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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스크랩 VOLVO S80 3.2 The 2nd Round
안작가 추천 0 조회 371 08.03.24 03: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VOLVO S80 3.2 The 2nd Round
1.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볼보 S80
2. 한결 날카로워진 핸들링 성능
3. 로드테스트
[STRADA no.76 2006 .11]
(Gong)이 울렸다. 링은 일순 활기를 되찾는다. 이제 타이틀 매치는 두 번째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첫 라운드는 진이 빠지도록 길었다. 3분은커녕 1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차분히 숨을 고르고 기운차게 링으로 뛰쳐나온 선수, 고단했던 지난 라운드가 떠올랐는지 잠시 상념에 젖는다.
10년 전 선수가 처음 링에 올라섰을 때 관중은 눈을 의심했다. 그는 소속 팀이 지금껏 선보였던 선수와 많이 달랐다. 밋밋하고 뻣뻣했던 이전의 선수와 달리 결이 가지런한 근육이 도드라진 ‘몸짱’이었다. 펀치 또한 강력했다. 그의 변신은 팀 전체의 변화를 암시하는 단서이기도 했다. 관중은 열광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에 선수의 귀는 이내 먹먹해졌다.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팀의 역사는 유구할지언정 그는 신인에 지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팀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했다. 옹고집으로 유명했던 팀이니만큼 변신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선수는 세인의 관심을 독차지했고, 이내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도전자들은 숨 고를 짬조차 주지 않고 부지런히 링 위로 기어 올라왔다. 애당초 파이터가 몇이든 제한을 두지 않는 게임이었다. 그들은 스피드, 풋워크 등 저마다 현란한 개인기를 뽐냈다. 재정 지원도 빵빵했고, 외모마저 매력적이었다. 강렬한 ‘해머 아웃’(Hammer out) 한 방으로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선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2라운드를 손꼽아 기다리며.
기다려 마지않던 2라운드. 선수에게 쏠린 관중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도전자도 흠칫 놀란다. 근육은 더욱 단단히 불거졌고, 다소 겸손해 보이던 얼굴은 공격적인 표정으로 거듭났다. 스웨덴의 항구 도시 예테보리에서 나고 자란 선수의 이름은 S80. 소속 팀은 볼보다. 선수는 챔피언 벨트를 거머쥘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2라운드는 이제 갓 막을 올렸으니까.
'혁명’으로 시작해 ‘진화’로 무르익다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볼보 S80이 우리 곁에 왔다. 유럽 이외의 지역에선 우리나라가 첫 데뷔 무대다. 10년 만의 획기적인 변신. ‘올 뉴’를 부득부득 붙여 강조할 만도 하다. S80은 볼보의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기함의 상징성도 그렇거니와 브랜드에 ‘혁명’의 바람을 거세게 일으킨 주인공인 까닭이다. 볼보는 말한다. 첫 모델이 ‘혁명’이었다면, 이번엔 ‘진화’라고.
‘올 뉴’ 볼보 S80의 몸집은 이전보다 한결 컴팩트하고 단단해 보인다. 수치를 따져보면 분명 커졌다. 길이는 4천850mm로 이전보다 20mm 늘었다. 너비와 높이 역시 각각 27, 34mm 늘었다. 휠베이스는 45mm, 앞뒤 트레드는 8, 25mm 늘어났다. 플랫폼은 초대 모델의 P2가 아닌, EUCD. 첨부한 박스에 자세한 내용을 덧붙여놓았다.
새 S80은 참 잘생겼다. 멋대로 성별을 규정짓긴 조심스럽지만, 사람으로 치면 어여쁜 ‘꽃미남’이라기보단, 선이 굵고 반듯한 ‘조각 미남’에 가까워 보인다.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은 제각각이기 마련. 하지만 의외로 잘생긴 차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취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취재팀 사이에서도 S80의 외모가 준수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S80의 표정엔 부드러운 미소가 스몄다. 눈매가 양쪽으로 쳐져 다소 억울해 보였던 과거의 S80보다 확실히 표정이 밝다. 그렇다고 마냥 순해 뵈진 않는다. 살짝 치켜뜬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미소’하면 방패 그릴의 폭스바겐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볼보 S80의 미소는 친근하기보단 의기양양한 쪽에 가깝다.
뒷모습은 싹둑 잘라낸 듯했던 S60과 달리 모아 쥐듯 부드럽게 다듬어 아담해 보인다. 테일램프의 미등은 반투명 여과막을 덧씌워 은은하고 산뜻한 빛을 뿜는다. 현란한 LED를 과시 못해 안달인 경쟁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불빛의 형상은 의외다. 잔뜩 찌푸린 표정이다. 이전 S80의 울상이 이번엔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차체 옆면은 심오한 곡면 처리가 돋보였던 전 모델과 달리 기교를 아꼈다. 잔뜩 부풀리면서 다소 밋밋해졌다. 볼보의 상징, 어깨 라인 역시 옆구리가 부픗하게 솟으면서 이전보다 불끈 불거진 느낌이 덜하다. 머플러는 범퍼 속으로 숨었다. 반면 V8은 차별화를 위해 범퍼 끝자락에 두 가닥으로 뽑아냈다. 그러고 보니 근사한 디자인의 에어로 킷이 기본 장비다.
차를 둘러보니 볼보의 표현, ‘진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전 S80의 잔영이 스멀스멀 배어난다. 이 정도로 변하겠구나 싶은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급진적인 변화에 바쁜 BMW보단, 주된 테마를 보존하면서 세련미를 덧씌워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진화 과정과 비슷한 느낌이다. 볼보가 스스로 고른 디자인 언어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전통, 진화, 혁신의 오붓한 어울림
‘진화’의 흔적은 인테리어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계기판 주위를 사다리꼴로 감싼 모양새 하며, 사과 깎은 자국마냥 층지게 다듬은 대시보드의 표면이 이전 S80의 분위기 그대로다. 심지어 A필러 밑쪽의 얄팍한 한 줄기 송풍구와 센터 콘솔의 구성마저 판박이. 하지만 감성 품질은 월등히 나아졌다. 그리고 한결 심플해졌다.
시트는 두께나 디자인 모두 볼보의 고유한 틀을 유지했다. V8은 통풍 기능까지 갖췄다. 새 S80의 인테리어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센터 스택. 명색이 기함이니만큼 스위치 개수는 다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쓰기 편하다. 그런데 두께가 만만치 않다. ‘초박형’이라 부르기엔 머쓱하다. 그래도 센터 스택 뒷부분의 수납공간을 얻었으니 그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실내 공간은 부족하진 않되 딱히 남아돌지도 않는 느낌이다. 대시보드를 휘어내고, 도어 트림을 도려내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려는 꼼수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볼보는 애당초 그런 기교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수치로 드러난 실내 공간은 이전만 못하다. 뒷좌석 머리 공간이 17mm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앞뒤의 어깨 및 다리 공간은 몇 밀리미터씩 줄었다.
하지만 신장 187cm인 포토그래퍼가 운전석을 자기 체형에 맞춘 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는 걸 보면, 결코 좁은 실내는 아닌 셈이다. 신전의 기둥만큼이나 두터운 필러는 여전하다. 한편, 트렁크 공간은 40X가 늘어난 480X.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아우디 A6은 546X, BMW 5시리즈는 520X,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540X.
‘올 뉴’ S80은 언뜻 변화의 폭이 적을 듯한 ‘진화’의 탈을 썼지만, 첨단 장비가 놀라우리만치 늘었다. 속도 감응식 스티어링은 오너의 취향에 따라 3가지 다른 답력으로 세팅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시속 80km 이상의 속도에선 한 가지 세팅으로 고정된다. 뒷유리 열선은 버튼 한 번만 눌러 놓으면, 언제든 외부 온도가 영상 9도 이하로 떨어질 때 자동으로 켜진다.
또한, 사각 정보 시스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이 드디어 달렸다. 사이드 미러 밑에 달린 카메라가 사각 지대의 물체를 감지해 A필러 안쪽의 경고등을 발갛게 물들인다. 시속 10km 이상의 속도에서 작동하며,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물체에 한해 감지한다. 실제로 써보니 어찌나 요긴한지 당장 떼어내 내 차에 옮겨달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그 밖에 레이더를 이용해 차간 거리 유지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경고를 보내고 급제동을 돕는 ‘충돌 경고 시스템’(CW)이 있는데, 법규 때문에 내년 초부터 쓸 수 있단다. 하드웨어는 이미 담겨 있어 봉인만 풀면 된단다. 그러나 스티어링 조향각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어댑티브 바이제논 램프는 여전히 쓸 수 없다.

최소한의 크기로 다진 파워트레인
우리가 시승차로 고른 모델은 S80 3.2. D5는 어차피 잘 팔릴 모델이며, V8은 모든 걸 갖춘 꼭짓점이니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더욱이 두 엔진은 이미 다른 모델을 통해 경험했던 터다. 시승차는 적산거리가 채 500km를 넘지 않은 갓난애. 계측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스쳤지만, 호기심 앞엔 장사가 없었다. 사흘간의 가혹한 여정의 막이 올랐다.
계기판이 영 낯설다. 원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각각의 원은 또 하나의 작은 원을 품었다. 그 안엔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주유계는 이제 디지털 방식의 막대그래프로 변했다. 정보창 때문에 각 계기의 바늘은 바깥쪽 반 토막만 드러나 있다. 그래도 시인성은 흠잡을 데 없다. 속도계는 시속 260km까지 그려 넣었고, 레드존은 6천600에서 시작된다.
시동은 버튼을 눌러 건다. 시동 버튼은 계기판 오른쪽에 붙었다. 별다른 장식 없이 소박하고 심플하다. 볼보답다. 바로 위의 구멍엔 키를 꽂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된다. 잠긴 문을 열 때 역시 마찬가지. 손만 갖다 대면 열린다. 흔히 말하는 ‘스마트키’다. 아이들링 때 엔진회전수는 650rpm에 머문다.
시승차의 엔진은 직렬 6기통 3.2X DOHC. 영국 사우스 웨일스의 포드 공장에서 생산한다. 새 엔진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크기다. 볼보의 직렬 5기통 엔진보다 3mm 길 뿐이다. 전체 엔진의 길이는 625mm. 엔진을 작게 만든 이유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고 때 흉기로 변할 엔진은 작을수록 좋다는 게 볼보의 믿음이다.
나아가 엔진은 가로로 얹었다. 충격 흡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파워 스티어링 펌프와 에어컨 컴프레서는 엔진 뒤, 변속기 위쪽에 달았다. 제너레이터는 크랭크축과 벨트로 연결하지 않고, 엔진 블록에 바로 붙였다. 캠 샤프트와 기타 장치를 구동하기 위한 기어를 따로 마련해 엔진의 회전력을 두 가지로 나눠 쓴다.
새 엔진은 이전의 직렬 6기통 2.9X보다 출력이 34마력, 토크가 4.07kgㆍm 늘었다. 흡기 쪽엔 가변 캠 타이밍 기구 VCT(Variable Cam Timing)와 CPS(Cam Profile Switching)를 갖췄다. VCT는 밸브가 여닫히는 타이밍을, CPS는 밸브가 열리는 깊이를 조절한다. 두 개의 플랩을 여닫아 흡기 매니폴드의 체적을 조절하는 VIS(Variable Intake System)도 갖췄다.

자연흡기 특유의 매끄러움 돋보여
액셀 페달의 답력은 적당히 무겁다. 따라서 세밀하게 조작하기 좋다. 하지만 민감한 편은 아니다. 적당히 눈 감아줄 만한 유격이 존재한다. 그래서 가속의 채찍을 휘두르기 위해선 과감하게 깊이 밟아야 한다. 엔진의 반응성과는 또 다른 문제다. 볼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편안함에서 비롯된 세팅이다.
가속은 매끄럽다. 물 흐르듯 막힘 없이 내뻗는다. 자동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움직임도 더할 나위 없이 은밀하고 민첩하다. 희미하게 스미는 엔진 사운드는 경쾌하다. V8 사운드가 되직한 토마토 주스 같다면, 직렬 6기통의 사운드는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걸러낸 오렌지 주스 같다. 배기음 역시 그렇다. 마초 기질 다분한 V8과 달리 조용히 숨 죽였다.
엔진의 반응 또한 더없이 부드러워졌다. 후련한 파괴력을 뿜던 터보차저가 사라진 탓이다.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엘도라도’,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연흡기의 볼보. 이제껏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진 못했다. 늘 자극적인 성능을 뽐내는 터보 모델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까닭이다.
이제 국내에서 S80은 D5를 제외하곤 자연흡기 엔진으로 재편되었다. 서운해만 할 것도 없다. 터보을 잃은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우선 고질병이던, 급가속 때 토크 스티어가 거의 사라졌다. 주행안정장치로도 막지 못하던 휠 스핀 역시 마찬가지. 점잖은 외모가 무색하리만치 천방지축 날뛰던 예전의 S80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새 S80의 디자인은 ‘진화’로 거듭났을지언정, 성격만큼은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겪은 셈이다.
성능은 어떨까? 계측 결과 S80 3.2는 0→시속 100km 가속을 평균 9.526초에 마쳤다. 볼보가 제시한 제원 성능은 7.9초. 이전 S80의 톱 모델 T6의 제원 성능은 7.1초. 불과 0.8초 차이다. 게다가 S80 T6의 본지 계측 결과는 9.935초였다. 3.2보다 뒤지는 기록이다. 상황에 따라 T6 이상의 성능도 이끌어낼 수 있겠다. 3.2가 이 정도니 V8은 오죽할까.
추월 가속에선 터보 랙이 없어 오히려 답답함이 적었다. 제동 테스트에선 제 능력을 뽐내지 못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춰서는 데 평균 51.48m가 필요했다. 타이어 트레드의 수염이 올올이 살아 있는 새 차이니만큼, 길들이기를 마친 뒤엔 더 나은 기록을 내지 않을까 싶다. 급제동 때 브레이크 페달이 스펀지처럼 꺼지는 듯한 느낌은 확실히 줄었다.
승차감은 편안하다. 서스펜션은 자질구레한 진동을 말끔히 지워낸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느라 균열이 많은 스웨덴의 도로를 떠올리면 수긍할 만한 세팅이다. 땜질 자국 많은 북미의 아스팔트길과도 궁합이 잘 맞을 듯. 부드럽긴 하지만 롤링, 피칭은 전 모델보다 한결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속 200km 안팎의 고속에서 착 가라앉는 맛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결 날카로워진 핸들링 성능
서킷에서의 몸놀림 또한 ‘혁명’의 범주에 넣어줄만하다. 이전에 시승했던 S80 T6은 운전이 난폭해지면 롤과 피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킷의 코너를 헤쳐갈 땐 무거운 앞머리 때문에 연거푸 언더스티어를 일으켰고, 대관령 내리막길에선 무게 중심이 한껏 앞으로 쏠리면서 오버스티어 경향마저 보였다. 쭉 뻗은 직선로에서 대포알처럼 펑펑 쏠 때 즐거운 차였다.
새 S80은 그런 오명에서 벗어날 자격이 충분했다. 언더스티어가 현저히 줄었다. 앞바퀴가 살짝 밀려나는 찰나, 뒤꽁무니가 잽싸게 따라 붙어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런 느낌은 길게 늘어진 코너보단 슬라럼 구간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무게 중심의 이동에 따라 리드미컬하게 엉덩이를 들썩여가며 사뿐사뿐 파일런 사이를 휘젓는다.
게다가 스티어링 감각이 한결 생생해졌다. 나사 풀린 바람개비처럼 팽글팽글 돌지 않고 적당히 묵직한 답력을 유지해 접지력을 가늠해가며 조작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찔한 터보 파워에 휘청휘청 끌려 다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섀시가 엔진을 리드하는 모양새다. 액티브 섀시 제어 프로그램 4C를 갖춘 V8의 몸놀림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진다.
연비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연료 탱크가 80X에서 70X로 줄어든 사실을 알았을 때 짐작은 했었다. 이번에 700km 이상 달리며 가늠해본 결과 S80 3.2는 평균 10.8km/X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 8.7km/X를 훌쩍 웃돌았다. 고속도로 구간이 많긴 했지만, 추가 주유부턴 보통 휘발유를 넣었고 서킷에서 혹사시킨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인 건 분명했다.
2세대로 거듭난 S80은 볼보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토크 스티어, 휠 스핀, 모호한 브레이크 감각 등 이전 S80의 단점을 빠짐없이 개선했다. 터보를 포기한 대신 밸브 관련 기술을 다져 넣으면서 엔진은 한결 영리해졌다. 나아가 T6이 부럽지 않을 성능에 염원해 마지않던 자동 6단 변속기와 손맛이 살아 있는 핸들링까지 갖췄다.
아울러 감성 품질은 아우디엔 이르지 못할망정, 점차 매너리즘에서 빠져가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넘볼 수준으로 단박에 ‘일취월장’했다. 운전 재미는 적어도 같은 FF 구조의 아우디 A6을 넘어선다. ‘올 뉴’의 표현이 무색치 않게 외모나 내용 모두 지난날의 S80과 뚜렷한 경계선을 그었다.
동시에 볼보만의 개성은 더욱 뚜렷해졌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센터 스택으로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었고, 그동안의 강점이었으며 앞으로의 생존 전략이기도 한 편안함은 신기술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면서 한층 빛을 발하게 되었다. 컴팩트한 엔진과 부속 장치, BLIS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안전을 위해 태어났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볼보는 현재 변화의 정점에 서 있다. 자연친화적, 인간 중심적인 ‘스칸디


1세대 S80의 플랫폼은 P2였다. 포드에선 D3이라고 부른다. D3은 P2와 달리 스틸을 많이 써서 원가를 줄인 것이 특징. P2 플랫폼은 볼보 S60ㆍV70ㆍXC70ㆍXC90에 쓰였다. 포드에선 파이브헌드레드, 프리스타일, 머큐리 몬테고 등에 썼다. 2008년형 링컨 MKS, 2009년형 링컨의 크로스오버 SUV와 미니밴, 포드 프리스타일 후속도 P2를 쓸 예정이다.
반면 이번 S80의 플랫폼은 EUCD. 포드의 C1 플랫폼을 기본으로 볼보가 다듬어 완성했다. EUCD 플랫폼은 2007년형 포드 S-맥스 MPVㆍ갤럭시 MPVㆍ몬데오, 랜드로버 프리랜더, 2008년형 볼보 XC60ㆍS60ㆍV70ㆍXC50, 2009년형 포드 이스케이프, 마쓰다 트리뷰트, 2010년형 재규어 크로스오버에 두루 쓸 예정이다.
비슷한 휠베이스의 세단과 SUV면 모를까, 어떻게 차급과 크기가 다른 세단끼리 플랫폼을 나눠 쓸 수 있을까? 포드 측은 레고 블록 게임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부품이 같아도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포드 갤럭시 미니밴과 S80의 플랫폼은 80% 이상 똑같다. 나머지 20%에 마술의 비법이 숨어 있는 셈이다.
나비안 럭셔리’로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퍼포먼스와 운전 재미를 부각시키려는 참이다. ‘올 뉴’ S80은 이런 볼보의 야심이 응어리진 결정체다. S80이 2차 성징으로 거듭나면서, 독일 3사 라이벌과 펼칠 2라운드의 결과는 한결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공방전이 펼쳐지리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계측기 : 코르시스 다트론 마이크로 셋
차종 : 볼보 S80 3.2
타이어 : 미쉐린 프라이머시 HP
         모두 225/50 R 17
노면 : 아스팔트
장소 : 강원도 문막 발보린 모터파크
날씨 : 맑음
테스트 기어 : D레인지
운전자 몸무게 : 80kg
동승자 몸무게 : 79kg
◀ S80 3.2의 가장 큰 변화는 정지 가속 때 토크 스티어와 휠 스핀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D5엔 약간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가속은 물 흐르듯 매끄럽고, 사운드는 시종일관 경쾌하다. 터보를 버렸지만, S80 T6과 엇비슷한 성능을 낸다.
◀ 볼보는 언제나 제동 테스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숙였다. 길들이기도 마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전 모델의 단점이었던, 브레이크의 스펀지 같은 느낌은 개선되었다.
◀ 자동 6단 변속기는 의뭉스러웠다. 제 역할을 하되, 좀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엔진은 회전수에 연연해 하지 않고 파워를 남김 없이 쥐어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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