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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타 관련 글을 쓰기 위해 턴테이블을 꺼내고, 톤암을 들어내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다시 원위치 시키는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낙서 모두(冒頭)부터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턴테이블이라는 재생 미디어의 특징을 한마디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참으로 번거롭고 수선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무슨 낙에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즐기는 저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요. 작년 봄, "이베이(E-bay)"에서 "소타(SOTA)" 턴테이블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물론 중고입니다.(새것은 엄청나게 비싸서 구입할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그런데 배송되어 온 턴테이블 박스를 보는 순간 '낭패를 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스 모서리가 찌그러져 있는 등 전반적 운송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요? 박스를 개봉하여 버블 랩을 제거하는데 더스트 커버 깨진 조각이 우수수 떨어지는 겁니다. 박스를 포함하여 무게가 삼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턴테이블이 운반 도중 충격을 받은 겁니다. 소타 사파이어입니다. 턴테이블은 무척 섬세한 기기입니다. 톤암부분도 그렇거니와 회전하는 원판(플래터)과 플래터 축(샤프트)은 백분지 일 밀리미터 정도의 정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프트를 빼냈다가 다시 집어넣을 때 축받이 내부에 들어간 공기가 빠져 나오질 못 해 샤프트가 제 위치로 내려가는데 몇 분 씩 걸리는 모델도 있을 만큼 정밀하게 가공되어 있습니다. 물론 정밀하다는 것이 좋은 음질에 대한 보증수표는 아닙니다만... 하여튼 이렇게 정밀한 기기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합니다. 그런데 더스트 커버가 이렇게 깨져 있다는 것은 운반 도중 대미지를 입었을 확률이 크다는 이야기이지요.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전원을 넣고 구동시켜 보았더니 샤프트에서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턴테이블을 분해한 후 샤프트를 조사한 결과 사파이어 베어링이 부서진 걸 확인했습니다. 턴테이블은 축받이와 베어링이 핵심부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소타 턴테이블은 이 사파이어 베어링이 제품의 대표적 특징입니다. 보통 턴테이블은 플래터와 샤프트가 일체로 가공되어 사프트 끝에 볼베어링이 달려 있고 저널이 이 베어링을 받쳐주는 구조인데 소타는 이게 정 반대입니다. 보통 턴테이블의 플래터(이중구조 플래터입니다)를 분해한 사진입니다. 외부 플래터는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플래터 바로 밑 부분에 연마된 사파이어 판으로 된 저널이 있고 샤프트와 베어링 하우징은 특수 윤활유를 채우고 밀봉 조립된 다음 서브새시에 나사로 부착됩니다. 그래서 플래터는 샤프트와 분리되어 사파이어 플레이트 밑에서 볼베어링이 돌아가게 됩니다. 소타 에서는 이것을 “인버티드(inverted) 사파이어 베어링"이라고 말하는데 소타에서 생산되는 여러 등급의 턴테이블 가운데 사파이어 급 이상의 턴테이블에서 이 베어링이 채용되어 있습니다. 사파이어, 스타사파이어, 노바, 코스모스 등의 모델이 이 사파이어 베어링을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 사파이어 플레이트가 운반 도중, 혹은 전 사용자가 이 턴테이블의 특징을 잘 모르고, 플래터를 사파이어 플레이트와 분리 시켜 놓지 않은 상태로 포장해서 탁송을 의뢰했던지 사파이어 플레이트(용산에서는 이걸 베어링이라고 말합니다만 정확히 말하면 베어링은 샤프트에 있고 이것은 베어링 저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가 충격에 부서져버린 겁니다. 소타의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용자가 대부분은 한번 쯤 경험하는 일이지요. 평생을 갖고 싶어 했던 기기인데 이런 상태가 되어버려 실망이 무척 컸습니다. 판매자에게 연락한 후 보험처리해서 약간의 보상은 받았습니다만 보상과는 별도로 기대했던 기기를 입수하지 못한 실망감은 오디오파일이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느껴보셨을 겁니다. 열이 받더군요. 그래서 “내 기어코 이 소타를 입수하고 말리라” 작정하고 또 다시 이베이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전화위복이라고 세상에 박스를 뜯지도 않은 소타가, 그것도 사파이어가 아닌 사파이어 보다 윗 등급인 스타사파이어 (실제 내용은 스타사파이어보다 더 비싼 노바 급이었습니다)가 이베이에 나온 겁니다. 물론 소타 본사를 통해서도 이 물건을 입수할 수 있지만 요즘 개량되었다고 나오는 것은 예전 모델에 비해 오히려 성가가 떨어지는 한편 가격도 노바라면 미화로 삼천이백 불 이상 -세금과 운송료 포함 하면 사천 불 이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제 경제능력으론 구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리스트 프라이스의 절반 가격 정도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기필코 입수하고야 말겠다고 작정한 후 과감하게 배팅해서 결국 뜻을 이루었습니다. 총 구입가격이 운송료와 세금 합하여 이천 불이 넘지 않았으니 예상 가격을 초과하지 않은 겁니다. 더구나 마음에 든 것은 요즘은 제작비 때문에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에보니(흑단 : Ebony)" 무늬목 마감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에보니 무늬목은 고급 마감으로 간주되는 장미 무늬목보다 더 중후하고 비싼 모델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흑단은 재질이 치밀해서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물에 집어넣으면 뽕당 가라앉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동일 모델(신형)의 소타 스타 사파이어. "다크 오크(Dark Oak)" 마감입니다. 아무래도 에보니나 장미목, 기타 마코레 등의 마감에 비해 품위가 떨어집니다. 노바나 코스모스는 나무 마감이 아닌 피아노 도장인데 (팔천 달러 정도하는 최고급 모델인 밀레니아는 서브 새시가 산화 피막 알루미늄으로 되어있고 구동 모터 부분이 분리되어있습니다) 피아노 마감은 너무 번쩍거리고 약간 천박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제 취향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가격은 미화 기준에 톤암 별도입니다. 코스모스 모델입니다. 넥스텔 도장위에 다시 피아노 마감했습니다. 오른쪽의 유닛이 진공펌프. 작년 6월 경 주문했는데 마음에 드는 톤암을 구하지 못해 내내 구경만 하다가 올 일월 신품에 가까운 “SME 3009”를 운 좋게 구해 세팅을 마치고 요즘 그걸로 오디오 삼매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SME 3009” 톤암(Tone arm)입니다. 지금부터 소타 턴테이블을 “사파이어” 모델과 “스타 사파이어” 모델을 위주로 하여 발딱 까발려 드리겠습니다. 소타(SOTA) 턴테이블은 "예술적 경지"라는 뜻의 “State-Of-The-Art”의 머리말입니다. 물리학자 “데이빗 플레쳐(David Fletcher)”, 미캐니컬 엔지니어 “로드니 헤르만(Rodney Herman)” 그리고 골수 오디오 파일 “로버트 베커(Robert Becker)”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서 만들었습니다. 국내에선(일본 시장에 마케팅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이름이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만 미국의 오디오 평론가로부터는 언제나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오디오 평론의 양대 산맥은 “스테레오파일(Stereo File)"과 ”앱솔루트 사운드(Absolute Sound)"입니다. 소타에 대한 1988년도 스테레오파일 지(祗)의 평가를 조금 전재하겠습니다. 스테레오파일에선 제품이 다음과 같은 범주에 들어갈 때 ”A"클래스에 랭크 시킵니다. “가격의 고하나 그 밖의 어떤 실제적인 타산을 염두에 둘 수 없는 최고 수준에 달한 제품으로서 이른바 예술적 경지(State Of The Art) 급” 스테레오 파일은 그해, 최고 등급인 “A” 클래스로 분류할 수 있는 턴테이블로서 “소타”와 영국의 "린 손덱 LP12(Linn Sondeck LP12)", 캐나다의 “오라클 델피(Oracle Delphi)" 및 미국의 ”VPI"를 꼽았는데 소타 제품은 “사파이어(Sapphire)" 와 사파이어의 윗 등급인 "스타 사파이어(Star Sapphire)"가 랭크되었습니다. 1988년엔 노바나 코스모스, 밀레니아 등이 아직 제품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다음은 사파이어와 스타사파이어에 대한 평론가의 평입니다. “아크릴 수퍼매트가 부착된 소타 스타사파이어는 알루미늄 암보드의 사용이라든가 새로운 서스펜션 스프링의 이용, 모터 구동 풀리 등의 개량을 통해 종래의 모델보다 현저하게 성능이 개선되었다. 표준형 “소타 사파이어”에 비할 때 이 턴테이블은 진공 흡착장치로 인하여 가청 주파수 대역 전반에 걸쳐 높은 해상력과 아울러 저역과 디테일이 두드러지게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플라이 휠”이라는 이름의 전원 컨디셔너가 이 제품의 기능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표준형 소타(지금은 시리즈3 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데)는 진공흡착장치는 없으나 세팅이 쉽고 사용법이 간단하며 보기에 아름답고 디자인이 기발한데다 음향적으로 우수하다. 새로운 수퍼매트와 더불어 이 제품은 음향적 중립성, 중역(中域)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고역 끝의 감미로움 등으로 계열의 고가 자매품인 “스타 사파이어”에 육박하고 있다.“ ---------------------- 제가 워낙 소타를 좋아하다보니 글 하나로 정리하기가 벅차군요. 내일은 사진과 자료그림을 통해 소타의 세부와 특징 그리고 사용상의 주의점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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