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임경림
오래 닫아만 둔다면 그건 문이 아니야, 벽이지 열기 위해 잠시 닫아 두는 게 문이야. 벌 서는 아이처럼 너무 오래 나를 세워 두지 말았으면 좋겠어. 본래 하나였던 세상 나로 인해 나누어진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안과 밖이 강물처럼 만나 서로 껴안을 수 있게 마음과 마음이 햇살 되어 따뜻이 녹여줄 수 있게 이제 그만 나를 활짝 열어주었으면 좋겠어.
▼ 위의 시는 2003년 조선일보 동시 당선작인데 새해에 어울리는 시 같아서 소개합니다. 여러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도 저는 시와 동시를 먼저 찾아 읽곤 합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과 희망으로 열리는 조그만 문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새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정부도 출범을 하고,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면서 새 출발을 서두르는 계미년 새해입니다. 지난 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촛불행렬엔 우리도 시국미사에 간 길에 공동으로 끝까지 참가했었는데 그날 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 광안리 바닷가에서 고생을 좀 하기도 했답니다. 여럿이 함께 모은 촛불바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이 7.42km,폭 18-25m라는 광안리 바다의 광안대로가 드디어 1/6에 개통을 한다고 합니다. 밤마다 무지개 빛깔의 불빛이 춤추는 다리를 수녀원에서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느끼곤 합니다. ▼ 온 국민이 다 앓았다는 감기도 저는 피해갔으니 이만하면 건강한 셈이지요?지난 해는 제가 강좌로도 좀 분주했는데 올해는 좀 조절을 하려고 일단 생각을 하지요. 올해는 우리 수녀원에서 10번에 나누어 연중 피정이 있는데요. 저는 3차인 1/5-13일에 피정을 할 것이니 아름다운 재충전이 되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피정은 우리에게 보물섬과 같답니다. ∇ 보내주신 성탄 카드, 연하장과 선물들을 다 잘 받고도 답이 늦는 저를 나무라지 마시고 용서해 주시길 정초부터 부탁 드립니다. 본원장 수녀님의 배려로 약 보름간 학생수녀 한 분이 도와주어 글방 정리도 좀 하고 밀린 편지 회답 할 봉투작업을 한 바구니나 하고 갔지만 아직도 엄두를 못 내 아마 부활시기까지 연장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국화잎으로 만든 베개, 우표, cd, 그림, 서예액자, 좋은 책, 장갑, 송화다식, 스티커 및 학용품, 문화상품권 등등 두루 감사 드립니다. 바다와 단풍 그림엽서까지 마련 해 두고도 그냥 사인만 할 순 없어 미루고 있는 저는 왠지 해외에 계신 분들께 더욱 죄송한 마음이에요. ∇ 지난 12월 16일에 단정한 새 표지로 나온 <작은 위로>는 제목이 정다워서인지 무척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니 여러분과도 그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보문고에서 현재 시 부분 1위이고 벌써 4쇄를 찍는다나요?.. 매주 토요일에(조선) 나가는 '독서일기'도 꽤 많은 분들이 보시고 느낌을 말해주고 가끔은 전화로 격려도 해 주곤 합니다. 아주 짧은 지면이지만 나름대로 신경이 쓰이고 덕분에 책을 더 많이 가까이 하니 좋습니다. 우선 3월까지 연장한다고 했지요. ▼요즘 제가 이미 읽었거나 읽으려고 구해둔 책 중에는 <피에르 신부의 고백>(마음산책),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행복한 만화가게), <하늘호수에 뜬 100편의 명시>(하늘호수),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김영사),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2>(국일미디어),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단순하게 살아라>(김영사), 피천득의 <어린 벗에게>(여백), 김동건님의 <빛,색깔,공기>(대한기독교서회), 박철화 평론집<관계의 언어>(열림원), 현대문학상 수상시집(현대문학), 안도현의 <아침엽서>(늘푸른 소나무) 등이 있습니다.
*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야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큰 선물임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 헨리 뉴엔 *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에도,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갖고 평화로움 속에서 살아있음을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인디라 간디 *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 내 영혼은 지상의 아름다움을 통하지 않고서는 천국에 이르는 계단을 찾을 수가 없다. - 미켈란젤로 * 배움을 얻고자 한다면 매일 한가지씩 익혀라.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매일 한가지씩 버려라 - 노자
△ 항아리에 기쁨을 (이해인)
요즘 저는 "행복합니다." 라는 말로 짧은 기도를 자주 바칩니다. 일상생활 속의 작은 것에서도 늘 행복을 느끼며 살수 있는 은혜에 감사드리고,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제 마음에도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이라는 저의 항아리에 기쁨을 가득 부어 저의 이웃과 나누고 싶습니다. 평화를 가득 부어 아직 온전히 용서 안 된 이들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하소서. 온유와 겸손의 물을 가득 부어 메마름을 없애고 늘 감탄과 경이로움을 향해 삶이 깨어 흐르게 하소서.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에서>
어느 독자 분이 발췌하여 '민들레의 영토' 카페에 올린 글을 보니 저도 잠시 새로운 느낌이 들기에 여기 남겨둡니다.
여러분 모두 2003년이라는 항아리에 기쁨과 평화를 가득 붓는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부족한 제게 보여 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바다가 보이는 광안리 <해인 글방>에서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올립니다. 정동진 얼음 기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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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광안4동 1278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 (우: 613-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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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영토 (1976, 가톨릭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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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클릭하시면 지금 이해인 수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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