.
맛은 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잇을 뿐 비리고 고소한 건 똑같다.
살코기의 경우 식감이 순대에 곁들여 파는 간을 ㅆㅂ는 듯 하다.
소금에 찍어먹거나 묵은 김장김치에 싸서 먹는다.
한데. 이 김치가 별미다.
전갱이 새끼를 일컫는 '아지'와 청어, 가자미, 오징어 등 갯가에서 흔히 나는 생선들을 함께 넣어익혔다.
비릿할 것같은 김치에그보다 열 배는 더 비린 곱새기를 얹어 먹는다니, 듣기만 해도 비린내가 나는 듯하겠다.
하지만 씹을수록 비린 맛은 사라지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남는다. 울진 손원천 여행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