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 제20권
대반열반경_9. 영아행품(嬰兒行品)
[어린 아기의 행]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찌하여 어린 아기의 행이라 하는가?
선남자야, 일어나거나, 머물거나, 오거나, 가거나, 말하거나 (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을 어린 아기라 하는데, 여래도 그러하다.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마침내 모든 법의 모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며,
머물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오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의 몸과 행동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며,
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이미 대반열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말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거니와 실로 말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할 바 있는 것은 함이 있는 법이라고 하는데,
여래 세존께서는 함이 있는 법이 아니므로 말하는 것이 없다.
또 말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기의 말이 분명치 못하므로 비록 말을 하더라도 실로는 말이 없는 것이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말이 분명치 않은 것은 부처님의 비밀한 말씀이니,
비록 말씀을 하더라도 중생들이 알지 못하므로 말이 없다고 한다.
또 어린 아기는 이름과 물건이 한결같지 않은데 바른 말을 알지 못한다.
비록 이름과 물건이 한결같지 않은데 바른 말을 알지 못하나, 이것으로 인하여 물건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종류가 각각 다르고 말이 같지 않지만,
여래는 방편으로 그들을 따라 말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말로 인하여 알게 하신다.
또 어린 아기는 큰 자[大字]를 말하는데, 여래께서도 그러하시어 큰 글자를 말씀하시니, 이른바 바(婆)와 화()이다.
화는 함이 있는 것이며 바는 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어린 아기라 한다.
화는 무상이라 하고 바는 항상하다고 하니, 여래가 항상함을 말할 때 중생들이 듣고는 항상한 법을 위하여서 무상을 끊는데, 이것을 어린 아기의 행이라고 한다.
또 어린 아기는 괴로움과 즐거움과 낮과 밤과 부모를 알지 못한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을 위하므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보지 않고 낮과 밤이 없으며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므로, 아버지 어머니라, 친하다, 소원하다라는 생각이 없다.
또 어린 아기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을 짓지 못하는데,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는 업을 짓지 않는다.
이것은 큰일을 짓지 않는 것이며, 큰일은 5역죄이다.
보살마하살은 5역죄를 짓지 않고 작은 일은 2승의 마음이니,
보살은 끝내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아 성문ㆍ벽지불승을 짓지 않는다.
또 어린 아기의 행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 아기가 울 때에 그 부모가 누런 버들잎을 주면서 달래기를,
‘너에게 돈을 줄 터이니 울지 말라’ 하는데,
아기가 보고는 진짜 돈인 줄 생각하고 울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진짜 돈이 아니다. 나무로 만든 소와 나무 말과 나무 남자와 나무 여자를 어린아이가 보고는 참으로 남자나 여자인 줄 생각하고 울지 않는데,
참으로 남자와 여자가 아닌 것을 남자와 여자라고 생각하므로 어린 아기라고 하는 것이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만일 중생들이 나쁜 업을 지으려 하면,
여래는 그들을 위하여 삼십삼천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과,
단정하고 자재하여 훌륭한 궁전에서 5욕락을 받는 일과,
6근으로 상대하는 것이 모두 즐거운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중생들은 이러한 즐거움을 들었기 때문에 부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쁜 업을 짓지 않고 삼십삼천에 태어날 선한 업을 짓는데,
실제로는 나고 죽는 것이며 무상하고 낙이 없고 내가 없고 깨끗하지 않건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방편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 어린 아기라고 하는 것은, 어떤 중생이 나고 죽음을 싫어할 때에는, 여래가 2승의 도를 말씀하신다.
그러나 실제로는 2승의 실상이 없는 것이며,
2승의 법으로 인하여서 나고 죽는 허물을 알고 열반의 낙을 보는 것이다.
이런 소견으로 말미암아 끊을 것과 끊지 못할 것이 있으며,
참된 것과 참되지 않은 것이 있으며,
닦을 것과 닦지 않을 것이 있으며,
얻을 것과 얻지 못할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선남자야, 저 어린 아기가 돈이 아닌데 돈이란 생각을 내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깨끗하지 않은 것을 깨끗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곧 여래는 제일의를 얻으셨으므로 허망함이 없는 것이다.
어린 아기가 소와 말이 아닌데 소와 말이라 생각하듯이,
어떤 중생이 도가 아닌데 도라는 생각을 하고, 여래도 도가 아닌 것을 도라고 말씀하신다.
도가 아닌 데에는 실로 도가 없지만, 능히 도를 내는 작은 인연이 되는 것이므로, 도가 아닌 것을 말하여 도라고 한다.
어린 아기가 나무로 된 남자와 여자에게 참말 남자와 여자라는 생각을 내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중생이라 말하지만,
실로는 중생이란 모양이 없다.
만일 부처님 여래가 중생이 없다고 말하면, 모든 중생이 잘못된 소견에 떨어질 것이므로 여래가 중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생에 대하여 중생이란 모양을 지으면 곧 중생의 모양을 깨뜨리지 못하니,
중생에 대하여 중생의 모양을 깨뜨리는 이라야 능히 대반열반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대반열반을 얻으므로 울음을 그치는 것을 어린 아기의 행이라 고 한다.
선남자야, 남자나 여인이 이 다섯 가지 행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반드시 이와 같은 다섯 가지 행을 얻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 저도 반드시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만 홀로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이 아니라,
이 회중에 있는 93만 사람이 너와 같이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