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long as You love Me[1]
하늘은.....맑다..더없이......그날과 조금도.....다를게 없을 정도로......
..........젠장.......
파랗게 빛나는 하늘의 반짝임을
두 눈동자 가득히 받아내고 있던 태형은 이를 악물었다.
그날도....이렇게 파랬었지......그녀석이....가버린...날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나오려하는것을 억지로 목안으로 삼킨
태형은 떨리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러면...그녀석이 슬퍼할거야......
이렇게...약한 모습 보이면......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 태형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눈을 돌려 거리로 옮겼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변함없는 거리....
변함없는....하늘...변함없는.......
변함이란것이 그의 마음속에 왜그리도 간절한 소망으로
남았는지....그것의 이유를 떠올리는 그의 가슴은
다시 아파 오기시작했다.
아파....아파.......너무...견딜수가 없을정도로....
눈물이 다시 그의 앞을 가리려고 그 투명한 장막을
씌우려는 순간....
띠리리리~~!!!
그런 그의 장막을 걷어주려 왔기라도 한듯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그렇게 전화벨이 울리게 놔둔뒤..천천히 일어서서
혼자있기엔 너무나 커다란 집안을 둘러보았다
[후우........]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이 신경을 거슬렸는지
태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수화기를 잡아들었다
[..네..여보세요..]
[김태형-!내가 누군지 맞춰보면 상 줄게~^o^]
그는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애교섞인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구럼...내가 널모르면..누가 널 알겠엉....^^
연석씨~.......]
[어엉~진짜 잘 안다?자 날 알아보았으니 상으로...
점심 사줄게 나와-!얼굴 한번 보자!너 저번..그일
로 한번도 못본것 같아.....[everytime]알지?카페..
거기루 나와~알겠지???]
찰칵...뚜뚜뚜......
대답도 하기전에 먼저 끊겨 버린 수화기를 들고
멍하니 서있던 태형은 연석의 그작고도 큰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섰다....
확..........
눈이 부시게 비춰들어오는 햇살에 눈가를 손으로
가린 태형은 그런 태양이 미웠다...
변함없이..그가없는 세상에서도...변함없이 푸른
하늘도.....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아무도...그의 마음은...모른채.....
세상은 너무나 자연스레....돌아가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2]
[EVERYTIME]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카페안은 무척이나
은은한 느낌을 주었다.베이지색 벽지와 눈처럼 하얀
소파...그리고 자신들의 얘기에 몰두해있는 사람들....
파랗게 빛나는 하늘과 비슷하게...변함이 없었다..
딸랑.............
가볍게 카페문을 밀고 들어선 태형은 귓가에 울리는
고운 풍령소리와 잔잔한 팝에 아늑함을 느꼈다.
[어서오세요~]
당연히 들리는 웨이츄레스의 밝고 명랑한 인사를 들은
채 만채 한 태형은 푸르게 잘 가꾸어져 있는 관엽식물
과 사람들 사이로 두리번 거렸다
그순간 태형의 머리위로 낯익은 음성이 떨어져내렸다
[야아~태형아~!일루와~]
가장친한 친구....연석의 목소리와 음성을 확인한
태형은 그가 있는 2층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천천히 계단을 오른 태형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
히 묻고 있다가 태형을 발견 하자마자 튕기듯 일어서
그에게 달려와 안는 연석을 마주 안아 주었다
[이...바보같은 자식..!!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도 없고..전화도 안받고...!!]
보통때와는 달리 커진 음성...하지만 태형은 그런 연
석의 음성이 화로인한 것이 아니라 걱정이라는 것이라
는 것을 알아챘기에 조용히 말을 건넸다
[미안..연석아..네겐..정말 미안하다...]
[당연히 미안해야지..!..후우...어쨌든 앉아.앉아서
얘기 하자.나한테 할말 많지?나도 너한테 할말 많아..]
[응.....]
힘없이 대답을 하는 태형의 등을 툭툭 두드린 연석은
그를 테이블로 이끌었다.
[..우선 너 뭐좀 마셔..오느라 목말랐을텐데...]
연석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볍게 손짓했다
연석의 손짓에 다른 테이블을 정리하던 웨이츄레스가
달려와 상업적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음...전 카푸치노 주시고...넌?레몬티 마실래?]
[응..]
[레몬티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나서 연석과 태형은 아무말없이
서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짙어가던 침묵을 흐려놓은것은 연석이었다
[..많이 말랐다....밥은 제대로 챙겨 먹은거냐..?]
[...아니..먹으려고 해도...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해
도...가슴속이 허전함으로 가득 차니까...아무것도
안들어 가더라.......]
[그래도..너...!]
더 말을 이으려던 연석은 순식간에 놓여지는 두개의
찻잔을 보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이들의 분위기를 눈치를 못챈 웨이츄레스의 활발한 인
사가 그들에겐 거슬렸을 것이리라....
한숨을 내쉰 연석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러지마...너 그녀석 때문이라도 이렇게 너자신
버리면서 살아가면 안된다는거...누구보다 잘알잖아..
네가...얼마나 힘들었는지..누구보다 잘아는 나니까
네게 이런말 할수 있는거고......]
[......]
잘...안다고....?아냐 연석아...넌 아직....날 몰라..
딸각.....조용히 찻잔을 집어든 태형의 손에 의해
그의 입술이 따뜻하고 향기로운 레몬티에 적셔져 갔다
변함없어..정말..아무것도......
곧 찻잔을 내려놓은 태형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먼곳
을 바라보던 연석은 담배갑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금방 연석의 담배끝을 불꽃으로 적신 라이터는 테이블
에 내려졌고 연석은 한숨과 함께 뿌연연기를 훅 하고
내쉬었다
[그런데 태형아..너 진짜 이사갈거냐..?다시 생각해 보
지그래....네가 어떻게 모아서 산 집인데......]
[하지만....나..왜그렇게 그집이 넓게만 느껴지는지..
너무넓어서.....견디기가 힘들어......
나..실은 오늘 네가 전화 해주지 않았더라면.....
큰일 냈을거야.....]
[김태형..!!]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눈치챈 연석이 음성을 높였다
잠시 놀란 태형의 눈은 연석의 쌍꺼풀이 깊게진
눈을 바라보았다
[너..그런말 함부로 하는거 아냐..!!널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는한...그런말... 그사람들에대
한 대단한 실례야,알겠어?!]
[..미안해..]
[아까부터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고.....!]
그러다가 연석은 무언가 생각이 난듯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끄고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실은 태형아..내가 오늘 보자고 한건...너한테 상의
할게 있어서야....]
[..뭔데?]
낮게 깔리는 연석의 목소리톤에 편안함을 느끼며 태형
이 대답했다..
뭔가 망설이는 듯한 연석의 모습에 의아해진 태형은
그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내가..미국으로 들어간다는거..전에 말했었지..?
그래서..이번에 가족모두 미국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아,나한테 동생 있단 말했나..?새어머니 아들..
걔가.미국으로 전학 수속이 안된대..학기초고...
2학년이니까.....그레서 할수 없이 두고 가기로 했는
데....혼자사는거 반대하셔 집에서...]
[..그렇겠구나..]
동의를 해주는 태형의 모습에 힘을 얻은 연석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네가....좀 돌봐줄수 없을까 하고......
생활비 걱정은 하지마..집에서 다 보내주기로 했구
그애도 성격이 조용하고 어른스러워서..말썽 안부릴거
야.....]
태형은 연석이 그런 말을 할거라는 예상을 했었기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녀석이 없는 곳에..둘이 있던 그곳에 낯선이를
들인다는 두려움.....
그것이 태형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연석은 고민하는 태형을 보고 미안한듯이 말했다
[미안해..많이 곤란하지?이런말 꺼내서.....]
[..아냐..]
예상외로 대답이 긍정으로 나오는 태형을 보며 연석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가 돌봐 줄게..]
그래....어차피.....
연석은 태형의 손을 잡고 막흔들어댔다
[정말 고맙다 태형아....진짜....]
[...^^]
어렸을때부터 친한 친구의 부탁을 거절 할수도 없었다
서로에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둘이었고 연석은...
태형이 레몬티에 사족을 못쓰는것과...외로움을 유난히
타는 성격이란 것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내건 제안
이었다....
잘했어...태형아....이젠.....잊어....너 힘든거....
보고싶지 않다....
딸랑..............
풍령소리가 울리며 짙은갈색 머리와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년이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소년이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자
웨이터는 친절하게 물었다
[누구 찾으시는 분 계신가요?]
[아,저기.....]
소년은 눈을 2층에 두며 찾았다는 표시로 싱긋 웃어보였
다....
그무렵 둘은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동생 이름이..]
[아 그애 이름은.........]
소년의 발이 2층 계단으로 향했다...
타박..타박.......
연석이 말을꺼내려던 찰나..소년의 모습이 식물 사이
에서 드러났다
[아,호석아~형 여기있어~~]
호석..?그럼 동생 이름이....
조용히 울리며 다가오는 발걸음에 태형은 몸을 일으켰
다..
[어쩌다 이렇게 늦었어~형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미안해..형....갑자기 차가 밀려서....]
너무나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소년의 목소리가 태형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순간빨리 소년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
태형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아 호석아 이쪽은 태형이형,형하고 젤친한 친구구..
앞으로 너 돌봐줄 형이니까 잘보여야 돼~^^태형아,
동생이야.]
몸을 천천히 뒤로돌린 태형의 두눈에는 수줍은듯 붉어
진 소년의 얼굴과..작게 달싹이는 입술.....
여리디 여린 가냘픈 몸이 가득들어왔다
아름답다....눈이 부실정도로........
소년은 태형의 까만 눈에 자신의 투명하고 촉촉한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유호석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고개를 숙이는 소년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태형의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들로
채워졌다
어쩌면.....이아이라면....나를 되돌릴수 있을지도...
그녀석을 사랑하던때의 나로.....
되돌릴수 있는...단하나의 [열쇠]가 아닐까......
호석.....호석.......
언제부터인가 감춰져 왔던 옛 감정들이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태형의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다
..말하지못한 내사랑을......놓쳐버린...사랑을....
이아이가.....대신해줄수....있을것....같아...
둘의 첫만남....하지만 결코 순풍하지는 않은 그들의
운명이....시작되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3]
[호석아 준비 다됐니?]
[응..잠깐만..형...머리가...ㅠ.ㅠ]
유난히 눈부시던 4월의 세번째아침....호석은 개학을
했고 태형도 휴강했던 대학에 다시 복학신청을 하기위
해서 서둘렀다.
호석과 같이 살게된지 3달이나 되어서 서로 많이 친해진
둘은 이제 서로 반말까지 쓸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욕실에서 거울에 붙어 살짝 뻗쳐진 머리때문에 울상짓는
호석을 보며 태형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촤악.....!!
태형의 손이 뻗쳐져 창을 감싸안고 있던 커텐을 열어제
쳤다..커텐은 시원하게 밀리는 소리와함께 혼자만 독차
지 하던 햇살을 한껏 들여보내 주었다...
푸르다....하늘도....햇살도.......
이제까지 하늘을 기분좋게 바라본적이 없던 태형이기에
약간은 그런 자신이 낯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하늘을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볼
이유가 그를 괴롭히지 않았기에 태형의 가슴은 따스함으
로 가득 메워졌다..
그렇게 햇살을 받고있던 태형은 시계를 보고서 퍼뜩 제
정신이 들어 욕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호석아..아직이야..? 지각하면 안 좋잖아.]
호석은 두눈에 난처함과 미안함을 담고는 태형을 올려다
보았다
[미안..형..근데..머리가 오늘 왜이렇게 됐는지....
미안해 형......ㅠ.ㅠ]
태형 못지않게 깔끔한 성격의 호석이었기에 옷이나 머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쓰는것은 당연했다.
그런 호석을 바라보던 태형은 가만히 눈웃음지으며 호석
의 등뒤로 다가갔다.
[자..빗줘봐..형이 해줄게..]
[아..형..형도 학교....]
[난 아직 시간 넉넉하니까 괜찮아,그리고 늦을것같으니
까..형이 차로 데려다 줄게.]
[미안해 형....]
미안해하는 호석의말에 태형은 그에게 눈웃음 지어
보였다.
미안하긴.....나..네가 곁에 있어서..정말 다행이다...
..호석아....
사락....사락...태형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호석의 고운
머리결에도 그렇게 가슴이 뛸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머리칼과 알수없는 은은한 향에 태형은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멈출수 없었다.
[..자아..다됐어..깔끔하다,이제~]
[와아......형 고마워..^^]
[그럼 가자,정말 늦겠다.]
[응~]
탁~!부웅........
태형의 까만 스포츠카는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열어놓은 창밖을 바라보던 호석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형..형은 담배 안해..?첨 봤을때도..담배 싫어 하는것
같았는데.....]
[응...형이..전에 사랑하던 사람이..담배를 싫어했거든.
그래서 안피워.....]
[..응..그 사람 많이 사랑해..?]
호석의 아무것도모르는 순진한 물음에 태형은 그냥 고개
아래위로 끄덕여댔다.
[그럼...많이..사랑했지......아주 많이...]
호석은 태형의 눈가를 물들이는 투명한 무언가를 보았
지만...아무말 하지 않았다...
형...그사람..혹시.....
...지금...형옆에.....없는거야..?
..왜..?...어째서....
그렇게 속으로만 묻는 호석에게 대답해줄리가 없는 태형
이었고 태형도 더이상 떠올리기 싫은듯 앞만 바라보려
애썼다....
[청운 고등학교]
끼익~~!!!
차가 멈추기 무섭게 문을 열고 뛰어내린 호석은 태형이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왜그래,형~?]
태형은 아까까지의 슬픈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웃으며
호석의 머리를 살짝 흩트려 놓았다
[잘갔다와,호석아~차 조심하고...친구들하고 싸우지말
고....선생님 말씀 잘듣고...]
[알았어,형~]
형..왜그래....왜 자꾸..밝은 모습만 보이려고 해..?
그러지마......
태형은 호석의 눈을 뚫어져라 한번 쳐다본뒤 빙긋이
웃고는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호석은 태형의 차가 갈때까지 멍하니 그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형.......슬퍼하지마...형이 그러면....
호석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왠지 무겁기만한 발걸음.....순간 호석의 머리위로..
청운고의 교화인 벚꽃이 봄의 연회를 즐기듯.....
바람과함께 그의 머리로..떨어지고 있었다...
솨아아......솨아아.....
옅은 분홍색을 간직한 벚꽃...태형과 자신이 사는 집앞
의 그 벚꽃에는 못미치지만...그래도..아름다운....
한없이 부드러운.........
한봄의 신데렐라 같이 잠깐 그모습을 보였다가 봄이라
는 연회가 끝나면...다음 봄이라는 유리구두를 떨어
뜨리고 가는......아름다운 그 모습을..........
호석은 고개를 올려 바라보았다...
[집에도....벚꽃이 만발할텐데.....못보고 왔구나..]
형....슬퍼하지마....제발.....형이 그러면....
부웅.....
호석이 탔던 자리에 조금 남은 온기를 힐끗 바라본 태형
은 은은히 풍겨오는 호석만의 향기에 곧 중독되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왜 갑자기 그런걸 물은거지..?
아니..호석이 원망스러워서가 아니라 아직도 지난..
그녀석에 대한 추억을 파편으로 남겨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수 없어서였다..
그냥..담담하게 사랑하던 사람이 피우지 말라는게
버릇이 되어서 그렇다고...그렇게....
담담하게 말해도 될..나였는데....
어째서..눈가를 적셔가며..그 아이에게 안좋은 모습만
보여준걸까....아무말도 안했지만......
아마...그아인...내 눈가를...눈치챘을 거야...
그리고.......그..걱정하던 눈빛......
끼익~~!!!
대학교의 캠퍼스 아래 벚꽃나무 아래 차를 세운 태형은
눈처럼 쏟아지는 벚꽃잎들을 보며 목아래부터 무언가
뜨거운것이 올라오려했다...
왜 이러는거지...대체....그 아이가 내마음을 가득 메
웠다고..생각했는데......
아직은......아니구나..나쁜녀석...얼마나 내가슴을
가득 메워놨길래....그아이가 다 채우지도 못하는 거야
그러면....그렇게....채워만 놓고 갈거라면......
내게 오지...말았어야 했잖아......
....그날도....이렇게 벚꽃이 만발했었지.....
그렇게 눈물을 머금던 태형은 손등으로 문질러 닦고는
호석이가 풍기듯 은은한 벚꽃향에..잠시 취한듯....
눈을 감았다....
[..그아이의 눈빛은.....나와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거야..................분명히..]
호석아....제발...날....도와줘........
딩동댕동.....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지만 호석은 멍하니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울지마.........
제발......형이 울면.....나...나...왠지...
호석아....너만은......
욱씬....!!호석의 가슴 한구석이 아련히 울려왔다
그리고는 곧..호석의 눈은 순식간에 부풀어올라
맑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똑.....똑.....
호석의 아련함은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그의 발을 덮
고있는 벚꽃잎에 물들어 갔다...
나.......가슴이...아파.......그러니까..형....
..호석아..제발......
........울지마.......
..내곁에서...머물러줘............
사라라락.............
고운 분홍빛을 빛내며 미소짓던 벚꽃잎은...그들의 마음
을 서로 전해주고 싶어하듯...소리없이 울고있었다...
아름다운 초봄의 신데렐라...벚꽃의 눈물어린 속삭임을
그들은 알아채지 못한채......
서로를....사랑하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4]
자유의 나라...미국.....
여기에 온지..벌써 3달이지났다....
하지만...나아져야 할..내안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듯 하다....
난....대체 뭣 땜에....여길 온거지....
'...아파.....아파...연석아.......'
연석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다시 눈을 뜨면 보이고...떠올리게 되는...
단 한사람......
연석은 읽던 책을 덮고 가을햇살이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훗...다를게 없군....한국의 하늘과.....
난...그게 맘에 안들어....왜..어딜가나..하늘은 똑같이
푸른색인 건지.............
그 순간 연석은 자신을 부르는 경쾌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Hey~!!Yeon-Suk!!]
[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친구...케빈이었다
밝은 갈색 머리에 서양인다운 푸른눈을 가진 그는
연석과 가장친한 친구였다
서양인들이 흔히 있는 인종차별이나 유색인 기피증같은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였기에 연석은 비교적 쉽게
그와 친해질수 있었다
헉헉대며 달려와 자신의 옆자리에 털썩주저앉는 그를
보며 연석은 그에게 빙긋 미소지어주었다
[음....지리 수업 다끝난거야?]
[어,그럼-!근데 연석이너 여기서 뭐하냐?청승 맞게...
이것도 한국인의 취미나 풍습..뭐그런거야?]
[풋......아냐~]
자신이 모르는 행동을 할때면 늘 한국인의 고유의
풍습이라고 단정짓는 케빈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연석
은 그만의 특유의 낮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하늘을 보고있었어.....]
'연석아......실은....난.....널...'
다시 떠오르는 그 누군가의 음성에 연석은 두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제발 날...놔줘....부탁이야......
연석의 모습에 의아해진 케빈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있나보다,너...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시간이...?아냐 케빈...시간이... 해결 못하는게....
바로....[미련]이야.......넌..모를거야...흘러간 시간
속에.....나 자신을 얼마나탓하고....자학하면서...
또 어떤 변덕스런 마음으로...그리워하고.....
왜..그때 그에게....한마디..따스한 말조차....
건네지 못한건지.....왜 난....솔직하지 못한건지...
풀죽어 있는 연석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케빈은 그의
팔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그런 케빈의 행동에 의문이 갔는지 연석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같이 갈데있어..?]
[응,실은...우리 부모님이 널 너무 보고싶어하셔,
네얘기를 드렸더니....한번 데려오라고 하시면서...
우리 부모님 두분 모두 한국에 관심 많으시거든...
그래서 너랑 얘기하고싶으다고 하시면서...
오늘 정식으로 초대하시겠대..시간 괜찮아,너?]
연석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긴 한데...내가 가서 폐가 되진 않을지.....]
케빈은 두 푸른눈으로 눈웃음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정식으로 초대하신 건데 뭐...그럼 가자-
가면서 시간 좀 걸리니까....]
웃으며 연석을 이끄는 케빈을 보며 연석은 그에게 고
마움을 느꼈다.침체되어가던 자신의 마음을....
순간이나마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밤....8시....
오늘 연석이 케빈의 초대로 방문한 카터씨의(케빈의
집)집은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다
새로운 손님이 찾아 온것에 대한것과...연석의 예의
바른 태도와 재치있는 말이 카터씨네 가족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시간이 늦어 연석이 일어서자 카터씨 내외와
케빈이 나와 그를 배웅했다
[연석아..정말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냐?]
[괜찮아-너 내일 레포트 쓸거 꽤 있잖아....]
[그래도.....]
[괜찮다니까..내일보자 케빈-]
빙긋이 웃으며 케빈의 어깨를 두드린 연석에게 카터씨
내외는 악수를 청했다
[연석군,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다음에 다시 와준다
면 좋겠군요.]
[꼭 놀러와요-]
[두 분이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는 카터씨네를 보며 연석은 아
직은 미국이 많이 퇴폐해지지 않았구나...하고 생각
했다
인사를 하고는 카터씨에 정원을 빠져나와 하얀 타일이
깔린 블록위를 걷기 시작한 연석의 머리위로 부드러운
달빛이 소리없이 내리고있었다
쌀쌀한 기운이 제법 느껴지는 가을 바람에 연석은
살며시 몸을 떨었다
아무도 없고 오직 연석과 그의 뒤를 따라가는 그림자.
그리고 달만이 그와 동행하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그와의 동행을 하지못하는 달빛은
그날따라 유난히 그를 감싸도는것 같았다
연석은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내게서..널떠나보내지 못한건지...모르겠어....
밤하늘을 유난히 좋아하던 그 누군가의 생각이 그날
따라 애절하게 그의 머릿속을 울리는 밤이었다
연석은 자신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빛을 쏟아부어 주고
있는 달을 보며 픽 웃었다
[아마..너와 나의거리가...저 달보다 멀겠지..?
넌..마지막 그한마디를..하지못했고....나도....
그랬으니까.......]
목이 자꾸만 메어오는 자신을 어쩔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억제 하지도 않았다
왠지 오늘 만큼은..그녀석을 생각해도......
미안함이 몰려오지 않을것 같다는..생각에....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는 연석의 눈앞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저멀리...아주 멀리 걸어가고있었지만...연석은...
왠지....그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에...
걸음을 서둘렀다
한걸음...두걸음......
그누군가와의 거리가 얼마남지 않았을 그때...
그누군가는 지나가는 술주정뱅이의 거친 제스처로
거리로 떠밀려 나가 넘어졌다
그렇게 거리로 떠밀려진 누군가의 몸은 갑자기 환한
빛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빛.......!
빠앙---!!!!!!!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스포츠카의 조명등이 누군가의
몸을 감싸안고 있는 것이었다.
두근..!두근....!!
연석의 몸은 잠시 정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두눈에는....누군가의 뒷모습과......
그녀석의 뒷모습이...순간 일치해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고있었다
안...돼..또 그날같이는....절대로....!!
......[형..연석이형, 잘있겠지?]
호석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그 까만 눈망울을 태형
에게 굴렸다
태형은 곱게 눈웃음 지으며 호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이지...연석이가 누군데...잘지내고 있을거야]
....연석은 달려오는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아무것도...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옛날의 그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그 단하나의 의지로....
그는 달려 나가고 있었다...
........[미국은..인종차별같은 것도 심하다던데...
연석이 형은 그렇지 않겠지?예의도 바르고..사교성도
좋으니까....]
[우리 호석이-기특하네....형 걱정도 다하고..^^]
호석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에
방긋 웃어 보였다..............
...콰앙----------------!!!!!!.......
엄청난 마찰음과 함께 연석의 몸은 허공에 떠올랐다
아무런..생각도 나지 않았다..그저....행복할뿐...
이젠......됐어......
...........[형한테 전화 해볼까?받으려나?앗..미안해
형....나때문에 맨날 국제 요금많이 나오구....]
태형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형을 뭘로 보는거야?그정도
쯤은 이해해줄수 있는 이해심 정도는 형도 갖구 있어~]
[헤....고마워,형..^^]
[...^^]
그것이 전화를 걸어도 된다는 승낙인것을 아는 호석은
수화기를 들었다..........
쿠웅........!!!
땅으로 거칠게 떨어진 연석의 두눈에서는.....눈물이
흘러내려 별빛을 아른하게 했다...
연석은 가빠오는 숨을 주체할수 없었지만......
떨리는 두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나......거기로 가게....내 손 잡아 줘야해....
.........너...안그러면..........
........[어?전화 안받네..?]
[응..?왜 그러지?]
[아,받았다..여보세요~아버지 저에요 호석이...^^
잘지내셨죠?네..저두요..태형이 형이 잘해줘요....
네에 학교생활도 재밌어요.....아..근데..
연석이 형은.......]
.............................
...연석의 손은..희미해져가는 그의 의식과 같이..
아래로....아래로..떨구어 지고 있었다....
투욱.......!
그리고......옆으로 떨어진 그의 얼굴에서......
그의 눈에서는.....한줄기 별빛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너 영원히....사랑해버릴테니......
...........As long as you love Me[5]
하아....하아............
어둠.....적막......그 사이의.......
....한줄기........빛.....!
....어둠..? 난.....죽은 건가......
연석의 두눈동자를 가득 메운 어둠은 가시지 않았다
찰랑......찰랑.......
발을 내딛을 때마다 귓가를 때리는..물소리.....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물방울들......
연석은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건...이건.....그때의....!!!!
'이거 놔!!!'
팍..!!
빠앙~!!!!!!!!
'연석아..!!!위험....!!'
콰앙.........
그래..그랬다.....그때....내가..그녀석을 밀치지만..
않았어도....
좀더...솔직했어도.........................
'하아..하아....아파.....연석....아....'
'누가...누가 너보고 날 구해주라고 그랬어?!!!
난 아무죄 없어!!!네가..네가....!!'
'연석아..난......나안.....널...........'
연석의 숨소리는 가빠오기 시작했다....자꾸만 차오는
호흡에 견딜수 없이 괴로워지고..온몸에 뼈가 으스러지
는 고통이 계속 됐다....
그만.....그만해........그만------!!!!!
쏴아아아아~!!!!
연석의 머리위로...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지만....
그는.....알지..못했다.....
벌떡!!!!
[하아......하아.........]
연석은 꿈에서 깨어 났다.아직도 그어둠이 가시
지 않은듯..그기억이 되살아 나는듯...
연석의 가슴은 아려오기 시작했다
땀에 절어있는 시트가 그가 악몽에 시달렸다는
결정적인 증인으로 그의 몸을 받치고있었다
그리고..연석은 문득...깨달았다..
자신의 눈에..감겨져있는 붕대를....
아아..그래서 앞이 안보였구나.....
그렇게 납득한 연석은 한참을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었다.모든걸 짐작하건대...지금 알수있는건..
여기가 병원이란 사실과...그는........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넌......끝까지...내 말을 못들어 주는구나..]
그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타박..타박......
걸어오는 소리로 보아 의사는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낯익은 가족의 발소리도 아니다....
그럼..대체......
[..누구...신지.....]
우선 이곳은 미국이라는 타국이기에 연석은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말에 대답도 않은 누군가는 연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타박..타박......
연석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말소리란걸 알아채고는
잠시 경계심을 가졌다..
화악........
연석은 코끝으로 밀려오는 아찔한 오렌지향에 잠시
경계심을 풀었다...
그누군가는 연석의 뒤에 있는 창가로 손을 뻗어
창을 열어 주었다
드륵........
상쾌한 가을 바람이 밀려들어와 오렌지향과 섞여
기분을 좋게 하자 연석은 그나마 갖고있던
나머지 경계심마저 없애버렸다
연석은 조심스레 물었다....
[저..아까 제가 물은거..못알아 들으신 모양인데..]
[..아프시진 않으세요?]
귀를 울리는 조용한 목소리...호석이의 조용함과는
또 틀린....조용함이다.....
연석은 잠시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네 괜찮습니다..]
그 누군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연석의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와 앉았다
[..전 한국사람인데...한국분이신가요?]
[아,네.]
연석의 긍정의 대답에 누군가는 대단히 미안한...
죄진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그쪽이 구해주신 사람이에요..그땐.......
정말 죄송했습니다....뭐라고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무슨말을 드려도 용서가 안되실테죠..]
마치 자신이 잘못한듯이 사과하는 그 말투에 연석은
은근히 화가 났다
자신이 뛰어든건데....누군지 판단도 안하고...그저..
그녀석과 모습이 일치해 보여서..그런건데.....
왜 이사람은..........
연석이 입술을 잘근 깨물며 그런 생각을 하자....
누군가는 더욱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죄송합니다.....제가..그때 좀..주의했으면
....이런일 없었을텐데......정말.....]
[됐어요...그런말 하지 마세요.내가....뛰어든 거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계속해서 미안하다 사과하는 모습이...왜그리 그녀석을
많이 닮았는지.....연석은 모습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
에게 자꾸만..고개가 숙여지는 것이었다....
그리고...이사람의 얼굴이 한없이 궁금해지는 것은..
그때문만은 아니리라.....
연석의 왠지 싸늘한 말투에 겁을 먹었는지...그사람
은 아무말 하지 않고 있었다....
연석의 평소 차가운 말투에 겁을 먹었다는 것을
눈치챈 연석은 누군가가 풍기는 오렌지 향을 향해
입가에 미소를 띄워 주었다.
그리고...연석은 그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었
고 자신도 말을 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 때.....
벌컥..!!!
[연석아!!]
[아.....]
낯익은 목소리.....연석의 부모님의 목소리였다
연석의 부모님의 발소리가 앞으로 옴으로써....
그와 교차되게..누군가의 오렌지향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멀어진다.........
그렇게 생각한 연석은 태어나서 부모님이 그렇게 원
망스러운 적이 단한번도 없었다....
코끝을 알싸하게 메꾸던 오렌지 향이 완전히 사라지
자 연석의 입가는 다시 무표정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의 걱정어린 말과 울음을 한껏들은 연석은
의사가 들어온다는 것을 부모님의 말이 끊어졌다
는 것을 통해서알게 되었다
[선생님....!우리 연석인......]
의사답게 침착한 그는 천천히 연석의 앞으로 가더
니 연석의 눈을 가리고 있던 붕대로부터 눈을 세상
에 탈출시켜 주었다
연석의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다..이제...오렌지향의
.....그가 누군지를.....볼수 있다는 생각에...
오직.....그생각에......
사락.... 다풀렸어...........
그런데..........................
이상하다.....왜...앞이.....전혀........
[어머니..지금...밤인가요...?]
이한마디는 연석의 부모를 절망속으로 몰아넣었다
[오..하느님..!!!흐흑..흑....]
[여보...진정해요.....]
어머니..목소리는 들리는데..왜..아무도 안보이는
건지.......나.....나 혹시......
의사는 구두소리를 내며 연석에게 다가가 그의 눈
을 아래위로 뒤집어 보더니 그에게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시키고..그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드님은..사고 때 머리손상을 입었지만 그건
문제 될것이 없었기에 저희도 안심했습니다..그런데
환자가 자꾸만 시안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에 이상
하게 생각하여 우선적으로 빛을 차단시키기위해
붕대를 감았습니다.큰사고일 경우 잠시 시안이
기력을 잃을때가 있거든요..충격으로 말이죠.]
[그..그런데.......]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드님의 경우 그 쇼크가 상당히 커서 시신경
까지 손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만.....다행히 실명할
위기는 넘겼습니다....]
연석의 부모님은 한차례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그럼.....영원히 앞을 보지 못한단 소린..
아니군.......
연석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충격을 손상되었다고 해도 지금의 상태로는
수술을 해야지만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것 같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수술..힘든겁니까?]
[예..조금 그렇 습니다.환자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래서 저는 환자의 부모님께
병원 출입을 삼가해 달라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습
니다....]
연석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왜....저흰 부모인데요..!]
당연한 일이었다 여자의..모성본능은..지구에 사는
모든 생태계동물들에겐..주어지는 자연스러운 것이
기에.....
의사는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환자는 지금 편안한 환경에서 수술을 대비할 책임
이 있습니다..그러므로 부모님께서 옆에서 환자를
자꾸만 동정의 눈길로 보시고 환자의 마음을 혼란스럽
게 한다면 그건 환자에게 치명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제 말..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의사의 단호한 말에 부모는 겨우 납득을 했는지....
아니...연석을 위해서 의사의 말에 따르기로했다
[예..알겠습니다..저희 연석이..잘부탁드립니다.]
[..예,걱정마십시오]
의사와 연석의 부모님은 다른 할얘기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조용해지자 연석은
서둘러 오렌지향을 찾았다
어디...어디있지...간건가.....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수 없는 연석의 귀로 부스럭
거리며 가방을 드는 소리가 들렸다
[저..그럼 이만.....가볼게요.몸조리 잘하세요..]
정말..고맙습니다.죄송하구요........]
이때까지 죽은듯이 그렇게 있었던건가?
누군가의 인사가 들리며 누군가의 몸이 돌아서는..
발걸음이 들렸다...
타박.....
안돼.......
타박..........
가면..안돼....이대로 헤어질순....없어...
달칵......!
드디어 그누군가와 헤어진다는 소리의 증거가 들리자
연석은 누군가의 등뒤로 소리쳤다
[잠깐만요..!!! 가지말아요.....]
절대.....보내지 않겠어......
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As long as you love Me[6]
새벽의 푸르름이 세상을 감싸안는 이른 시간....
띠리리릭~!!!!
그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하지만 그 전화기를 받아야할 두사람은 잠의 여신의
품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띠리리릭~!!!띠리리릭~!!!
연속해서 계속 귀를 거슬리는 그 소리에 잠귀가 밝은
호석은 울리는 전화벨을 향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가 원망스러웠던지 잠시 그앞에서
전화를 흘겨본 호석은 손을뻗어 수화기를 올렸다
[...여보세요.....]
잠에 덜깬 목소리로 수화기를 통해 상대방에게
첫마디를 흘려넣은 호석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는 입가를 올렸다
[아...엄마...저에요 호석이.....^__^.....
네에.....아뇨..괜찮아요...다 잤어요.......-o-
네......]
호석은 울먹이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그녀의 울먹임의
이유를 듣게 되자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마..말도 안돼요......형은요? 형 많이 아파요?!!
엄마...!!]
그럴리가....그날도...웃으면서 공항까지 바래다 줬고
....저번주 전화에서도.....잘지내고 있다면서....
웃던 형이......무..무슨....
수화기를 잡은 호석의 손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새어머니의 아들인 자신을...친동생보다 더 사랑해준
...너무나 아껴주던...형인데......
형.......!!
이미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서 호석은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호석의 등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그를 감쌌다..
[..호석아..?누구 전화야..?어머니..?]
태형이형.....
태형도 방금 깬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호석에게
말은 건것이라 이제까지의 상황을 모르는듯 했다
[..형.....형...태형이형.....]
[....왜그래,호석아?응?]
온몸을 덜덜떠는 호석의 낯선 모습에 태형은 뭔가를
느꼈는지 호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뚜..뚜..뚜.....
끊어진지 오래 되어 보이는 수화기....
그것을 쥔....호석의 가늘고 하얀 손......
그손은......뭐라 설명할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었다....
태형은 호석에게서 풍겨나오는 그만의 향기에
취해가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머리칼에 가려진
호석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무슨일이야..응?형한테 말해봐....형이 도와줄수
있는일이라면.....뭐든지 할테니까.....]
호석이 너의 일이라면...난...뭐든지........
간섭하고 싶은거..모르지..?
그래.....지금은..몰라도....괜찮아.......
호석의 입술은 겨우 열리며 말을 뱉어냈다
[형....형..나....미국갈래.....]
태형은 잠시 아찔해졌다.무슨이유로......
자신의 옆을 떠나려고 하는지......
그는 그이유를 들어....자신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아니면......
...그를 보내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하지만....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무슨..일인데..?]
호석의 머리칼은 태형에 의해 쓸어올려지고
호석의 하얀얼굴이 눈물에 뒤덮인 모습을
태형은 보게 되었다.....
아파....울지마..제발.......
[..형..연석이형이.......차에 치여서......
지금....앞을 못..본대........]
솨아아아..........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벽의 바람이..그 푸르른 휘파람
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메웠다...
창문을 통과하는 여행을 마친 바람과....벚꽃잎은...
향기로운 분홍빛을 빛내며..둘의 주위를 맴돌았다..
아름답다........정말.....하얀..햇살이......
널 감싸안고 있는것 같아......
네눈에 흐르는 눈물까지.....하얀..빛이 흐르듯..
눈물흘리는 호석의 모습을 처음본 태형의 느낌은..
오직......아름다운 하얀 햇살.......
이라는 것이었다....
슬퍼하는 호석을 달래주어야만 하는데....달래주고
싶지가 않았다...
눈물흘리면 추해지는 사람들과 다르게....그는....
아름다웠기에......
눈물을 잘 보이지 않던 호석의 그 소중한 눈물이었기
에......더욱 그랬다..
하지만 태형은 그의 눈물은 좋아했지만......
그의 슬픔은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그 커다란 밤하늘빛 눈동자에 맺혀 떨어지는 눈물을
자신의 어깨에 젖게했다...
[울지마....연석이....분명히....괜찮을거야....
형 믿어..우리 호석이.....연석이 형 너무 좋아하는거
...형이 왜 모르겠어....형이..미국보내줄게.....
연석이형 보고 와........]
차분하게 귓가를 간지럽히는 태형의 목소리에 호석은
말할수없는 편안함과...고마움을 느꼈다....
[형..고마워..미안해.......]
[...아냐..미안하긴....별게다 미안하다,넌..]
마침내 눈물을 그치고 웃어보이는 호석을 보고는
태형은 문득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내가 아파도......저렇게......
눈물 흘려줄까........
호석은 태형의 품이 왜그리 따뜻하고 편하게 느껴졌
는지...아직은...그 이유를..몰랐다..
아직은.........
태형은 잔뜩 부은 눈으로 방긋 웃어보이는 호석의 머리
를 장난스럽게 흐트려 놓고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갔다가 빨리 와야 돼.......알았지?]
[..응..학교 가야 되니까 형 걱정해 주는 거지?
고마워형~^^]
태형은 가슴속에서 부터 올라오는 그말을......
그 한마디를 차마 꺼낼 수없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학교 많이 빠지면 선생님들도 안좋게 보시
잖아......그러니까 빨리와..반드시...]
[..응~]
활기차게 대답한 호석은 대충 가방을 챙기러 방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형을 만난다는 즐거움에 휩싸이던 호석은
태형이 학교를 빠지는것에 대한 걱정으로 빨리 오라는
것임을 들었을때......왠지 모르게.....
안타까움과...실망을 느꼈다.....
학교문제로....빨리 오라는 것이라니......
나..이상해졌어.....이상해.........
형이.....내가 보고싶을 테니........
빨리 오라고 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니.........
호석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돼.........
호석은 아픈 가슴을 혼자서 달래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그는...그것이....사랑이라는........
불치의 병인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태형은 그렇게 즐겁게 방안으로 들어간 호석의 뒷
모습을.....차마 꺼낼수 없었던......
그 한마디를....속으로..삼켜야했다...
[..흐흡......]
그 한마디는 ...곧 울음이 되어 눈동자를 통해
쓸어내렸고.....그의 긴 속눈썹은...그 한마디에
천천히 젖어만 가고 있었다...
난..도저히....꺼낼수 없어.....
어떻게....어떻게..말할수 있겠어........
네가 없으면....나....보고싶어 견딜수가 없을테니..
빨리...오라는 말을.......
....저앤....날....나와같은 눈으로...보지않는걸....
....잘했어...태형아...잘 참았...어....흐흑....
참으려고 이를 악물어 봐도 흘러내리는 슬픔은
입가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태형은 순간 방과 거실의 거리가 먼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제까지 참았던.....그의 마음속의 그늘에 숨겨둔
.....그의 마음을 눈물로 쏟아냈다......
눈물 한방울이 떨어질때마다......
톡.....사랑해......
톡......사랑한다..........
톡......
.......사랑해...호석아............
솨아아아....................
아침이......푸르른 새벽의 메아리가 잠을 이루고.
..... 밝은 햇살이 가득히....
집안을 메웠다....
바람은 새벽을 따라가며......벚꽃과 함께.....
조용히 마지막 휘파람을 불었다......
푸른.......휘파람......
하얀......눈물.....햇살.......
...........As long as you love Me[7]
나는....요즘....아침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닌...시끄러운 차소리가 아닌..
항상 코끝을 살며시.....
간지럽히는..오렌지향에 눈을 뜬다..
상큼한.....그렇지만...늘 다가왔다...다시 멀어지는
....여운을 주는 그향기.......
하지만...나는 그런 향기가 마음에 든다.......
내게로 완전히 왔다가...내게서...말도 없이.....
떠나는......그녀석보다.......
내곁에 있는 오렌지향은.....그 아련한 향기는....
내게서.....그렇게 멀리 날아가버리진.......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그 향기가...함께 하길......
연석은 눈을 떴다..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눈을..
떠서 뭐하겠느냐고..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한
연석은 눈을 감고 있는 편이 시안에 무리를 주지 않
는다는 의사의 말에 따르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들고나서 눈을 뜬다는 것은....사람의
본능이었기에...연석은 그런 자신이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석의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보다 더빨리.....
그의 후각은 오렌지향을 알아차렸다..
....있어..............
기분좋은 미소를 띄운 연석은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하
하게 만들어주는 그 싱그러운 향에........
다시 한번 빠져 들고 있었다....
[..기분 좋으신가 보네요....]
[아....네..오늘 날씨가 어떤가요..?]
오렌지향은 잠시 말을 멈춘듯 했다.....
연석은 침묵을 지키고는 오렌지향의 말을 기다렸다
[음....아주 좋아요..햇볕도 따뜻하고.....바람도
선선하고......산책하기 좋은 날씨네요..]
[그래요......]
연석은 문득 기뻤다..밖으로..나가자고..해볼까..?
한참을 망설이던 연석은 말을 꺼냈다
[[저어...!]]
!! 연석과 오렌지향은 동시에 말을꺼내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자 서로 말을 양보했다
[먼저 말씀하세요...]
[아닙니다..먼저......]
그렇게 서로 양보의 양보를 하다가 결국 연석이 먼저
말하기로 했다...
연석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조용히 말을
건넸다
[저어..괜찮으시면...산책나가시지 않겠어요?말씀
들어보니....날씨가 좋다고 해서....밖에 나가고
싶어졌거든요.......]
연석은 마음속 깊이 빌었다..제발......
오렌지향의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리며 연석의 기분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실은..저도 그말씀 드리려고..그런거였는데....
마음이 맞았네요.... 환자라도 항상 병원 약품냄새만
맡고 산다는건...못할 일이죠....]
연석은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신발을 신기
는 오렌지향을 맡았다.
화악......
오렌지향이 곁에서 아른거리자 연석은 말할수 없이
행복함을 느꼈다....
오렌지향은 연석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뒤....
그의 등불이 되어...그를 인도해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연석은..따뜻한.....왠지 쓸쓸함이 느껴지는 그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고...
바람에 사각거리는 나뭇잎소리가 들릴수록......
연석은 마음이 점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앞이 안보인다는 것도 잊은채...연석은 그저
오렌지향과 함께 병원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그하나
만으로도....그것 만으로도...그저 좋았다
[자아...앉으세요..발밑에 돌있으니 조심하시구요..
아니 치워드릴게요...]
오렌지 향이 아래로 내려가며 돌을 주워 던지는 소리
가 들리고 곧 오렌지 향은 연석의 곁에 앉았다
연석은 가만히 말을 꺼냈다...
[저기.....정말 죄송합니다..제가..혹시 너무 억지
를 부려서..절 돌보아 달라고 부탁한건 아닌지....]
오렌지 향의 미소섞인 음성이 들렸다
[아뇨..괜찮아요..저도 그날..뭔가 도울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중에..연석씨가 그런말을 먼저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정말 고마워요.]
연석은 그 날 자신이 성급하게 오렌지향을 붙잡은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었다..자신의 무리한 부탁으
로 싫은데도 곁에 있어주는게 아닌가..하고.....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돌보아주는것을 감사하게
여기는 그의 마음을 알게된 연석은 고마웠고....
또.....그와 헤어질수 없다는 자신의 소망이..
한걸음..이루어지는 듯했다......
사아아아.....바람결에 사각거리는 풀잎소리.....
푸른빛을 가득실은 그 가을의 바람이.........
둘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과......연석의 후각을 가장
기분좋게 만드는...오렌지향.......
아이들이 뛰노는 순수한 소리.........
이 모든것이..연석의 마음을..편안하게 했다...
..이대로....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단지....지금 그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오렌지향의 모습을......볼수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모습인지.....어떤 눈동자를 가지고 있을지..
그 모든것이 다 궁금한 연석이었지만...현재로써는
그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이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오렌지 향이 늘 곁에 머물러 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그는 생각할정도였다...
연석은 아직까지...오렌지 향의 이름도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기에...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던졌다
[음..실례가 되지 않는다면....그쪽분...성함을...
좀 알고 싶은데요...절 돌보아 주시는분을....항상
뭐라 불러드려야 할지...고민했었어요......]
오렌지 향은 납득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석은 가슴이 뛰었다....드디어......오렌지 향의
....관한걸..알게 되는 순간.......
[전........오종혁이라고 합니다..]
사아아아......!!!
바람의 푸른빛의 손길이 그들을 감쌌다......
휘이이......휘이이.......
나뭇잎을 빠져나가며..하늘로 날아오르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멈춘듯......
가을빛의 바람에 섞여 흘러가버릴듯 잔잔한 그 음성
과.....오렌지향의..이름.....
[..오..종혁...]
[네에..]
연석의 머릿속은 터질듯이 기쁨으로 가득찼다
그런 그의 기쁨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렌지향은 그저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더 많이 알고 싶은데....더 물어본다면.....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럼..종혁씨라고 부를게요.....]
[네..좋으실대로 하세요...]
내게 이름을 허락해 주었다.....오렌지향기.....
날 즐겁게 해주던....그의 향기의 이름은....
종혁이라고 했다..........
종혁은 내게 아까와 같이 잔잔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내일..수술당일인데.....긴장되지 않으세요..?]
[아.....별로 그렇게는.....하하..]
네가..곁에 있으니까.....
종혁은 안심하는 말투인것 같았다......
[그래요.....다행이네요....]
연석은 그말을 그냥 듣고 넘기려 하다가 문득 종혁
에게 물었다
[그럼...종혁씨 절 걱정해준....건가요..?]
종혁은 잠시 아무말도 없다가 말을 꺼냈다
[그럼요....걱정하는건 당연하죠....]
당신이니까요.......
종혁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연석의 모습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이...지금..내모습....보이지 않아..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보였다면..아마.....내마음......당신에게.....
들키고 말았겠죠.......
당신을......사랑하는....내모습을............
종혁은 문득 울먹이는 자신을 보고는 놀라 눈가를
닦아 내었다
정말..연석이 앞이 보이지 않는것이.....다행이라는
....나쁜생각까지....하면서....
[형~!!!!]
순간 종혁과 연석의 귀를 때린 음성...연석은 곧 자신
의 몸을 끌어안는 그 낯익은 체온에 고개를 들었다
[..설마.......]
종혁은 그 가녀린 몸으로 달려와 연석을 끌어안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잠시 눈빛이 달라졌다
누굴까.....저 사람은.......연석과 많이 친한걸까...
속으로나마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종혁의 곁에
앉아 있는 연석의 얼굴을 두손으로 꼭 감싼 그소년은
연석에게 말을 건넸다
[형..!나 호석이야..형..많이 아프대서...형보러
왔어....형 많이 아파..?나 안보여??진짜..??]
곱고 종혁과는 다른 조용함을 가진..자신의 사랑하는
동생....호석의 갑작스런 출현에......
연석은 얼떨결한 나머지 호석의 얼굴을 더듬었다
[호석이?정말 호석이니?]
[그래 형...나야..흐흑....얼마나 놀랐는데.....!!]
자신을 끌어안고 눈물로 자신을 적시는 호석의 등을
찾아 툭툭 두드리니 연석은 낮은 톤으로 말했다
[여긴 왜왔어...형 괜찮다니까....학교는? 태형이한
텐..뭐라고.......]
호석은 태형의 얘기가 나오자 잠시 움찔했지만
말을 꺼냈다
[학교는..가족사고로 잠시 빠졌다고 했구....
태형이형이......미국가라고 보내줬어.......]
[그래...태형이가........]
고맙다 태형아......넌 나한테 왜 그렇게 자꾸만..
미안한 마음만 들게 만드니.....
연석은 오랜만에 온 동생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자신
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울음을 그치질 않는 호석을 진정시킨 연석은 곁에
무안하게 서있을 듯한 종혁에게 호석을 소개시켰다
[저..종혁씨..이쪽은 제동생이에요..유호석..호석아
형 돌봐주시는 분이야.......]
호석은 부은 눈을 부비고는 꾸벅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유호석이라고 해요...형 돌봐주
셔서 감사해요.....]
아아.....연석의 동생.....다행이야..
종혁은 그제야 얼굴에 궁금증과 불안을 펴고는
미소를 띄웠다
[반갑습니다..오종혁이라고해요..]
인사하는 둘을 보고는 연석은 호석이 그렇게 질투가
날수가 없었다
자신이 못보는 종혁의 모습을 그는 보고 있기에....
잠시....유치한 질투에..자신이 한심해지는 것을
느낀 연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이면......종혁과.....
내일이되면..연석과......
.....헤어져야..하잖아..........
종혁의 속마음을...연석의 속마음을 서로 모른채...
그들은....서로를 떠나보내지 않으려.....
서로 안달하고 있었다.....
그리고....그것을....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오렌지빛의 저녁노을이..그들 세명의 몸을 가만히
안아주던...그 가을.......
그 가을 저녁햇살이..그들에겐..너무나.......
짧게만...느껴졌다.........
.........As long as you love Me[8]
드르륵---!!드르륵--!!
연석이 눈을 가린채 누워있는 바퀴달린 침대는
그날따라 유달리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술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수술실 앞에는 연석의 부모님과...그의 동생 호석..
그리고...............
...오렌지빛의 종혁이 있었다.......
[연석아..아버진 널 믿는다.잘견디리라고....
넌 내 아들이니까....]
연석의 아버지는 그렇게 그에게 말을 건네고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연석의 떨구어져있는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연석은 앞이 보이지않는데도...아버지의 눈물이
보이는 듯했다.....
[...예..잘 견딜게요..걱정마세요..]
[...그래.....그래야지....]
그러고서는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를 감싸안고 달래
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그의 마음약하신 어머니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연석에게
차마 한마디 용기의 말도..건네기 힘겨운듯
했다.........
연석은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어 떨고 있는 어머니
의...자신에겐 친혈육이 아니지만.....
그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준....그의 어머니의 손을
따뜻이 잡았다....
[걱정마세요..어머니..저...꼭 나을게요....]
[..흐흑..흑....]
[....반드시...나아서.....걱정안끼쳐드리겠다고
약속할게요......]
환자인 연석이 그의 가족을 위로하는 우습지만 우습지
않은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석은 자신의 눈이 지금 안보이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머니의 손을 살며시..놓았다
보였다면....아버지와.어머니의..가족들의 눈물을
보았다면......자신은.......
아마 견딜수 없이 두려워졌을테니......
그의 부모님이 서로 다독이며 구석의 의자에 가서
앉았을때....은은한 향기가 연석의 코끝에 흘렀다
[..호석이니?]
[..응..응..형..나..나야....]
떨리는 목소리를도저히 주체할수 없었다.....
수술이..성공할지는...장담못하기 때문에...
호석은 흐르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손등
과옷깃을 적셔가며 눈물들을 말려봤지만.....
헛수고였다.......
연석의 거즈에 가려진 두눈이.....그 까맣고 큰..
진지함을 가득담고 있는...정이 깃든 그 눈동자를
다시 볼수만 있다면.........
연석은 눈물을 흘리는 호석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가만히 손을 뻗어 호석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왜..울고 그래...형 슬프게 시리.....울지마..
형 괜찮아....]
[으흑....흑....형....나..형 나아서 안오면...
절교할거..야아...흑흑.....그러니까.....
꼭.....나아야돼.....]
착한....너무나 착한...나의소중한 동생......
[그래..형꼭 나을게...우리 호석이 장가가는것까지..
형이 보고 죽어야지......그럼....]
[흐흑......]
호석의 끊길줄모르는 눈물에....연석은 몸둘바를
몰라했다...내가..이렇게 사랑받고..있었구나...
그 순간....호석의 향이 물러나며....그가 그리는...
가장많이 생각하고....곁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오렌지향이....그의 코끝을 감미롭게
자극했다....
[...연석씨...]
고운....세상에서 단 하나밖에없을.......
목소리......
[네..종혁씨....]
오렌지향은 망설이듯 그의 위에서 그를 내려다 보고
있는듯 했다....
무슨말을 해줘야 힘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정작..종혁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힘내세요....]
연석은 아까까지 만해도 약간의 불안감이 없지않아
있었던 자신의 마음이 곧 편안해짐을 느꼈다
힘내라는....지극히 평범한.....간단한 그한마디가..
연석에겐..그 누구의 말보다..힘이 되었다는 것을..
종혁이 알리 없었다.....
대답없는 연석을 보다 약간 당황한 종혁은 입을 다물었
다...자신이 너무 평범한 말을 해준건가 하고....
그러나 연석은 입가에 환하게 빛을 가득 담은 듯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네..그럴게요..]
종혁은 두근거리는 자신의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차례
연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삐-----!!!
수술실에 수술준비가 다 갖춰졌다는 소리가 들리며
연석의 침대는 운명의 장소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연석은 손끝에서 점점 놓쳐가는 종혁의 손길이...
그렇게 안타까울수가 없었다....
연석은 언제나처럼 곁을 머물던
오렌지향이..자신을 지켜주길..바라며
긴 수면속으로 빠져들었다.......
띠....!띠....!띠.....!
연석의 심장박동과 호흡을 나타내는 박동기가 일정하게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가운데..의사들은 침착하게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간호사..메스를....]
[네 선생님.]
메스를 건네달라는 의사의 말에 조용히 대답한 간호사
도 이런 수술은 처음인지 긴장한 눈치였고 의사도
장담못하는 수술이었다.....
그런만큼 그안은 긴장으로 가득찼고...수술실 밖도
그랬다...차가워진 손을 마주잡고 이를 악물어보는 호석이었다
형.....잘해야돼.....만약....안좋은일이라도 생기면
.........아냐..그럴리 없어........
.......형....
호석은 문득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는 누군가의 손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종혁이었다.......
[종...종혁씨...]
[..괜찮아요,연석씰 믿어요...연석씬......
괜찮을 거에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는 자신을 진정시키는 종혁의
그 말이 왜그리 힘이 되었는지.....
호석은 아까보다 훨씬 안정되는 자신을 느끼며
종혁에게 인사했다........
[고..고맙습니다..위로해주셔서.......]
[아니에요...]
빙긋웃은 종혁은 고개를 돌려 잠시 수술실을 쳐다
보았다...
연석씨........힘내세요......
...믿을테니까요.....
삐------------!!!!!
[뭐지?!]
[맥박이..!선생님..맥박이...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무..무슨......]
[예상했었지만..이렇게 빨리 나타날줄은......
심폐소생법 시작해!]
파악......!!쿠웅..!!
연석의 가슴에 전기 충격기가 내려와 그의 생명을 살리
려 노력하고 있었다
파악...!!쿠웅.......
....싫어...어머니도..결국....내곁을 떠나고....
파악..!!!쿠웅..!!..그녀석마저....날....떠났다......
파악.....!!쿠웅.....!!
몸을 진동시키며 침대에 가라앉는 연석의 몸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파악..!!쿠웅......!
살..이유가.....어디있겠...........
[....아프진 않으세요..?]
뭐지.....저건..누구지.........
파악..!쿠웅............
[.연석씨....힘내세요...]
누구.....넌........
파악...!!쿠웅....!!
[전...............]
파악......!!
[오종혁이라고 합니다......]
쿠웅.....!!!
종...혁..............그래........
나.......아직.....살이유가...있어....
파악.....!!쿠웅...........
힘내요 연석씨.......
종..혁...!!!
쿠웅...!!삐----------------!!!!
[맥박이 정상입니다 선생님!!]
[성공이야!!수고 했어요..!!]
나........살아야해.........반드시........
수술실의 불이 꺼지고 의사가 걸어나왔다
온가족이 몰려들어 의사를 둘러쌌다
[형..형은요?! 괜찮아요???]
[연석인.......!!]
의사는 빙긋이 웃어보였다
[성공입니다,축하드립니다.아마 오늘 오후엔
퇴원할수 있을겁니다.]
[아아...하느님..감사합니다..!!]
[형.....]
호석은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참고는 종혁을 보았다
종혁은 호석에게 빙긋이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왠지..저사람이 하는말은....뭐든지....믿어버릴것
같아.....
.....신비로운 사람이다.......
호석이 그렇게 생각하기 바쁘게 연석이 실린 침대가
밀려나오고 호석은 정신없이 그쪽으로 뛰어나갔다
[..마취 깬건가요?말은....]
[..윽.....]
[형!!!]
호석은 그렇게 연석의 목소리가 반가울때가 없었다
연석은 아직도 가려져 있는 두눈을 알아채고는 호석에
게 말을 걸었다
[나..실패한거니..?]
[......그랬으면 나 의사 가만 안뒀어 형....
..성공이래.......]
[아아.......]
연석은 그말이 왜그리 반가운지 몰랐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바로..........
종혁의 모습을.....현실에서.........
만날수있다는....것이기에....
[..호석아 종혁씨는..?]
[응?아 잠깐 밖에 나갔다온대.....머리가 좀 아프대서
...........]
[그래....? 멀리..?]
[아..아니 곧 온대....]
호석은 무언가 숨기는듯 했지만 연석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겠지......
탁...........
병원문을 나선 종혁은 신선한 가을 저녁공기를 들이
마셨다......
[후우..........]
너무나 아름다웠다..가을의 노을은.....그 아름다운
천사는..자신을 희생하여...이토록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것일까........
...이제.....내역할은..끝났어........
멈칫...!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종혁은 떼고 있는것이
었다.....
종혁은 연석을 두고가는 자신이 못내 원망스러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종혁은 발걸음을 옮겼다....
..부디......행복하세요..연석씨.....꼭.....
[..흐흑....]
종혁의 두 맑은 눈동자는..정직했다......
연석과 헤어지기 싫다는..그 마음속의 말을.....
그의 눈물이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데......곁에 있고..싶은데......
사락.......
연석은 붕대가 풀리며 서서히 빛이 앞을가리는것을
느꼈다..
파아.....
눈부셔............
오랜만에 접한 빛이라...연석은 어색한지 눈가를
가늘게 만들었다....
의사는 그의 시안을 살펴보고는 그에게 물었다..
[괜찮습니까?아프지 않고요?]
[네에...잘보여요..아픈것도 없구요......]
[됐습니다.퇴원하십시오..]
의사의 그말이 떨어지기를 얼마나 바래왔던가..
연석의 부모가 수술비를 청산하려 간 사이..
연석은 동생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래..근데.......종혁씬.....]
호석의 얼굴가득 당황한 기색이 나타났다
그런 호석의 얼굴을 본 연석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일어섰다
[어디간거야..종혁씨..?]
[형.....형.저 그게.......]
[..........]
[종혁씨.......갔어.......]
쿠웅.....!!
연석은 그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밖으로 달려 나갔다
뒤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호석의 말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달려 나갔다....
제발.....왜...왜....자꾸만....
떠나려고 하는거지....
종혁은 눈물을 닦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자꾸만 앞이 흐려지는 것은.......
탁..탁...탁......
연석은 정신없이 뛰고...또 달렸다....
이대로....이대로 보낼수없다고.....그렇게
나 자신에게 다짐했건만.........
연석은 그저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를......붙잡아야 한다고.......
종혁은 벌써 병원밖으로 나갔고 그의손은 택시를
부르고 있었다....
연석은 빠르게 달려 병원밖으로 나왔다....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던 연석의 두눈엔...
길가에 서있는.....종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멀었지만...느낄수 있었다....
그가.....그란것을.......
연석의 모습이 눈에 띄이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눈치챈 종혁은 마침 선 택시에 재빠르게 올라타려
했다
그순간...종혁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종혁씨!!!]
종혁은 달려옴을 멈추지 않고 부르는 연석의 모습에
한없이 안타까웠지만....떠나야만..했다
종혁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고..연석은 그것을 보고
는...멈칫했다......
잠시 둘사이가 그렇게..시간이 정지된듯 싶었다...
종혁은 얼굴가득 미안함과...입밖으로 낼수 없는..
마음을 담고는..연석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보여주었다......
....미안해요.정말...
설마.....종혁씨도.....날......
그런 생각이 든순간 종혁은 벌써 차에 올라타고있었다
연석은 잠시 멈추었던 자신을 탓하며 달려갔지만
.....잡을수 없었다......
당신도...날.....사랑하고 있었던거.......
...알게됐는데.....
달리는 차안에서 종혁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밖을 보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줄모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날....이해해줬으면..해요,연석씨....
연석의 두눈에서는 참았던... 그를떠나보낸
죄책감과 자신에대한 실망..그리고 종혁에대한
의문이 노을빛과 섞여.. 떨어지고있었다.......
분명히....울고있을텐데......
연석씨.....울고 있을거야......
서로를 달래주지 못하는.....서로에대한 걱정만이...
둘의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서로에게..건네는....그들의 단한마디......
......울지..말아요.........
...................As long as you love Me[9]
햇살이 눈부신....4월말 아침.......
태형의 집을 눈부시게 수놓아 주었던 벚꽃은 마지막
아름다움을 피우고 있었다..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요일...
하지만 태형은 한없이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호석이 간지..벌써 일주일째.........
그 동안 연락도없었고 무슨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없었기에 태형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아무도 없는....꼭..옛날의 혼자였던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자신을 보고는 태형은 한순간 오싹해졌다
또....또 다시..혼자 있게 되는건........
그런건...이제 더이상....싫..어.......
호석아....나..힘들다..정말로....빨리...돌아오란
말밖에.....지금 내가 해줄말이...없어........
안타까워.....정말......이런 내마음....알고나 있
는 건지...........
사아아아......따뜻한 봄바람이 태형의 얼굴을 쓰다듬
으며 그를 어루만졌다...
호석이 보고 싶어 미쳐버릴 지경인 그의 마음을......
그 바람은 알고나 있는듯이..그렇게....부드럽게....
그의 마음을 달래 주고있었다...
얼굴위로 쏟아지는 바람과....지금 그가 가장 그리워
하는 이의 향기와 가장 비슷한..그래서..그가 가장
좋아하는.....벚꽃향이....흩날렸다....
침체되어 있던 태형의 마음은..잠시나마 그 벚꽃향에
취해....안정이 되고 있었다....
바람과 함께 창밖으로 몸을 날리는 하얀 커튼도...
그날따라 눈이 부시게 하얗게만 보였다..
태형이 앉아있는 그 테이블앞의 창은.........
호석이 항상 애용하는 창이었고..호석이 오기전에
태형이 별을 보러 항상 서있던 그 창이었다
창가 가득 감싸는...흩뜨러지게 핀 벚꽃과......
따스한 봄바람에 밀려들어오는 그 벚꽃잎을.....
호석은 무척이나 좋아했고 늘 그곳에서 있는것이
가장 큰 즐거움 이었다...
그리고..그런 그의 곁에서....조용히...그와함께..
그 곳만의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
태형의....가장 큰.....행복이었다.....
벚꽃보다 눈부신....봄바람 보다 따스한.........
호석을........영원히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흰색을 유달리 좋아하는 호석이었기에 집안의 모든시
트나 장식품까지..흰색으로 도배되어 버렸지만..
태형은 개의치 않았다...
호석이 좋은 것이면..자신도 덩달아 좋아지고....
자신이 싫은 것이라도..호석이 좋다면..같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태형은 그 하얀 얼굴의 미소에..가끔씩 보여주는....
그를 설레게 만드는 꿈결같은 표정에.......
어처구니 없게도 쉽게만 넘어가는 자신을 보고 잠시
웃음이 터졌다
딩동...........
순간 그런 태형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태형은 약간 기분이 그랬지만 그래도 울린 벨소리를
책임지러 1층 현관으로 내려갔다
[누구세요-?]
[형-저 상혁이에요~]
태형은 그가 아는 사람임을 머리보다 음성으로 먼저
깨닫고는 웃으며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와 상혁아.이야..형 심심한거 어떻게 알고 왔을
까~?^^]
[헤헤..저야 뭐..필이 통하나보죠~]
[그런가?]
서로 농담까지 나누는 친한 사이....
상혁은 호석이 떠난후 우연히 앞집으로 이사온 호석과
동갑인 아이였다...
상혁은 태형의 집에 인사차 왔다가 마음이 맞아 친해
지게 되었고 스스럼 없이 놀러오는 사이까지 되었다
호석이 없던 그 날동안..상혁이 그나마 곁에서 여러
가지 말로 태형을 즐겁게 해주었기에 태형은 힘을
내서 호석을 기다림에 있어 지치지 않고 버틸수 있었다
[형 뭐하고 있었어요?일요일인데 놀러 안가요??]
태형은 조용히 웃으며 소파에 앉아 있는 상혁에게
오렌지 주스를 내밀었다
[아니...놀러못가,형은...^^]
상혁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라,왜요?]
[응...형이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데....형이 집에 없
으면 실망할거 아냐......그래서 집지켜야돼..
언제올지 모르니까......]
태형의 그 진실하고도 진지한 말투에 상혁은 잠시 눈을
찌푸렸다...
....그사람인가요...형..........
태형은 그런 상혁의 속마음을 눈치 못챈채 말을 계속
했다
[..그녀석이.외로움을 많이 타서..겉모습은 나 신경안
쓰게 하려고 어른스러운척하지만...난 다알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식사도 혼자는 죽어도
안하려고 하고....Tv도 혼자서는 죽어도 안보고...
쿡.......골칫덩어리야....정말...]
골칫덩어리라는 말에 왜그렇게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건지 상혁은 눈치채고야 말았다....
....그 사람...누군가요..형...사랑하고 있나요...
태형의 눈빛에서 말투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그녀석]
에 대한 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상혁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래도..전...절대 형 포기못해요..절대로..
누군지는..모르지만..나도..형 사랑해줄수 있어요..
내 마음도..알아 주시면 안되나요......
.......싫어요.......그사람.........
띠리리릭~!!!!
전화벨이 둘의 대화를 끊어지게 했다.......
태형은 미안한 눈으로 상혁에게사과했다
[미안 상혁아,형 전화 받아도 되지?]
[그럼요,괜찮아요]
태형은 그러고는 곧 전화를 향해 달려가 수화기를
잡아들었다
[네,여보세요?]
[태형이형...?나 호석이...^^]
[아.......]
태형은 떨리는 손을 주체할수 없었다.....
곱고 가녀린....그가 너무나 그리던...단한사람의
목소리......호석이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태형은 대답했다
[응..응 호석아 형이야-.잘지내고 있지?왜이렇게
안와~형 심심해 죽겠는데......어디 아픈덴 없지?]
[형..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
^^]
[아..미안...형이 너무 반가워서....^^]
[...^^]
비록 전화상이라 목소리 밖에 들을수없지만 호석이 미소
짓고 있을듯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호석은 언제나처럼 곱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여기 기내거든...기내에 전화있어서..그걸로 전화
하는거야....]
[기내..?]
[응...나 한국가는 중이야....]
태형은 그동안에 섭섭했던 일주일이 모두 씻은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돌아오는 중.....
[그래..그럼 빨리와~형이 우리 호석이 좋아하는 슈크림
사놓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차조심하고....]
[응~형....곧 갈게....^^]
달각.........
태형은 입가에 퍼지는 그 행복감을...뛰는 가슴을..
어쩌질 못했다...
한없이.....들뜨는 자신의 기분을.......
..슈크림 사러 가야겠다...호석이 많이 좋아하겠지..
슈크림이면..사족을 못쓰니까...쿡........
입가에 다 묻히고 먹겠지.......또........
그럼 즐거운 상상을 하며 방을 나서는 태형을 조용히
지켜본 상혁은 눈빛이 달라졌다
..그사람이군요....호...석이라........
.....호석....쿡......좋아요..형이 날봐줄생각이...
없다는거..잘알았어요......
그럼...난......형의..그사람을.........
.......부숴버리는 길밖엔....없겠군요..
거실로 나온 태형은 미안하다는 눈으로 상혁에게
말했다
[미안해 상혁아~놀러왔는데...형하고 같이사는 그동생
있지?걔가 곧 올것 같아서.......^^]
[아니에요~저 가봐야되요~엄마랑 약속있거든요.]
형...후회하실 거에요......분명히.....
상혁은 일어서면서 잘못해서 바닥에 떨어져있던 Tv
리모컨을 눌렀다
[어..죄송해요,제가 실수해서.....]
[아냐 괜찮아...끄면........]
태형이 끄려고 리모컨을 들었다....그순간....
[속보입니다,지금막 공항을 출발한 12:10분 발
한국행 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태평양을 건너고 있던
이 비행기는 아직은 사고 경위를 알수 없지만 엔진고
장이 원인으로 대두 되고 있으며 지금 미국측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이 출동하여 그곳에서의 사고를 조사하러
떠났습니다.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자는 거의 전원으로
추측되며 부상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형은 들고있던 리모컨을 떨어뜨렸다
그....그럴리가...12시 10행이면.........
분명히 그날 태형이 왕복으로 건네준 그 티켓의....
시간이......12시 10분행이었다......
'응~곧 갈게 형.....^^'
태형은 마지막으로 들려왔던 호석의 고운 목소리를
떠올리고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온다고...곧..오겠다고.....그랬잖...아....
투둑.....툭........
태형의 두눈에서는 눈물이...또다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던 슬픔이...다시 그를 휘감고 있었다
안돼...이젠..더이상....혼자이고 싶지 않아....
너 없는 세상에.......나 혼자인건.......
아직.....네게 내마음....알리지도 못했는데......
호석아...................................
태형의 곁에서 그 커다란 사고를...그의 슬픔을
지켜보던 상혁의 입가에는 조소가 떠올랐다
그것봐요.....후회할거라고.....내가 그랬죠...?
쿡쿡.....형..이제....나만 바라볼거죠..?나만....
상혁의 그 속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태형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태형을 자신에게 안기게 한 상혁은 그를
안은채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사람은....형을 떠났어요.......]
잃어가는 정신 속에서도 오직 태형의 머릿속은....
단한사람의 모습만이....아른거리고 있었다
사아아아...............................
벚꽃잎이....너무나 부드러운 그 분홍빛은.......
태형의 눈물에 녹아들며.....아름다운 마지막.....
봄을...장식했다.....
봄......끝을..알리는 시작.........
..............As long as you love Me[10]
달칵........
태형과의 전화 통화를 끝낸 호석은 두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헤....태형이형......^,,,,^
뒤에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양보한후 호석은 천천히 자리
돌아왔다.
풀썩.....
호석이 좋아하는 창가.....창가에 비치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본 호석은 조용히 연석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형 실은 나....고민이 있어.....'
'뭔데?'
'이상해....누군가만 생각하면..자꾸 가슴이 아프고.
....또 한없이 웃음만 나와......멀리 있으면 너무
....보고싶고.....나에게 항상 웃어줬으면 좋겠구
.......또......'
연석이 호석에게 띄웠던 미소를 호석은 기억했다
'그건.......아마......'
쿠웅.....!!!
기내가 심하게 흔들렸다.호석은 앞으로 굽혀져 앞좌석
에 몸을 박을 뻔한것을 막은후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럴수가.........
비행기가 점점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때 안내방송이 나온다면 더 비참하겠다는 생각
을 한 호석은 안내방송을 하지않은 기장에게 순간
감사했다...
자신들의 죽음을 알리는 안내방송따위는........
들어봤자 헛수고 임에 틀림없을것이기에.....
[살려줘요~!!!!]
[엄마~!!엄마~~~~와아앙~!!!!]
[침착하십시오...침착......!!]
여러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목숨을 부지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럿 엿보였다...
호석은 자꾸만 격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에 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했다
안돼....여기서..죽을순 없어....절대.....
나..아직......태형이 형한테.........
'아마..그건.....네가 그사람을.......'
드드드드-----!!!!
[꺄악~!!!!]
콰지지직~!!!!!
기계들이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의 날개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검은연기에 휩싸인채 바다로 추락해가는 날개한쪽
에는......호석이 자리하고있었던 것이다....
호석의 두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살고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표출한적이 없던
호석이었기에.....그는 스스로도 당황했으리라...
호석은...죽기전에..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죽는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고 있는거야.....분명히..'
태형이 형---------!!!!
푸와아아아~!!!!!
드디어 날개 한쪽은 바다로 추락하여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바다위에 떠있었다...
무거운 기계장치가 실린 몸체에 붙어있던 날개쪽은
가라앉고 그대신 가벼운 반대편은 상대적으로 떠오르
기 마련이었다
호석은 떨어질때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한쪽다리마저 부러진것같은 느낌에 호석은
숨을 몰아쉬었다
형....하악..태형이 형......나..아파...아파형....
형...어디있어.....? 나..많이 아프단...말이야....
하아....하아......나..죽을것 같아..형......
형.........나.....형한테.....그동안........
못한얘기...많았는데.....이번에..가면.......
내마음............말해주려 했는데.......
욱씬....!!!
[흐흑.....형.....나..무서워..무서워형........]
호석은 다리에 전해지는 통증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그리고.....눈동자에 아른거리는.......
태형의 모습이......지금..그에겐...너무나
애절했다........
피가흐르는 머리에서 아픔이 많이 전해져 왔지만 그에겐
육체적인 고통보다....정신적인 고통이...그를 괴롭게하
는...가장 큰..원인 이었다........
호석은 가빠오는 호흡을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몽롱해지는 정신은 그의 호흡을 가만놔두지
않았다
형...형..이번에 가면...형한테......꼭.........
해줄말 있었는데.....형이 싫다고해도.........
나........그래도..끝까지..형만 바라보겠다고......
오직.........형만................
.......사랑....할거라..고.......
호석의정신이 잃음과 동시에 그의 몸은 갑자기 허공에
떠올랐다....누군가 그를 들어올린 것이다...
눈물이 피와 섞여 그 하얀얼굴을 더 하얗게 보이게
하는 그 끔찍한 장식품을 본 누군가는 첫 생존자인
호석을 확인하고는 곧 기쁨으로 동료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여기!!살아있어!!어서 병원으로 옮겨!첫생존자
.......]
[알았어!!]
호석의 몸은 여러손에 옮겨지고 옮겨져 구급차의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위로 올려졌다
곧 의사는 그의 맥박을 짚어보고는 미약하지만 살아있
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살아있군! 어서 병원으로!!]
다행히 그근처에는 큰 종합병원이 자리잡고 있어서
수술이나 치료에 큰어려움은 없었다
곧 수술실로 옮겨진 호석은 수술에 들어갔고 의사들은
비행기 추락에서도 살아남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수술에 임했다....
.....수술이 끝나고......호석은 곧 정신을 차렸다
수술은 그리 큰것이 아니었기에..그리고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호석의 상처부위였기에 수술은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겨우 구할수 있었던 호석의 가방을 뒤지며 가족에게 연
락할 방법을 찾고 있던 경찰은 작은 다이어리를 꺼냈다
한참을 그 다이어리를 뒤지던 경찰의 눈에 하나의 전
화번호가 눈에 띄였다
띠리리리리리~!!!
반나절을 계속 그렇게 쓰러져있던 태형의 귀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태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는 몸으로 기어가듯
전화기 옆으로 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김태형씨댁 맞습니까?]
[예.맞습니다만......]
[유호석씨 보호자 되십니까?]
호석이란 이름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는 경찰에게 따지
듯이 물었다
[호석이...우리호석이 어디있어요?!살아는있는겁니까?]
[진정하십시오-.유호석군은 살아있습니다.다행히 비행
기 날개부분에 탑승해 있어서 제일먼저 구할수 있었습
니다....수술도 성공했고 지금 의식도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태형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이토록 신에게 감사해본적은 아마 그의 생애
한번도없었을 것이다.......
태형은 훨씬 침착하게 경찰에게 물었다
[어디....병원이 어딥니까?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XX병원 입니다.]
태형은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달려나갔다
호석아.....형..가니까..기다려.....제발.....
부웅--------!!!
거칠게 핸들을 잡은 태형의 차는 앞으로 무섭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오직.....단한사람을 보기위한......마음에.....
그의 차가 지나간곳에는.....이제는 시들어버린
분홍빛 벚꽃이.....조용히 눈물흘리고 있었다....
헉....헉......
병원에 도착한 태형은 호석의 병실이 12층이란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따윈 없었기에
태형은 자신의 다리를 움직이기로 했던것이다
12층에 도착한 태형은 주위를 둘러보며 병실을 찾았다
주위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와 달래는 소리들에 더욱
마음이 불안해진 태형은 빨리 걸음을 움직였고 마침내
호석의 병실인 1208호를 찾았다
저기다....!!
달려간 태형은 그문을 벌컥 열어 제쳤다
[호석아....!!]
휘이이이잉...............
사락..사락..........
활짝열린 창문가에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띄이자
태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정말....다행이야.......
살며시 뒤로 다가간 태형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
지 못해 살며시...호석을 안아버리고 말았다
[..호석아..형왔어....]
잠시 움찔한 호석의 몸은..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호석의 손은 태형의 손을 떼어냈다
태형은 의아한 눈으로 호석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이제까지 날 한번도 보지 않았어.....
이상해....설마.......
호석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돌린 태형은 순간 몸이
굳은채 움직이지 못했다
눈이....그 맑던 눈동자가....꼭...죽은사람같이...
그저 눈을 뜨고만 있을뿐 태형을 보는 그눈은......
두려움말고는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았다.....
점점 힘이 들어가는 태형의 두손에 호석의 두눈은
더욱더 두려움에 가득차오르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강아지마냥 부들부들 떨고있는 호석을 본
태형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호석아....형이야.......응..?어째서...넌 매일
.....형한테 걱정만 끼치니.....]
[........]
말도 못하는 듯이 그저 떨고만 있는 호석의 몸을
두팔로 감싸안자..호석은 흠칫놀라며 몸을 빼내
창가로 뒷걸음질 쳤다
태형을 보는 그의 눈은...완벽한......두려움.
그것이었다....
왜....왜.......
그순간 들어온 의사는 태형을 밖으로 불렀다
[..선생님...호석이가..왜....]
[...추락할때 기내천장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출혈이 심해서 수술에 들어
갔고....성공했습니다.]
[.........]
태형은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길이 없어 의사에게
말했다
[그런데...!그런데 왜 절보고.....]
태형은 그다음 나온 의사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형은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채 다시금.....
되물었다.......
[....자폐증세란말입니까......?]
휘이이이...........
바람은...그날의 바람은.....태형의 가슴을 아리게 하
고있었다.......
바람......노을이 져가는...아름다운 붉은 바람은...
태형의 상처에서 흐르는.........
그의 아픔이었다.............
....................As long as you love Me[11]
쏴아아아......쏴아아아......
호석일...병원에서 데리고 나온지...한달......
그렇게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났건만..호석의 눈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날보며 그렇게 예쁘게 웃던...표정까지........
비행기추락이라는 커다란 사신이...호석을 데려가지
않은것만도..난 정말 감사할따름이지만........
그렇지만..이이상 바란다는건..안된다는걸.....
알고는 있지만...난..가끔.....아무의미없이 하늘만
주시하는 그의 눈을 볼때면......
...다시한번만....날향해 예전처럼....웃어줬으면
.....하고.....이기적인...욕심을...드러내곤 한다
.....그는....그럴수 없는데........
쏴아아아..........
태형은 그날 이후로 호석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왔다
병원에서 치료할수 없는 것임을 그는 깨달았기 때문이
다.....
태형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오직 하늘만 뚫어
지게 주시하는 호석을 보고는 그저 걱정이 눈앞을
가릴뿐이었다
하지만.....그런 호석을.....눈치안보고...곁눈질이
아닌....정면에서 계속해서 바라볼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태형에게 나쁘게도...위안이 되는 것이었
다.....
태형이 아무리 뚫어져라 바라봐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호석이었기에 태형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차라리..예전처럼 왜 쳐다보냐고..빨개지던 네가....
난....좋아........
쏴아아아.........
귓가로 들리는 그 푸른 파도의 메아리에 태형은 호석과
함께 바다로 온것을 잘한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석을 데리고 사람이 없는 바닷가로 데리고 오긴 했지
만....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가..바다를 보고
뭘...느낄수 있을까......
바다......푸른...그녀석의...잠자리.........
그녀석이..잠들어있는......푸른...하늘......
그리고..그곳에..나는......호석을 데리고 와있다...
나실은.....너한테......허락받으러 왔어......
너 그만 잊고.....이아이....사랑해도 되냐고.....
..허락해 줄래....?
쏴아아아아아------------!
아까부다 큰 파도가 몰려와 바다와 한몸이 되며 그
아픔을 남겼다..... 귀를 울리는 하얀 파도의 눈물에
태형은 자꾸만 목이 메어왔다.....
미안.....미안.......너말고..다른사람을..사랑할줄은
........나도......몰랐어......
먼저 보낸 너에게........한없이..미안하기만하다....
두다리를 모은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호석의
얼굴가득 푸른하늘이 비춰지고...따스한 봄의 햇살
이....그를 감쌌다....
태형은 아름다운....그의 하얀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바람이 불어와도.....하얀파도가 그를 불러도..
태형이..아무리 곁에서....그를 바라보고 있어도...
그저 앞을 응시하는 호석은.....그야말로........
볼수만 있고 만질순없는.....하얀햇살이었다.....
대답도 없는 호석에게..태형은 조용히 말을 걸었다
[..호석아.]
[..........]
[....호석아,형이....얘기하나 해줄까?]
[.........]
대답이 없으리라 예상하고 있던 태형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형이 전에..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거든.....그런데...그사람이.......병이걸려서
.....저기 하늘나라로 가버렸어......
올수..없는 곳으로......]
태형은 눈앞이 아른거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계속 앞만
을 응시했다.....
[그때...형 정말...죽고싶었거든......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는데....왜 살고 싶겠어.......]
누군가.....내게....말을 하고 있..어...
누구....지....?
호석의 어둡던 머릿속은..조금씩...조금씩.......
빛을......찾기 시작했다.....
태형은 이젠 해가 지기시작해서 붉게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채 말을 이었다
[..근데...형...언제부터인가....살고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그게....왜 그런지..알아..?]
바다는 빛나고 있었다....푸르게....붉게......
두가지의 색을 눈부시게 교차하는 바다는 파도와함께
메아리를 울렸다.....
누가..내게...말을......형.....연석이..형?
...아니야..그보다....더....무언가........
욱씬....!!
호석은 머리로 통증이 전달되었지만 꾹 참았다
저사람을...기억해 내야해......내게......분명히..
.....무언가.....
태형의 입은 한참동안 닫혀있다가 겨우 열렸다
[..널....사랑하게 됐거든.........]
쏴아아아아아-------!!!!
파도의 울음소리와 바람의 메아리가 휘감기며 그들의
사이를 넘나들었다 .....
아름다운...저녁놀이 그들의 얼굴위로 쏟아져 내렸고..
바다는 노래하고있었다.....
날.....사랑하는..사람은......없었어.......
나....몰랐어...날....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줄은.......
삭.......
태형의 손이..그의 팔이......천천히 호석의 몸을 감
싸안았다.....
처음처럼 흠칫거리는 김이 있는건 마찬가지 였지만
빠져나가려 하지는 않는 호석을 보고 무언가 가능성
을 본 태형은 말을 계속했다
[...그동안....네게....말을 못해서...
얼마나..나혼자...애태우고...그저 바라만 봤었는지
....... 그렇지만..이제라도....얘기할수 있어....
다행이야.......]
호석의 두눈은 점점..빛이 되돌아오기 시작했지만
태형은 알지 못했다.....
가만히 일어선 태형은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형...그래서 이젠..더이상 사랑하는 사람.....
떠나보내고 싶지..않거든......그러니까......
호석이 네가... 돌아오지 않겠다면........
형이.....갈거야..........
이젠....남겨진 사람의 아픔......더이상.......
느껴보고 싶지 않아..........네게.....그런슬픔..
안겨주고 싶지도 않고......그러니까.......]
첨벙......!!!
태형의 발을 바다의 몸이 적셨다...아니...그가
바다에게....걸어간 것이었다.....
안타까운.....그 마음을..가득실은..태형의 두눈에서
는.......오직 단한사람을 향한......사랑만이.....
흘러내렸다
[........돌아와......]
두근.....!! 두근..........!!
호석의 가슴은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나....나가게 되면..다시 상처받을 거야
.....나..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
흑..하지만.....나....왠지.....나가야할것.....
같아....다시 상처받게 될거.....알고 있으면서도
......나.......나.....
호석의 눈에서는 태형이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리고....바다로..점점.....빠져들어가는......
태형을....그는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상처받기 두려운....자신에대한 미안함에.....
떨리는 눈으로....그를 바라봐야만..했다
첨벙.....첨벙......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이젠 허리까지 차오는 바닷물
의 느낌에...태형은 정말 이대로 가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호석에게 등뒤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미안해......널..되돌리지 못해서.......
안돼.....나.....나갈거야.....!!!
저사람을.......잡아야......
다시 상처받아도....그래도..나.....괜찮아.....
그래........괜찮아...................
호석의 두눈에는...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미안해....나......가야해......
호석의 굳게 닫혀있던 입은...단한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태형이형--------!!]
태형의 두눈에서는 미련이....호석을 놔두고 가기엔
너무나 그가 그리울것 같던...그의 속마음이....
터져나왔다
미안...아직은.....네게 못갈것 같아......
태형이 돌아보자 호석은 다친다리로 일어설수 없는
그다리로 일어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형.....형 가면 안돼.....싫어....가지마 형..!!
나.....나..아직..형한테.....할말이.......흐흑....]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다리를 원망하며 호석
은 눈물을 흘렸다.....
그저 그자리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 보려고 애쓰는
것뿐......진전이 없었다
[흐흑.....흑.....]
자신이 가야지만 태형의 속마음을....상처받은 그의
마음을 풀어줄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였기에.....
다가온 태형의 손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태형은 쓰러져 있는 호석을 조용히 감싸안으며 속삭
였다
[..고맙다....호석아..돌아와 줘서.....]
눈물이...그렇게 쏟아질수가 없었다.....
호석은 주체할수 없는 눈물속에서.....알게된.....
태형의 진심에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
[....형......나..형을......]
파도가...푸른파도가 그들을 감싸안았다......
호석의 떨리는 입술사이를 살며시 빠져나온......
꿈결같은....그 한마디는......
태형의 귓가에.....천천히..스며들고 있었다
[....사랑해........]
쏴아아아아--------------
그들의 마음이....서로에게 커다란 기쁨이 된것을...
축하라도 하는듯......
파도는 그렇게....노래하고 있었다......
하얀햇살.....눈부신 하얀햇살이.......
그들을 감싸안고.......바다의메아리가......
울리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12]
늦가을..비가올것만 같이 흐린 그날에...
연석은 학교앞 카페인 [LEGEND of FALL]
의 아늑하고 따스해 보이는 공간속에서 바깥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학교수업은 마친시간이라 카페안은 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렸고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드나들고있었다
달칵.......
연석의 손에 들려있던 오렌지빛의 잔에는 하얀밀크티가
조금 출렁임을 보이며 잔과함께 테이블로 내려졌다
연석이 가장 좋아하는 밀크티지만....오늘은 왠지....
그저 씁쓸하기만한 연석이었다....
요즘따라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의 바뀌어짐이 눈에띄게
보이는것은..점점 두터워져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그리고 변한것이 없는...연석의 사랑이었다
잘 지내고는 있는건지........점점 추워지는데....
옷은 잘챙겨 입고 있는지....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먼훗날의 기억을 떠올리듯....연석은 한때 빛을
잃었던 자신의 유일한 인도자가 되준 종혁의 마른 손을
기억해내고는 아직도 그온기가 머무는듯......
두손을 마주잡았다
순간의 상큼함과.....긴 여운을 주는 오렌지향기에
이미 오래전 중독되어 있던 그는 멀리서 바람을 타고
흘러올것만같은 그 향기를...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다
김이서려 뿌옇게 된 창가가 점점 더 흐려지는 것은
오렌지향에대한.....여전한 사랑....그리움......
그것을 억제하지 못한 자신에대한 결과인것을 깨닫지
못했다.....
밖은 아직 흐리고 비가오지는 않았지만......
연석의 두눈에는 벌써 빗방울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뺨을 타고 흐르는 그 눈물을 인정할수 없는듯 연석은
고개를 저었다
나혼자..이래봤자.......그는...오지않잖아.....
그래.....그래..알고 있는데.......
바보자식............
손등으로 훔쳐도..또 훔쳐도....자꾸만 그의 얼굴을 적
시는 그의 그리움은 끝이 나지 않은듯했다
연석의 의지와는 상관없이....흘러내리는 빗물
을.....포기한 연석은 이젠 두손으로 받아내고있었다
그렇게....가버리면..........난.......
그래...훗....너도...이런 마음이었겠구나....
그녀석..이런 마음으로..날 바라봤던 거였어......
잡고 싶어도..자꾸만 도망치는 날보면서.......
너........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미안...........
[흐흑.......]
내지 않으려 했던 울음소리가 연석의 입에서 터져나왔
다.....기다렸다는듯 입밖으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를
연석은 참아보려 모질게 마음을 먹었으나......
바람의 메아리 같이 멈출줄모르는 소리를 이젠 그냥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네가.....나때문에...눈물 흘렸을때......누가 위로해
준거야.......
너도..나처럼....이렇게....혼자........
삼켜야 했니...............................
연석의 떨리는 입술에서는 계속해서 울음소리와 섞여
한마디 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흐....미안......흐흑...미안............]
이렇게 아픈 가슴을 안고.....넌.........
하늘로 가버린거잖아..........
.....나도...똑같이 당해보라는 거야.....?
너와.....같은 아픔을.....겪어보라고..........
..이건............너무하잖아................
투툭......!!툭.........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머리를 때리던 한두방울의
빗방울은 곧 비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세상을 적시는그날의 비는...그렇게 연석의 눈물과 함께
조용히....하늘을 달래고 있었다....
..............................................
성스러운 찬송가가 울려퍼지고....커다란 높은 십자가가
하늘을 찌를듯.....우뚝 서있는 퀠른 성당.........
아름다운 그 신의 안식처에 걸어가면 그주위는 단풍나무
로 메워져 있고 그 옆편에는 고아들을 키우는 작은
집이 한채 있다.....
그곳의 나무로된 커다란 문을 열면.....그안에는 작은
피아노가 있고 그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종혁이 오빠~!!]
피아노를 연주하던 손이 멈추고 이름을 불린 종혁이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제니 왔구나...^^오빠 보고 싶어 왔어~?]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6살박이 꼬마 여자아이는
얼른 단위로 올라가 양팔을 벌리고 있는 종혁의 품안에
안겼다
사랑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부비는 그 모습에
종혁은 누군가가 생각나려는 듯....잠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빠아...왜 그래요....?]
[아..응 아냐 아무것도~ 우리제니 숙제는 다했니?]
부드러운 갈색빛 머리를 도리도리 흔드는 제니를 보고
종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안돼지.....제니 숙제 다할때까지 오빠 제니랑
안놀아 줄거에요~]
[이잉.....시러시러.......숙제 싫어...]
종혁은 팔안에 안긴 제니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싫어도 해야지 착한 어린이 되는거야.....
착하지 제니?^^]
종혁이 그렇게 달래고 또 달래자 제니는 그제야 작은몸
을 통통거리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나가기전에 제니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빠아~~제니 숙제 다하면 피아노쳐줘요~~^^]
[그럼~^^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사라지는 뒷모습을 지켜본
종혁은 한숨을 쉬었다
제니도 여기에있는 고아중 한명으로....종혁은 제니가
2살때 여기에 맡겨지는 것을 직접 보고 길러온 사람이다
직접 기른것은 이곳에 있는 신부와 수녀들이지만 제니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준 것은...종혁의 따스함이었다
늘 정이 가득담긴 맑은 눈으로 이곳의 신부와 수녀들에
게 신도의 성스러운 눈을 가진 아이라고 귀여움받던
종혁은 이곳에서 고아들을 돌보며 같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말못할...이곳을 떠나지 못할.......
이유때문에.....
종혁은 흐린 날씨를 보고는 더욱 힘이빠지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가 왜 이렇지.........
일기예보는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종혁의 머릿속에는 눈물흘리며 이곳에 돌아왔던....
순식간에 사랑하게 되버린...한사람과의 추억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끝까지...날 잡으려 했던.......나와....같은 마음이었
던 그.....연석을 매몰차게 떠나온 자신에대한 원망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것을 눈치챈 종혁은 다시올렸던
피아노건반에서 손을 뗐다....
이제.....한달이나 지났으니....그만 잊을 때도 됐을
텐데...아니...어쩌면 길지 않은 시간이었을 수도..
종혁의 눈가는 점점 젖어오고 있었다
그때이후로 눈은 아프진 않은걸까......
겨울될텐데......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식사도 꼬박꼬박 하는지......
수도없이 많은..끝없는 연석에대한 걱정에 종혁은 머릿
속이 혼란스러워져 갔다
하지만 지금 그는................없어...
내가 챙겨줄 필요도.....호석씨도 있잖아.....
호석씨는 섬세해서.....그런데 신경잘써줄거야...
내가...꼭..필요하진.....않아......
하지만...왜 그렇게....그게......마음이 아프지...
아픈 가슴을 감싸봐도 나아질리가 없는 사랑이라는
아픔을 그는 혼자서 어떻게든 쓸어보려 했다
하지만.....모두 헛일인것을.......
촉촉히 젖어버린 종혁의 두눈은 곧 슬픔들이...
말할수 없는 아픔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흑......연석씨......]
자신에게 따스이 웃어주던.....늘 잔잔한 미소로
설레게 만들던 연석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그의 낮은 톤의 목소리까지 듣고 싶었고......
한번만이라도 그의 얼굴을 볼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옛 사랑에 대한 추억에 젖던 종혁의 귀에 빗소리
가 메어왔다
빗소리에 놀란 종혁은 문득 아침에 볕이 좋아 널어놓
았던 시트들이 생각났다
그거 없으면..아이들이 못잘텐데.......
자신이 못잘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종혁은 서둘러
밖으로 뛰어 나갔다
쏴아아아아............
얼마내리지 않은 비같다고 생각한 종혁은 성당의 뒷뜰
로 달렸다
그곳은 볕가리개가 달려있지만 비가새서 곧 갈아치울
예정이었다 그나마 덜 젖도록 해준 그 볕가리개가
종혁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아직 많이 안 젖었어....잘 말리면.....덮어줄수 있겠
다......
미소를 지은 종혁은 곧 시트들을 걷기 시작했다
미사가 있는 시간이라 수녀님들은 모두 나가고없었다
그래서 혼자성당을 지키던 종혁이 시트를 걷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차가운 빗물이 몸을 적시자 종혁은 몸이 떨렸지만
그래도 자신이 걸릴감기는 아이들이 걸릴감기에 비하면
빨리 나을수 있다고 생각하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추워.......
입술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지만 종혁은 알지 못했다
마지막남은 시트가 나무장대끝에 걸려 나올생각을
하지 않자 종혁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줄을 몰라
곤란해 하고 있었다
사악...................
..어...?
시트가 조용히 걷어지며 종혁은 동시에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때리던 비를 느끼지 못했다
파란시트를 한손에 들고 하늘색 우산을 손에든.....
한사람이 곱게미소짓고 있었다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입술도 파랗게
질렸는데.........]
그러면서 종혁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어주는
누군가는 종혁의 두눈에 눈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꿈.....꿈이...아니라면.....제발.....
잔잔한 음성의 편안한 그말투의 단한사람.......
.............연석이었다
연석은 살며시 팔을 뻗어 종혁의 차가워진 얼굴을
쓰다듬었다.걱정어린 그 눈빛에 종혁은 자신이 살아있
는건지 의심이 갈정도 였다
[...연석....씨?]
파란미소의.....하늘을 닮은 그는......내게로...
다시 날아왔다......
연석은 따스한 미소를 띄우고는 종혁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종혁씨............]
쏴아아아아................
빗소리가 울려퍼지고...신의 가호를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 두사람은........
흐려만 가는 서로의 눈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상처받았던 그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13]
쏴아아아아---------
쌀쌀한 가을 날씨를 더욱더 얼리는 차가운 빗물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드세요..]
연석은 비에 젖은 옷을 털고있는 자신에게 따뜻한 차한
잔을 내미는 종혁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어주었다
[고마워요,잘 마실게요....]
종혁은 별거아니라는 표정으로 마주 미소지어 주고는
자신도 젖어버린 옷을 말리려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연석은 그제서야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성당이란 곳과는 전혀 인연이 먼 그였기에 이곳이
생소할수밖에 없었다
신이 머무는 성스러운 이곳의 빛이..아무래도 종혁에게
로 묻어나와 종혁의 모습이 더욱 신비롭게만 보이는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일으키게된 연석이었다
그들은 시트를 다 걷고는 지금 성당안에 들어와있는
중이었다
종혁이 이끄는 대로 들어오긴 했지만 역시 어색한건
마찬가지 였다
그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신이 절대적인
존재라면....그때..... 그녀석을 데려가지 말라는
그 단하나의 소원도....못들어줄리 만무했다.....
그래서 연석은 신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처지였다
정면으로 놓여있는 성모 마리아 상과 검은색의 피아노
.....그리고 천사상이 새겨져있는 창문과 하얀커텐...
절대로 사치를 부리지 않는 신도들이 머무는 곳이라
그런지 사치성이 있는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종혁을 둘러싼.....빛만이 가득할뿐....
그 빛만이 이곳에선....가장 화려하고 또 한편으로는
소박한....그에게 가장어울리는 장식품이라고 연석은
생각했다
여러 독실한 신자들이 기도하러 오는 이곳의 나무의자에
마주 앉아있던 둘은 아무말없이 묻고싶은 말이 산더미
같이 많았지만 말을 꺼내기가 조금 어색했다
문득 연석은 잔안에 담겨 자신의 미각을 유혹하고 있는
낯익은 향기에 잔에 눈길을 주었다
......밀크티.......
아직도..기억하고 있었구나.....내가...밀크티를 좋아
한다는걸.......
오늘따라 밀크티 그 한잔이 왜그리 달콤하게 입안을
스며드는 건지 알수가없었다.
그 어떤 날의 밀크티보다....순수하고....한없이 달콤
한......오렌지향이 감도는 듯한 그 평범하지만 평범하
지 않은 차한잔에 연석은 말할수 없는 기쁨이 가슴속을
메우고 있었다.....
아마.....그차가 보통 어느 날의 차와는........
확실히 다른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연석은 차를 그렇게 음미하다 종혁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그곳의 어색한 공기가 싫었던지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는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종혁의 옆얼굴을 바
라본 연석은 입가에 미소가 절로 띄워졌다
정말.......천사가 아닐까........
당신은....천사가 아닌가요..혹시........
종혁은 그렇게 창가를 바라보다 연석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연석은 가만히 웃었다
종혁은 열기가 확확느껴지는 얼굴을 어찌해야 좋을지
감당을 못하고 있었다
[....종혁씨.]
[..?]
연석은 그만의 특유의 낮은 톤의 목소리로 종혁을
불렀다.....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어떻게 대답해줄래요?]
[..아.....]
주위의 공기가 너무나 따스해짐을 느끼는 종혁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누구와도 이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없던 종혁이었기에 순간 이런 자신에 당황했다
부담을 주지않는 연석의 부드러운 미소에 종혁은 어떻
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긴침묵의끝에종혁의 마음이
벌써 입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저도요.................]
[....^^]
살며시 대답한 그 작은 목소리도 큰 성당안이라 울려
서 들렸는지 연석의 입가에는 곱게 미소가 그려졌다
정말....보고 싶었어요.......
쏴아아아아아---------
밖의 차가운 비는 이제 천천히 부드러운 이슬비가 되
어 대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었다
가을의 비가 그날은 봄비같은 따스함을 가득지니고
성당곁을 머무는듯 했다....
파란.....너무나 파란 하늘빛의 빗소리는 그들의 귓가
를 고요히 떠돌았고 성당의 성스러움을 한층 빛내듯
그날의 푸른비는 천천히 떨어지는 빛줄기 같이......
하얗게....투명하게.....변해가고 있었다......
비가 그침에따라 둘의 어색함도 천천히 풀어지기 시작
했다
연석은 손을 뻗어 종혁의 날씬한 두손을 살며시 잡았
다
종혁은 가슴이 뛰는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얼굴로 나타나는 연석에 대한 마음은..
그의 노력을 헛되게 했다
두근......두근.......
기분좋은 설레임......그것이 바로 이런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종혁은 굳이 손을 빼내려고
하지 않았다.....
연석은 그런 종혁을 고맙게 생각하며 가는 종혁의 손
가락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날...그렇게 종혁씨 가버리고..나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르죠..?]
[......미안해요....그 땐........]
종혁이 사과의 말을 꺼내려고 하자 연석은 고개를
저었다
[사과 듣자고 종혁씨 찾아온거 아니에요....그러니까
사과 하시지 마세요.....]
[...네....]
종혁은 고분히 연석의 말에 따랐고 연석은 말을 이었
다....
[....종혁씨...내마음...알죠?]
[...........]
사아아아아아..........
이슬비가 곱게 초록빛 세상과 순수함과 성스러움에
가득찬 성당을 적시고있었다.
연석의 수줍은...많이 망설인 그 한마디를 종혁은
곧바로 알아들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곳을.....떠날 순 없어.....난......
그앨......위해서....
종혁의 망설이는 그 모습에 연석은 속으로 애태우고
있었다...
종혁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는 그였기에 종혁의 그
한마디를 오래전부터 바래왔던 그였다
[....전....연석씨가........]
어렵게 아주 어렵게 그의 대답이 나오려하고 있었다
끼익..............
순간 성당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불쑥 둘의 사이
를 방해한 한사람이 있었다
둘은 동시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종혁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제니 왔구나~숙제 다했어?]
종혁은 잠시 연석에게 실례를 구하고는 의자에서 일
어서 제니에게 걸어갔다
제니라는 꼬마 여자아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제니 숙제 다했어요~!!^^]
[우와.....착하네 제니...오빠말도 잘듣고..^^]
[헤헤헤.......]
고운 갈색머리칼을 앙증맞게 부비적거리는 모습에
종혁의 얼굴엔 순간 어두운 그늘이 비춰졌다
......미안해...네게....
누구에게인지 모를 사과를 한 종혁은 제니가 옷깃을
잡아 당김으로써 사과의 끝을 맺었다
[어..왜?제니?]
[저 예쁜 오빠누구에요?오빠 친구에요?]
[아....맞아....]
잠시 잊고 있었던 종혁은 연석이 있음을 알아채고는
그리로 제니를 데리고갔다
종혁은 둘에게 서로를 소개시켰다
[..연석씨 이쪽은 제가 돌봐주는 아이중에 하나고..
제니에요...]
[안녕하세요~!!제니에요!^^^^]
[응 안녕~제니 귀엽게 생겼구나.....^^]
[헤헤헤..오빠 너무 예뻐요.....종혁오빠만큼...]
[^^;예쁘다니...^^;]
그렇게 제니와 악수를 한 연석은 귀여운 꼬마의 등장
으로 한층 기분이 즐거워짐을 느꼈다
그러다가 연석은 .....자신을 소개하는 종혁의 말을
잘못들은게 아닌지....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제니 이쪽은.......................
오빠가.........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제니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세상에서 가장.................
그 한마디는 연석의 마음에 대한 종혁다운 대답이었다
간접적인 그 고백에...연석의 마음에대한 허락의 말에
연석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수 없었다
연석이 고개를 들어 종혁을 바라보자 어느새 붉어진
얼굴과 수줍음에 잔뜩 물들어 있는 그 투명한 눈동자가
연석을 맞이했다
하지만 아까처럼 연석의 눈을 피하거나 하지 않고
마주 빙긋 미소지어주는 종혁의 태도에 연석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둘의 모습에 심심해
진 제니는 역시 철모르는 아이였다
[오빠아..피아노 쳐주기로 했었잖아요.......
쳐줘요~네에~??]
종혁은 그 약속을 기억해 내고는 그럴까 생각을 했지만
연석이 있기에 함부로 그럴수도 없었다
[있지 제니..지금은 손님이 계시니까..좀있다.....]
[시러시러~~]
제니의 어리광에는 재간이 없는 종혁이었기에 종혁은
형편없이 넘어가고 말았다
게다가 연석이 옆에서 쳐주길 바란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종혁은 안칠수가 없었다
[..그럼...한곡만.....]
[와아~~~!!!오빠~만세~^^]
연석은 피아노로 걸어가는 종혁을 보고는 저것이 그의
연주작품이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삭............
종혁이 검은 피아노앞에 놓인 의자에 앉자 연석은 갑자
기 눈앞에 환영처럼.....종혁의 몸이 빛에 둘러싸이는
것 같이 보였다
검은 피아노와 그 덮개를 열어올리는 종혁의 하얀손은
너무나 잘 어울렸고 곧 하얀 건반에 손이 올라갔다
연석은 그가 피아노를 쳐서 그렇게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며 제니를 옆에 앉히고는 음악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후우..............
오늘따라 건반이 왜이리 어지럽게 보이는지......
종혁은 긴장되는 가슴을 조용히 쓸어내리고는 그의 머
리속에 항상 슬픈 멜로디로 간직되어 왔던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움직이는 듯한 가벼운 건반의 건드림에도
잘 반응하는 건반은 종혁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선율
을 자아내고 있었다.....
연석은 종혁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고는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표정이다하고 느꼈다
제니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곡..치고나서는 종혁오빠 항상 울었어요.......]
어쩌면 혼자 중얼거림이 아닐 수도 있는 제니의
말에 연석은 그에게 무언가 말못할.....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연석이 힐끗 제니를 쳐다보니 제니는 작은 두손을
마주 모으고는 신에게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느님.....제니 소원 있어요.....들어주실거죠.
....?]
연석은 가만히 제니의 작은 기도에 귀를 기울였다
제니의 분홍빛 입술에서는 누군가를 위한 기도가
흘러나오고있었다
[..종혁오빠....꼭 행복하게 해주세요..........
종혁오빤요...착하구요......제니를 귀여워해주구요..
피아노도 잘쳐요.........종혁오빠 제니땜에 많이 힘들
었단거 제니 잘알아요..........그래도 항상 제니한테
화도 안내고 웃어줘요...........그러니까....
제니가 이렇게빌게요...............]
연석은 목이 메어 왔다....이런 작고 여린 아이가...
자신의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종혁오빠..행복하게 해주세요...........]
사아아아........
그나마 내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하늘에는 천천히
밝은 햇살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비가 그치고......
세상이 햇살의 따스함에 눈물을 흘리고.........
연석의 두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이제까지 신을 믿어본적이 없던....신에게 무언가를
바래본적이 없던 그는..........이 작은 아이의 소중한
기도를 듣고는......처음으로...그날...그녀석이 떠난
이후로............신에게..무언가를 빌게되었다....
....신이시여....내가....당신을 다시...이렇게 부르게
될줄은.......몰랐습니다..........
하지만......이젠........다시한번.....당신에게....
기대보려합니다...........
햇살이 성당의 창문을 가르고 들어와 연석을 감쌌다..
따스한 그 햇살을 눈물에 섞여 받아내던 연석은 피아노
라는 그의 빛의 천사와 함께 즐거운 연회를 즐기는
종혁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지킬수 있는................
.......그를.....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내가 되는것..
연석의 두눈은 간절함이 묻어나와 눈물과..햇살과...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이...내생애...마지막 소원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그 어느날 오후.....무척이나 비가
많이 내렸던 그날에 드디어 비가 그쳤다.....
성당안은....아름답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소리와
두 명의 같은 이를 향한 그를 위한 소원으로......
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하늘엔.........파랗게 갠 맑은 하늘엔..........
신의 그들의 소원에 대한 대답인듯..............
.....아름다운 일곱빛깔의 서로다른 빛이 .....
성당을 감싸안고 있었다......
......그를.....영원히 사랑할수 있게.............
......................As long as you love Me[14]
푸르른 초원의 계절...여름의 시작을 울리는 뱃고동인
6월이 울려왔다....
그 아름답던 4월의 벚꽃이 지고 그 나뭇가지에는 꽃의
결실로 열매들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도 봄의 색깔이 묻어있는듯한 포근함이
가득담긴 태형과호석의 안식처는 아마도 그들의 더욱
가까워진 사이가 그렇게 만들어놓은듯 싶었다
사라라락...............
창문을 열어놓아 약간은 후끈한 바람이 하얀커텐을
쓰다듬으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밝고도 달콤한 아침햇살이 집안을 황금빛으로 가득 채우
고 아침의 이슬을 잔뜩머금은 초록잎과 풀잎들이 바람
의 향기를 상쾌하게 해주는듯했다
아침의 나른한 공기가 집안을 천천히 메우고....
모두 깊이 잠든 일요일의 아침........
코끝을 살랑이며 다가온 바람에 태형은 오랫동안 앉아
있던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폈다
...밤 샜구나....몇시지..?
커텐을 모두 쳐놓아 아직 캄캄한 방안에서 스텐드를
끄며 태형은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10시...45분....
태형은 새삼 자신의 굉장한 체력에 놀라움을 느꼈다
전날 그 동안 많이 밀렸던 레포트와 과제때문에 학교에
서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야했던 태형은 아직은 사회인이
아니라 한 학교의 학생이었기에 그 명분에 맞게 주어진
일을 완료할 책임이 있었다
다행이 교수님께서 기간을 넉넉히 다음주 수요일까지
주셨지만 하루만에 깔끔히 처리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성격인 그였기에 밤을 새서라도 다 해내려했던
것이었다.
옆방인 호석의 방보다는 조금 더큰 태형의 방은 호석
의 방과 막상막하할 정도로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다
둘다 깔끔하기엔 지지않았기때문에 집안과 방은 항상
깨끗했고 꾸미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둘다 무
난한 색과 가구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것이었다
호석의 방이 온통 화이트컬러풍이라면....태형의 방은
온통 블루톤의 컬러였다.
코발트블루(파란색)의 침대시트에....프레시안블루
(곤색)의 베게....유일한 하얀색인 커텐....모든것이
푸른색의 바다인 그의 방은 그의 성격대로 무난그자체
였다.
그의 친구인 연석에 못지않게 푸른계열을 좋아하는 그
는 집안을 온통 푸른색으로 꾸미고 싶었지만 그의 가
장 소중한 이의 절대반대로 하얀색이 집안의 군데군데
를 차지하게 되었다
태형은 일어서서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 하얀커튼을
갈랐다..
시원스럽게 나뉘는 소리와 함께 햇살에 목말라 있던
태형의 눈이 천천히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잠시
그 눈부심에 태형은 살짝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긴장이 풀리고 휴일인데다 과제와 레포트도 다마친
상태가 되자 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웅......]
태형은 햇살이 밀려들어옴에 따라 들려오는 신음소리
에 문득 고개를 돌렸다
태형의 눈길이 간곳은 그의 침대위에서 햇빛이 눈을
간지럽혀 곤혹을 겪고 있는 호석이었다
그 바닷가의 사건이후로 전보다 더 설레는 사이로 변해
버렸지만 태형은 절대로 호석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
다.
오히려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호석에게 다가가는 그가
호석은 마음속으로 무척이나 고마웠고 태형도 천천히 다
가가주길 원하는 호석을 이해해주고 있었다
서로를 그렇게 잘 이해하는 둘의 아침은 그렇게 나른한
움직임으로 시작됐다
태형은 몇번 뒤척이다 바로 시트를 끌어올려 얼굴까지
덮어버리고는 다시 고운 숨소리를 내는 호석을 보고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나머지 작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전날 레포트때문에 밤 샐 각오를 하고 있던 태형에게
같이 밤 새주겠다고 다짐을 하던 호석이었다
태형은 호석의 건강을 염려해 그만두라고 하며 방으로
들이밀었지만 호석은 끝끝내 태형의 방안 큰 쇼파에
앉아 버티고 버텼지만.....결국 밤 12시가 되어
잠이라는 수용소에 갇혀버린 호석이었다
그가 잠들것을 예상하고 있던 태형은 작게 웃으며
호석을 그대로 안아들고는 자신의 침대에 눕혀 재웠고
그래서 지금 호석이 아무도 거기서 수면을 취해본적이
없던 태형의 침대에서 잠들어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호석의 곁으로 다가가 살며시 앉은 태형은 침대
의 푹신함을 느끼며 호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호석아~학교가야지......지각이야...^^vv]
그 소리에 반응했는지 호석은 들어올리기 힘든 눈꺼풀
을 슬며시 들어올려 그 까만 눈동자로 태형을 응시했다
그리고 너무나 애절함이 담긴 한마디를 꺼냈다
[..형....5분만......나 학교 못가겠어.....5분만...
응....?]
금방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깨있을때보다 좀더 보송보
송한 뺨을 웃으며 쓰다듬은 태형은 재미있는지 쿡쿡
웃어댔다
[저번에도..분명히 5분만 하다가..지각할뻔한게 누구
더라......?]
[.....으윽....형....제발.....]
픽 웃은 태형은 태형의 팔을 잡고 흔들어대는 호석을
지긋이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오늘 일요일인거 알지....??^^]
[......혀엉-------------!]
못내 미운듯이 태형을 살짝 흘겨보곤 호석은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태형은 삐진듯이 돌아누워버린 호석을 보고는 강아지를
달래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삐졌어..?우리 호석이~^^형이 재미있자고 한건데
.....너무하네~^^vv]
[형 너무해 진짜...........]
태형은 문득 떠오른 호석을 달랠 매개체를 생각해 내고
는 침대에서 일어선뒤 웃으며 말했다
[그럼....형이 슈크림 사오면....안먹겠네......?]
벌떡!!!
슈크림이라는 소리에 순진하게 넘어가 벌떡 일어난
호석을 보며 태형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호석은 앗차하며 화난자신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미
슈크림에 넘어간 뒤였다
슈크림만 아니었으면.....그냥 자려구 했는데....
......헷...슈크림.....^^
달콤하게 입안을 스며들 슈크림은 떠올린 호석의 얼굴은
벌써 싱글벙글 이었다
그런 호석을 보며 태형은 절로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그것이 바로 호석이었다
태형은 다가가 호석의 부시시한 머리를 쓱쓱 다듬어
주고는 빙긋이 웃었다
[그래,호석이 일어났으니까....형이 슈크림사러갔다
올게....그동안 세수하고 단정히 옷갈아입고 있어요~
알겠죠~?^^]
[네에-------알겠습니다~!]
유치원어린이에게 하듯 그렇게 말한 태형은 침대에서
슬슬 내려오기 시작하는 호석의 하얀뺨에 살짝이 스치
듯 입을 맞추었다
[형 갔다올게~집 잘지키고 있어.......]
[응--다녀와형..뭣하면 나도 같이갈까?]
[무슨~형이 갔다온다고 했잖아....어서 가서 씻어-]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까지 배웅한 호석은 주위를 둘
러 보고는 욕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문이 잠기는 소리까지 확인한후 걸음을 옮겼다
슈크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일어날 정도니........
슈크림한테 형편없이 지는게 아닌가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한 태형은 절로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행복해도 아무탈이 없는걸까..........
마음이 잠시 불안해진 태형은 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곧 불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베이커리로 들어선 태형을 점원이 웃으며 맞았다
점원은 슈크림을 사가는 것을 보고는 웃었다
[어머...슈크림을 무척 좋아하시나 보네요..계속 슈크
림만 사가시는걸 보니......]
태형은 사교적인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덧붙였다
[네..슈크림이면 사족을 못쓰는 강아지가 있어서요...]
[어린가 보네요~강아지가.......귀엽겠어요~]
슈크림을 들려주며 점원이 그렇게 말했다
태형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네...귀엽죠....너무나..]
[예에..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딸랑거리는 풍령소리와 함께 가게를 나온 태형은 강아지
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 점원을 떠올리며 조용히 웃었
다....
태형이 가게를 나오는 것과 그안에 있는것을 지켜본이가
있었다......
[..태형이형-!!]
[아...상혁아..]
태형은 앞집의 활발한 소년인 상혁이 자신을 부르며
즐거운 걸음걸이로 뛰어오는것을 보고 눈웃음지어주었다
상혁은 멀리서 달려온 것처럼 헉헉거리며 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 어디갔다와요?전 어머니 심부름 갔다왔는데.....]
태형은 장난스럽게 빵가게 봉투를 흔들어보였다
상혁은 일부러 모른체하고는 그렇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웃사이라 같이 걸어가게 된 둘은 얘기를 하다 상혁이
문득 질문을 한것에 태형이 대답했다
[아침부터 왠 슈크림이에요,형?느끼한데에~~]
[하하..내가 먹을거 아니야....^^]
상혁의 눈동자는 잠시 흔들렸다
[그럼...요?]
[응...형이 전에 말했지? 형이랑 같이 사는 동생있다고
.....동생이 미국에서 왔거든....그녀석.....슈크림이라
면 사족을 못써서........아침부터 슈크림이야~^^]
태형의 두눈에..그 말투에 깃든 그 특별한 감정이 섞인
태도에 상혁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그래요....그사람이 왔군요.........쿡........
그때.....죽어버렸으면....좋았는데.........
상혁의 갑자기 태형에게 말했다
[형~지금 형네 놀러가도 되요?11시 다됐는데......
이른시간인가~??]
[음...........]
시계를 들여다본 태형은 지금 이면 다씻고 Tv를 보고있
을 호석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아 시간도 많이 흘렀네....]
[이야~고마워요 형~!]
[고맙긴.....]
태형은 호석에게 와는 다른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앞서 걸어갔다
상혁의 두눈은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계획의 첫걸
음이 쉽게 내딛여지자 기쁨에 취한 웃음을 흘렸다
.....형을 그토록..미치게 만든....그 사람이.....
상혁은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의 얼굴은 태형을 대할
때의 미소가 아닌....흠칫하리만큼의 비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누군지......보고 싶었어요..............
...........유...호석...............................
......넌....형에게 다가갈수 없어..................
.......내가 있는한...........절..대..........
햇살을 가득 안은 하늘아래 초록빛 잎은.......
그 푸르른 하늘은.....조용히 흐르는 바람은.....
6월의 시작.........그리고.................
슬픈운명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As long as you love Me[15]
환한 아침햇살이 태형과 호석의 집을 감싸안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아래....깨끗하게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호석은 말끔한 모습으로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슈크림을 들고 눈웃음 지으며 들어올 태형의 모습이 금
방머릿속에 그려지고 호석의 입가는 예쁘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돌아온 이후 단 몇일은 서로 서먹함을 감출
수 없었고 그것이 당연했다
이제까지 스스럼없이 형과동생으로 지내던 사이가 이젠
그 이상의 사이로 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레임과..
그 설레임을 갖게해줄 시간이 필요했다
둘은 그 시간을 깨고 금방 이상의 사이로 탈바꿈해버렸
고 설레임을 갖은 대가로 서로를 전보다 더 존중해줄수
있는 태도가 그들에겐요구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태도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서로를
아끼느라 정신이 없는 그들이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늦네......형.....
나간지 15분이 넘었음을 알려주는 시계를 쳐다본뒤 호석
은 금세 걱정어린 눈이 되어 창가로 걸어나갔다
빵가게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10분
이상 걸리지 않았고 걸음이 빠른 태형은 항상 8분후면
집에 도착하곤 했다.
그 커다란 눈망울은 그렁그렁 맺힌 아침햇살과 태형에
대한 걱정으로 아름답게 뒤섞여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호석의 미간은 살짝 지푸려
졌지만 곧 밀려들어온 달콤한 열매향에 호석은 곧 찌푸
렸던 미간을 천천히 폈다
벚꽃이 지고 먹음직스러운 버찌들이 주렁주렁 열려 한층
자신들의 하얀집을 매혹적이게 보이게 했다
붉은....벚꽃의 눈물인....붉은...열매..........
호석은 말없이 그 아름다운 벚꽃의 결정체에 눈길을 쏟
으며 미국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잘한걸까...?연석이형한테...종혁씨 사는 곳
주소를 알려준게............
..하지만......형이 슬퍼하는거..보고싶지 않은걸....
......누구보다..날 사랑해준 친형이니까.........
.....형 정말 고마워....형이 아니었다면.....
나....................................
휘이이잉.......휘이이잉........
바람이 들어왔다...가을의 바람같이 순간 쌀쌀한 바람
이 들어와 호석의 갈색머리칼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미국의 바람....자유의 향기가 가득 실린듯한 그 바람이
호석의 가슴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내 사랑....몰랐을지도 몰라.......
..내생애 끝나는 날까지.........
달콤한 바람이 지나간다고 생각했을때.......
호석의 눈에는 그가 찾는 단 한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형이다..근데..........................
호석은 태형의 곁에 또다른 한사람이 함께 있는걸 보고
는 뚫어지게 그쪽을 주시했다
.....누구지..?
이웃과는 별로 만나본적이없고 태형처럼 사교성이 있는
것도 아닌 호석이었기에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턱이 없었다
.....어....?
그러다가 호석은 얘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집현관에서
문을 열고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두리번거
렸다
어떡하지?집안이 엉망인데.....어제 청소하고 잘걸....
지금 손님데려오면 어떡해.....형도 참....
잠시 태형을 원망한 호석은 집 치우기는 틀렸다고 생각
하며 옷이라도 깔끔하게 하고 나가기 위해 곁에 서있는
전신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바람에 흩날린 머리를 다시 매만지고 얇은 흰색남방을
털고 말끔해진 자신을 보며 만족한 호석을 부르는 목소
리가 들려왔다
[호석아-형왔어---2층에 있니-?]
[어..어 형 갈게-]
낯익은 태형의 목소리가 들리자 호석은 달콤한 열매향
을 뒤로한채 1층으로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같이 사시는 동생이 이름이 호석이에요?]
[응-.상혁이 너랑 동갑이야,우리 호석이 잘좀 봐줘-]
.....우리.. 호석이......쿡...재밌어.....
호석이라....호석이라......네곁에 있는 태형이형의
모습이 궁금해지는데......?
그리고..............너도 말야....쿡.....
[형 왜이렇게 늦었어..걱정했는데......]
곱고 청아한 목소리가 상혁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 목소리까지 상혁은 귀에 거슬렸다....
태형은 미안하다는 사과를 연신하며 슈크림을 호석의 품
에 안겨주었다
[자아..슈크림....아침이라 갓 구운 거라더라......]
[형 고마워~^^잘 먹을게......]
[그래...호석이 잘먹는거 보면 형 배 하나도 안고프더라
이게 뭐야.....여리여리 말라서.....봄바람에도 쓰러질
것 같아-]
[형 너무해.......^^]
태형은 호석을 그렇게 놀리며 호석의 뺨을 곱게 쓰다듬
었다.
호석은 뺨에 느껴지는 태형의 손길에 말할수 없이 편안
함에 빠져들었다.
형...나 이렇게 많이 형 좋아해도 되는거야..?
호석은 속으로 그렇게 물은뒤 손님이 있다는것을 생각
해 내고는 힐끗 쳐다보았다
[형...저기 손님.......]
[아.그렇지 잊고 있었어.]
태형은 등뒤에 멀뚱히 서있는 상혁을 생각해 내고는
상혁을 데리고 왔다
[상혁아 이쪽은....형이랑 사는 동생.그리고 호석아 이
쪽은....앞집소년~너랑 동갑이야.]
....싫어.....싫어....이향은...........
호석은 까만 눈동자를 상혁에게 맞추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입가에 곱게 미소를 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기..반가워요....유호석이에요....]
상혁의 마음은 예전의....돌아가기 싫은 그 기억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었다
싫어.......싫어.........날 괴롭히지 말란말이야....
왜......왜.......똑같은....눈을하고............
상혁은 울컥솟아오르는 기억에 어찌해야할지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훗.....그래...이렇게.....당신이 환생했단 말이지..
정말.....지겨워.......날...내버려 두라고.....
.....말했을텐데..
상혁은 떨리는 손을 내밀어 호석의 하얀손을 잡았다
[....반가워요.김상혁이에요.]
오랫동안 허공에 떠있던 손이 잡히자 호석은 그제야 안
심을 하고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런표정까지 닮았군.......제길..........
어째서...이제와서...날............................
훗...잘됐어.......유호석에게 맺힌게.........
당신덕분에....더 많게됐으니............
.........무참히..짓밟아도......당신.............
당신을 부수는 거니까......................
.......잘됐어...
상혁은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는 사람좋은 웃음을 띄워
보였다
[정말 잘생기셨네요-.되게 여리게도 생긴것 같고....
부러워요~]
호석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는 상혁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1층거실의 큰 테이블에 앉은 3명은 문을 열어놓은 창가
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동일한 생각을 했다
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차가운 레몬티가 3잔놓이고 호석은 각자 앞에 놓아준뒤
자신의 옆자리를 털어주며 앉으라고 손으로 가리키는
태형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다
상혁의 두눈에서는 보이지 않는 분노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앞에서...그런 모습 보여주지 말아요...
푹신한 푸른색의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셋이 말을
꺼내려고 한순간.......
띠리리리리리--------!!
그날따라 크게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놀란 3명과 자신이
받겠다고 일어서는 호석을 보며 태형은 그가 앉은
자리에 온기가 남기도 전에 일어서게 한 전화벨이
원망스러웠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벚꽃향이 그를 진동시켰고 태형은
그나마 마음을 달래며 레몬티를 입가에 가져갔다
달려간 호석은 전화벨을 진정시키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호석이니?]
[아..............]
호석은 낯익은 그목소리.....친형제도 아닌 자신과 사
친형제보다 더 사이좋게 지냈던.......자신의 형의
목소리를 접하자 눈물이 그렁해졌다
[..혀..형....]
변함없이 낮은 톤의 목소리....변함없는 말투......
수화기를 통해 금방이라도 흘러나오것만 같은 푸른
하늘의 상쾌함.........
호석은 울먹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자 당황하는 상
대방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여보세요?호석아,너 우는거야?]
[아..아냐형...울긴...]
[어이구...우리 호석이~형이 전화 안했으면 형 잡았겠
다~?^^]
[형도.....참...]
태형이 부르는 우리호석이와 다른 의미의 단어지만
호석은 그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호석이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모습에 태형은 누구일지
짐작을 하고는 빙긋이 미소를 띄웠다.
..연석이구나....그러고 보니...연석이녀석....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나한텐 연락도 없고..
괜시리 섭섭해진 태형은 레몬티를 내려 놓고는 통화하는
호석의 등뒤로 시선을 보냈다
그때...태형의 눈을 본 상혁의 눈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형....그런눈 하지말아요......싫어요......
왜....그렇게 저따위녀석한테....목숨을 거는거죠..?
그런.....그런 눈 하지말란 말이에요......
그렇게...따뜻한 눈빛.....나한테는 준적 없잖아요..
.......단한번도............................
태형은 그런 상혁의 무서운 속마음을 모른채 그저 호석
의 뒷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봄바람도...태형의 눈길에는.....한없이 차가울것만 같
은......
상혁은 태형과 같이 시선을 호석에게 주었다
.....사라지란 말이야......당신...내 앞에.....
왜 다시 나타난거야......
싫어......................!!!!
호석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서로다른 감정의 시선을 모른
채 연석과의 통화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종혁씨랑 만났구나........]
[형은....호석이 아니었으면....아마 종혁씨 만나지
못했을거야.........고맙다 호석아..정말 고마워....]
[아냐 형...고맙긴......]
호석은 빙긋이 미소를 띄우며 말을 잇는 연석에게 집중
했다
[좀있으면...형 방학인거 알지?그때....형 한국갈거야]
[한국에?]
[응-]
연석이 한국에 온다....호석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연석
과 만나 얘기도 하고 그럴수 있겠구나.....
태형이형도 만나면 좋아하겠지....
이런 기쁜생각들로 연석의 뒷말을 듣지 못해 다시 되물
었다
[..미안형...잘 못들었거든....다시 말해줘.언제올거야
?]
[음....이번달 15일쯤에 갈까해.....얼마 안남았지?]
[응-]
[그래....그때까지....태형이 말 잘듣고......학교잘다
니고.....]
호석은 기쁨에 들떠 그저 응 ,응을연속했다
연석은 끊으려다 호석을 다시 불렀다
[호석아 호석아-]
[응 형-?]
그러고는 큰결심을 한 말을 꺼냈다..........
[종혁씨와...같이 갈거야,한국에.무슨일이 있어도..
설득시켜서.......]
[..종혁씨랑?]
기쁨이 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호석은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종혁의 그 친절함과 신비
함이 눈앞에 다시 떠오르는듯 연석에게 되물었다
연석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응-.반드시 같이 갈테니 기다리고 있어~알겠지?]
[알았어,형-]
달칵...........
휘이이이.............
다시 바람이 불었다.......무덥기만 하던 그바람이...
이제는 따스한 바람이 되어........
3명을 감싸안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속마음에 의한 상처를 입게될.......
둘은.......그 바람이 그저 꿈결같이만 느껴졌다
...꿈........
붉은 눈물의 벚꽃..........................
....................As long as you love Me[16]
금빛 실타래가 풀어지듯 곱게 내리쬐는 늦가을의
햇살아래 미국은 일요일이라는 휴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을아침의 따사로운 햇살이 연석의 침대위를 덮고...
연석은 살짝열린 창가로 스며들어오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에 살며시 눈꺼풀을 열었다.....
화악...........
곧 연석의 두 밤하늘빛 눈동자 가득 햇살이 가득 쏟아져
내리고 연석의 미간엔 살짝 고운 선들이 생겨났다
곧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연석은 커텐을 움켜잡았다
옅은 베이지색의 커텐을 열어제친 연석을 향해 잔뜩 웅
크려있었던 햇살이 그 따스한 몸을 펴고 그에게 안겨
들기 시작했고 연석의 후각을 자극하는 상큼한 나뭇잎
과 초록빛 풀잎의 향에 그는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낯선 미국의 그 땅에서..한번도 한국을 떠나본적이 없
던 그에게 단한가닥의 빛이 되었던 이가 있다면.....
그것은 성당에 살고있는 눈빛이 맑은 소년......
종혁이었다.
연석은 불어오는 가을의 상쾌하고 쌉쌀한 그바람의 향에
섞여올듯한 그 오렌지향의 길고 긴 영원의 여운을....
떠올리며 창가에 살며시 몸을 기댔다
.........이젠....날 기다려줘요...반드시...........
날..기다려주기만 한다면.....당신이 어디에있든....
세상 저너머에 머물든.....난.......................
휘이이이..............
아침을 알리는 바람의 노래가 시작됐다...
그 아름다운 아리아에 취한듯....감았던 눈을 뜬 연석
은 하늘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을 찾아갈테니까요............................
[..종혁오빠-종혁오빠-]
[으음..........]
종혁은 너무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개방시켰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뜨려고 애쓰며 종혁은 자신을 부른
이를 쳐다보았다
[...제니구나....왜..?]
[오빠 졸려요....?제니랑 놀아줘요....네에..?]
한없이 졸렸다.말도 못할만큼 피곤했지만 천성이 마음이
여린 종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방안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제니의 모습에 종혁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조금 힘들어도 저 아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만
족하는 종혁이었기에 자신을 잡아 이끄는 제니의 손에
저항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화아...................
종혁의 두눈을 찌르는 햇살이 그리 세진 않았다
분명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는 증거로서......
종혁은 코끝을 가득메우는 흙냄새와 꽃향기에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고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종혁은 하늘을 닮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를 떠올렸다
...어젯밤에 추웠는데.....창은 잘 닫아놓고 잤을까...
아침에 눈뜨자마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줄은 모른채
종혁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늘을 닮은 푸른바람이 불어와 종혁의 얼굴을 쓰다듬었
다....종혁은 입가에 고운 미소를 띄우고는 그 바람에
속삭였다
......이젠......당신을 기다려줄수 있는..........
.....내가 되겠죠...........그래요....그럴거에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연석아 차조심하렴........시간 잘지키고..]
[예-,그럼 다녀올게요-]
쾅..........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함께 연석은 자신의 집앞을
장식해주는 정원을 지나 커다란 하얀대문을 지났고
연석의 눈앞에 펼쳐져있는 하얀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오랜만의 깊은 잠에 취할 휴일의 아침..
연석이 걸음을 옮기는 곳은 오직 한군데 뿐이었다
제니의 귀여운 행동들과 애교섞인 어리광에 그저 미소만
흘려보내던 종혁은 그가 성당에 있을 이유를 제공해준
장본인을 생각했다....
'오빠....오빠아...울지......마아.....'
죽어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눈물만 쏟아낼뿐 그 무엇도
도움을 주지못한 종혁은 그 생생한 기억이 다시 되돌아
와 그의 눈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그렁그렁 두눈엔 눈물이 맺혀 차가운 바람을
녹아내리게 하고 꽃들의 이슬도....그 눈물에는
그 순수함에는......비할것이 되지 못했다
'오빠.....울지마아...오빠울면........싫어....'
울지 않겠다고....절대로 울지않겠다고 다짐한 그였지
만.....흘러내리는 안타까움과 그리움은 어쩔수가 없었
다......피를 나눈 사랑이란....그런것이었다....
[..종혁아.]
[아..........]
종혁은 자신을 부른 누군가의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그가 이곳에 온후부터 너무나 그를 아껴주고 친자식
처럼 대해주던 브라운 신부였다....
신부는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눈가를 혹사시키는 그를
보고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세상엔 말이다....종혁아.슬픈일들이 너무나 많아
......네가 겪고 깊은 상처가 될만한 일도.......
그런 슬픔은....혼자이겨내기엔....힘든것이란다....]
따뜻한 신부의 말에 종혁은 자꾸만 눈가가 어려왔다
가만히 그의 말을 경청하는 종혁을 본 브라운신부는
어느새 다가온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슬픔은...누군가와 함께 나눌때....이겨낼수가 있어
.......혼자서만...끌어안고 고민하는건.....해결이
되지않아......널....진정으로 이해해주고....아껴줄
그런이가 나타나게 되면.....네 그 모든 슬픔을......
그사람에게 털어놓아 보려무나........네 아픔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겠니?]
종혁은 자신의 슬픔과 눈물의 이유를 잘알고 있고...
또 이해해주는 신부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종혁의 어깨를 두드려준뒤
천천히 일어서 걸음을 옮기는 신부의 뒷모습에 종혁은
감사와 친애의 뜻이 담긴 마음을 보냈다..
종혁은 어른거리는 눈가를 진정시키고는 조용히 생각에
빠졌다
..날.......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아껴줄.......................................
...............그런 사람........................
....그런사람이........세상에 있을까..........
[...종혁씨-]
종혁은 귓가에 울리는 낮고 친근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다행이에요,만나서.........할얘기가 있어서....
이렇게 아침부터 달려왔어요,시간 괜찮으면.....
저한테 시간좀 내주지 않을래요?]
자신에게로 걸어오며 미소를 지우지 않고는 그의 앞에
서서 말을 맺는.....사람......
하늘을 닮은..............세상의 하나뿐인.......
..소중한이.........................
그래..........있어........
종혁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빙긋이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사람에게 마주 웃어보였다
[.......연석씨.............]
환한...햇살보다 더 환하고.....별빛보다 더 아름다운..
웃음...........
사랑하는 이를 위한 웃음은....세상에...오직 하나뿐일
것이다.................
[..잘지냈죠?저번에....비맞아서 감기걸린건 아닌지
걱정했었어요......]
[........]
말없이 붉어지는 얼굴을 갈색빛 머리카락으로 살며시
가리고 있는 종혁을 보며 연석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종혁은 한참동안 다물고 있던 수줍은 입술을 열었다
[..저기....하실말씀은.....]
[...종혁씨.]
[네?]
갑자기 진지한 말투로 종혁을 부른 연석에게 동그랗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종혁의 눈이 향하자
연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심각한 얘기는 지금 안해요...그러니까 그렇게 놀라
지 말아요.....실은 부탁이 있어서 그래요....]
[..뭔데요?]
한참을 망설이는 듯한 연석의 모습에 더욱 궁금해진
종혁은 그런 연석에게 다시 되물었다
[..뭔데 그러시는데요?]
[..아 그게....제가 이제부터.....종혁씨라고 안부르고
.....종혁아라고 하면....화내실까 해서요......]
[..아........]
종혁은 내심 무척이나 기뻐했다....그것은 이제 조금더
연석에게 가까이 갔다는 증거이기때문에.....
연석과 자신의 나이차는 2살....2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그 날들이 지금 종혁에겐 너무나 큰 기쁨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너무나 딱딱했던 호칭에 종혁도 연석과 마찬가지로 거리
를 느끼고 있었다.
이름뒤에 붙이는 경칭어가 둘의 사이를 딱딱하게 만들
었던 매개였고 말끝마다붙이는 경어도 그들에겐 상당히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이제 좀더 가까이....서로다른 모습으로..마음으로...
서로를 대해주기 위해....연석이 건넨 그 한마디는
서로에게 너무나 기쁜일이 되었다
[그럼.....전....연석이형이라고....불러도 될까요..?]
연석은 그 한마디가 한걸음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종혁의
속마음임을 알아채고는 기쁜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전 그래주길 바라고 있었어요.....]
[........^^]
그저 조용히 미소만 띄운 종혁에게 연석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함을 느꼈다...
이젠 경어도 사라지고 서로의 호칭이 변한 이상.....
서로 머뭇거리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연석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지키고있다
가 어젯밤 호석에게 말했던 자신의 결심을 실행시키기
위한 말을 꺼냈다
[..종혁아,형이.....할말이 있어서 왔거든....?]
[...네...아니 응.....]
아직도 경어쓰는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종혁에게
그저 사랑스러운 시선만 두고있던 연석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이번 방학때...형이 한국에 갈거야...전부터 예정
되어있던거라.....특별히 준비할건 없거든......
오래있을 예정이구.....]
종혁은 그말에 온몸의 힘이 죽 빠져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럼....오랫동안 형을....못본다는 얘기.........
시무룩해진 종혁을 눈치챈 연석은 빙긋 미소를 띄우고는
말을 이었다
[형이..한국가면..종혁이 혼자있게 되지....?그리고..
형은 종혁이 그렇게 오랫동안 안보면....아마 미쳐서
정신병원가있을것 같아..........그래서말인데.....]
종혁은 갑자기 손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흠칫
놀랐다.
전에 연석이 눈이 멀었을때 떨리는 마음으로 잡아주었던
그 손과는..왠지 좀 달랐다...
더 따스하고....포근한....그런........설레는 느낌..
종혁은 붉어지는 얼굴을 주체를 못한채 그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널 데리고.....한국에 같이 가보려고 해.....
전에...신부님께 우연히 들었어....비오던날......
실은 그때부터 데려갈까 생각중이었는데.......
신부님 말씀이...널 꼭 데리고 가줬으면..하시더라..
가는 경비는..어떻게 해서든..마련을 할테니......
태어나서..단한번도..모국에 가본적이 없고.....
모국어도....여길자주 오던 교포분에게 배웠다고.....
가끔씩.....한국에 대해...여러가지 질문을 많이 한
다고 하시면서 말야......]
신부님.....브라운신부님이실거야..분명히........
.....내게...그렇게 잘 대해주시는데........
그런 말씀까지..................................
종혁은 눈가가 다시금 아른거리는 것은 발견하고는
눈물을 되돌리려 애썼다....
종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형..내가가면.....형이...힘들텐데.....]
툭....투둑......
연석은 자신의 손위를 곱게 수놓는 종혁의 눈물이 더없
이 부드럽게만 느껴졌다
그저 자신보다 연석을 걱정하기 바쁜 이 작고 여린 소년
을....연석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지켜주고 싶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연석은 계속해서 흐르는 종혁의 눈물을 발견하고는 그의
어깨를 소리없이 품으로 끌어안았다..
향긋한 오렌지향이 연석을 에워싸고....연석은 종혁의
갈색빛의 고운 머리에 살며시 얼굴을 묻었다
[..별걱정을 다한다..우리 종혁이가 누군데 형 힘들게
하겠어..말안해도 스스로 다 하는 착한아인데...
형은 종혁이가...제발 형한테 걱정좀 끼쳐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흐흑.........형..미안해..미안...........]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아무것도 해준적이 없는....사랑한단 그한마디 말조차
수줍어 하지 못했던 자신에게....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 연석이었기에...더욱..그랬다....
계속해서 미안하다란 말을 되풀이하는 종혁의 그 사과
를 연석은 조용히 억누르고는 자신의품안에서 눈물흘리
는 종혁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형이...우리 종혁이 얼마
나 사랑하는데........미안하단 말 하지마..........
형이...종혁이 한시라도 곁에 없으면.....힘들어서
그래.......항상 곁에 있어줬음 하는데........
사과같은거...하지마........
형이....네게...해주는 만큼....넌....그저.........
내 앞에서...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면............
그거면 되니까...................]
눈물.......눈물........눈물.........................
신의 안식처인 그곳....햇살이 너무나 투명하고.....
하늘은 너무나 맑고 눈이 부시던.........
그날의 아침.........
유난히 그곳은 따스한 바람만이 그들의 곁을 맴돌았다
귓가를 맴도는 바람의 메아리도.....한없이 푸르게만
느껴지고....쌀쌀했던 늦가을의 날씨를 녹이듯....
햇살과 더불어 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한걸음 다가선만큼.....아니 그이상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만 가는 그날.........
그들은 처음으로....사랑이란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영원의바다...그곳의 메아리.....푸른...심연의....
......빛..............................
..................As long as you love Me[17]
기이이이이................
기괴한 기계음을 내며 푸른창공을 비상하는 비행기는
오늘따라 굉장히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듯했다
미국의 9월하고도...15일째 되는날..............
그 밝은 햇살이 따스하게 세상으르 감싸안던 그날..
연석과종혁은 늘 사람들로 정신없이 분주한 공항에
내려섰다...
바람은 한없이 쌀쌀하고 자꾸만 코끝이 어는듯한 착각에
빠질정도로 추운날씨였지만 그들의 마음속은 봄바람이
가득했다.
커다란 미국의 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기위해 이곳에 온 그들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변함없이 바쁜사람들과...아무표정없는 이들의 얼굴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눈을 슬프게 할만했다
연석은 연달아 날아가는 비행기와 정신없이 교차되어
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며 내리 그 동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종혁을 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지?]
가만히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연석의 입에서 그한마
디가 튀어나오자 종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조막만한 하얀얼굴가득 호기심과 새로운곳으로 가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실린것을 미리 알고있던 연석은 찬 가을
바람에 온기를 잃어버린 종혁의 가는 손을 꼭 잡았다
종혁은 낯선환경에대한 두려움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배려해준 연석의 행동이
너무나 고마웠다
더이상 가을의 바람속에서 그를 놔뒀다간 얼어버릴거라
생각한 연석은 종혁을 이끌어 공항내로 데리고 갔다
아침7시 발이니 도착하면 한국은 밤8시쯤일거라 예상한
연석은 시계를 보고는 아직 시간이 남았음을 깨닫고는
공항내 많은 좌석에 종혁과함께 잠시 앉기로 했다
종혁은 아직까지 두 눈망울을 반짝이며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그런 종혁을 아무말없이 지켜보던 연석은 그에게
말을걸었다.
[...많이..떨리지? 한국에 처음가보는 거잖아......]
종혁은 연석의 물음에 두눈동자를 연석에게 고정시킨뒤
대답했다
[..너무 많이 떨려서...형..나 가다가 주저앉을것같아]
아무런 숨김없는 종혁의 솔직한 표현에 연석은 쿡쿡
웃음을 내뱉으며 종혁의 머리칼을 살며시 쓸어올려주었
다.
[..괜찮아..형만 믿고...종혁인 그저 따라와주기만
하면돼....형 믿지..?]
믿음.....그것은 아마...어쩌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그들사이의 필수심이 아닐까 했다.....
세상에는 아직 신뢰할만한 이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
성당식구들외의 처음으로 그에게 마음을 열어준....
연석을 믿지 않을리 없었다...
종혁은 너무나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석
의 시선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있잖아..형......형이 날보는 눈빛을 보면.........
난......가끔.....형이 눈빛으로 날 안아주고 있는듯한
.....생각이 들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종혁은 언제나 늘 같은 따스한 시선으로 자신을 감싸주
는 연석에게 너무나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신에게 맹세할때나 쓸수있는 절대적이라는 말을.....
종혁은 이렇게 쉽게 쓰게될줄은 몰랐던 것이다.....
연석은 그 나름대로 맑고 투명할뿐만 아니라 묘한 신비
감을 안겨주는 종혁의 눈동자에서 이젠 헤어나오질 못하
는 자신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종혁이란 이 작고 여린 아이가...내게 이렇게 커다란
빛이 될줄은.....
늘...나라는 푸른색에 곱게숨어있다가......
그 푸른 심연에서 살며시 나와 더 깊은 푸른빛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난 종혁이에게 한없이 물들어만 가고 있구나.....
연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두볼을 곱게 물들인채 그 수줍고도 사랑이 담긴
두 눈동자로 눈웃음 짓는 종혁의 말없는 긍정의 대답을
알아듣고 있었다
[..고맙다 종혁아..형 믿어줘서...........]
휘이이이이이--------------------
차가운 가을 바람이 둘의 몸을 시리게했다...
차가운 청빛이 가득한 바람은...........
그들의 슬픈여행을 알리듯.....그렇게.........
불어오고 있었다..............
흑요석같이 빛나는 밤하늘엔 맑은 별빛이 총총히 박혀
세상의 눈을 부시게 했고 아늑하기만한 조용한 한밤에
누군가들은 걱정이 가득담긴 마음으로 누군가들을
맞으러갈 차비를 차리고 있었다
[형~혀엉~태형이형------------]
[왜그래,호석아?]
그들이 가장 즐겨있는 창가에 나무의자를 갖다놓고 창밖
을 바라보던 호석이 몸을 돌리며 말을 걸자 독서에 심취
해있던 태형이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는것을 탓하며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던 호석은 그것마저 지루해졌는지 의자에서 일어서서
태형이 앉아 있는 푸른빛의 소파에 몸을 실었다
푹신한 기분좋은 느낌이 몸에 전달되며 호석은 책을 잠
시 엎어놓고 있는 태형을 보며 말을 걸었다
[있지 형...아직 도착안했겠지?]
태형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으로 호석의 뺨을 장난스럽
게 잡아당겼다
[걱정하지말고 좀 자두는게 좋겠어요 호석군-.형이 알
아서 데리고 갈테니까.......]
연석이 온다는 날인 오늘의 하루전인 어제부터......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던
호석이었고 오늘 아침에는 온통 웃음꽃이 핀 얼굴로
태형을 힘들게 만들던 호석이었다.
호석은 태형의 말을 듣고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형 나자면...깨워서 데리고 갈거지?약속하면
잘게......]
[풋..........]
커다란 두 눈동자 가득 졸음이 가득 메워져 눈이 감기
기 일보직전인 호석의 그 어이없는 말을 듣고는 태형
은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그를 재우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약속도 해줄수 있었다
태형은 호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꼭 호석이 데리고 갈테니까..어서 자-
우리 호석이 졸려서 눈이 온통 졸음 투성이구만.....]
태형의 말에 졸음이 더많이 쏟아졌는지 호석은 살며시
태형의 목뒤로 팔을 감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형....잘자.....안녕.....]
[그래 안녕.......쿡쿡.....]
호석의 잠버릇중에 하나인..자기전에 누군가에게 꼭
귓속말로 잘자라고 인사를 하는 것을 들은 태형은 마
주인사를 해주며 미소를 띄웠다.
그와 함께 태형의 무릎에 올려지는 호석의 가벼운 머
리와 그 포근한 느낌에 태형은 얼굴가득 사랑스러움이
담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사악.........
침대로 옮기면 또잠을 깰것 같아 태형은 건너편소파를
덮고 있던 시트를 벗겨 끌어와 호석의 몸을 감쌌다
곱게 숨소리를 내며 잠든 호석을 바라보던 태형은
그의 잠든얼굴 위로 조용히 속삭였다
[...형이..호석이 얼마나 사랑하는지..알지..?]
달콤한 귓가의 속삭임도 모른채 호석은 깊은 잠의 나
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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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결소설
†강력/추천†
As long as You love Me-上
泰山北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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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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