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밤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짐도 미리 꾸렸다.
식사를 하는데 다른 여행객 중 한분이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신다.
어제 본 나비라며, 수 천마리는 더 봤다는 거였다.
갑짜기 흥분이 된다.
대체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끄발 스피언(Kbar Spean) 국립공원 이란 곳이란다.
오늘 마지막 날의 채집지는 바로 정해졌다.
오전은 어제 오후에 갔던 프레아칸이였고, 오후엔 끄발 스피언(Kbar Spean) 국립공원이였다.
오전은 프레아칸으로 채집지를 정한건 행여나 트로이데스 헬레나가 땅 바닥으로 내려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였다.
하지만 헬레나는 볼 수 없었고, 어제 채집하지 못했 던 종 위주로 나비 채집을 하였다.
불과 어제 오후와 오늘 오전의 나비들이 이리도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듣다.
두 마리 잡은 종은 사진을 남기려고 노력해 봤지만 모두 헛수고 였다.
체력도 바닥이 난 데다가 집 생각이 절로 났다.
이젠 카메라가 귀찮아 진다.
카메라는 가이드에게 맡기고, 포충망만 들고 길목에서 날아오는 나비만 잡았다.
그래도 꾀 많은 나비가 날아 왔는데 특히나 호랑나비과 나비를 채집 할 때는 기분이 더 좋았다.
Graphium속 나비들의 비행은 곡예 수준이였다.
청띠제비나비 처럼 꼬리가 없는 종과 꼬리명주나비 처럼 긴 꼬리를 가진 2타입의 Graphium속 나비가 있었는데
청띠제비나비 처럼 꼬리가 없는 종류는 포충망 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질 못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꼬리명주나비 처럼 긴 꼬리를 가진 Graphium속 나비는 곧 잘 잡혔다.
우연히 나무가지에서 짝짓기를 하던 커플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역시 날개가 있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두마리가 붙은체로 날아간다.
열심히 뛰쫓아 채집을 했는데 두 마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둘다 지퍼팩에 넣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종류의 나비들인데 많이 관찰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생각보다 무지 까칠한 종류다. 멀리서 겨우 한컷 담았다.
*이 지역에서는 범부전나비 정도라 생각하시면 될것 같은 나비다. 사람 땀 냄새에 자주 날아왔다.
나비가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곳은 하루 종일 있어도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본 핸드폰 사진이 떠 올랐다.
시내에 들어와 후딱 점심을 해결하고,끄발 스피언(Kbar Spean) 국립공원 출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새우고 국립공원 입구로 갔다.
국립공원 입구에는 조그만 개울이 있었고,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었는데
다리 밑 개울가에 수 십마리의 나비떼가 흡밀을 하고 있었다.
*붉은 색 동그라미 안에 나비가 몇 마리 인제 세어 보세요. 수백은 되옵니다.
지금은 다 날아갔다는...ㅠ.ㅠ
*시냇물 주위로 나비가 무척 많이 날아다녔고, 소가 많아서 쇠똥구리 종류도 있을 법 한데.. 시간이 없어서...
*시냇물 주위로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는데 그곳에서 자릴 잡고 나비를 잡으시는 허격님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광경 이였는데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나비는 끝분홍흰나비였다.
그 동안 낡은 개체 한 마리를 채집 하기는 했지만 3-4마리가 날자 다른 나비는 눈에도 안들어온다.
이름은 잘 모르는 Graphium속 청띠제비나비가 제일 많았는데 잡고 보니 3종류였다.
왕나비류도 무지 많았고 다음으론 푸른부전나비와 비스무리한 부전나비들이였다.
팔랑나비류도 간혹 보였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순간 머리에 떠 오르는 건 주차장 근처에서 파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이였다.
후딱 뛰어가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사와서 나비가 올 만한 곳에 쳐 발랐다.
나비를 잡기 보다는 나비떼가 흡밀하는 장면을 찍고 싶어서..
그리고 다시 국립공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산 위에는 폭포가 있고, 폭포 주변에는 나비가 많다는 정보를 들어서 였다.
산을 오르는 중에도 나비가 많았다.
쉬엄 쉬엄 나비를 잡으면서 산에 오르다 보니 초반 부터 바위들이 즐비했다.
힘도 들고 체력도 바닥이 나서 그런지 산에 오르는 것이 버거웠다.
그냥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만 잡아도 충분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산길 옆에서 나는 귤빛부전나비 빛깔을 띠는 부전나비가 나무 사이로 왔다 갔다 하면서 약을 올린다.
잡았다 싶으면 나무사이로 들어가 놓치고, 미처 대비도 못했는데 길을 가로 질러 숲속으로 사라진다.
이 곳에서 처음 보는 나비라 한 마리라도 잡고 싶었다.
*국립공원에서 산에 오르다 한컷 찍어 봤습니다.. 다만, 100미터를 못가서 다시 내려왔지만...ㅠ.ㅠ
길 옆에 포충망들고 나비가 날아오기만 기다렸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안아 한 마리가 날아왔다.
운 좋게 한 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 마리...
두 마리를 잡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날개가 성한 개체는 없었다. 그래도 동정은 되니 다행이다.
좀 전에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쳐 발라 놓은 곳이 생각이 났다.
이내 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 왔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있는 곳이 가까워 지자 발걸음이 자동으로 조심스러워 진다.
행여나 나비들이 놀라지 않을까 싶어 다가 갔는데 동네 개 한 마리가 파인애플을 열심히 먹고 있다.
순간 너무 화가 났다.
그 개를 확 패주고 싶었다.
기대 했던 나비는 한마리도 없고 바라지 않은 개 한 마리만 덩그란히 열심히 파인애플을 먹고 있는 꼴이 정말 화가났다.
개를 내 쫓고 다시 나비가 날아 오기를 기다렸다.
개는 내가 지 먹이감을 빼아슨 것 처럼 느꼈는지 저만치 떨어져 짓어 대기 시작한다.
처음엔 참았다. 그리고 또 참았다.
시간이 점점 흐리고 주변에 날아다니는 나비 수도 줄어들었다.
산 아래라 그런지 해가 저무는 속도가 조금 빠른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 이라서 그럴까 더욱 초조해 졌다.
개 짓는 소리에 점점 참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왔는지 처음엔 한 마리가 짓다가 이번에 새끼 4마리가 같이 와 짓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주변에서 돌맹이를 찾아 봤다.
헌데 이곳은 돌맹이 찾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포충망을 거꾸로 돌려 들고 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개도 바보가 아닌지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망을 간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부질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개가 짓던 말던 참고 나비를 찾으러 갔다.
헌데 이번엔 수 천마리의 개미 떼가 파인애플에 모여 들었다.
나비가 날아와 흡밀 하다가 말고, 개미 한테 쫓기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는게 아닌가?..
도저히 수 많은 개미 앞에서는 나도 포기 하고 말았다.
그냥 강 옆에서 나비나 잡아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나비나 잡을 껄 하는 후회가 되었다.
끝분홍흰나비는 한 번 스윙 조차 해 보질 못했다.
그리도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간건지...
저 만치 떨어진 꽃 나무에 벌새가 날아와 흡밀을 한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 가까이 다가갈 기력도 없다.
힘도 들도 나비도 별로 없는 듯 하여 차량으로 돌아왔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이번 여행은 여기서 끝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20분 후에 숙소로 출발 한다고 한다.
너무 아쉬웠다.
보고 싶은 나비는 정말 많았는데....
음료수를 마시고 담배 한대를 다 피웠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구나 생각하고 있을 무렵 허격님이 오신다.
어제 잡은 꼬리가 무척 긴 부전나비가 3마리 있어서 나를 부르셨다고 한다.
꼭 잡아 보고 싶었던, 이번 여행에서 제일 멋진 부전나비라고 생각 했는데 막상 3마리나 보셨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20분 동안만 이라도 한번 살펴 보겠노라며 힘차게 뛰어갔다.
다른 나비는 이제 눈에도 안들어온다.
개울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보니 산 아래 개울이 시작되는 지점이 나왔다.
척 보기에도 나비가 많이 모일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산 바로 아래 물도 있고 나비가 흡밀 할 수 있을 만한 진흙도 있었다.
인적도 드물어 오줌이라도 한번 갈기면 분명히 나비는 많이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였다.
산 경사면에는 덩쿨 식물의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아까는 그 곳에서 3마리가 덩쿨식물 주변으로 날아다였다고 하는데 포충망 길이가 닫지 않아서 채집을 못 하셨다고 하신다.
행여나 한 마리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왔는데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서
그 덩쿨 식물들을 포충망으로 힘껏 내려 쳐 봤지만 도무지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2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너무 아쉬웠다.
덩쿨식물 반대편의 나무도 한번 쳐 봤다.
헌데 날아다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포충망이 가시에 걸려서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
에구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포충망을 가시에서 빼 내려고 애쓸고 있는데 바로 앞 나뭇잎에 처음 보는 부전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는게 보인다.
포충망을 빨리 빼려고 힘을 줬지만 마음대로 대지 않는다.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악몽 같았다.
겨우 가시에서 빼 내었다 생각이 들어 포충망으로 나비가 있는 나무잎 위로 덮어 씌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였다.
가시에서 완전히 포충망이 빠진게 아니라 마지막 맨 끝부분이 걸려서 나비가 있는 나뭇잎을 완전히 덮어 씌우지 못했다.
결국 나비만 놀라서 도망을 갔다.
이번엔 그 나무가 원망 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그 나무를 잘라 버리고 싶었다.
헌데 나무의 가시를 보니 내가 잘못 건드렸다 싶었다.
이젠 돌아 서야지 하는데 방금 놓친 그 나비가 다른 나뭇잎 위에 앉아 있는게 아닌가?..
이게 왠 횡재가 싶어서 조심스레 나비를 덮쳐 채집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나비 날개가 상하지 않게 지퍼팩에 담았다.
나비의 날개를 보는 순간 정말 황홀했다.
꼬리가 3개 달린 부전나비였다.
그 때 시커먼 뭔가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간다.
가까이에선 뭔지 몰랐는데 저만치 날아가는 걸 보니 트로이데스 종류의 암컷 나비였다. (수컷은 황금의 노란색이 강한데 반해, 약간 흰색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들어서 암컷이라 생각함)
그 모습은 두고 두고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냥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고 싶었다.
그래 이번엔 너의 날개짓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어... 안녕
트로이데스를 잡지 못한 아쉬움 보다는 마지막 날 날개 짓이라도 봤으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더 간절히 들었다.
진작부터 트로이데스는 포기 했으니까.
이젠 정말 발길을 돌렸다.
헌데 이번엔 어디선가 꼬리가 긴 부전나비가 살며시 날아와 덩쿨식물 잎 위에 앉는다.
급한 마음에 달려갔다.
이번엔 바닥에 있는 덩쿨식물에 발이 걸려 포충망을 한번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나비는 사라졌다.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젠 할 수 없다.
시간이 너무 치체 되어 차량에 몸을 싫었다.
오르자 마자 차량은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적지에서 한컷. 우연히 명주잠자리를 만났는데 무지 크네요.
*화장터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저녁 때가 되면 일몰을 보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우린 올라 갔다가 담배 한대 피고 내려왔지만, 생각보다 멋있는지는 잘 모르겠던데..
차량 안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한국으로 가서 푹 쉬고 싶은 생각 뿐이다.
너무 아쉬웠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더 열심히 뛰어다닐꺼라 생각하며...
잠시 "내 평생 캄보디아를 또 오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회만 주어 진다면 다시 한번 와 보고 싶어진다.
이곳 사람들말이 두 달 전에는 나비가 무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건기고 가을의 시작이라 나비가 없다고 한다.
망고나무에 꽃 보다 익어가는 망고 열매가 더 많음을 보고,
다음엔 꼭 꽃이 많을 때 한번 더 와 보고 싶다.
이번엔 한달, 두달 있어도 좋을 것 같다.
..
..
캄보디아를 다녀온지 3일이 지났다.
지금은 다시 캄보디아가 그리워진다.
생각해 보니 기후, 음식, 발마사지, 해 맑은 아이들의 얼굴, 사원과 정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나비들
모든 것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유독 새로운 환경에 대해 겁이 많은 것 같다.
특히 말도 안통하는 외국은 더욱 그러하지만 캄보디아는 왠지 정감이 간다.
*닥터피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번 해보고 싶은 호기심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이것 보다는 발 맛사지 짱!!
언젠가 헤르만헤세의 인도 나비 사냥이란 책을 보고 인도라는 나라를 꼭 가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네발의 Parnassius 나비를 보고 네팔도 동경 한 적이 있었다.
그 곳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듣고 나니 이젠 정말 가야할 나라들이, 아니 봐야할 나비들이 이 세상엔 너무 너무 많다 라는 생각이 든다.
*장수하늘소.com의 모든 사진들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과 표정만봐도 상상이 되네요ㅎㅎ예전보다 편한복장으로 다녔네요, 지금 말레이시아 생각하면 그 당시 울 일행들 복장을 보면 왜케 웃음이나오는지, 나중에 전시판 정리되면 불러주세요.....아 졸려;
와....멋진 채집기입니다.
잘읽었습니다~한마디로 대단하시네요~부러워요~~~~^0^
멋진 채집기 모두 잘봤어요 형^^ 사진보니까 엄청 힘드셨을거같네요 ㅋㅋ 그만큼 즐거우셨겠져?? ㅋ 마지막에 물고기는 꼭 역돔치어랑 거의 비슷하게생겼네요 ㅋㅋ
첫 출정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디딤돌을 놨다 생각하면 다음엔 더 높이 오를 수 있을겁니다. 연작 너무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첫번째나비 정말 예쁘네요...웅덩이보니까 저는 뜰채질 해보고 싶네요 ㅎㅎ
멋진 여행하셨군요!
채집기 보다 말다.. 바빠서 대충 훑기만 했었는데 이제야 천천히 보았습니다
잘 다녀 온 게 다행스럽고.. 고생도 엄청 많았겠지만.. 채집기 쓰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았겠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동남아 쪽에 가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국의 나비와 좋은 여행기를 보게 되어 감사.. *^^*
캄보디아 2번 다녀왔는데... 나름 좋았지만... 나비 천국인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좋은 여행기 감상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집의 환희와 긴장을 하나의 유희라 여기시는 우리 해용씨..행복해 보여서 더 좋습니다.^^..정말 재밌고 알차게 봤어요..고맙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요...해외에서 채집해서 가져와도 공항에서 안걸리나요??? 포충망이나 나비 같은거...꼭 답변해주세요..
살아있는건 반입 금지이지만 표본은 괜찮습니다. 채집은 허락이 되는곳이 있고 금지구역이 있습니다.
사진 잘 보고 글 잘읽고 간다..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