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동해의 7번 국도를 따라
꽃을 부르고 사랑에 목메인 짐승들을 부르고...
차를 몰고 한계령을 넘어 먼저 속초로 갑니다
가면서 줄곧 메라 요시카즈를 듣습니다
일본의 카운터 테너 가수, 세계에서 세번째 안에 드는 ..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주제곡을 부른 남자.
누군가는 그가 여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가 선천적으로 다리가 짧은 불구라는 소리를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전 우연히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덜컥 목이 메이고 말았습니다.
그 목소리의 배후엔 그렇게 원죄와도 같은 깊은 상처가 도사리고 있었던...
이번 봄바다로 가는 길에
그렇게 메라 요시카즈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대포항에 나가 가자미 회를 먹고
속초항에서 숭어 낚시를 하고...
술이 덜 깬 아침
늦게 일어나 양양으로 갑니다
낙산에 이르면 바다를 향해 서있는 해수관음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양양의 낙산사는 남한 땅 3대 기도 도량이라 합니다
낙산은 앞뒤가 모두 창망합니다
낙산에 올라서면 뒷전의 설악과 네 개의 가파른 고개도
다들 시퍼렇게 출렁이는 바다로 변합니다
또 낙산에 가면 벼랑 끝에 홍련암이 있지요
홍련암 마룻바닥엔 가로세로 10센티쯤의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가운데 십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들어올려야
바닫이 드러납니다
벼랑사이로 파도가 철썩이는 게 고스란히 들여다보입니다
바다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그 구멍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보며 내 젊은날의 고해를 합니다
벌써 버려야 했을 묵은 상처의 기억을 바다로 떠나 보냅니다
홍련암을 떠나오며 그날 비를 맞고 들어간 당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얇은 옷에 비를 맞고 들어가 혹 감기에 걸리진 않았는지..
술을 마시면 당신의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변한다는 사실을 또 알고있는지..
이번 여행길이 당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
고해는 아니더라도 남몰래 고백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어제 홍련암 마룻구멍을 떠난 한 사내의 목소리가
지금쯤 바다 끝에 연꽃이 되어 떠 있을지....
글쎄 나도 모를 일입니다
이젠 그만 꿈을 꾸고 싶습니다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는
<Time To Say Goodbye>를 되풀이해서 듣다가
이제 잠자리를 ...겨우 잠이 듭니다.
첫댓글 ..이젠 그만 꿈을 꾸고 싶습니다. 웬지 애잔한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