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
그들은 고상함과 우아함이라는 얼굴로 그를 대했다.
죽음으로 내모는 배려(?)였다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고통에 숨죽여 울부짖는 그 슬픔을 몰랐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독 후 위의 생각들이 화두가 되는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 작품을 쓴 괴테는 독일 문학의 자존심이었다. 18세기 전까지 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 할 수 없었던 독일은 괴테의 등장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이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면서 독일 문학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유럽에서 지방어 대접을 받던 독일어는 괴테로 인해 위상이 급상승했다. 독일 문학을 괴테 전과 괴테 후로 나누어 말할 정도이다.
독일 문학에서 독보적인 매김을 하는 대문호 괴테. 그 뒤에는 어머니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괴테의 어머니는 어린 괴테에게 책을 읽어주되 결말은 읽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아들이었지만 스스로 이야기의 결말을 상상하도록 유도했다. 책을 읽어는 주되 결말은 괴테 스스로가 선택 취사하게 하였다. 어머니의 독특한 책 읽어주기 교육법은 괴테가 창의적 사고와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괴테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아이가 쓸 수 없는 고급 어휘를 사용한 시를 지어서 할아버지에게 보낼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당연히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는 법학을 전공해서 변호사가 되는 반전을 보인다. 그는 또한 정치가, 관료, 미술사 연구, 자연과학 연구 등 또 다른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1774년 23살에 첫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게 된다.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키며 전 유럽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유럽 전역의 정치가, 왕족들은 모두 괴테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가질 정도였다. 그중 나폴레옹이 애독자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선풍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괴테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들을 작품에 등장시키곤 했다. 괴테는 친구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했던 실제 경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살한 친구 빌헬름 예루셀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베르테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독자들을 감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지만 실연당한 남자들의 자살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또 베르테르처럼 파란 상의에 노란 조끼를 입는 패션이 유행하였고 여자들은 ‘로테’처럼 사랑받기를 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절절했던 청춘의 불같은 사랑의 슬픔이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기업 ‘롯데’도 ‘샤를 로테’에서 따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고전의 필독서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로 나누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독자는 사랑에 빠져 상대에게 집착한 나머지 인생을 스스로 버린 나약한 인물로 어떤 독자는 세밀하게 표현된 베르테르의 절박한 감정을 공감하여 젊은 날의 벗어날 수 없는 아픈 초상으로 추모한다. 그러나 위대한 문학 작품 이면에 청년 자살 문제를 생각해 중요한 자료가 된다. 서간체 소설이라 읽기에 수월하지는 않지만 한 청년이 자살에 이르기까지 심리 변화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