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로 등단 1918년 그리고 100년간의 창작물들 한자리에
부천 문단의 ‘걸어다니는 역사’ 구자룡 시인 발행
▲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 교정 작업 중인 구자룡 시인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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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 이 책에는 1918년 변영로가 등단한 잡지 <청춘>과 1924년 출간한 시집 <조선의 마음>, 1928년 변영만이 서문을 쓴 <산남고취>, 1946년 해방 기념으로 만든 변영만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 <아름다운 강산> 등 ‘한국의 삼변’을 비롯한 250여명의 부천작가들이 지난 100년 동안 출간한 희귀하고 주옥같은 1200여권의 기념비적인 저서가 총 망라돼 있다.
소사가 고향이라 호를 ‘소향’이라 지은 이상로의 첫 시집 <귀로>를 비롯해 부천에서 처음 출간된 최은휴의 시집 <맹탕헛탕>, 펄벅의 소설 <대지> 원서 초판 목각본과 1950년대 번역본, 동요작가 목일신의 <자전거>가 수록된 초등학교 1학년 음악 교과서와 LP음반 등 희귀한 보물들이 가득하다.
한 눈에 보는 부천 100년 간의 문학
부천 문단의 산 증인이라 할 구자룡 시인이 지난 50년 가까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탄생한 이 책은 부천 출신이거나 부천에서 살다간, 그리고 현재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고한 작가를 포함해 2018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 250여명의 저서 1200여권을 모아 정리한 책으로, 가히 부천문학의 ‘기념비적인 책’이라는 찬사가 어울릴 것 같다.
‘시인’이라는 별칭 외에 ‘고서수집가’라는 직함을 한 가지 더 추가한 구자룡 시인은, “부천이 낳은 민족시인 수주 변영로 시인은 창씨개명은커녕 일본에 저항하면서 단 한 줄의 친일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를 현대 부천문단의 태두로 자리매김한다.
그런 연유로 구 시인은, 수주 변영로 시인이 1918년 20세 약관의 나이로 잡지 <<청춘>>지에 영문시 <코스모스>를 발표한 근간으로 등단 100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해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를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출판 편집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 끈질긴 집념이 만들어낸 ‘진정한 작품’이다.
부천작가들의 국보급 저서들
4.6배판, 420쪽, 본문 올 컬러, 호화 고급 양장본으로 제작된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에는 1918년 변영로가 등단한 잡지 <청춘>을 비롯해 변영만이 서문을 쓴 <산남고취(1928년 출간)> 원본과 역시 변영만이 글을 쓴 <아름다운 강산(1946년 출간)>, 지금은 찾기 어려운 변영로의 첫 시집 <조선의 마음>(영인본), 1962년 논어를 영어로 번역한 수진본 <영어 논어> 등 ‘한국 3변’의 희귀한 국보급 자료들이 번뜩인다.
그런가 하면 부천 출신 소향 이상로 시인, 부천에서 살다간 정지용 시인, 목일신 동요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황명 시인,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유경환 시인, 부천문학의 개척자 최은휴 시인, 일찍이 깊은 구지에 살았던 김영달 시인,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 등 이미 작고한 작가들의 책도 빠짐없이 수록돼 있다.
또한 부천에서 살다가 떠났지만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하얀 전쟁>의 안정효, <원미동 사람들>의 양귀자, <고강동 사람들>의 이상락, <비밀의 문>의 구효서, <하얀 환상>의 유덕희 소설가, 고강동을 노래한 가영심 시인 등…. 그들이 부천에서 살면서 귀한 작품집을 탄생시키고, 유물처럼 부천에 남기고 간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들의 작품집 역시 사진자료, 설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40여 년 간 부천에 거주하면서 한국문단의 중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화작가 강정규, 문학평론가 민충환, 소설가 소진섭·박희주와 유승우 시인, 이건선 시인, 김철기 시인, 이오장 시인, 김해빈 시인 등, 그들의 저서 역시 소중한 페이지에 담겼다. 모두 고귀하고 주옥같은 보물들이다.
그 외 시집 <솔안말 가는 길>의 박수호 시인, <부천, 그대안의 플랫폼>의 금미자 시인, 부천 현충탑 <님의 노래>를 쓴 안금자 시인, 1988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15세 소녀의 저항 시집 <구미리내의 서울 이야기>도 시대를 벗 삼아 화려한 파노라마로 기록되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구미리내는 구자룡 시인의 딸로, 아버지와 함께 문인의 길을 동행하는 부전여전父傳女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아버지와 함께 작업한 책을 여럿 선보이면서 그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천의 문학지와 동인지
그렇다고 이 책에 작가 개인의 책만 수록한 것은 아니다.
부천에서 최초로 발행되었다는 문예지 <성주산>은 부천남초등학교에서 1969년에 발간한 책이다. 1977년 한국예총 부천지구회에서 발행한 <부천예총>, 1983년 부천문학동인에서 발행한 <부천문학>, 1999년 복사골문학회에서 발행한 <부천문단>, 2001년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에서 발행한 <부천작가> 등 부천의 문학잡지도 모두 모았다.
부천의 동인지도 빠트리지 않았다. 1989년 부천 노동자 교실에서 발행한 <질긴 노동자>, 1997년 부천시민문학회에서 발행한 <꽃>, 1991년 박수호·김인수·이정균 등 신예 시인들이 발행한 부천 최초의 3인 시 동인지 <비 오는 날 찾아간 삐에로의 아파트>, 1994년 소향시 동인들의 <연필 깎는 열아홉>, 1995년 글벗 동인에서 만든 <그림자 밖에서> 등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려운,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예지들이 시간을 넘어 다시 태어났다.
흥미로운 문예지도 있다. 2002년 부천중부경찰서, 지금의 원미경찰서에서 발행한 <복사골 지킴이>는 아주 이채롭다. 소사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문예작품으로만 편집된 문예지 <소향(素鄕)>, 부천 출신 이상로의 호(號)이기도 한 소향은 ‘소사가 고향’이라는 뜻이다.
이 모든 1200여권의 책 표지와 출판 이력이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 책은 구 시인이 관장으로 있는 부천문학작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땀으로 모은 고서 4만 여권
구 시인은 1972년 서울에서 살다가 책 다섯 마차를 끌고 부천 소명여자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부임하면서 부천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작고한 최은휴 시인, 김수열 사진작가와 교류하면서 부천예총 초대 사무국장과 3대 사무국장, 부천문인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부천에 이사 와서 처음 최은휴의 시집 <맹탕헛탕>을 기증받았고, 김수열 사진작가가 발행한 <부천의 얼굴>도 기증을 받았다고 한다. 부천 작가들의 책 수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또한 지난 50년 가까이 고서방을 드나들며 모은 책이 4만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에 수록된 1200여권의 자료들은 발로 뛰어다니며, 땀으로 모은 아주 귀중한 보물인 셈이다.
구 시인 또한 끝임 없는 창작열을 책으로 담아냈다. 시집 <깊은구지 세탁소> 등 20권을 비롯해 동화집 <아빠의 훈장> 등 11권, 수필집 <꼴찌들의 합창> 등 5권, 연구서 <소사성당 반세기> <한국고전문학> <문학으로 만나는 복사골 부천> <최은휴 연가> <변영로 연구>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 소월 시집을 찾아서> <김소월, 대중가요를 만나다> <김소월 시비詩碑 탐험기(현재 출판 작업 중)> 등 무려 55권의 저서를 생산해냈다. 작가들마다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평생 1권의 책을 내기도 어려운 작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노작勞作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 결과로 구 시인은 지금까지 제1회 부천예술문화상, 제4회 부천시문화상, 한글학회 공로상, 제9회 경기도문화예술상, 제5회 복사골문학상, 제24회 경기도문학대상, 제1회 올해의 예술가상, 부천예총 공로상, 2014 한국문화원대상, 제4회 한국작가 수헌문학대상, 2017 밀양 변씨 종친회로부터 수주문학상 공로패 수상, 김대중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구자룡, 활발한 지역 사회 활동도
덧붙여 구 시인은 지역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였다.
부천시정 자문위원, 경기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부천시민신문 창간 발기위원, 수도권일보 논설위원, 부천시 지명유래위원, 도로지명위원, 부천중앙시립도서관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1988년 부천문우회, 1989년 복사골문학회, 2000년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를 창립했다.
그 외 부천문화재단 초대 이사, 부천역사연구소 연구위원, 부천시사 집필위원, 부천문화예술백서 편찬위원장, 부천문화예술위원, 부천향토문화재 심사위원, 부천문화 편집주간, 부천문화원50년사 편찬위원장, 경기복지신문 편집주간, 경기예술신문 편집국장, 수주문학상 운영위원장, 부천신인문학상 운영위원장, 부천향토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천대학교 교양과에서 10년간 후학을 지도하였다.
현재 그는 한국문인협회 사료발굴위원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운영이사, 경기도문인협회 운영이사, 복사골문학회·부천작가회의 상임이사, 부천시민신문·부천청소년신문 편집주간, 부천파랑새기자단꿈의학교 대표, 부천문학작은도서관·김소월 문학관장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 발행에 대한 부천 문단의 평을 싣는다.
부천 문학의 미래 유산
"이번 수주 변영로 등단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하는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는 우리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천의 작가 250여명의 1200여 권의 귀중한 보석이다. 아니, 부천 문학의 향기가 길이길이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부천에서 오랫동안 문학 활동을 하는 30년 지기 부천문학의 대부 구자룡 시인에게 경이로운 큰 박수를 보낸다." -김봉군, 문학평론가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부천문학의 사료집
“구자룡, 그가 이번엔 지난 100년간 이곳 부천지역을 들고 난 작가들의 소설집, 시집, 수필집. 동화집, 연구서 등 1200여 점을 모아 그 사료史料집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0년 동안 발간된 부천 작가들의 책 숲이 여기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나도 없는, 내 책까지 거기 숲속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강정규, 아동문학가·전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한국문학사에 기록될 저술
“이 저술은 부천의 어제와 오늘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첫 시도로 한국문학사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여기에 수록된 저서들은 증정 받은 것도 있지만 구자룡 선생이 지난 30여 년간 고서점을 순례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작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고한, 그야말로 맨발로 뛰어 이룩한 땀의 결실이라 하겠다. 후세에 길이 남을 미래 문화유산이다.”-민충환, 문학평론가·전 부천대 교수
▲ 수집한 부천작가들의 저서 앞에선 구자룡 시인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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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에 관한 자료 수집과 해제, 평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출판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미리내 시인(왼쪽)과 아버지 구자룡 시인이 함께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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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주의 최초 영문시 <코스모스(청춘 제14호 122쪽)>와 변영로의 <잠 놓친 밤> 육필원고(오른쪽). 원고지 왼편에 '조선문화협회 원고용지’라고 인쇄된 글이 보인다.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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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출간한 노래가 된 소월시 LP판을 든 구자룡 시인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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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작가들의 출판물이 보ㅗ간돼 있는 문학도서관 서가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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