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었어요, 늘었어
마타키 케이코 글, 그림│김영주 옮김
북스토리아이│2016.7.25.│32쪽│12,000원│그림책│4세
친구들과 뛰어놀고 흙장난하고 잘 먹고 잘 자는 아이의 모습이 ‘늘었어요, 늘었어’라는 말과 함께 그려진다. 이야기는 “힘껏 달렸더니, 늘었어요! 한바탕 놀았더니, 늘었어요!” 같이 대구를 이루며 반복 된다. 한편의 말놀이 같은 이야기는 읽고 나면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힘이 있다. 작가는 ‘늘었어요’라는 말 속에 아이의 눈높이에서 느끼는 일상의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내 단순한 말놀이 이상의 재미를 준다. 책장을 넘기며 다음엔 무엇이 어떻게 늘었을까 궁금해지게 한다.
정사각형의 큰 판형 양면에 크고 밝게 그려진 그림은 이야기가 전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반복되는 말은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늘었어요, 늘었어.”라고 말하는 건강한 아이를 떠올리게 해 준다.(김미경)
○산딸기 크림봉봉
에밀리 젠킨스 글│소피 블래콜 그림│길상효 옮김
씨드북│2016.7.20.│48쪽│13,000원│그림책│초저
‘크림봉봉’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서양의 디저트다. 300년 전 영국의 한 가정에서는 엄마와 딸이 산딸기로 크림봉봉을 만들고 있다. 이어 200년 전, 100년 전, 현재로 시간을 건너뛰며 크림봉봉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요리하는 방법은 비슷하게 반복되지만 여러 가지 변화를 볼 수 있다.
200년 전 미국 가정에서는 흑인 노예인 엄마와 딸이 요리를 한다. 현재 요리사는 아빠와 아들로 바뀌었다. 식재료를 얻는 방법도 300년 전에는 산딸기를 직접 따고 젖소에서 우유를 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슈퍼에서 산딸기와 유기농 크림을 산다. 또 나뭇가지 거품기에서 전기 거품기, 우물에서 수도, 언덕배기 얼음 창고에서 전기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도구와 기술의 변화도 보인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맛은 어떨까? 수 백년을 거쳐도 크림봉봉의 맛은 한결같이 “살살 녹아요, 녹아”라며 주걱과 그릇을 싹 싹 핥아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김현정)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제이슨 친 글, 그림│윤정숙 옮김
봄의 정원│2016.5.25.│36쪽│12000원│그림책│초중
지하철을 기다리던 소년은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하고 펼쳐든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인 세쿼이아에 관한 이야기다. 세쿼이아는 1억 6500만 년 전 부터 지구에 살았단다. 공룡들이 많이 살던 쥐라기시대이다. 이야기는 곧 소년의 현실이 된다. 소년이 타고 가는 지하철 창밖엔 공룡들 모습이 보인다. 로마 시대에 싹을 틔운 나무가 아직 살아있다고 하자 로마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소년의 양 옆에 앉아있다. 역 밖으로 나온 소년이 서 있는 곳은 거대한 세쿼이아 숲속이다. 깊은 숲 속 자욱한 안개와 높디높게 자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숲에선 태고 적 신비가 느껴진다. 이 커다란 나무의 크기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30층 빌딩과 비교되고 둘레도 자동차가 지나가는 터널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세쿼이아의 생태를 알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보는 즐거움도 준다. 불에도 강하고 인공 비를 만들어 스스로를 돌보며 주변의 생명들에게도 고마운 존재인 세쿼이아 숲과 환경을 지켜달라는 작가의 바람이 마지막 장면에 담겨있다.(김연희)
◎올드 울프
애비 워티스 글│브리안 플락커 그림│김선희 옮김
책빛│2016.4.3.│168쪽│12,000원│동화│초고
겨울은 끝나지 않았고 봄은 아직 오지 않은 때다. 나쇼바가 이끄는 늑대무리들은 지금 가장 배고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쇼바는 늙어서 우두머리 자리를 위협 받는 상황에서 사냥감을 찾아 수십 킬로를 헤멘다. 오랜 굶주림과 약해진 후각으로 먹이를 찾는 나쇼바 앞에 늙은 까마귀가 나타난다. 나쇼바는 까마귀의 도움으로 먹이를 찾게 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게다가 사냥마저 실패하고 오히려 나쇼바는 무리에서도 쫓겨나고 목숨도 위태로워진다.
한편 사냥꾼이 되고 싶어하는 케이시는 게임에서 많은 동물을 사냥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생일 선물로 받은 양궁을 연습하다가 실제로 자신이 쏜 화살에 맞아 까마귀가 죽은 걸 보고 충격을 받는다. 케이시는 까마귀 옆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나쇼바도 자기가 쏜 화살에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나쇼바를 살리기 위해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인 채 그에게 다가간다.
나쇼바와 케이시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야생의 세계와 인간의 짧은 만남이 긴 감동으로 이어진다.(한광애)
○구름이 태어난 곳
아늘리즈 외르티에 글│조현실 옮김
산하│2016.3.3.│192쪽│11,000원│청소년문학│13세
아멜리아는 풍족한 집안에서 부모 사랑을 듬뿍 받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아멜리아는 아빠의 권유로 몽골의 ‘더 셸터’에 자원봉사를 간다. 더 셸터는 고아들을 돌보고 그 아이들을 위탁가정에 맡겨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동정심과 의무감으로 일을 하던 아멜리아는 새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더 셸터로 온 묵슉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둘은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아멜리아는 묵슉을 프랑스로 데려가고 싶어하지만 묵슉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곳은 몽골임을 깨닫고 묵슉을 ‘구름이 태어난 곳’이라는 뜻을 지닌 비양올가의 위탁가정에 데려다 준다.
몽골의 광활한 초원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고, 소외된 지역의 아동문제에 대한 더 셸터 사람들의 접근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아멜리아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김현영)
○스마트
킴 슬레이터 글│임수진 옮김
책읽는수요일│2016.6.17│298쪽│12,000원│청소년문학│13세
어느 날 강가에서 홈리스 콜린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주변 사람들은 홈리스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생각하지만 키어런의 생각은 달랐다. 키어런은 콜린이 얼마나 삶을 갈망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키어런은 범죄사건 담당 기자에게 콜린의 죽음을 알린다. 그렇지만 주위의 반응은 냉담하다. 키어런은 새아빠의 폭력에 시달리지만 엄마조차도 보호해 주지 못하며 학교 친구들에게 ‘다운’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키어런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 본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키어런은 하룻동안 겪었던 일들을 작은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림으로 남겨놓는다. 콜린의 죽음도 그림을 그리며 진실을 파헤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건과 진실이 드러난다.
키어런의 따뜻한 마음이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고 그림을 통해 사건의 단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치밀하며 흥미롭다.(배현영)
○바람의 사자들
배미주 글
창비│2016.7.15.│276쪽│11,000원│청소년문학│16세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꿈과 우정과 사랑에 관한 세 편의 이야기다.
<이자야의 구슬>의 인도네시아 출신 유리세공인 이자야는 모양과 무늬를 넣은 자기만의 구슬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자야는 자신 꿈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었던 승려 해명이 죽자 그의 고향 신라로 온다. 그는 자신의 구슬에 해명이 꿈꾸던 부처님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세상을 담아낸다.
<사마르칸트의 제지장>은 고구려 출신 용병 모루와 판슈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자유인 모루는 운이 나빠 노예가 된 판슈에게 그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종이를 구해 준다. 종이를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모루는 직접 종이를 만들어 친구와 우정도 이어가고 제지 기술자로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감보와 알지>는 고조선 출신 소녀 알지를 둘러싼 감보와 바투르의 사랑 이야기다. 십년 넘게 흉노에게 억류당해 초원을 떠돌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감보, 사랑은 억압이나 강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바투르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정인복)
○열흘간의 낯선 바람
김선영 글
자음과모음│2016.6.13.│228쪽│11.000원│청소년문학│16세
여고생 이든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보정해 올린 ‘초록마녀’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다. 그러나 중학교 동창인 첫사랑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실제 얼굴에 자신감을 잃는다. 이든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속 세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엄마한테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한다. 엄마와 갈등하며 대치하는 중에 일어난, 악플로 힘겨워하던 초등학교 친구 빛나의 자살은 두 모녀를 충격에 빠뜨린다.
엄마는 자신이 경험했던 몽골여행을 계획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이든을 휴대전화도 쓸 수 없는 몽골로 떠나보낸다. 이든은 함께 여행 온 핑크색 일색의 할머니 등 각양각색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새롭고 낯선 경험을 한다. 이든은 몽골의 사막과 초원에서 자연을 마주하며 타인들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몽골의 낯선 바람은 외모에 대한 고민과 SNS 속 세상이 전부였던 이든에게 사람의 온기를 들려준다.(권향란)
○걸어서 만나는 임진강
이재석 글│문종훈 그림
사계절│2016.6.28.│115쪽│12,000원│역사지리│초중
휴전선을 가로지르는 임진강 남쪽의 자연과 역사를 안내한 책이다.
글쓴이는 민통선 안에 위치한 해마루 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어 민통선 출입증을 갖고 임진강의 구석구석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었다. 임진강은 272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강이지만 3분의 2는 철조망으로 막혀 갈 수 없는 곳이다. 태풍 전망대에서 시작하여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 남한의 임진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곡 선사유적지, 고려 종묘 숭의전, 정약용, 율곡 이이 등 많은 역사적 인물과 자연경관, 그리고 전쟁이 남긴 사건과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임진강은 군사지역이라 함부로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꿋꿋이 자연을 간직하고 있고 군사분계선에서 생활하는 군인과 실향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려 있기도 하다. 휴전선에는 자유롭게 다가설 수 없지만, 사람들의 삶은 임진강이 흘러내리듯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 주변 그림지도와 자료사진이 이해에 도움을 준다.(김승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