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얼추 공부를 마무리 하고 밖으로 나왔다.
당근 등을 사기위해 양동시장으로 갔다. 길을 가면서도 아웃도어 매장이 있는지 살피게 되었다.
돌고개역 즈음에 큰 매장이 보였다.
사이즈가 많지 않았다.
바지 29가있어 입어 보았더니 백화점에서 입었던 것 보다는 아니지만 불편 했다.
티는 90사이즈 밖에 없었다.
혹시나 해서 입어보았더니 입을 만 했다.
조끼 또한 맘에 맞는 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여러 번 옷을 바꿔 입어 보는 과정에서 적당히 매치를 시켰다.
이미 아저씨가 바지, 조끼, 티, 잠바 해서 십만 원에 해주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내게 잘 맞는 옷만 고르면 되는 거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색의 조화를 생각해서 선택했다. 맞은편에 있는 광주은행에 들러 십 만원을 찾았다.
계산하고 넌지시 말했다.
“서비스로 양말 한 개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라고 했더니 스카프를 주겠다고 했다.
연한 핑크색 스카프는 맘에 들었다.
기분 좋게 매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가치에 매겨지는 가격은 누구의 판단일까? 그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신뢰 할 수 있는 것일까?’
어쨌거나 오늘 이곳에서 산 옷은 그 가격보다는 가치가 있어 보여 기분이 좋았다.
나는 적당한 가격에 등산복을 살 수 있었던 것을 다시 되짚어 보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어디에서든 쉽게 맘에 맞는 옷을 사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건 이것저것 따지고 재느라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의 경우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백화점에서 옷을 직접 입어 보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어제 이미 입어 보는 과정에서 내 실 사이즈를 짐작해 볼 수 있었고 색깔 선택도 이미 결정된 상태라 망설임 없이 쉽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정 스승님는 늘 질량을 키우라 말한다.
그 말뜻이 이제는 조금이해가 간다.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 봐도 적당한 가격의 좋은 재품을 구입 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게 있다.
그것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충분히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체험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늘 그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원하는 일 또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변에 보면 자원봉사를 하는 과정에 자신의 일을 찾은 사람들을 더러 보게 된다.
그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경험을 쌓고 현재 자신의 위치에 서게 된 것임을 알았다. 모든 일에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제 그 노력을 즐겁게 하는 방법만 찾는다면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2017년 2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