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 기 도 ] 용인 송전지

[소장]

경기도 붕어 트로이카 - 용인 송전지

용인 송전지 세밀도 송전지 위치도

■ 서성모 기자

수도권 꾼들의 간절한 바람 중 하나가 바로 물 맑은 붕어터 하나쯤 지척에 두고 맘 편하게 낚시를 즐기는 것일 게다. 주위에서 변변한 출조지 하나 찾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가 맑은 수질에 시원한 찌올림을 보여줬던 경기도권의 붕어터는 그래서 늘 그립다. 이러한 과거의 낚시터(?) 중 용인 송전지가 있다. 최근엔 배스터로 오히려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도 붕어터로서의 화려했던 명성은 꾼들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경기도 트로이카 중 1순위
씨알 굵기로 유명, 70년대가 전성기

전성기로 지목되는 70년대의 송전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에도 좌대가 놓여 있었지만 연안에서도 풍성한 살림망을 안겨 주면서 주말이면 낚시회 버스들이 줄지어 이곳을 찾았다. 특히 송전지의 붕어는 '빵'이 매우 크고 힘이 세차기로 이름이 높아 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꾼들은 엇비슷한 규모의 용인 신갈지·안성 고삼지를 함께 묶어 '경기도의 트로이카'로 불렀지만 씨알이나 조황에서 두드러지는 송전지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이러한 송전지 붕어의 특성은 저수지가 소재한 마을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비리(魚肥里), 바로 고기가 살 찌는 곳이란 의미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송전지에서 첫 월척을 기록하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도 여름이면 송전지를 찾는다는 서울꾼 이용진씨는 당시의 첫 월척 경험을 정확히 기억해낸다. '10년 무월척 조사'가 산란기의 송전지에서 올린 월척이 무려 8마리란다.

한편 전성기를 70년대라고 한다면 송전지의 1년중 가장 큰 호황 찬스는 바로 장마기였다. 길 사정이 좋지 않았던 당시엔 장마가 지면 길이 끊기기 일쑤였지만 오름수위에 폭발 조황을 보이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이다. 고기를 줍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기를 가득 싣고 버스에 오르는 꾼의 모습은 결코 생소한 풍경이 아니었다.

경기도 최대 규모라는 잠재력
숱한 사연 속에 명성은 퇴색해 가고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와 송전리에 걸쳐 위치한 이유로 '이동지' 또는 '어비리지'란 이름으로 불린 송전지는 만수면적 98만 4천평으로 경기도 저수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도권 지척의 대형터'라는 점에서 붕어터로서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송전지는 그러나 80년대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명성이 점차 퇴색해 간다.

1980년, 문을 닫으면 완전 밀폐 공간이 이루어지는 유료터의 좌대가 신문 지상에 오르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은 적이 있었다. 일명 '신갈지·송전지 러브호텔 사건'이 그것. 두 명이 겨우 들어가 눈을 붙일 수 있었던 당시의 좌대엔 유난히 쌍쌍(?) 출조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퇴폐적이라는 비판의 여론이 인 것이다. 결국 군청의 단속과 철거 명령에 따라 문짝은 전부 제거되었지만 송전지가 '퇴폐 행락의 온상'이었다는 오명은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좌대 비난 여론에 송전지의 조황도 이전만 못하자 송전지를 찾는 이들도 점차 줄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오명을 씻어 줄 사건이 바로 이듬해 터지고 말았다. 양식계에서 관리하던 대형 가두리가 터지면서 잉어 대호황을 보여 준 것이다. 고작 커야 두 자를 못 넘는다는 송전지의 잉어 씨알은 이때부터 낚였다 하면 m급을 오르내리는 등 대형 잉어터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위성도시의 발달과 가속화되는 도시화로 수도권의 저수지들은 점차 제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송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송전지도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특히 89년에 터진 'K공장 폐하수 사건'은 현지민들의 어깨를 축 늘어뜨리게 함은 물론 그나마 애정을 갖고 있던 단골꾼들의 발길마저 끊어 놓았다. 공장 폐하수가 상류로 유입되면서 여기저기 떼죽음한 잉어들은 TV에 고스란히 방영되었고, '고기는 이제 먹을 수도 없고 저수지는 황폐화됐다'란 인식이 꾼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버렸다.

골재 채취 등으로 환경 변화
현지민들의 자구 노력 엿보여

저수지가 완공되던 해인 1970년, 마을이 수몰된 어비리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주해버리고 40가구만이 양식계를 구성, 이곳에 생계를 유지해 살아왔다. 송전지의 지나간 역사가 이들에겐 희비가 교차되는 삶의 현장이었던 셈인데 현재는 40가구 중 16가구만이 남아 있다. 기자가 송전지를 찾은 시기는 지난 10월 28일. 낚시터도 이미 폐장(閉場) 상태였고 꾼들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초겨울의 송전지는 생각보다 더 쓸쓸해 보였다. 경기도 최대라는 그 방대한 규모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황량하다는 느낌, 그것은 낚시터라면 있을 법한 수초나 나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하수나 떡붕어의 유입 등으로 붕어터로서의 송전지의 면모가 많이 실추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무문별하게 이뤄진 관공서의 행정도 낚시터를 망친 이유 중 하나라는 게 현지민들의 지적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온 사실이지만 중하류권에서 이루어진 골재 채취 공사는 그 기간만 벌써 10년째 이루어져 온 것이고, 깊어진 수심 때문에 연안에서는 붕어를 낚기가 점점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여기에 80년대 중반 '퇴폐의 온상(?)이 될 수 있다'라는 죄목으로 싹둑 베어버린 상류권의 버드나무 숲은 붕어의 산란장을 아예 강탈해 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때부터 붕어들의 산란장은 수초가 아닌 척박한 절벽이나 좌대의 드럼통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이렇듯 상처투성이로 90년대를 맞이한 송전지에 최근엔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수질 악화로 더 이상 꾼들의 발길을 돌리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양식계 회원들이 뜻을 모아 정화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골재 채취 공사가 올해로 마무리된다고 하니 송전지로 보아서는 면모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린 셈이다. 경기도 제일의 붕어터로 수도권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송전지. 송전지의 의미 있는 변화를 꾼이라면 관심있게 지켜 볼 일이다.

▷교통편 : 용인에서 안성·평택 방면 45번 국도를 이용해 천리를 경유해 송전리에 이른 다음, 송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안성 방면 포장도로를 이용, 약 1km 가면 송전대교를 건너 저수지 입구에 이른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용인에서 안성행이나 묘봉리행 버스를 이용하면 약 20여 분이 소요되는 입구의 매표소 앞에서 하차할 수 있다.

송전지의 낚시 사계
■ 이용진<용인·송원낚시터 대표>

어종에 따라 크게 붕어·잉어·끄리·배스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붕어낚시는 좌대낚시가 위주가 된다. 봄과 가을 시즌에 피크를 맞지만 가족 출조엔 한여름밤의 밤낚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붕어와 떡붕어의 비율은 6:4 정도. 보통 떡붕어가 먼저 산란을 하고 토종붕어가 4월말 산란을 하게 되므로 시기를 잘 맞춰 출조해야 한다.

붕어낚시가 마감을 할 시기면 곧 잉어낚시가 절정에 도달한다. 보통 7월에 낚이기 시작해 9∼10월이면 피크를 이룬다. 한편 지금은 끄리를 찾는 꾼들이 거의 없지만 초겨울 이곳에서 낚이는 끄리의 씨알은 정말 크기로 소문이 났다. 구더기 서너 마리를 꿰고 띄울낚시를 시도하면 살림망을 채우는 것은 정말 시간 문제다. 90년대 초 배스터로 부각되면서 송전지엔 배스꾼들의 출조도 잦다. 좌대 때문에 보트낚시는 허용되지 않지만 계속해서 확인되는 굵은 씨알의 배스와 풍부한 어자원은 앞으로 이곳이 대형터로 거듭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현지꾼들의 포인트 개발도 한창인데 봄엔 상류, 여름·가을엔 중하류권 위주로 도보낚시가 이루어진다.

송전지 인근의 볼거리·먹거리

용인은 수도권 관광지 중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한국민속촌을 비롯해 용인자연농원·호암미술관·충렬서원 등 들러 볼 명소가 많다. 또한 에덴종합농원(0335-33-4681)·황새울관광농원(0335-33-9080)·태화산한터농장 (0335-33-4681)등은 가족출조시 번잡한 호텔·여관을 피해 민박과 별미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아울러 용인 송전지를 들렀다면 빼놓을 수 없는 별미집이 바로 털보곱창집(0335-33-1607). 출조 후 들러 3인 2만원이면 푸짐한 곱창전골을 즐길 수 있으며 용인 방면 10km 부근 천리에 위치해 있다. 송전지에서 불과 10여분 거리다.

출처 - 낚시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