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있으나 마나'한 상황이다. 즉, 올해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시행은 됐으나 가산세가 1년 유예되면서 현재 법인사업자들은 ‘전자세금계산서를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가산세 유예 발표가 되면서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 침체된 분위기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돈 안 되는 사업’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선 업체들도 적지 않다. 전자세금계산서 사업을 주력으로 하다가 방향을 선회한 업체가 많고, 일부 업체들의 경우 전자세금계산서 외의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 법인 및 개인 사업자까지 포함한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은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년간 국세청에서 받는 세금계산서 6억장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단가(장당 200원)로 계산하고, 여기에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을 자체 구축 시 소요되는 하드웨어, 서비스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규모다.
2,000억 시장이라는 핑크빛 기대 속에 작년과 올해 사이 전자세금계산서 사업 자격 요건을 갖춘 표준인증 업체가 헤아릴 수 없이 늘었고,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단가가 50%이상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일부 업체들이 기존에 하던 주력 사업에 ‘끼워 팔기 식’으로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고, 올 초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무료 서비스(이세로)가 시작된 이후 월 100건 미만 소량 발행하는 기업들이 이세로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제대로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업체들조차 수익을 거두기 힘들게 됐다.
전자세금계산서 ASP 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매달 가입회원이나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건수는 2배씩 늘고는 있지만 큰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 예측했던 수요 보다 50%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사업 하다 보니 겨우 직원들 월급 챙겨주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300여곳 업체들이 시장에 '군침'··· 출혈경쟁 심각= 전자세금계산서 관련 표준인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표준인증을 획득한 사업자는 300곳으로, 이 중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과 ASP서비스 업체 비중은 50 대 50 이다. 또 앞으로 표준인증 획득 업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잇따르는 신규 시장 진입에 대해 “2,000억 시장 파이를 300개 업체가 나눠 먹는다고 가정하면 업체별 돌아가는 수익은 10억도 안된다. 이정도 수익을 가지고 회사가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사업을 해서 10억은 벌수 있다는 생각이면 뛰어들어도 무관할 것”이라며 “무작정 시장 진입을 하고 보는 게 아니라 최소한 전자세금계산서 부가서비스 노하우에 자신이 있을 때 사업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현재 법인사업자 대상 전자세금계산서 ASP 서비스 이용료는 건당 평균 200원이며, 발행량(불륨) 단위로 측정했을 때 단가가 60-70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또 월 수 십만 건 대량 발행을 하는 그룹사의 경우 건당 3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곳도 있다. 초기보다 1/7, 1/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구축 비용도 지난해 보다 20% 이상 저렴해졌다.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 구축 업체인 비즈에스피는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사업 경험이 축적되고 제품에 고객들 요구가 반영되다 보니 솔루션 구축 시 필요한 인력은 물론 비용도 2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돈 안 된다며 '다들 울상'··· 신규 사업 서둘러= 전자세금계산서 사업에 주력해서 큰 수익을 거두기가 힘들다는 판단 하에 업체들 대부분이 이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던 업체들도 최근 여타 사업들을 모색하며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내년 본격적인 제도 의무화를 앞두고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일부 업체들은 앞으로 관련 추가 인력 확충이나 자사의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적극적이었던 업계 분위기가 한풀 꺾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해당업체들은 전사세금계산서와 관련된 신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ASP 서비스 업체인 한길TIS는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9월부터 전자세금계산서, 자동이체(CMS), 회계프로그램, 금융서비스(대출연계, 자산관리컨설팅), 세무진단 등을 포함하는 세무포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길TIS는 “2011년 말까지 최소한 세금계산서 사업이 메인 사업이 될 줄 알았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5월부터 세무포털서비스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빠르게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포함하여 기업이 사업운영을 위해 필요한 세무 관련 모든 기능을 하나의 포탈에서 서비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넷매니아는 ASP 서비스 외에 SI성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맞춤형 솔루션 구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 보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고려해 세금계산서의 수/발신을 사내 시스템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서버에 전자세금계산서 모듈을 탑재한 일체형 솔루션 판매 사업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글로벌 회사와 제휴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은 올해부터 전자세금계산서와 연계한 전자계약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비즈에스피는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에 향후 e어카운팅(디지털증빙) 모듈과 전자계약 모듈을 통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자계약 부문의 경우 신규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