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장 건
이 숫자를 아시나요
벌써 잊으셨군요
그래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2014년과 2024년 세월 사이
수많은 일들이 우리 삶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뭐 그게 대수인가요?
하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행복을 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한 아들 딸을 잃은
엄마 아빠는 아직 절망의 늪 가운데서
눈물샘이 말라 버렸는데
그대로
4월의 캘린더는 노랗게 물들어 있는데
4.16이 다가오면 개나리꽃 같은
아이들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갑자기 떠 있는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는
재난 소식이 태풍처럼 몰아쳤지요
두 눈 부릅뜨고
가라앉는 배를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며
아이고 이를 어째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을 구해야지 분통을 터뜨리지만
“가만히 있으라”
컨트롤타워 한마디에
함정도 헬리콥터도 제자리만 맴돌았지요
21세기 전환의 길목에서
야만의 대한민국 민낯을 드러내며
정의를 짓밟고 진실을 은폐하며
기왕지사 뻔뻔하게
진상규명도 책임자처벌도 불가
국민의 생명 안전도 불가
불가역적인 세월호는
바닷속 별이 된
304명의 떼죽음을 묻어두고
뭍으로 올라와 녹슬고 있네요
다시 10년
돌이켜보면 행동하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노란 리본에 묶여 바람에 날리고
안산 서울 인천 제주 팽목 목포항은
그날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4.16 이전과
4.16 이후가
달라지지 않고 멈춰 있다는 것을
이태원에서 똑똑히 보았지요
세월호 304 성좌는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생명 안전 나침판이기에
끝내 진실을 인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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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
4.16 재단 이사. 너른고을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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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추모 문집]304/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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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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