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燈依壁花成暈 고등의벽화성훈 벽에 달린 외로운 등불이 흐리게 빛무리 이룬다 小雨經林葉盡驚 소우경림엽진경 숲 지나는 가랑비에 나무잎도 놀라는구나
最是殊方?斷處 최시수방장단처 가장 애끊는 일은 타향의 이러한 곳 舊遊零落隔平生 구유령락격평생 한평생 옛벗들이 초라하게 떨어져 산다오
452 感春 감춘 봄날은 申欽 신흠 1566~1628
蜂삽花鬚燕?泥 봉삽화수연삽니 벌은 꽃술 물고 제비는 진흙 무는데 雨餘深院綠苔齊 우여심원록태제 비 갠 깊숙한 뜰에 푸른 이끼 수북하다 春來無限傷心事 춘래무한상심사 봄 되니 마음 상할 일들 많나니 分付流鶯盡意啼 분부류앵진의제 꾀꼬리에 주어 실컷 울게 하리라
453 木橋 목교 나무다리 辛천 신천
斫斷長條跨一灘 작단장조과일탄 긴 나무 잘라 여울물에 걸쳐 노니 천霜飛雪帶驚瀾 천상비설대경란 흩뿌리는 서릿발 눈보라에도 세찬 물결 견디네 須臾步步臨心意 수유보보림심의 잠시 걸으면서 마음 깊이 생각해보니 移向功名宦路看 이향공명환로간 권력 향하는 벼슬길을 보는 듯 하네
454 白頭山途中 백두산도중 백두산 가는 길에 申采浩 신채호 1880~1936
人生四十太支離 인생사십태지리 인생 사십 년이 너무도 지리하여 貧病相隨暫不移 빈병상수잠불이 가난과 병 잠시도 날 떠나지 않는구나 最恨水窮山盡處 최한수궁산진처 한스러워라, 물 다하고 산 다한 곳 任情歌曲亦難爲 임정가곡역난위 내 뜻대로 노래부르기도 어렵구나
455 夢亡妻 몽망처 죽은 아내 꿈 沈彦光 심언광 1487~1540
十口常資二頃田 십구상자이경전 열 식구 두 뙈기 밭 의지해 사니 貧家生理賴妻賢 빈가생리뢰처현 가난한 집 살림살이 자네 어짐 덕이었네 艱辛契活曾三紀 간신계활증삼기 간신히 먹고 산 지 서른 여섯 해 榮顯功名僅數年 영현공명근수년 공명을 누린 것은 겨우 몇 해 뿐
自謂與君同白首 자위여군동백수 흰머리 되도록 함께 살자 했더니 何先棄我落黃泉 하선기아락황천 날 두고 어이 먼저 황천 가셨나
魂來不覺冥途隔 혼래불각명도격 넋이 오매 저승길이 막힌 줄 몰랐더니 夢裏기巾尙宛然 몽리기건상완연 꿈속에 푸른 수건 쓴 완연히 그대일세
456 寄宜仲 기의중 宜仲에게 沈義 심의 1475 ~
學道非他在日强 학도비타재일강 도를 배움은 무엇보다 나날이 굳세짐에 있나니 精微到處要商量 정미도처요상량 정미한 곳에 이르려면 깊이 따져 생각해야 한다 頭邊歲月爭遲暮 두변세월쟁지모 머리 위로 세월은 싸움하듯 저물어가는데 少壯無成老益荒 소장무성로익황 젊고 한창 때 성취함이 없으면 늙어 더욱 황량하리라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묘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力耕富國關吾輩 력경부국관오배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 에 달렸거늘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480 春日 춘일 봄날 李奎報 이규보 1163~1241
柳撚金絲揚曉風 유연금사양효풍 금실같은 버들은 새벽바람에 나부끼고 一雙閒燕語玲瓏 일쌍한연어령롱 한 쌍의 한가로운 제비는 영롱하게 지저귄다 美人垂起心煩悶 미인수기심번민 미인은 자고 일어나 마음이 괴로워서 皓腕擎花吸露紅 호완경화흡로홍 흰 팔로 꽃을 높이 들고 붉은 이슬을 마시네
481 荷池 하지 연꽃이 핀 못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幽禽入水擘靑羅 유금입수벽청라 한마리 새 물속에 들며 푸른 비단물결을 가르니 微動方池擁蓋荷 미동방지옹개하 네모난 연못에 이는 작은 파문이 연잎을 감싸안네 欲識禪心元自淨 욕식선심원자정 선심이 원래부터 스스로 맑은 것을 알고자 하니 秋蓮濯濯出寒波 추련탁탁출한파 가을 연꽃 반짝이며 찬 물결 속에서 솟아오르네
482 妬花 투화 꽃샘바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鼓舞風所職 고무풍소직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被物無私阿 피물무사아 만물에 입히는 공덕 더하고 덜함이 없는 걸세 惜花若停風 석화고정풍 만일 꽃을 아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其奈生長何 기내생장하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을까 花開雖可賞 화개수가상 꽃피는 것도 좋지만 花落亦何嗟 화락역하차 꽃지는 것 또한 슬퍼할 일 아니네 開落摠自然 개락총자연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일 뿐이네
483 詠忘 영망 나 홀로 세상에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世人皆忘我 세인개망아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잊으니 四海一身孤 사해일신고 온 세상에 오직 이 한 몸 호젓하구나
豈唯世忘我 기유세망아 어찌 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는가 兄弟亦忘予 형제역망여 형제도 또한 나를 잊었다
今日婦忘我 금일부망아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었고 明日吾忘吾 명일오망오 내일에는 내가 나를 잊을 것이니
却後天地內 각후천지내 그런 뒤 세상천지에는 了無親與疏 요무친여소 친함도 소원함도 없음을 깨닫게 되리
484 詩癖 시벽 시짓는 버릇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年已涉縱心 년이섭종심 나이 이미 칠십을 지나 보냈고 位亦登台司 위역등태사 지위 또한 三公에 올라 보았네 始可放雕篆 시가방조전 이제는 시 짓는 일 놓을 만도 하건만 胡爲不能辭 호위불능사 어찌하여 능히 그만 두지 못하는가
朝吟類청솔 조음류청솔 아침엔 귀뚜라미처럼 읊조려 대고 暮嘯如鳶치 모소여연치 저녁에도 올빼미인양 노래 부르네 無奈有魔者 무나유마자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이 夙夜潛相隨 숙야잠상수 아침 저녁 남몰래 따라 와서는
一着不暫捨 일착불잠사 한 번 붙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使我至於斯 사아지어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일일박심간 날이면 날마다 心肝을 도려내 汁出幾篇詩 즙출기편시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지 滋膏與脂液 자고여지액 내 몸의 기름기와 진액일랑은 不復留膚肌 불복류부기 다 빠져 살에는 남아 있질 않다오
骨立苦吟아 골립고음아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나니 此狀良可嗤 차상식가치 이 모습 정말로 우스웁구나 亦無驚人語 역무경인어 그렇다고 놀랄만한 시를 지어서 足爲千載貽 족위천재이 천년 뒤에 남길만한 것도 없다네
撫掌自大笑 무당자대소 손바닥을 부비며 홀로 크게 웃다가 笑罷復吟之 소파부음지 웃음을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生死必由是 생사필유시 살고 죽는 것이 필시 시 때문일 터이니 此病醫難醫 차병의난의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렵도다
485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 아들 三百에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년래필부장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 게 분명하다
莫學乃翁長醉倒 막학내옹장취도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度太顚狂 일생인도태전광 평생토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데
一世誤身全是酒 일세오신전시주 몸을 망치는 건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여금호음우하재 네 녀석도 좋아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命名三百吾方悔 명명삼백오방회 어쩌다가 네 이름을 三百이라 지었더니 恐爾日傾三百杯 공이일경사백주 술 삼백잔을 마실까봐 후회가 막심하다
486 美人怨 미인원 미인의 원망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落花紅簇地 락화홍족지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하여 玉검雙流淚 옥검쌍류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 뉘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시름겨운 눈썹을 펴 보려나
487 詠菊 영국 국화를 읊다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春風三月百花紅 춘풍삼월백화홍 춘삼월 봄바람에 붉게 핀 온갖 꽃들이 不及秋天菊一叢 불급추천국일총 한 떨기 가을하늘의 국화만 못 하구나 芳艶耐寒猶可愛 방염내한유가애 향기롭고 고우면서 추위를 견뎌 오히려 사랑스러운데 殷勤更入酒盃中 은근경입주배중 더구나 술잔 속까지 말없이 들어오네
488 梨花 이화 배 꽃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初疑枝上雪?花 초의지상설점화 처음엔 가지 위 雪花인 줄 알았는데 爲有淸香認是花 위유청향인시화 맑은 향기가 있어 꽃인 줄을 알았다네 飛來易見穿靑樹 비래이견천청수 푸른 나무 사이 사이로 휘날릴 땐 보이더니 落去難知混白沙 낙거난지혼백사 흰모래에 떨어져 섞이니 알 수 없었네
489 言悔 언회 말을 뉘우침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我性本訥言 아성본눌언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庶幾無口過 서기무구과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昨日率爾言 작일솔이언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我死誰代者 아사수대자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하리 하였네
有客笑而對 유객소이대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 자어사미가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才俊世所稀 재준세소희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當憂代者寡 당우대자과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子非異於人 자비이어인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所益無一箇 소익무일개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何必見代爲 하필견대위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俚唱宜無和 리창의무화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其言雖似알 기언수사알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其意未大左 기의미대좌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我悔前言失 아회전언실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起拜再三謝 기배재삼사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490 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 國令으로 농민에게 청주와 쌀밥을 못 먹게 한다는 말을 듣고 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長安豪俠家 珠貝堆如阜 장안의 부유한 집에서는 구슬과 패물이 산같 장안호협가 주패퇴여부 이 쌓였는데 용粒瑩如珠 或飼馬與狗 방아 찧어 지은 구슬 같은 쌀밥을 말이나 개용립형여주 혹사마여구 에게도 먹이며 碧료湛若油 霑洽童僕미 기름처럼 맑은 청주를 종들도 마음껏 마시네 벽료담약유 점흡동복미 是皆出於農 非乃本所受 이 모두가 농부에게서 나온 것이지, 날 때부시개산어농 비내본소수 터 받아 나온 것이 아니네
假他手上勞 妄謂能自富 남들 손의 힘을 빌리고는, 무릇 스스로 부 가타수상노 망위능자부 자가 되었다고 하네 力穡奉君子 是之謂田父 힘들여 농사지어 군자를 봉양하니 그들을 일력색봉군자 시지위전부 컬어 농부라고 하네 赤身掩短褐 一日耕幾畝 알몸을 베옷으로 가리고 날마다 얼마만큼 땅적신엄단갈 일일경기무 을 갈았던가 才及稻芽靑 辛苦鋤랑유 벼 싹이 겨우 파릇파릇 돋아나면 고생스럽게 재급도아청 신고서랑유 호미로 김을 매네
假饒得千鍾 徒爲官家守 풍년들어 천종의 곡식을 거두어도 한갓 관청 가요득천종 도위관가수 것밖에 되지 않는다오 無何遭奪歸 一介非所有 어쩌지 못하고 모조리 빼앗겨 하나도 소유하무하조탈귀 일개비소유 지못하고 乃反掘鳧자 飢부不自救 땅을 파 鳧? 캐 먹다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내반굴부자 기부불자구 진다오 除却作勞時 何人餉汝厚 노동할 때 아니라면, 누가 이들에게 넉넉히 제각작노시 하인향여후 먹여줄까
所要賭其力 非必愛爾口 바라는 것은 힘을 취하기 위해서이지 이들의 입을 아껴서가 아니네 소요도기력 비필애이구 粲粲白玉飯 澄澄綠波酒 희디흰 쌀밥이나 맑디맑은 청주는 찬찬백옥반 징징록파주 是汝力所生 天亦不之咎 모두 이들 힘으로 생산한 것이니, 하늘도 이들을 허물치 않으리라 시여역소생 천역불지구 爲報勸農使 國令容或謬 勸農使에게 말하노니, 國令이 혹 잘못된 것이 아니요 위보권농사 국령용혹류
可矣卿與相 酒食염腐朽 높은 벼슬아치들은, 술과 밥에 물려서 썩히고 가의경여상 주식염부후 野人亦有之 每飮必醇酎 野人들도 나누어 갖고는 언제나 청주를 마신다오 야인역유지 매음필순주 游手尙如此 農餉安可後 노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데, 농부들을 어찌 유수상여차 농향안가후 못 먹게 하는가
491枯木 고목 죽은 나무 李堪之 이담지
白虹倒立碧山陰 백홍도립벽산음 하얀 햇살, 푸른 산 그늘에 비추고 斤釜人遙歲月深 근부인요세월심 나무꾼도 안온 지 오래 되었네 堪歎春風吹又過 감탄춘풍취우과 봄바람은 또 불어 지나가건만 舊枝無復有花心 구지무복유화심 묵은 가지, 다시 꽃피울 마음 없는 듯
492 紅燭淚歌 홍촉루가 李塏(朝鮮) 이개 1417~1456
房中紅燭爲誰別 방중홍촉위수별 방안에 켜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 하였기에 風淚汎瀾自不禁 풍루범란자부금 바람결에 촛농이 주루룩 그칠 줄을 모르는가 畢竟怪伊全似我 필경괴이전사아 끝내 이상하다 저것이 온통 나를 닮아서 任情灰盡寸來心 임정회진촌래심 속 심지 타도록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구나
493 偈頌詩 게송시 李都尉 이도위
學道須是鐵漢 학도수시철한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무쇠로 된 놈이라야 하리니 着手心頭便判 착수심두편판 손을 붙히고 心頭 편하게 하라 直趣無上菩提 직취무상보제 곧바로 무상보리로 나아가려거든 一切是非莫管 일절시비막영 일체의 시비에 상관하지 말라
奇男從古多韜彩 기남종고다도채 기이한 남자는 예부터 광채를 숨기나니 霧豹深林知惜毛 무표심림지석모 깊은 숲 안개 속, 표범은 털빛을 아낄 줄 아네
505 歷路訪李伯瞻 역로방이백첨 李伯瞻 찾아 가는 길에서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瓜盤聽雨思疇昔 과반청우사주차 오이 먹으며 지난 날 생각하니 빗소리 들리고 紙유談詩到夕陽 지유담시도석양 詩를 이야기하니 들창에 석양빛 비친다
近宅秋聲連古木 근택추성연고목 집 근처, 가을소리 고목에 이어지고 注江雲氣結微霜 주강운기결미상 강에 머문 구름기운 가는 서릿발 맺었구나
松邊白堞歸程遠 송변백엽귀정원 소나무옆 하얀 城堞위 갈 길도 먼데 留約籬花共읍香 유약리화공읍향 울타리의 꽃향기 함께 맡자 약속하네
506 曉發延安 효발정안 새벽녘 延安을 떠나며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不已霜鷄郡舍東 불이상계군사동 客舍 동쪽 새벽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 잔성배월경수공 새벽별은 달을 짝해 하늘에 반짝인다 蹄聲笠影?朧野 제성립영몽롱야 말굽소리 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行踏閨人片夢中 행답규인편몽중 꿈 속에서 아가씨를 밝으며 가네
507 村家 촌가 시골집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荳穀堆邊細逕分 두곡퇴변세경분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 홍돈초편산우군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 연청욕염추래수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 수결감찬제후운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 먹고 싶어라
508 曉望 효망 새벽녘에 바라보니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吠犬村村有 폐견촌촌유 마을마다 개들이 짖어대고 飢鴉樹樹啼 기아수수제 나무마다 굶주린 까마귀 울어대네 凌凌寒폄骨 릉릉한폄골 싸늘한 추위는 뼛골을 찌르는데 山月遠天低 산월원천저 산 위에 달은 먼 하늘에 나직히 떠 있네
509 酬曾若 주증락 너를 일찍 보내며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達觀事外烟棲神 달관사외연서신 사물의 본질을 달관하며 정신을 기르느라 白荳영扉掩涉旬 백두영비엄섭순 콩덩굴이 사립문에 얽히도록 열흘이나 닫아 두었다오 長夏凉思繁葉樹 장하량사민엽수 긴 여름,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시원함 느끼며 南山幽臥素心人 남산유와소심인 남산골 깊은곳, 마음이 깨끗한 사람 누웠다오 盆花故起涓涓色 분화고기연연색 화분의 꽃은 회색 빛을 띠고 일어나 죽어있고 檻日爭禁재재辰 감일쟁금재재신 난간의 해는 빠른 세월 다투어 막는다오 勁익飛鷗遙目送 경익비구요목송 날아가는 갈매기, 힘찬 날개짓 멀리서 바라보니 映空自在水雲身 영공자재수운신 허공을 비추며 저절로 구름과 한몸이 되었네
510 朝詠 조영 아침에 읊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無事高人住 무사고인주 일 없는 고상한 사람이 머물어 菊籬成小門 국리성소문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 내었다
二年江漢夢 이년강한몽 두 해 동안 강 사람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 종야고금언 밤이 새도록 古今을 이야기한다
庭落何來葉 정락하래엽 뜰에 떨어진 잎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墻明遠處村 장명원처촌 담장넘어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인다
生涯雲水外 생애운수외 구름과 물 밖의 한가한 생애 晴日散鷄豚 청일산계돈 개인 날씨에 닭과 돼지가 흩어진다
511 偶題 우제 우연히 짓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身似太倉제米陳 신사태창제미진 몸은 큰 창고에 늘어놓은 쌀톨 같지만 乾坤兀兀坐江濱 건곤올올좌강빈 天地간 강가에 우뚝이 앉아있다오 詩能日課徒閒士 시능일과도한사 시를 일과로 삼는 한갓 한가로운 선비지만 松耐霜寒是可人 송내상한시가인 찬 서리 이긴 소나무에 견줄 만한 사람이라오
爭名爭利意何如 쟁명쟁리의하여 명예 이익 다퉈보니 어떠하던가 投老山林計未疎 두로산림계미소 늙어 山林 깃드니 뜻 성글지 않도다 雀묵荒주人斷絶 작묵망주인단절 거친 뜰 참새 짖고 사람은 없어 竹窓斜日臥看書 죽창사일와간서 竹窓 빗긴 해에 누워 책을 보노라
514 春香歌 춘향가 李夢龍 이몽룡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천사람의 피 요 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락시민루락 촛불 눈물 떨러질 때 백성의 눈물 떨러지고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515 閨怨 규원 여인의 원망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相思都在不言裡 상사도재불언리 말로 하지 못하는 애끓는 심정 一夜心懷빈半絲 일야심회빈반사 밤새, 품은 마음에 머리 半이나 희었다오 欲知是妾相思苦 욕지시첩상사고 소첩의 그리운 정 아시려거든 須試金環減舊圓 수시금환감구원 금반지 닳아진것을 보시구려
516 御水臺 어수대 御水臺에서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王在千年寺 왕재천년사 왕이 있었던 천년이 지난 옛절에 空餘御水臺 공여어수대 공허히 御水臺만 남아 있네 往事憑誰問 왕사빙수문 지난 일, 아무도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臨風喚鶴來 임풍환학래 바람이 불러온 鶴을 내려다본다
517 閑居 한거 한가히 살며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石田茅屋掩柴扉 석전모옥엄시비 돌 밭,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花落花開辨四時 화락화개변사시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峽裡無人晴盡永 협리무인청진영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雲山炯水遠帆歸 운산형수원범귀 구름 낀 산, 반짝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518 贈醉客 증취객 술 취하신 님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醉客執羅衫 취객집나삼 술 취하신 님 사정없이 날 끌어당겨 羅衫隨手裂 나삼수수렬 끝내는 비단저고리 찢어 놓았지 不惜一羅衫 불석일나삼 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지요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맺힌 정 끊어질까 두려워 그렇지요
519 題墨松圖 제묵송도 소나무 그림에 부쳐 李方膺(淸) 이방응 1695~1754
一年一年復一年 일년일년복일년 그 동안 살아온 수많은 세월 根盤節錯鎖寒煙 근반절착쇄한연 뿌리 뻗고 가지 무성 찬 기운이 서렸네 不知天意留何用 부지천의유하용 이를 남긴 하늘의 뜻 알 수 없거니와 虎爪龍鱗老更堅 호조용린노갱견 범 발톱, 용 비늘 늙어갈수록 더욱 단단하구나
520 奇東魯二穉子 기동로이치자 東魯에 있는 불쌍한 어린자식들 李白(唐) 이백 701~762
吳地桑葉綠 오지상엽록 吳地의 뽕잎 푸르름 더하고 吳蠶已三眼 오잠이삼안 누에는 벌써 새 잠이 들었네 我家奇東魯 아가기동노 그리운 내 집,東魯에 있건만 誰種龜陰田 수종귀음전 구산 기슭 뽕나무는 누가 가꿀지
春事已不及 춘사이불급 농부는 한창 봄 일에 바쁘나 江行復茫然 강행부망연 무심한 강은 유유히 흐르네 南風吹歸心 남풍취기심 남풍에 고향에 가고픈 마음 실어나 볼까 飛墮酒樓前 비수주루전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주루
樓東一株桃 루동일주도 주루의 양지녘엔 복숭아 한 그루 枝葉拂淸煙 지엽불청연 지금 쯤 도화는 만발했으니 此樹我所種 차수아소종 내가 몸소 심었던 그 나무 別來向三年 별래향삼년 떠난지 벌써 삼년이 되었네
桃今與樓齊 도금여루제 복숭아와 주루는 여전하겠지 我行尙未族 아행상미족 아직도 타향에서 떠도는 신세 嬌女子平陽 교여자평양 귀여운 내 딸 평양 折花倚桃邊 절화의도변 복숭아 가지 꺽어 내 생각 할까
折花不見我 절화불견아 그러나 뵈지 않는 아빠의 얼굴 淚下如流泉 루하여류천 말없이 홀로 서서 눈물 흘리리 小兒名伯禽 소아명백금 귀여운 내 아들 伯禽 與姝亦齊肩 여주역제견 누이와 함께 오늘도 아빠 생각
雙行桃樹下 쌍행도수하 복숭아 나무 아래도 나란히 걸어가는 撫肩復誰憐 무견복수련 그 누가 돌아보아 주리 念此失次第 념차실차제 오늘도 자식 생각 肝腸日憂煎 간장일우전 날마다 애간장 태우네
棄我去者 기아거자 날 버리고 떠난 昨日之日不可留 작일지일불가류 어제는 만류할 수 없거니와 亂我心者 난아심자 나를 괴롭히는 今日之日多煩憂 금일지일다번우 오늘 또한 시름만 더할 뿐
長風萬里送秋雁 장풍만리송추응 휘몰아오는 바람, 가을의 기러기를 보내고 對此可以감高樓 대차가이감고루 지금은 이 높은 누대에서 곤드래 마신다 蓬萊文章建安骨 봉래문장건안골 그대 蓬萊의 문장과 建安의 높은 기풍 지녔고 中間小謝又淸發 중간소사우청발 그거기다 소사같은 청신한 재주 지녔어라
俱懷逸興壯思飛 구회일흥사사비 그대에게는 표일한 감흥에다 장엄한 사색 欲上靑天覽日月 욕상청천람일월 마치 하늘에 솟구쳐 달도 보고 해도 보려니
抽刀斷水水更流 추도단수수갱류 칼로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擧杯銷愁愁更愁 거배쇄수수경수 술로 시름 달래도 시름은 더욱 서글퍼 지네 人生在世不稱意 인생재세불칭의 인생은 가도가도 어려워, 明朝散髮弄扁舟 명조산발농편주 내일이라도 머리칼 휘날리며 조각배 타고 놀리라
522 南陵別兒童入京 남릉별아동입경 남릉에서 아들과 헤어지며 李白(唐) 이백 701~762
白酒新熟山中歸 백주신숙산중귀 흰 술이 익을 무렵 두메로 돌아오면 黃鷄啄黍秋正肥 황계탁서추정비 노란 닭이 기장을 쪼며, 가을은 한창 살찐다 呼童烹鷄酌白酒 호동팽계작백주 동자를 불러 닭을 잡고, 흰 술을 따르면 兒女嬉笑牽人衣 아여희소견인의 아녀자에 꼬마까지 희희낙락 서로의 옷자락을 끈다
高歌取醉欲自慰 고가취취욕자위 부어라 마셔라! 목청을 돋구어 스스로 달래고 起舞落日爭光輝 기무락일쟁광휘 너울 너울 춤을 추노라면, 찬란한 광채가 노을보다 부셔라 游說萬乘苦不早 유세만승고불조 이제사 황제를 뵙나니, 한스럽다 늦은 연분이 著鞭跨馬涉遠道 착편고마섭원도 달려라! 먼길을 어서 달려라! 준마의 등짝에 채찍을 친다
會稽愚婦輕買臣 회계우부경매신 회계의 어리석은 아낙네가 가난한 주매신을 업신여기듯 余亦辭家西入秦 여역사가서입진 나 또한 집을 나서 장안을 간다 仰天大笑出門去 앙천대소출문거 하늘 보며 껄껄 웃고, 문 밖을 나서니 我輩豈是蓬蒿人 아배기시봉호인 우린들 어찌, 초야에만 묻히랴
523 對酒問月 대주문월 달에게 묻다 李白(唐) 이백 701~762
靑天有月來機時 청천유월래기시 맑은 하늘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我今停盃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내 지금 잔 멈추고 물어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이 달을 잡아둘 순 없어도 月行却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달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네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임단궐 달빛은 선궁의 나는 거울처럼 綠烟滅盡淸輝發 녹연멸진청휘발 푸른 안개 걷이고 맑게 빛나네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밤이면 바다 위에 고이 왔다가 寧知曉向雲間沒 영지효향운간몰 새벽이면 구름 속에 사라지네
白兎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복춘 옥토끼는 계절 없이 약을 찧고 姮娥細栖與誰隣 항아세서여수린 항아는 누구에게 의지해 사나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불견고시월 사람은 옛날 달을 볼 수 없어도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저 달은 옛 사람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사람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도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은 모든 것 다 보았으리 惟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내가 노래하며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 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오래도록 잔을 비춰라
524 渡荊門送別 도형문송별 荊門山을 넘어 송별하며 李白(唐) 이백 701~762
渡遠荊門外 도원형문외 멀리 荊門山 밖으로 건너와 來從楚國遊 래종금국유 楚땅에서 노닐게 되었는데
山隨平野盡 산수평야진 산은 평야를 따라 다하고 江入大荒流 강입대황류 강은 넓은 들로 흘러드네
月下飛天鏡 월하비천경 달이 떨어지니 天鏡이 나는 듯하고 雲生結海樓 운생결해루 구름 피어나 신기루를 이루네
仍憐故鄕水 잉린고향수 고향의 강물 더욱 그리워하며 萬里送行舟 만리송행주 만리로 떠나는 배 전송하네
525 烏夜啼 오야제 까마귀 우는 밤에 李白(唐) 이백 701~762
黃雲城邊烏欲棲 황운성변오욕서 노을지는 성 주변에 까마귀 깃들고자 歸飛啞啞枝上啼 귀비아아지상제 날아와 까악까악 가지 위에 홀로 울고
機中織錦秦川女 기중직금진천녀 베틀 위 비단 짜는 진천의 아가씨 碧紗如烟隔窓語 벽사여연격창어 연기 같은 창 너머 정든 님 목소린가
停梭창然憶遠人 정사창연억원인 물레북 손에 든채 멀리 떠난 그대 생각하며 獨宿空房淚如雨 독숙공방누여우 빈방에 홀로 자니 눈물이 비오는 듯
526久別離 구별리 오랜 이별 李白(唐) 이백 701~762
別來幾春未還家 별래기춘미환가 헤어진 지 몇해던가 돌아가지 못한 채 玉窓五見櫻桃花 옥창오견루조화 옥창에도 어느덧 다섯 번이나 앵두꽃 피었겠지
況有錦字書 황유금자서 비단에 쓴 아내 편지 開緘使人嗟 개함사인차 뜯으면서 흘리는 한숨
至此腸斷彼心絶 지차장단피심절 아내는 애가 끓어 울며 불며 雲환綠빈罷梳結 운환록빈파소결 검은 머리 윤나는 머리채를 곱게 빗어 동여 맸지만
愁如回포亂白雪 수여회포난백설 회오리 같은 시름에 눈발이 흩날리겠지 去年寄書報陽臺 거년기서보양대 지난해엔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듯
孤燈依壁花成暈 고등의벽화성훈 벽에 달린 외로운 등불이 흐리게 빛무리 이룬다 小雨經林葉盡驚 소우경림엽진경 숲 지나는 가랑비에 나무잎도 놀라는구나
最是殊方?斷處 최시수방장단처 가장 애끊는 일은 타향의 이러한 곳 舊遊零落隔平生 구유령락격평생 한평생 옛벗들이 초라하게 떨어져 산다오
452 感春 감춘 봄날은 申欽 신흠 1566~1628
蜂삽花鬚燕?泥 봉삽화수연삽니 벌은 꽃술 물고 제비는 진흙 무는데 雨餘深院綠苔齊 우여심원록태제 비 갠 깊숙한 뜰에 푸른 이끼 수북하다 春來無限傷心事 춘래무한상심사 봄 되니 마음 상할 일들 많나니 分付流鶯盡意啼 분부류앵진의제 꾀꼬리에 주어 실컷 울게 하리라
453 木橋 목교 나무다리 辛천 신천
斫斷長條跨一灘 작단장조과일탄 긴 나무 잘라 여울물에 걸쳐 노니 천霜飛雪帶驚瀾 천상비설대경란 흩뿌리는 서릿발 눈보라에도 세찬 물결 견디네 須臾步步臨心意 수유보보림심의 잠시 걸으면서 마음 깊이 생각해보니 移向功名宦路看 이향공명환로간 권력 향하는 벼슬길을 보는 듯 하네
454 白頭山途中 백두산도중 백두산 가는 길에 申采浩 신채호 1880~1936
人生四十太支離 인생사십태지리 인생 사십 년이 너무도 지리하여 貧病相隨暫不移 빈병상수잠불이 가난과 병 잠시도 날 떠나지 않는구나 最恨水窮山盡處 최한수궁산진처 한스러워라, 물 다하고 산 다한 곳 任情歌曲亦難爲 임정가곡역난위 내 뜻대로 노래부르기도 어렵구나
455 夢亡妻 몽망처 죽은 아내 꿈 沈彦光 심언광 1487~1540
十口常資二頃田 십구상자이경전 열 식구 두 뙈기 밭 의지해 사니 貧家生理賴妻賢 빈가생리뢰처현 가난한 집 살림살이 자네 어짐 덕이었네 艱辛契活曾三紀 간신계활증삼기 간신히 먹고 산 지 서른 여섯 해 榮顯功名僅數年 영현공명근수년 공명을 누린 것은 겨우 몇 해 뿐
自謂與君同白首 자위여군동백수 흰머리 되도록 함께 살자 했더니 何先棄我落黃泉 하선기아락황천 날 두고 어이 먼저 황천 가셨나
魂來不覺冥途隔 혼래불각명도격 넋이 오매 저승길이 막힌 줄 몰랐더니 夢裏기巾尙宛然 몽리기건상완연 꿈속에 푸른 수건 쓴 완연히 그대일세
456 寄宜仲 기의중 宜仲에게 沈義 심의 1475 ~
學道非他在日强 학도비타재일강 도를 배움은 무엇보다 나날이 굳세짐에 있나니 精微到處要商量 정미도처요상량 정미한 곳에 이르려면 깊이 따져 생각해야 한다 頭邊歲月爭遲暮 두변세월쟁지모 머리 위로 세월은 싸움하듯 저물어가는데 少壯無成老益荒 소장무성로익황 젊고 한창 때 성취함이 없으면 늙어 더욱 황량하리라
新穀靑靑猶在畝 신곡청청유재묘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縣胥官吏已徵租 현서관리이징조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力耕富國關吾輩 력경부국관오배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 에 달렸거늘 何苦相侵剝及膚 하고상침박급부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480 春日 춘일 봄날 李奎報 이규보 1163~1241
柳撚金絲揚曉風 유연금사양효풍 금실같은 버들은 새벽바람에 나부끼고 一雙閒燕語玲瓏 일쌍한연어령롱 한 쌍의 한가로운 제비는 영롱하게 지저귄다 美人垂起心煩悶 미인수기심번민 미인은 자고 일어나 마음이 괴로워서 皓腕擎花吸露紅 호완경화흡로홍 흰 팔로 꽃을 높이 들고 붉은 이슬을 마시네
481 荷池 하지 연꽃이 핀 못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幽禽入水擘靑羅 유금입수벽청라 한마리 새 물속에 들며 푸른 비단물결을 가르니 微動方池擁蓋荷 미동방지옹개하 네모난 연못에 이는 작은 파문이 연잎을 감싸안네 欲識禪心元自淨 욕식선심원자정 선심이 원래부터 스스로 맑은 것을 알고자 하니 秋蓮濯濯出寒波 추련탁탁출한파 가을 연꽃 반짝이며 찬 물결 속에서 솟아오르네
482 妬花 투화 꽃샘바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鼓舞風所職 고무풍소직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被物無私阿 피물무사아 만물에 입히는 공덕 더하고 덜함이 없는 걸세 惜花若停風 석화고정풍 만일 꽃을 아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其奈生長何 기내생장하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을까 花開雖可賞 화개수가상 꽃피는 것도 좋지만 花落亦何嗟 화락역하차 꽃지는 것 또한 슬퍼할 일 아니네 開落摠自然 개락총자연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일 뿐이네
483 詠忘 영망 나 홀로 세상에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世人皆忘我 세인개망아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잊으니 四海一身孤 사해일신고 온 세상에 오직 이 한 몸 호젓하구나
豈唯世忘我 기유세망아 어찌 세상만이 나를 잊었겠는가 兄弟亦忘予 형제역망여 형제도 또한 나를 잊었다
今日婦忘我 금일부망아 오늘은 아내가 나를 잊었고 明日吾忘吾 명일오망오 내일에는 내가 나를 잊을 것이니
却後天地內 각후천지내 그런 뒤 세상천지에는 了無親與疏 요무친여소 친함도 소원함도 없음을 깨닫게 되리
484 詩癖 시벽 시짓는 버릇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年已涉縱心 년이섭종심 나이 이미 칠십을 지나 보냈고 位亦登台司 위역등태사 지위 또한 三公에 올라 보았네 始可放雕篆 시가방조전 이제는 시 짓는 일 놓을 만도 하건만 胡爲不能辭 호위불능사 어찌하여 능히 그만 두지 못하는가
朝吟類청솔 조음류청솔 아침엔 귀뚜라미처럼 읊조려 대고 暮嘯如鳶치 모소여연치 저녁에도 올빼미인양 노래 부르네 無奈有魔者 무나유마자 어찌할 수 없는 시마詩魔란 놈이 夙夜潛相隨 숙야잠상수 아침 저녁 남몰래 따라 와서는
一着不暫捨 일착불잠사 한 번 붙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使我至於斯 사아지어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일일박심간 날이면 날마다 心肝을 도려내 汁出幾篇詩 즙출기편시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지 滋膏與脂液 자고여지액 내 몸의 기름기와 진액일랑은 不復留膚肌 불복류부기 다 빠져 살에는 남아 있질 않다오
骨立苦吟아 골립고음아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나니 此狀良可嗤 차상식가치 이 모습 정말로 우스웁구나 亦無驚人語 역무경인어 그렇다고 놀랄만한 시를 지어서 足爲千載貽 족위천재이 천년 뒤에 남길만한 것도 없다네
撫掌自大笑 무당자대소 손바닥을 부비며 홀로 크게 웃다가 笑罷復吟之 소파부음지 웃음을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生死必由是 생사필유시 살고 죽는 것이 필시 시 때문일 터이니 此病醫難醫 차병의난의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렵도다
485 兒三百飮酒 아삼백음주 아들 三百에게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汝今乳齒已傾觴 여금유치이경상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심공년래필부장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 게 분명하다
莫學乃翁長醉倒 막학내옹장취도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度太顚狂 일생인도태전광 평생토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데
一世誤身全是酒 일세오신전시주 몸을 망치는 건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여금호음우하재 네 녀석도 좋아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命名三百吾方悔 명명삼백오방회 어쩌다가 네 이름을 三百이라 지었더니 恐爾日傾三百杯 공이일경사백주 술 삼백잔을 마실까봐 후회가 막심하다
486 美人怨 미인원 미인의 원망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네 落花紅簇地 락화홍족지 붉은 꽃 떨어져 온 땅을 덮었는데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향기로운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하여 玉검雙流淚 옥검쌍류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 뉘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시름겨운 눈썹을 펴 보려나
487 詠菊 영국 국화를 읊다 李奎報(高麗) 이규보 1168~1241
春風三月百花紅 춘풍삼월백화홍 춘삼월 봄바람에 붉게 핀 온갖 꽃들이 不及秋天菊一叢 불급추천국일총 한 떨기 가을하늘의 국화만 못 하구나 芳艶耐寒猶可愛 방염내한유가애 향기롭고 고우면서 추위를 견뎌 오히려 사랑스러운데 殷勤更入酒盃中 은근경입주배중 더구나 술잔 속까지 말없이 들어오네
488 梨花 이화 배 꽃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初疑枝上雪?花 초의지상설점화 처음엔 가지 위 雪花인 줄 알았는데 爲有淸香認是花 위유청향인시화 맑은 향기가 있어 꽃인 줄을 알았다네 飛來易見穿靑樹 비래이견천청수 푸른 나무 사이 사이로 휘날릴 땐 보이더니 落去難知混白沙 낙거난지혼백사 흰모래에 떨어져 섞이니 알 수 없었네
489 言悔 언회 말을 뉘우침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我性本訥言 아성본눌언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庶幾無口過 서기무구과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昨日率爾言 작일솔이언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我死誰代者 아사수대자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하리 하였네
有客笑而對 유객소이대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 자어사미가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才俊世所稀 재준세소희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當憂代者寡 당우대자과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子非異於人 자비이어인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所益無一箇 소익무일개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何必見代爲 하필견대위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俚唱宜無和 리창의무화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其言雖似알 기언수사알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其意未大左 기의미대좌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我悔前言失 아회전언실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起拜再三謝 기배재삼사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490 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 國令으로 농민에게 청주와 쌀밥을 못 먹게 한다는 말을 듣고 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 李奎報 이규보 1168~1241
長安豪俠家 珠貝堆如阜 장안의 부유한 집에서는 구슬과 패물이 산같 장안호협가 주패퇴여부 이 쌓였는데 용粒瑩如珠 或飼馬與狗 방아 찧어 지은 구슬 같은 쌀밥을 말이나 개용립형여주 혹사마여구 에게도 먹이며 碧료湛若油 霑洽童僕미 기름처럼 맑은 청주를 종들도 마음껏 마시네 벽료담약유 점흡동복미 是皆出於農 非乃本所受 이 모두가 농부에게서 나온 것이지, 날 때부시개산어농 비내본소수 터 받아 나온 것이 아니네
假他手上勞 妄謂能自富 남들 손의 힘을 빌리고는, 무릇 스스로 부 가타수상노 망위능자부 자가 되었다고 하네 力穡奉君子 是之謂田父 힘들여 농사지어 군자를 봉양하니 그들을 일력색봉군자 시지위전부 컬어 농부라고 하네 赤身掩短褐 一日耕幾畝 알몸을 베옷으로 가리고 날마다 얼마만큼 땅적신엄단갈 일일경기무 을 갈았던가 才及稻芽靑 辛苦鋤랑유 벼 싹이 겨우 파릇파릇 돋아나면 고생스럽게 재급도아청 신고서랑유 호미로 김을 매네
假饒得千鍾 徒爲官家守 풍년들어 천종의 곡식을 거두어도 한갓 관청 가요득천종 도위관가수 것밖에 되지 않는다오 無何遭奪歸 一介非所有 어쩌지 못하고 모조리 빼앗겨 하나도 소유하무하조탈귀 일개비소유 지못하고 乃反掘鳧자 飢부不自救 땅을 파 鳧? 캐 먹다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내반굴부자 기부불자구 진다오 除却作勞時 何人餉汝厚 노동할 때 아니라면, 누가 이들에게 넉넉히 제각작노시 하인향여후 먹여줄까
所要賭其力 非必愛爾口 바라는 것은 힘을 취하기 위해서이지 이들의 입을 아껴서가 아니네 소요도기력 비필애이구 粲粲白玉飯 澄澄綠波酒 희디흰 쌀밥이나 맑디맑은 청주는 찬찬백옥반 징징록파주 是汝力所生 天亦不之咎 모두 이들 힘으로 생산한 것이니, 하늘도 이들을 허물치 않으리라 시여역소생 천역불지구 爲報勸農使 國令容或謬 勸農使에게 말하노니, 國令이 혹 잘못된 것이 아니요 위보권농사 국령용혹류
可矣卿與相 酒食염腐朽 높은 벼슬아치들은, 술과 밥에 물려서 썩히고 가의경여상 주식염부후 野人亦有之 每飮必醇酎 野人들도 나누어 갖고는 언제나 청주를 마신다오 야인역유지 매음필순주 游手尙如此 農餉安可後 노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데, 농부들을 어찌 유수상여차 농향안가후 못 먹게 하는가
491枯木 고목 죽은 나무 李堪之 이담지
白虹倒立碧山陰 백홍도립벽산음 하얀 햇살, 푸른 산 그늘에 비추고 斤釜人遙歲月深 근부인요세월심 나무꾼도 안온 지 오래 되었네 堪歎春風吹又過 감탄춘풍취우과 봄바람은 또 불어 지나가건만 舊枝無復有花心 구지무복유화심 묵은 가지, 다시 꽃피울 마음 없는 듯
492 紅燭淚歌 홍촉루가 李塏(朝鮮) 이개 1417~1456
房中紅燭爲誰別 방중홍촉위수별 방안에 켜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 하였기에 風淚汎瀾自不禁 풍루범란자부금 바람결에 촛농이 주루룩 그칠 줄을 모르는가 畢竟怪伊全似我 필경괴이전사아 끝내 이상하다 저것이 온통 나를 닮아서 任情灰盡寸來心 임정회진촌래심 속 심지 타도록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구나
493 偈頌詩 게송시 李都尉 이도위
學道須是鐵漢 학도수시철한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무쇠로 된 놈이라야 하리니 着手心頭便判 착수심두편판 손을 붙히고 心頭 편하게 하라 直趣無上菩提 직취무상보제 곧바로 무상보리로 나아가려거든 一切是非莫管 일절시비막영 일체의 시비에 상관하지 말라
奇男從古多韜彩 기남종고다도채 기이한 남자는 예부터 광채를 숨기나니 霧豹深林知惜毛 무표심림지석모 깊은 숲 안개 속, 표범은 털빛을 아낄 줄 아네
505 歷路訪李伯瞻 역로방이백첨 李伯瞻 찾아 가는 길에서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瓜盤聽雨思疇昔 과반청우사주차 오이 먹으며 지난 날 생각하니 빗소리 들리고 紙유談詩到夕陽 지유담시도석양 詩를 이야기하니 들창에 석양빛 비친다
近宅秋聲連古木 근택추성연고목 집 근처, 가을소리 고목에 이어지고 注江雲氣結微霜 주강운기결미상 강에 머문 구름기운 가는 서릿발 맺었구나
松邊白堞歸程遠 송변백엽귀정원 소나무옆 하얀 城堞위 갈 길도 먼데 留約籬花共읍香 유약리화공읍향 울타리의 꽃향기 함께 맡자 약속하네
506 曉發延安 효발정안 새벽녘 延安을 떠나며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不已霜鷄郡舍東 불이상계군사동 客舍 동쪽 새벽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 잔성배월경수공 새벽별은 달을 짝해 하늘에 반짝인다 蹄聲笠影?朧野 제성립영몽롱야 말굽소리 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行踏閨人片夢中 행답규인편몽중 꿈 속에서 아가씨를 밝으며 가네
507 村家 촌가 시골집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荳穀堆邊細逕分 두곡퇴변세경분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 홍돈초편산우군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 연청욕염추래수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 수결감찬제후운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 먹고 싶어라
508 曉望 효망 새벽녘에 바라보니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吠犬村村有 폐견촌촌유 마을마다 개들이 짖어대고 飢鴉樹樹啼 기아수수제 나무마다 굶주린 까마귀 울어대네 凌凌寒폄骨 릉릉한폄골 싸늘한 추위는 뼛골을 찌르는데 山月遠天低 산월원천저 산 위에 달은 먼 하늘에 나직히 떠 있네
509 酬曾若 주증락 너를 일찍 보내며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達觀事外烟棲神 달관사외연서신 사물의 본질을 달관하며 정신을 기르느라 白荳영扉掩涉旬 백두영비엄섭순 콩덩굴이 사립문에 얽히도록 열흘이나 닫아 두었다오 長夏凉思繁葉樹 장하량사민엽수 긴 여름,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시원함 느끼며 南山幽臥素心人 남산유와소심인 남산골 깊은곳, 마음이 깨끗한 사람 누웠다오 盆花故起涓涓色 분화고기연연색 화분의 꽃은 회색 빛을 띠고 일어나 죽어있고 檻日爭禁재재辰 감일쟁금재재신 난간의 해는 빠른 세월 다투어 막는다오 勁익飛鷗遙目送 경익비구요목송 날아가는 갈매기, 힘찬 날개짓 멀리서 바라보니 映空自在水雲身 영공자재수운신 허공을 비추며 저절로 구름과 한몸이 되었네
510 朝詠 조영 아침에 읊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無事高人住 무사고인주 일 없는 고상한 사람이 머물어 菊籬成小門 국리성소문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 내었다
二年江漢夢 이년강한몽 두 해 동안 강 사람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 종야고금언 밤이 새도록 古今을 이야기한다
庭落何來葉 정락하래엽 뜰에 떨어진 잎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墻明遠處村 장명원처촌 담장넘어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인다
生涯雲水外 생애운수외 구름과 물 밖의 한가한 생애 晴日散鷄豚 청일산계돈 개인 날씨에 닭과 돼지가 흩어진다
511 偶題 우제 우연히 짓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身似太倉제米陳 신사태창제미진 몸은 큰 창고에 늘어놓은 쌀톨 같지만 乾坤兀兀坐江濱 건곤올올좌강빈 天地간 강가에 우뚝이 앉아있다오 詩能日課徒閒士 시능일과도한사 시를 일과로 삼는 한갓 한가로운 선비지만 松耐霜寒是可人 송내상한시가인 찬 서리 이긴 소나무에 견줄 만한 사람이라오
爭名爭利意何如 쟁명쟁리의하여 명예 이익 다퉈보니 어떠하던가 投老山林計未疎 두로산림계미소 늙어 山林 깃드니 뜻 성글지 않도다 雀묵荒주人斷絶 작묵망주인단절 거친 뜰 참새 짖고 사람은 없어 竹窓斜日臥看書 죽창사일와간서 竹窓 빗긴 해에 누워 책을 보노라
514 春香歌 춘향가 李夢龍 이몽룡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천사람의 피 요 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락시민루락 촛불 눈물 떨러질 때 백성의 눈물 떨러지고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515 閨怨 규원 여인의 원망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相思都在不言裡 상사도재불언리 말로 하지 못하는 애끓는 심정 一夜心懷빈半絲 일야심회빈반사 밤새, 품은 마음에 머리 半이나 희었다오 欲知是妾相思苦 욕지시첩상사고 소첩의 그리운 정 아시려거든 須試金環減舊圓 수시금환감구원 금반지 닳아진것을 보시구려
516 御水臺 어수대 御水臺에서 李梅窓 이매창 1513~1550
王在千年寺 왕재천년사 왕이 있었던 천년이 지난 옛절에 空餘御水臺 공여어수대 공허히 御水臺만 남아 있네 往事憑誰問 왕사빙수문 지난 일, 아무도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臨風喚鶴來 임풍환학래 바람이 불러온 鶴을 내려다본다
517 閑居 한거 한가히 살며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石田茅屋掩柴扉 석전모옥엄시비 돌 밭,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花落花開辨四時 화락화개변사시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峽裡無人晴盡永 협리무인청진영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雲山炯水遠帆歸 운산형수원범귀 구름 낀 산, 반짝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518 贈醉客 증취객 술 취하신 님 李梅窓(朝鮮) 이매창 1513~1550
醉客執羅衫 취객집나삼 술 취하신 님 사정없이 날 끌어당겨 羅衫隨手裂 나삼수수렬 끝내는 비단저고리 찢어 놓았지 不惜一羅衫 불석일나삼 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지요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맺힌 정 끊어질까 두려워 그렇지요
519 題墨松圖 제묵송도 소나무 그림에 부쳐 李方膺(淸) 이방응 1695~1754
一年一年復一年 일년일년복일년 그 동안 살아온 수많은 세월 根盤節錯鎖寒煙 근반절착쇄한연 뿌리 뻗고 가지 무성 찬 기운이 서렸네 不知天意留何用 부지천의유하용 이를 남긴 하늘의 뜻 알 수 없거니와 虎爪龍鱗老更堅 호조용린노갱견 범 발톱, 용 비늘 늙어갈수록 더욱 단단하구나
520 奇東魯二穉子 기동로이치자 東魯에 있는 불쌍한 어린자식들 李白(唐) 이백 701~762
吳地桑葉綠 오지상엽록 吳地의 뽕잎 푸르름 더하고 吳蠶已三眼 오잠이삼안 누에는 벌써 새 잠이 들었네 我家奇東魯 아가기동노 그리운 내 집,東魯에 있건만 誰種龜陰田 수종귀음전 구산 기슭 뽕나무는 누가 가꿀지
春事已不及 춘사이불급 농부는 한창 봄 일에 바쁘나 江行復茫然 강행부망연 무심한 강은 유유히 흐르네 南風吹歸心 남풍취기심 남풍에 고향에 가고픈 마음 실어나 볼까 飛墮酒樓前 비수주루전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주루
樓東一株桃 루동일주도 주루의 양지녘엔 복숭아 한 그루 枝葉拂淸煙 지엽불청연 지금 쯤 도화는 만발했으니 此樹我所種 차수아소종 내가 몸소 심었던 그 나무 別來向三年 별래향삼년 떠난지 벌써 삼년이 되었네
桃今與樓齊 도금여루제 복숭아와 주루는 여전하겠지 我行尙未族 아행상미족 아직도 타향에서 떠도는 신세 嬌女子平陽 교여자평양 귀여운 내 딸 평양 折花倚桃邊 절화의도변 복숭아 가지 꺽어 내 생각 할까
折花不見我 절화불견아 그러나 뵈지 않는 아빠의 얼굴 淚下如流泉 루하여류천 말없이 홀로 서서 눈물 흘리리 小兒名伯禽 소아명백금 귀여운 내 아들 伯禽 與姝亦齊肩 여주역제견 누이와 함께 오늘도 아빠 생각
雙行桃樹下 쌍행도수하 복숭아 나무 아래도 나란히 걸어가는 撫肩復誰憐 무견복수련 그 누가 돌아보아 주리 念此失次第 념차실차제 오늘도 자식 생각 肝腸日憂煎 간장일우전 날마다 애간장 태우네
棄我去者 기아거자 날 버리고 떠난 昨日之日不可留 작일지일불가류 어제는 만류할 수 없거니와 亂我心者 난아심자 나를 괴롭히는 今日之日多煩憂 금일지일다번우 오늘 또한 시름만 더할 뿐
長風萬里送秋雁 장풍만리송추응 휘몰아오는 바람, 가을의 기러기를 보내고 對此可以감高樓 대차가이감고루 지금은 이 높은 누대에서 곤드래 마신다 蓬萊文章建安骨 봉래문장건안골 그대 蓬萊의 문장과 建安의 높은 기풍 지녔고 中間小謝又淸發 중간소사우청발 그거기다 소사같은 청신한 재주 지녔어라
俱懷逸興壯思飛 구회일흥사사비 그대에게는 표일한 감흥에다 장엄한 사색 欲上靑天覽日月 욕상청천람일월 마치 하늘에 솟구쳐 달도 보고 해도 보려니
抽刀斷水水更流 추도단수수갱류 칼로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擧杯銷愁愁更愁 거배쇄수수경수 술로 시름 달래도 시름은 더욱 서글퍼 지네 人生在世不稱意 인생재세불칭의 인생은 가도가도 어려워, 明朝散髮弄扁舟 명조산발농편주 내일이라도 머리칼 휘날리며 조각배 타고 놀리라
522 南陵別兒童入京 남릉별아동입경 남릉에서 아들과 헤어지며 李白(唐) 이백 701~762
白酒新熟山中歸 백주신숙산중귀 흰 술이 익을 무렵 두메로 돌아오면 黃鷄啄黍秋正肥 황계탁서추정비 노란 닭이 기장을 쪼며, 가을은 한창 살찐다 呼童烹鷄酌白酒 호동팽계작백주 동자를 불러 닭을 잡고, 흰 술을 따르면 兒女嬉笑牽人衣 아여희소견인의 아녀자에 꼬마까지 희희낙락 서로의 옷자락을 끈다
高歌取醉欲自慰 고가취취욕자위 부어라 마셔라! 목청을 돋구어 스스로 달래고 起舞落日爭光輝 기무락일쟁광휘 너울 너울 춤을 추노라면, 찬란한 광채가 노을보다 부셔라 游說萬乘苦不早 유세만승고불조 이제사 황제를 뵙나니, 한스럽다 늦은 연분이 著鞭跨馬涉遠道 착편고마섭원도 달려라! 먼길을 어서 달려라! 준마의 등짝에 채찍을 친다
會稽愚婦輕買臣 회계우부경매신 회계의 어리석은 아낙네가 가난한 주매신을 업신여기듯 余亦辭家西入秦 여역사가서입진 나 또한 집을 나서 장안을 간다 仰天大笑出門去 앙천대소출문거 하늘 보며 껄껄 웃고, 문 밖을 나서니 我輩豈是蓬蒿人 아배기시봉호인 우린들 어찌, 초야에만 묻히랴
523 對酒問月 대주문월 달에게 묻다 李白(唐) 이백 701~762
靑天有月來機時 청천유월래기시 맑은 하늘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我今停盃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내 지금 잔 멈추고 물어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이 달을 잡아둘 순 없어도 月行却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달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네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임단궐 달빛은 선궁의 나는 거울처럼 綠烟滅盡淸輝發 녹연멸진청휘발 푸른 안개 걷이고 맑게 빛나네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밤이면 바다 위에 고이 왔다가 寧知曉向雲間沒 영지효향운간몰 새벽이면 구름 속에 사라지네
白兎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복춘 옥토끼는 계절 없이 약을 찧고 姮娥細栖與誰隣 항아세서여수린 항아는 누구에게 의지해 사나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불견고시월 사람은 옛날 달을 볼 수 없어도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저 달은 옛 사람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사람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도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은 모든 것 다 보았으리 惟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내가 노래하며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 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오래도록 잔을 비춰라
524 渡荊門送別 도형문송별 荊門山을 넘어 송별하며 李白(唐) 이백 701~762
渡遠荊門外 도원형문외 멀리 荊門山 밖으로 건너와 來從楚國遊 래종금국유 楚땅에서 노닐게 되었는데
山隨平野盡 산수평야진 산은 평야를 따라 다하고 江入大荒流 강입대황류 강은 넓은 들로 흘러드네
月下飛天鏡 월하비천경 달이 떨어지니 天鏡이 나는 듯하고 雲生結海樓 운생결해루 구름 피어나 신기루를 이루네
仍憐故鄕水 잉린고향수 고향의 강물 더욱 그리워하며 萬里送行舟 만리송행주 만리로 떠나는 배 전송하네
525 烏夜啼 오야제 까마귀 우는 밤에 李白(唐) 이백 701~762
黃雲城邊烏欲棲 황운성변오욕서 노을지는 성 주변에 까마귀 깃들고자 歸飛啞啞枝上啼 귀비아아지상제 날아와 까악까악 가지 위에 홀로 울고
機中織錦秦川女 기중직금진천녀 베틀 위 비단 짜는 진천의 아가씨 碧紗如烟隔窓語 벽사여연격창어 연기 같은 창 너머 정든 님 목소린가
停梭창然憶遠人 정사창연억원인 물레북 손에 든채 멀리 떠난 그대 생각하며 獨宿空房淚如雨 독숙공방누여우 빈방에 홀로 자니 눈물이 비오는 듯
526久別離 구별리 오랜 이별 李白(唐) 이백 701~762
別來幾春未還家 별래기춘미환가 헤어진 지 몇해던가 돌아가지 못한 채 玉窓五見櫻桃花 옥창오견루조화 옥창에도 어느덧 다섯 번이나 앵두꽃 피었겠지
況有錦字書 황유금자서 비단에 쓴 아내 편지 開緘使人嗟 개함사인차 뜯으면서 흘리는 한숨
至此腸斷彼心絶 지차장단피심절 아내는 애가 끓어 울며 불며 雲환綠빈罷梳結 운환록빈파소결 검은 머리 윤나는 머리채를 곱게 빗어 동여 맸지만
愁如回포亂白雪 수여회포난백설 회오리 같은 시름에 눈발이 흩날리겠지 去年寄書報陽臺 거년기서보양대 지난해엔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