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Strauss - Salome op. 54 - Tanz der sieben Schleier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살로메 Op. 54 중 일곱 베일의 춤
Richard Strauss [1864 ~ 1949]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Recoding / 1972
R. Strauss - Salome op. 54 - Tanz der sieben Schleier
살로메 (Salome Op.54)
시대 / 낭만
분류 / 낭만주의 음악>오페라
제작시기 / 1903~1905년
작곡가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
원작 /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라흐만의 독일어 번역 버전)
초연 / 1905년 12월 9일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극장. 에른스트 폰 슈프 지휘
출판 / 1905년
등장인물 /
• 헤로데(유대의 왕, 테너)
• 헤로디아(헤로데의 아내, 메조소프라노)
• 살로메(헤로디아의 딸, 소프라노)
• 요하난(예언자, 바리톤)
• 나라보트(위병대장, 테너)
• 헤로디아의 하인(알토)
• 5명의 유대인(테너 4, 베이스 1)
• 2명의 나사렛 사람(베이스, 테너)
• 2명의 병사(베이스)
• 카바도키아인(베이스)
• 노예(소프라노 혹은 테너)
배경 / 기원 30년경, 헤로데 궁전의 테라스
대본(리브레토)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구성 / 단막 음악드라마
요약 / 성경의 줄거리에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첨가한 작품으로, 관능적이고 퇴폐적이라는 평을 받은 원작에 현란한 음악으로 세기말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여겨진다. 〈살로메〉를 기점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작곡가에서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굳건히 하게 되었다.
관능과 탐미의 데카당스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 《살로메》는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1893년 프랑스어 판 발매 이후, 《런던 타임즈》는 “피로 얼룩진 줄거리, 잔인하고 병적이고 괴기스럽고 불쾌하다”는 평을 내렸다. 영국에서는 1931년까지 상연을 금지하였다. 작품은 성경의 이야기에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였다.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하였다는 비도덕성을 넘어 의붓딸마저 유혹하려는 왕 헤로데의 욕망과 요하난을 보고 갑작스럽게 성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살로메의 욕망은 퇴폐적이다. 특히 살로메가 요하난의 사랑을 얻기 위해 왕을 부추기고 유혹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한 순수함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을 더욱 퇴폐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살로메의 성적 욕망은 죽여서라도 가지겠다는 피의 욕망과 연결된다. 그래서 살로메의 에로티시즘에서는 피의 냄새가 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묘미는 요하난을 얻기 위해 왕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장면에 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살로메의 춤을 즐기는 헤로데의 관음적 시선을 넘어 이 무대를 보는 관객 역시도 관음의 공범자로 만든다.
세기말을 대표하는 걸작의 탄생
〈살로메〉를 작곡하기 이전에 가정의 따뜻함을 보여준 〈가정 교향곡〉을 작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와 상반되는 〈살로메〉를 오페라화한 것은 사실 꽤 놀라운 일이다. 작곡 이유를 떠나서라도 슈트라우스의 상반된 두 작품에서 작곡가의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1902년 헤드비히 라흐만의 독일어 번역본과 막스 라인하르트의 연출로 베를린에서 〈살로메〉가 무대에 올랐다. 슈트라우스는 이 무대를 보게 되면서 〈살로메〉를 처음 알게 되었다. 〈살로메〉에 매력을 느낀 슈트라우스는 대본에서부터 음악까지 본인 스스로가 담당하였다. 작곡가는 그렇게 탄생한 본인의 작품을 오페라나 음악극으로 부르지 않고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문예작품에 의한 헤드비히 라흐만의 독어 번역의 1막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줄거리 전개상 필요 없고 음악에 맞지 않는 대사는 일부 생략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라흐만의 번역에 충실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단막 음악드라마 〈살로메〉는 초연 때 38회 커튼콜을 받았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평은 여러 가지로 나뉘어졌다. 빈을 비롯한 각지의 극장에서는 〈살로메〉를 ‘좋은 풍속을 거스르는 이상하고 도착적인’ 내용을 이유로 상연 금지를 하면서, 원작과 비슷한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기말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슈트라우스를 교향시 작곡가에서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용서받지 못한 순수한 한 소녀의 집착
헤로데는 자신의 형제를 죽이고 그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예언자 요하난은 헤로데의 왕국이 멸망할 것을 예언하나 헤로데는 요하난을 감옥에 가둔다. 살로메는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나라보트를 설득해 목소리의 주인공인 죄수를 데려오도록 한다. 요하난을 본 살로메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그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요하난을 유혹한다. 그러나 요하난은 살로메의 유혹을 거절한다. 살로메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나라보트는 이 모습에 절망을 느끼며 자살한다. 한편 헤로디아는 유대인들이 요하난의 죽음을 원한다는 것을 예로 들어 요하난을 처형할 것을 청하지만,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헤로데는 이를 거절한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춤을 출 것을 요구하며, 그 대가로 그녀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기로 약속한다. 헤로디아의 만류에도 살로메는 헤로데 앞에서 ‘일곱 베일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이 끝나고 살로메는 요하난의 목을 요구한다. 헤로데는 처음에는 거절하나, 그녀의 계속된 청으로 요하난의 목을 칠 것을 명한다. 목이 잘린 요하난을 들고 살로메는 그의 입술에 키스하며 황홀경에 빠진다. 이를 본 헤로데는 병사에게 살로메도 죽이라고 명령한다.
극을 극대화시킨 소리의 미학
〈살로메〉는 줄거리부터 자극적이지만, 음악은 그 이상의 감각적 자극을 선사한다. 슈트라우스의 아버지는 이 작품에 대해 “왠지 좀 신경질적인 음악이군! 바지 속을 기어 다니는 작은 벌레 같아”라고 외쳤다고 한다. 우습게도 슈트라우스의 아버지의 표현은 이 음악이 얼마나 기묘하고 자극적인지, 그리고 이야기를 어떻게 잘 표현하였는지를 보여준다. 관현악곡은 청중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기묘한 감상을 준다. 한번은 오보에 연주자가 “이 악절은 피아노라면 좋겠는데, 오보에로는 제대로 불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살로메〉 연주 시 나오는 화음은 확장된 조성, 반음계주의, 흔하지 않은 전조, 조성의 모호함, 다조성 등의 사용으로 독특한 음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살로메 역에 요구되는 음역은 특이할만한데, 가장 높은 음은 B5로 이것은 소프라노나 메조소프라노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음은 아니다. 여기에 가장 낮은 음은 G♭3로 이 음은 보통 콘트랄토에게 요구되는 음역이다.
〈살로메〉는 유도동기나 주요 인물을 조성과 연관시켜 표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살로메와 요하난이다. 그러나 슈트라우스의 유도동기 사용은 아주 복잡하다. 살로메와 요하난처럼 명쾌하게 선율과 연결 짓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선율은 아주 추상적이라 지시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작곡가는 모호함과 변형이라는 점에서 상징과 음악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불협화음이 오페라 마지막 부분에서 스포르찬도로 나오는 화음이다. 살로메가 잘린 요하난의 머리에 키스한 이후 음악은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거쳐 불협화의 특이한 화음을 포함하여 종지한다. 이 화음은 오페라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화음이라는 평을 받는다.
7개 베일의 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춤을 출 것을 요구하며 이에 살로메는 요하난을 얻기 위해 헤로데에게 춤을 춘다. 〈살로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며, 동시에 가장 감각적이고 퇴폐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음악은 강렬하게 시작하며, 처음 등장하는 오보에 선율은 상당히 관능적이다. 그리고 음악은 이국적인 윤곽을 가지고 있으며, 살로메의 동기, 요하난의 동기, 나라보트의 동기 등, 이전에 사용된 주요 동기가 감각적이고 관능적으로 장식되었다. 〈살로메〉 초연에 살로메 역을 맡은 마리에 비티히(Marie Wittich, 1868~1931)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이 장면을 연기하는 것을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초연 당시 이 장면은 발레리나가 그녀를 대신하였다. 이후 수많은 살로메가 이 장면을 무용수가 연기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류바 벨리취(Ljuba Welitsch, 1913~1996)와 같은 성악가는 본인이 이 장면을 소화하면서 회자되기도 하였다.
‘아, 나는 당신 입술에 키스했어’(Ah! Ich habe deinen mund gekuesst)
살로메의 춤이 끝난 후, 헤로데는 그녀의 청에 따라 요하난의 목을 치도록 한다. 죽은 요하난의 머리가 담긴 쟁반이 나오자 살로메는 그 머리를 안고 요하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다. 음악은 상당히 기묘하고 기괴하다. 오보에와 피콜로에 의해 불안정한 모습을 계속 반복한다. 살로메는 요하난의 입술에 키스를 하면서 사랑의 맛이 쓰다고 말한다. 달이 그녀를 비추고 음악은 점차적으로 커지면서 작품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오케스트라는 살로메의 프레이즈를 반복하며 여기에 불협화음을 더한다. 갑작스럽게 헤로데가 화난 목소리로 그녀를 사형에 처하라고 한다. 병사들은 그 말에 그들의 방패로 살로메를 친다. 다단조 가운데 잔인한 보복을 보여주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글 이진경
서울대학교 음악학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였다. 저서로는 《독재자의 노래》(공저, 한울, 2012)가 있다.
글 출처 클래식 백과
클래식 음악의 개요는 물론, 작곡가와 음악에 담긴 이야기들까지 세세하게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