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신가요ㅎㅎ 오랜만에 뵙습니다! 드디어 태블릿을 들고 와서 카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에 비해 한참 부족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기다렸을 후배들께 늦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군대에 들어온 지는 벌써 3달 조금 넘어가네요. 저는 그동안 훈련소와 특기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김해 비행단에서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분위기도 좋고 집이랑 가까워서 (차로 딱 10분!) 만족하고 있습니다. 맞선임 K민성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두들 겨울에 설계하느라 정말 고생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작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낯선 개념과 끊임없이 생기는 문제들에 좌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답니다. 설계를 시작하는 당장은 많이 힘들겠지만, 대회 즈음에 돌아보니 어울 사람들 모두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겨울 설계 시간이 아주 값진 시간으로 기억되더라구요. 겨울 설계에 꼼꼼하게 집착하는 태도로 임하다 보면 정말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 자신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모두 힘내고 고생한 만큼 자신이 원하는 결과 이루어 기분 좋게 설계 마무리하길 응원합니다!
[22-23 겨울 설계 제동 공부 과정]
겨울 작업 기간 동안, 23년 1월 초반까지는 레이싱카 디자인, AARK 게시판에 있는 상위권 대학교의 설계 보고서, 인터넷과 선배들께 받은 해외 대학 보고서, 신홍이 형의 설계 세미나 자료, 자작차 고수들의 네이버 블로그를 읽으며 레이싱카 전반에 관한 배경지식과 이론, 설계와 제작 시행 착오 및 팁들을 공부했습니다. 특히 레이싱카 디자인을 신홍이형과 영대의 추천 순서로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었고, 어울 카페에 선배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자료들 많이 참고했습니다.
제동 설계는 1월 말부터 맡게되었습니다. 1월 말부터 2월 중반까지는 제동 관련 자료만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공부 순서는 레이싱카 디자인과 신홍이형의 제동 설계 세미나를 통해 제동 기본 이론을 익힌 후, 국내외 대학의 설계 보고서를 읽으며 구체적인 설계와 제작 진행 순서를 공부했습니다.
참고로, AARK 게시판에 게시된 국내 대학의 설계 보고서보다 해외 대학의 제동 설계 보고서를 추천합니다. 국내 대학의 보고서보다 질이 훨씬 우수하고 설계 과정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고한 보고서들은 다음 휴가 때 첨부해 두겠습니다. 처음에는 보고서를 영문 그대로 읽다가 작업이 진행될수록 시간이 부족하여 pdf 번역 AI로 한글로 번역해서 읽었습니다.
추가로, 23 KSAE 규정, 어울 카페와 달구지, 강민호 자작차, 바쿠넷 카페 등도 공부했습니다. (바쿠넷 카페도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쿠넷(한양대 에리카)은 특이하게 카페 내용을 외부인도 열람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비록 가장 최신 자료와 내부 비공개 자료는 열람할 수 없지만, 2-3년 전 설계 글부터는 거의 대부분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baqu4
한양대 에리카 바쿠넷 카페 주소입니다. 가입 후 등업 신청해야 글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제동 시트 계산은 2월 중순 정도에 마쳤던 것 같습니다. 제동 구조물의 설계와 CAD 모델링은 3월 말에 마쳤습니다. 4월부터 여름 작업 전까지는 태현이와 파이빌 KU-3DS의 도움을 받아 CAE 해석을 하였고, 다가올 여름 작업을 준비했습니다. 이외에도 신홍이형과 재연이형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님의 친절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 페달 위치 조절 구조물
동수와 혁규가 뒤꿈치 ~ 골반 사이 길이가 10cm 이상 차이 났기 때문에 페달 위치를 드라이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설계 초반에는 시트를 움직이는 방법을 떠올렸지만, 벨트 규정을 확실히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드라이버는 운전자인 동시에 차량 무게 배분을 결정하는 가장 지배적인 요소이므로, 내구 레이스 중간에 무게중심 변화에 따른 세팅값을 다시 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1년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상용 자동차의 시트 위치 조절 방식과 사용법이 유사한 PNS 시트 레일을 이용하여 페달 위치를 조절했습니다. 이 방식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합니다. 페달 위치를 변경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조작 방식이 간단하다는 점, 그리고 설계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 확보에 있어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성 확보와 페달 구조물 고정을 위해 레일 위아래로 4T 철판을 설치하여 무게가 약 9~10kg 정도로 매우 무거운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22년 킹받드라슈는 위치 조절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고, 제동 구조물을 프레임과 용접하여 고정했습니다.
23년 행복한 쿼카는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은 각파이프와 페달 구조물을 볼팅으로 연결하여 위치를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제동 파트 알루 가공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비용 대비) 무게를 계산한 값이 타 구조물에 비해 월등히 가벼웠고, 제작 방식과 정비성도 간편했습니다.
프레임 구조물 크기와 볼트 길이를 고려하여 각파이프는 20x20 규격을 사용했고, 모든 볼팅은 규정에 맞는 8파이 볼트와 유너트 풀방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각파이프의 양 끝부분은 프레임과 용접된 힌지와 볼트로 연결하여 정비 시 페달 구조물을 페달룸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힌지는 인발파이프 외경과 딱 맞도록 레컷 맡겨 제작했고, 각파이프는 문래동에서 구매하여 타공했습니다. 처음에는 탁상드릴로 가공했는데 아무리 정교하게 측정하고 가공해도, 제대로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오차가 컸습니다. 탁상드릴로 파이프 가공할 때 준우와 용준이가 많이 고생했죠.. 결국에는 동재형이 추천해준 기작실 밀링기로 작업했고, 정교하게 타공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설계본은 ’힌지 두께 2T, 20x20 알루미늄 2T 이상 또는 철 1.5T 각파이프, 구조물은 8파이 볼트로 각파이프와 2점 지지‘로 처음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해석을 해보니 각파이프와 힌지 강성이 많이 부족하여 ‘각파이프를 고정하는 힌지 두께는 4T, 철 각파이프 두께는 2T’로 수정하였습니다. 수정 후엔 해석을 거듭하여도 강성에 문제가 없었기에 저는 설계를 잘 마무리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각파이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큰 실수가 있었고, 저는 작업 중반에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2T 이상 철 각파이프를 사용할 경우, 해석상 강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중에 20x20 사이즈 각파이프를 2T 이상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애초에 수요가 없어서 그런 규격을 생산하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청계천에서는 20x20 사이즈 각파이프가 1.2T와 1.4T 밖에 없었고, 서울권 거의 모든 파이프집과 인발 업체에 연락해보았지만 원하는 사이즈는 없었습니다. 절곡해서 용접하는 방법, 주문제작하는 방법, 각파이프 가로 세로 크기를 변경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불가능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그나마 두꺼운 1.7T 20x20 각파이프를 겨우 찾아 구매하였습니다.
결론: 설계할 때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규격인지 꼭 확인하자!
파이프는 문래동 백화파이프에서 구매했습니다. 문래동에 있는 파이프집 거의 모두 가봤는데, 백화 파이프는 가게 바로 뒤에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주셔서 파이프 종류와 재고 가장 많았습니다. 사장님이 불친절하긴 하나 똑부러지시고 일처리도 깔끔합니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나 방문할 때마다 가격이 달라졌습니다. 각파이프 20x20 1.7T 6m에 15,000원정도 줬던 거 같습니다. 지하철 타고 가야 한다니까 1층에서 일하는 아저씨들 나와서 1.5m 4개로 잘라줌. (파이프 구매 최소 단위는 1본[6m]임.) 인발할 때 묻은 기름이 파이프 겉면에 많아서 장갑이나 신문지 달라고 부탁드리는 게 좋음.
유동수 녀석 문래동 근처에 산다면서 고맙게 아침부터 찾아와 각파이프 함께 들어줬습니다. 지하철이랑 마을버스에서 사람들 다 쳐다보고 질문해서 부끄러웠습니다.. 허허
해외 대학 자료를 찾아보면, 위 사진처럼 살파기한 금속 판에 구멍을 뚫어 볼트로 연결하는 위치 조절 방식이 많이 보입니다. 강성은 뛰어나지만, 알루로 가공하지 않는다면 21 아스트라제네카처럼 무게가 꽤 나갑니다. 볼트와 너트가 지면에 수직으로 체결되므로 내구레이스 중간에 볼트를 풀고 다시 조으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Ball screw를 이용한 아이디어도 떠올려보았습니다. Ball screw가 PNS 레일보다 강성이 뛰어난데 위치 조절 속도도 빠릅니다. 페달 위치 조절 자동화도 가능하구요. ball screw 응용한 방식으로 위치조절 구조물을 만든 대학 팀도 몇 군데 검색 가능했습니다.
또 다른 방식은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구조물입니다. 구조 자체가 각파이프보다 같은 무게 대비 더 큰 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볼트를 살짝만 풀면 페달 구조물을 바로 뺄 수 있어서 정비성과 위지 조절 편의성이 뛰어납니다. 신홍이 형도 추천해 준 구조이고, 23 KSAE 검차관님도 각파이프보다 갈고리 모양으로 바꾸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신홍이 형이 올려준 KUHO연합팀 게시판에 갈고리 구조를 사용한 울산대 브레이크 사진 있습니다.
아래는 울산대 브레이크 구조물 글.
https://m.cafe.daum.net/eoulsure/9rtB/6
해외 대학 블로그 글. 갈고리 모양 adjustable slide 제작 과정 짧게 소개됨.
http://du2018-grp3.blogspot.com/2018/06/week-9.html
23 행복한쿼카에 갈고리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갈고리와 페달 구조물이 연결되는 볼트(핀)에 걸리는 하중의 크기와 방향을 손으로 계산했더니 갈고리 모양에서 뚫려있는 방향으로 가해지는 하중이 꽤 컸고, 주행 중에 지속적인 진동이나 반복되는 하중으로 볼트가 살짝이라도 풀어지면 구조물이 차체와 분리될까봐 많이 걱정됐었습니다. 동재 형을 제외하면 23 맴버 모두 설계가 처음이라, 도전적인 시도는 최대한 배제하고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자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회에서 행복한 쿼카를 계속 피드백 해주시던 홍대 검차관님께서 페달 구조물로 갈고리 형태 써도 안 풀어진다고 계속 말씀해주셨고, 신홍이형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차량이 가속, 조향, 제동하는 동적 상황에서 갈고리 방식이 하중을 어떻게 받는지 해석할 수만 있다면 확실히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tiltonracing.com/product/850-series-3-pedal-underfoot-pedal-assembly-with-slider-system/
참고용! 틸튼에서 요런식으로 자동화된 페달 어셈블리를 팔기도 합니다. 가격은 $2,995달러 ㅋㅋ
첫댓글 하...21때 페달 어셈이 너무 무거웠죠 제가 그 범인 중 한 명인데... ㅠㅠ 알고나니 너무 부끄럽습니다. 시농이형이 21때도 갈고리 형태 계속 추천했었는데 이번 차량은 어떻게 페달 어셈블리 위치 조절할 지 다시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국내 최고의 공항에서 복무하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설계는 훌륭한 선배님과 열정적인 23 후배들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발전한 것 같습니다~ 설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