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관객들은 상업광고를 만나게 되는데 극장에서의 상업광고는 1분을 채워야 하는 게 규정이기 때문에 간혹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는 광고가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TV의 15초, 30초짜리 광고를 계속 이어서 상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날 역시 TV용 광고가 1분을 채우기 위해 몇 번씩 이어져서 화면을 채우고 있었고 관객들은 이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스크린에서는 매력적인 두 남녀가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된 채 끊임없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코카콜라 광고임을 인식하였다. 키스를 하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 사이사이에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1분 동안 여러 명의 남녀들이 키스장면과 함께 사이사이에 코카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삽입하여 계속 상영되었다. 아마 이 광고를 보고 있던 대부분의 관객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떠올렸다가 이내 그 욕망은 콜라를 마시고 싶다는 욕망으로 전환하였을 것이다. 1분 동안 코카콜라의 광고는 소비자의 눈길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고 어떤 광고보다도 효과적으로 자신의 상품을 광고한 것이다. 이러한 광고의 기법은 이 글에서 다루고자하는 잠재의식 광고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잠재의식 광고는 광고의 속성상 인간의 성적 욕망에 소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섹스어필 광고와는 다르다. ''언젠간 먹고 말 거야'' 혹은 ''줘도 못 먹나'' 와 같이 카피로 성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광고와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잠재의식 광고란 어떤 광고인가.
2.
광고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 해주었을 때, 훌륭한 광고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광고가 광고 자체로 훌륭하다고 해도 광고의 주인공인 상품이 빛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그 광고는 광고로서의 생명력을 다한 것이다. 실례로 수많은 광고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경동보일러>의 경우 "아버님 방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멘트와 ''孝''라는 주제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광고 자체로는 큰 화젯거리가 되었지만, 결국 경쟁 브랜드였던 <귀뚜라미보일러>의 매출을 신장시켜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비자들은 그 광고를 보고 난 후 ''보일러를 놓아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지만, 그 보일러가 <경동보일러>라고는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 경우 광고에서 중요한 요소인 설득의 통로가 어딘가 잘못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광고는 소비자를 설득시켜 자신의 상품을 팔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므로 그 설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소비자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광고의 기법 중에서 자주 사용되어지는 3B법칙은 바로 소비자에게 심리적으로 호감을 형성시키는 방법이다. 3B란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기법으로, 이와 같은 요소로 광고를 집행하였을 때 광고에 대한 호감도의 증폭은 물론, 더 나아가 그 상품에 대한 수요도의 증가까지 불러온다.
이러한 3B법칙에 의한 소비자 심리에 접근하는 방법보다 더욱 근원적으로 인간의 심리에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성(性)적 욕망에의 호소이다. 인간의 성적 욕망에 호소하기 위해 광고에서는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이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억압(repression)과 동일시(identification)가 주로 사용된다. 억압을 이용한 설득은 주로 성적 충동과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무의식 세계 속에 잠재하는 성 본능을 자극시켜 대상만족을 취하도록 하는 방법이고, 동일시를 이용한 설득은 광고에 아름다운 모델을 등장시켜 광고의 모델이 자신과 같다고 느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코카콜라 광고의 경우 ''억압''의 이론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광고라 할 수 있다. 키스를 하는 남녀의 모습이 반복됨에 따라 관객, 즉 소비자들에게는 키스를 하고 싶다는 1차적 욕망이 형성된다. 그러나 그 욕망을 해소하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요소가 따르기 마련이며, 그러한 욕망을 해소하지 못한 관객은 코카콜라를 마심으로써 1차적 욕망을 해소하게 되는 것이다.
.+++++++++++++ cfbest에서 [adkid]님 쓰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