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삶과 결부시켜 노래한다. 처음 들을 때부터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 감동했다. 어떻게 세계적인 철학자를 끌어 들인 노랫말을 생각했을까?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가사 또한 시사하는 바가 얼마나 큰가!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무심결에 생태학습을 시작했지만 걱정이 많았다. 고희에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두려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교수님이 삶의 경험을 토대로 한 원로 해설가들이 해외에는 많이 활동을 한다는 말씀에 용기가 생겼다. 이젠 내일이 두렵지 않고,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만 하다.
습지로서의 ‘정양늪’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아직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도 안 된 상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는 24개 지역인데, 정양늪은 언제 람사르의 문턱을 넘을까? 쉽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천천히 시작해 보자.
오마지 않은 빗방울이 늪에 잔상을 남긴다.
바람 한 점 없는 조용한 정양늪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볼수록 아름다워지는 늪이다 보니 이젠 사랑스럽다. 하지만 산속의 나무가 늪을 위협하고 늪 안에는 연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양늪도 천이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숲의 발달과 생태천이는 생태계의 동적 변화성 때문에 일어나는 하나의 자연현상이다. 숲의 발달이란 산림생태계가 같은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다음 단계의 구조와 기능을 가진 숲으로 변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생태천이는 토양의 변화를 포함해서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다. 지표면을 덮고 있는 나무와 풀은 끊임없이 변화를 되풀이하여 현재의 상태로 성립된 것이다. 이와 같이 어느 지역에서 시간에 따라 방향성을 가지고 자연적으로 종 조성의 변화와 더불어 나무와 풀의 모습이 변화하여 가는 현상을 일컬어 천이라고 한다. 생태천이는 1차와 2차로 구분한다.
1차 천이는 호수나 습지 또는 해안 간척지 등과 같이 물에서 부터 비롯되는 습성천이와, 암석이나 모래 언덕 등과 같이 건조한 곳에서 시작되는 건성천이가 있고, 빙하에 의한 퇴적 토양과 같이 적습한 토양에서 시작되는 중성천이가 있다.
1. 수생식물은 정수식물, 부엽식물, 부유식물, 침수식물로 분류한다.
1). 정수식물은 물속에 살면서 뿌리는 흙속에 있고 줄기와 잎이 물 위로 뻗어 있는 식물을 의미한다.
보통 얕은 물에서 자라며 갈대, 줄풀, 큰고랭이, 부들, 등이 이에 속한다. 부들 잎의 기낭이 마치 스펀지 같다.
2). 부엽식물 뿌리는 물속 땅에 심겨져 있고 잎은 물위에 떠있는 연꽃, 가시연꽃, 수련이 있다.
3). 부유식물은 물위에 떠서 살고 있는 것으로 정화능력이 뛰어난 개구리밥, 생이가래, 부레옥잠, 물배추등이 있다.
4). 침수식물은 식물체 전체가 수중에서 생육하는 수생식물의 총칭으로 뿌리는 물속의 토양 속으로 뻗고 있다. 물수세미, 검정말, 붕어마름, 이삭물수세미, 솔잎말 등이 있다.
수생식물은 기공이 있기 때문에 물 위에 뜨며, 기낭이 발달되어 있다.
광합성과 호흡은 몸 전체로 한다. 육상식물은 기공이 잎밑에 있는 반면, 수생식물은 잎 위에 있다. 침수식물 뿌리는 영양분 섭취보다 접착 기능을 한다.
습지식물에 삼백초가 들어있어 의아스럽다. 분명 텃밭에 가꾸며 구운 삼겹살 싸먹고 있다. 수질정화에 최고라는 부레옥잠은 월동이 되지 않는다. 정양늪의 수질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을 무엇으로 해결하나.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것들이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연잎의 무수한 돌기 때문에 물이 묻지 않고 맺히며, 마름 열매의 가시 끝에 돌기를 만들어 새의 깃에 매달려 퍼진다고 한다. 그것도 일정한 시간이 되면 떨어진다고 하니. 정말 그 오묘함을 어디에서 깨쳤을까. 사람이 자연에서 익힐 지식은 엄청 많다. 바로 창조적 지혜다.
2. 귀화식물은 잡초처럼 한번 뿌리를 내리면 무성하게 자라며 빨리 이웃으로 퍼져나간다. 우리나라는 개화기 이후에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들을 귀화식물이라고 부른다. 꽃가루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풀, 들판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망초와 자운영, 개자리, 토끼풀이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칡이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기도 한다.
3. 억새(육상식물)>갈대(정수식물)>줄풀(정수식물)이다.
억새는 뭍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서식한다. 갈대는 흙이 있는 물속에 살지만, 줄풀은 다리가 쑥쑥 빠지는 펄이 깊은 진흙땅에 자란다.
4. 버드나무가 늪에 사는 것은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타감작용은 식물이 무리와 떨어져 생활하는 다른 종의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한 가지 식물이 죽고 나면 다른 식물이 자라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금 정양늪을 아름답게 하려고 심은 연이 오히려 늪을 잠식하고 있어 골치가 아프다.
옛날 태조 왕건이 우물가를 지나다 목이 말라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바가지 물 위에 띄워준 버들잎, 그 나무에서 아스피린을 추출한다고 한다.
5. 행운의 클로버(토끼풀)에 독이 들어 있다? 토끼풀의 꽃말은 세 잎은 행복, 네 잎은 행운을 뜻한다며 좋아하는 풀이다. 꽃 모양이 토끼의 꼬리를 닮아 토끼풀이라 한다.
식물도 만지거나, 뜯거나, 베거나, 갉아먹을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장이나 과실에 변화가 온다. 그 중 갉아 먹을 때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연한 풀잎에 키가 작아 많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토끼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청산가리와 같은 독극물을 내포하고 있다니 정말 놀랄 노(浶)자다.
또한 네잎클로버는 환경이 오염되어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없어, 원활한 광합성을 위해 잎을 더 만들어 낸 돌연변이라는 사실이다. 네잎클로버가 발견된 곳이라면 좋아하기 이전에 오염된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
6. 인동넝쿨은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를 내뿜는다. 벌 나비가 향기 좋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달콤한 꿀이 있기 때문이다. 흰 꽃과 노랑꽃이 섞여 피어 ‘금은화’라고 불린다. 흰 꽃은 처녀이고 노랑꽃은 결혼녀라는 표시라니 일부종사一夫從事가 따로 없다.
7. 싸리나무 회초리는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식물계>속씨식물문>쌍떡잎식물강>콩목>콩과>싸리속>싸리나무.
싸리나무 줄기로 싸리비, 곶감 꼬쟁이, 삼태기, 소쿠리, 바구니, 광주리, 고리, 울타리, 문, 윷 등을 만들었다. 또한 마마(천연두)에 걸리면 싸리나무로 조그만 말을 만들어 마마귀신을 내쫓는데 사용하였다.
특히 부모님이 사랑의 회초리로 싸리나무를 이용한 것은 살갗만 아플 뿐 내상을 입지 않기 때문이라니. 이것이 찐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도 교수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나의 것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 많았다. 봄이라 산과 들에 많은 꽃들이 우릴 유혹하고 있는데 늪의 꽃들은 우리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우사인 볼트’만큼이나 재빠른 ‘노랑어리연꽃’이 우릴 반겨줘 너무 감사했다.
정양늪을 만나고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식물을 보는 눈도 높아졌고, 보잘 것 없는 저서동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한쪽은 열공하고 있는데, 어딘가 허전한 한쪽이 있음을 느꼈다. ‘눈물 한 방울’(이어령)을 산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실 테이블에 뒹굴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책을 읽기 위한 궁리 끝에 도서관에서 모집하는 독서토론회에 신청했다. 5월 31일이 첫 모임이다. 자신감만 앞세우고 일단 일을 저질러 봤다. 이제 무척 바빠지게 생겼다. 이러한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노래가 나훈아의 ‘체인지’이다. 제 삶의 방식이 Change되고 있음이리라.
“너를 만난 그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어
너를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변했어, 나의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어
Change Change Change, Change Change Change
이 세상이 달라진 건 1도 없는데, 썸 타는 내 마음이 달라져 버렸어
싫은 것도 좋아지고 미운 것도 예뻐지고, 메마른 내 가슴에 사랑꽃이 피었네
Change Change 네가 있어 너무 좋아
Change Change 네가 있어 찐찐 좋아
너를 만난 그날부터 모든 것이 아름다워, 사랑하는 바로 네가 곁에 있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