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월 4일 화요일, 맑음.
- 여행을 왜 가냐고? 그냥 가고 싶어서 간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 기분이 좋고 힘이 생긴다. 추운 날이다. 집에서 오전 8시 30분에 나왔다. 138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냥 아내에게 갖고 왔냐고 물으니 놀라면서 안 갖고 왔단다.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딸에게 전화를 했다. 안개가 엄청 끼고 추운 날이다. 돈을 갖다 주는 딸을 돌려보내는데 맘이 아프다. 함께 가면 좋으련만, 필리핀 단기 선교와 임용고시 준비로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쉽다. 학교와 교회, 가정의 일을 정리하고 서둘러 나오느라 실수가 있구나. 20번째 여행이라 긴장이 풀어진 탓이리라. 딸이 걱정되어 의정부에서 전화를 해 봤다. 무사히 집에 들어왔단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중국항공이다. 짐이라고는 늘 그렇듯이 작은 배낭 하나인데 샴푸와 칼이 있어 할 수 없이 짐을 부쳤다. 오후 1시 5분에 출발, 베이징에 도착 전에 기내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5시간을 기다려 베이징에서 방콕 행 비행기를 탔다. 베이징 공항은 넓고 규모가 큰데 좀 썰렁하다. 오후 7시 40분 비행기는 밤하늘 속으로 날아오른다. 기내식으로 저녁을 먹고, 23시 55분에 태국의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 미얀마 행 비행기라 공항에서 쪼그려 자야한다. 이번 여행은 미얀마와 태국 남부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돈을 조금 더 주고 직행을 타야 고생을 덜 한다. 비행기 표를 끊을 때는 자신감이 있지만, 막상 공항에서 밤을 샐 때는 후회스럽다. 이런 저런 후회와 기대감을 곱씹으며 방콕에서 시간을 보낸다.
@ 2011년 1월 5일 화요일, 맑음. - 태국 공항은 성탄과 연말연시에 걸맞게 커다랗게 성탄 트리를 해 놓았다. 은은한 파란색 조명이 인상적이다. 아침 식사로 공항에서 밥을 사먹었다. 국물이 있는 수끼 종류를 먹었다. 오전 7시 40분에 에어 아시아 항공에서 표를 받았다. 짐 값을 따로 받는다. 배낭 하나 붙이는데 400바트다. 저가 항공이라 기내식도 사 먹어야한다. 하다못해 기내에서 물 한 잔을 먹으려 해도 돈을 내야한다. 미얀마 양곤으로 날아간다( 미얀마 여행기 참고)
@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맑음. - 미얀마 양곤에서 오전 9시 10분 에어 아시아 비행기를 타고 방콕을 향해 날아간다. 약 한 시간을 날아 태국 방콕 공항에 다시 도착했다. 이제는 태국 여행이다. 이번에는 태국 남부 푸켓을 중심으로 피피 섬과 끄라비를 돌아보기로 했다. 태국 남부로 가려면 방콕 남부 버스터미널(콘송사이따이)로 가서 버스를 타야한다. 카오산로드에서 여행사가 운영하는 버스들이 있다. 그러나 그냥 노선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니 500바트에 고속도로비 45바트 그리고 공항세 50바트가 들어 모두 600바트가 든다. 24,000원은 좀 비싼 편이다. 버스를 알면 좋을 것 같다. 생가보다 남부 터미널은 멀다. 택시도 한참 달린다. 미얀마에서 고생하고 넘어오니 태국은 선진국, 천국이다. 남부터미널은 3층으로 제법 크다. 먹을 것이 다양하고 쉴 공간도 제법 많다. 시설도 좋다. 짐 맡기는 곳도 있다. 짐의 크기에 따라 30~50바트를 받는다. 일단 편한 맘으로 점심을 사 먹었다. 덮밥과 국수를 먹는다. 배가 든든하니 여유가 생긴다. 버스표를 알아본다. 2층은 차를 타는 곳, 1층과 3층은 매표소, 백화점, 식당, 작은 가게들이 있다. 버스 종류도 다양하다. 24시트의 고급버스는 974바트, 36시트는 626 바트, 48시트는 487바트(19,480원)다. 2층 버스로 미리 살펴보니 좋다. 487바트를 두 좌석 끊었다. 시간은 10시간 걸린단다. 출발 시간은 19시 30분이다. 버스는 63-1번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터미널 주변을 둘러보니 별로 볼 것도 없다. 미얀마에 비해 식당들이 많아 괜히 기분이 좋다. 아내와 3층으로 올라와 빈 의자를 잡고 앉았다.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터미널 건물들이 백화점 식이라 손님들이 많다. 이제 부터는 전투하듯 박박 기는 여행이 아니라 여유를 갖는, 즐기는 휴양이라 여유롭다. 3층에 있는 식당은 쿠폰을 끊어서 음식을 사 먹는 시스템이다. 내장탕과 덮밥을 사서 먹고 버스를 탔다. 2층에 올라가 좌석에 앉으니 기분이 좋다. 고속버스는 태국이 잘 되어있는 것 같다. 전에 라오스에서 올 때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에어컨이 너무 세다. 춥다. 어두운 밤길을 신나게 달려간다. 중간에 휴게소에 섰다. 젊은 안내양 아가씨의 짧은 치마가 인상적이다. 기사가 식당에 들어가 식사하는데 서서 기다린다. 차에는 Blanket fine이라는 글씨가 있다. 담요 선전 문구인지, 담요가 없어지면 벌금을 내라는 표시인지 모르겠다. fine이 벌금이라는 뜻도 있다. 어둠속으로 달리고 달릴수록 에어컨 바람에 추워서 몸이 자꾸만 움츠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