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댐을 스쳐 청도 각북 풍각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달렸다.
오른편은 가슴마저 탁 트이게 만드는 가창댐..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곡물줄기..
종종 차로 이곳을 드라이브를 즐기는 편인데 밤에는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버리는 산간지역이다.
왼편은 드문드문 인가 외에는 산들이 병풍처럼 막아서있는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건만 전혀 다른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이 한적한 길에도 버스가 다니고 있다.
가창댐 입구에서 대략 10킬로를 달리자 마을이 나온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동..
마을을 조금 더 벗어나 헐티재 방면으로 올라 가면은
마을 경로당과 너른 마당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정대동행
버스의 종점이다.
정대리 종점으로 오기 전 중간에 버스가 시내방향으로 나갔기에
텅 빈 종점에 차를 세우고 잠시 서성이며 버스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흐린 하늘에 간간히 가랑비가 날리고..
오가는 차들도 오늘따라 유난히 뜸하다.
서늘한 산간지역의 바람과 풍경이 가히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만큼 멋진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정대동이다.
봄에는 미나리로 유명한곳..
인적도 없는 텅 빈 종점에서 10여분을 기다리니 정대동 종점으로
버스가 들어온다.
할아버님 한분이 종점 마지막 승객분이셨다.
처음 마주한 정대동 가창2번..
시간을 거슬러 1986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8월이었고 봉덕시장 앞에 51번 버스에서 막 내리자
갑작스레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정류장앞 상가건물 처마밑에서 가만히 서서
비가그치기를 기다렸다.
거세게 퍼붓던 소나기속에 버스들은 분주히 오고간다.
51-1번..6번..6-1번..111번..50번..
그리고 뒤를 이어 보기에도 낡아도 너무 낡은 버스 한대가
봉덕시장 정류장에 들어서는데 91번이었다.
버스앞면에 행선판 몇 개가 주렁주렁 걸려있고..
버스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92번 93번 버스는 종종 보아서 낯설지 않았는데..
이때 처음 91번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원동-정대동 버스 뒷면 91번 행선판을 보고서 정대동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대곡지구로 아파트 단지로 변한 그곳이 91번이 다녔던
오지동네 도원동이었다.
도원동-상인동-서부정류장-남대구전화국-남구청-봉덕시장-중동교-
파동-가창댐-정대동 91번 버스가 다녔던 구간이다.
이후 92년에 남대구 전화국 부근에서 당시 좌석버스 345번
반야월행 안에서 91번 버스를 목격한 것이 마지막이었고,
이후 95년 대구로 내려 왔을 때는 91번 버스는 사라져 버렸다.
91번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존 파동/대일-동부정류장 구간을
운행하던 10번 버스가 일부 정대동 구간을 운행하였다.
98년 노선개편과 함께 오지노선 버스가 다시 부활하며
40-1 40-2 40-3번이 우록/단산/정대동-남구청 구간을 운행하다
6월경에 모두 일시 폐지된 구133번인 204번
구10번인 439번 노선이 재개통되면서 통폐합되어 사라졌다.
다시 439번으로 번호가 변경된 구10번이 2006년 노선개편까지
정대동을 전담운행하다 현재는 가창2번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운행하고 있다.
이곳 한적한 산간마을 종점에도 주인이 이처럼 여러 차례 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창2번은 우록/단산/정대동/ 세 지역을 전담운행하고 있다.
팔조령으로 올라가던 구길에 있던 범골마을행도 하루 두 번
운행했으나 현재는 폐지되었다.
사라진 10번 과 133번 버스의 추억을 모두 이어받은 오지노선 버스이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측면 지선 행선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따스한 느낌을 주어서 마음에 들었다.
옛 10번 버스 노선을 압축한 노선으로 생각이 들만큼
행선지를 보고 있으니 10번 버스 생각이 들게 한다.
종점인 마을 경로당 출입문에는 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다.
91번 10번 439번 버스 시절에 비 하면은 지금은
버스편수가 제법 늘어난 편이다.
10번 시절에는 하루 8회 정도 운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2006년 개편이전 439번 시절 정대동행은 하루 13회였으니
가창2번으로 개편이후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정대동의 한적한 풍경이 어우러진 정대동 종점..
한때 강원도 지역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 풍경들이 낯설지가 않다.
우록과 단산보다 더 멋진 풍경과 오지노선 종점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버스기사님과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91번 버스 이야기를 하니깐 기사님이 놀라시면서
아니..그 버스를 어떻게 알고 있어나? 하시면서 내 나이를 물어보신다.
위에 언급했던 86년 그 시절 91번 버스를 보았던 이야기를
해드리자 상당히 동안이네 하시면서 미소를 지으신다.
기사님도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시며 매우 좋아하셨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든 애로사항들도 들려주시고..
종점에 주차하고 길지 않은 휴식시간에도 기사님은
분주히 밀대로 버스 안을 청소하시고 버스 앞 유리도
닦으시고 쉴 틈이 없으시다.
시계를 보니 이제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다.
기사님게 인사를 드리고 버스는 다시 힘차게
엔진소리를 내며 오지마을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기위해
종점을 떠날 준비를 한다.
정대동 종점 앞을 지나는 청도 각북면 방향으로 이어진 지방도로..
저 길을 올라갈수록 길이 점점 험난해 지며 헐티재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정대동 이 길에는 하루 세 번 남부정류장- 각북/풍각을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운행하고 있는데 기사님께서는 이버스를 타고서
여기 정대동 종점에 내려서 가창2번으로 갈아타는 승객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
그 반대로 정대동 종점에서 위에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각북/풍각으로 가는 승객 분들도 있단다.
이 길은 대구시내버스가 들어가는 마지막 구간이다.
이후 헐티재를 지나 청도 각북면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위에 언급한 하루3회 운행을 하는 시외버스가 유일하게
대구 달성군과 청도군 경계를 넘나들며 두 지역을 잇는다.
구불구불 헐티재 고개를 다 내려가면 그곳에 청도버스가 들어오는
각북면 남산리 정류소가 나온다.
대구버스와 청도버스가 헐티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먼 동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창댐과 산이 어우러진 강원도 산간마을 풍경을
옮겨 온 듯한 정대동을 떠나는 버스가 인적 없는 산길을 달려온다.
옛 시골길 버스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 한 채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세상 속에서 버스가
현실 속 각박한 시멘트 숲 도시로 빨려들 듯 사라져 간다.
첫댓글 남부정류장에서 정대행버스 지금도3회운행하고있지요.그나저나 지금은 우록방면버스가 범골들어가지않나보군요.가창2번은 우록 동구3번 웇골 팔공1 평광 칠곡3경운대 대표적이네요
범골지역은 이용객이 전무하다시피 한곳인데다 버스운행시간 또한 아침 6시 시내방면 한편 밤 10시에 범골에 종착하는 노선이 전부여서 통학생 수송개념의 노선이었습니다. 팔조령 구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용객 저조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405번의 삼산리 연장과 동시에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을까지 걸어 내려가는데는 시간이 좀 소모되죠..
얼마전 9월초 친구와 같이 대구텍에서 내려서 걸어서 정대동종점까지 걸어간적이 있어요.^^ 사진을 보니 반갑네요. 정대동 들어가기전에 어느골목깊숙안 산길로 들어가니 예비군훈련장과 어느 사찰에도 잠시 들러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약수가 유명하다해서 마시니 정말 좋더군요.^^
대구텍에서 정대리종점까지 20킬로가 되는 거리인데 대단하시네요^^ 그길 중간에 절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사찰이 한곳 있더군요..가창댐과 이어진 옛길의 경치가 정말 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