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속으로] 88. 울진 전내마을
경북일보 ・ 2022. 7. 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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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닿는 곳 마다 힐링…오지마을에서 즐기는 여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내마을 전경.
굽이굽이 산을 넘으면 무릉도원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솟은 산자락에 한적히 자리 잡은 ‘전내마을(원곡동)’은 전형적인 산촌이다.
주민 대부분이 산나물과 인삼 등을 재배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슬로 시티로 불린다.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전내마을은 울진읍에서 차를 타고 가면 40분가량 걸린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불영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하면서 봉화 방면으로 한참을 가다 보면 광회 2리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비좁은 급경사를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이곳이 전내마을로 가는 마지막 갈림길이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이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질 여유 없이 긴장하다 내려오면 산속 오지 마을에 도착한다.
전내마을은 마을 앞 낙동강 상류인 골포천을 끼고 있는 평지에 10여 가구가 흩어져 사는 작은 마을이다.
골포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만 건너면 봉화 원곡마을이다.
△하늘 아래 강 건너 같은 이름 두 마을 원곡.
굴포천을 건너면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이다. 두 마을을 오가는 데 강하나를 건너면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전내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원곡마을이다.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 건너 봉화 원곡과 울진 원곡으로 부르고 있다.
원곡마을에는 대한민국 유일의 민간이 만든 철도역이자 초소형 규모의 간이역이 있다.
이 역은 양쪽 원곡 마을의 이름을 따 양원역으로 붙여졌다.
지난 2020년에 개봉한 영화 ‘기적’의 모티브가 된 양원역은 당시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철도와 관련해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원곡마을에서 인근 봉화나 안동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영동선 기차를 타야지만, 마을이 작은 탓에 철로는 지나가지만, 간이역이 없어 다음 역인 승부역까지 걸어 다녀야만 했다.
원곡에서 승부역까지는 5.3㎞. 당시 마을을 나서 영주까지 왕복하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나이 지긋한 마을 주민들은 “양원역이 1988년에 개통됐는데, 그 이전까지는 승부역까지 철로를 따라 걸어 다녔다”면서 “온갖 짐을 이고지고 철로를 따라 걷다가 기차와 마주치며 사고를 당한 일도 부지기수였다”며 당시의 고달팠던 삶을 회상했다.
요즘도 양원역은 하루 8차례 기차가 정차한다. 이중 2번은 브이트레인(협곡열차)로 불리는 관광형 열차로 운영되고 있다.
전내마을 정자는 보름달이 뜨면 한가로위 앉아 달을 구경하는 장소다.
△오지마을 한국 전쟁도 몰랐다
지금은 도로가 뚫리고 기차가 다니면서 교통 여건이 많이 나아졌지만, 옛날에는 깊은 산골이라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발발했는지도 몰랐다가 북한군이 산을 타고 북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고서야 전쟁이 난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북한군들이 후퇴하면서 감자와 쌀 등 먹을 것을 요구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리고선 미처 북으로 올라가지 못한 군인들이 마치 지리산 빨치산처럼 낮에는 산에 숨어 있다 어두워지면 마을로 내려와 음식을 훔쳐 가기도 했었단다.
한동안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불편한 동거를 했다는데 마치 영화 ‘웰컴투동막골’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같은 이야기는 전쟁이 끝난 뒤 한국군이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이면서 일부는 체포되고 일부는 북으로 돌아가면서 마무리됐단다.
전내마을 두릅축제가 올해 처음 열렸다.
△산에서 얻고 산을 가꾸는 전내마을
전내마을 주민 대부분은 임업에 종사한다. 토지 대부분이 비탈진 산으로 둘러 쌓인 탓에 실질적으로 농사를 지을 땅이 없다.
봄과 여름에는 두릅과 참나물, 고로쇠 수액 등 산나물을 주로 채취해 판매한다. 가을이면 송이, 능이 등 버섯을 채취하고, 겨울에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영주 등지에서 재배하던 인삼을 이곳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전내마을의 행정구역은 경북이지만 인근 강원도 태백과 가깝고 기후 조건도 고랭지(저위도에 위치하고 표고가 6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곳)과 같다.
올해는 마을 최초로 제1회 전곡리 두릅 축제를 개최했다.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해 두릅축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봄 향기를 잔뜩 머금은 자연산 두릅을 주제로 음식과 음악 등을 소개하며 함께하는 마을 축제를 선보였다.
특히 이곳 두릅은 해발 400m 고지대에서 자라 강한 향과 단단한 식감이 장점이다.
마을 주민회 주최로 열린 행사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주축이 돼 두릅 채취와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행사장과 마을이 워낙 좁은 탓에 주민 집 앞을 모두 개방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열띤 참여로 소박하지만 정이 넘치는 마을 축제로 첫 인상을 남겼다.
김달덕 전내마을 이장은 “앞으로 소소하지만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힐링 축제를 만들고 싶다”면서 “마을로 향하는 길이 좁고 많이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 만큼은 대한민국 1등이라고 자부한다”며 마을 홍보에 더욱 노력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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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동네 이야기 속으로] 88. 울진 전내마을|작성자 경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