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241호-5면.pdf
차문성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인터뷰 - 김선희 汀彬.hwp
열정 하나로 문화유산 전문가가 되다 - 차문성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소장
파주문화원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차문성 소장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박물관미술관학을 전공하였고, 그동안 문화재와 미술에 많은 열정을 쏟아왔다. 대한항공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일들을 101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테마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항공사에서 Flying Art Ambassador 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미술자료집 2권을 만들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유럽편/ 아시아․미국편)에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시 공간 속에서 자칫 고착화될 수 있는 미술사 지식을 여행가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펼친 글이다.
그동안 그가 낸 책에는 그의 직업과 전공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 둘은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이질적이지만, 문화재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세계문화유산 강화도 고인돌 18기의 발견과 명나라 장수 오종도 비, 그리고 조선 초 최대의 왕실사찰 대자사지의 발견은 그의 땀과 열정을 보여주는 일면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소창박물관’이 정보통신부 최우수 사이트로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문화재청 유공자상을 수상 하였다. ‘열정은 흐르는 강을 단지 순리대로 건너는 것이 아니라 강에 던져 함께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차소장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아주 큰 상을 타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어떤 상이고 어떤 의미를 담아 쓴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국향토문화공모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공모전으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향토문화논문과 콘텐츠, 수기, 문화원 실적 등을 분야별로 각각 수상하는 것이 특징이죠. 다만 대상인 국무총리상은 향토문화논문에 상을 주는데 이번에 제 논문이 뽑혔습니다. 파주에서 대상 수상은 처음입니다.
몇 해 전 노사신묘를 찾으러 파주의 <교하노씨묘역>에 갔을 때 우연히 시제를 참관했다가. ‘천봉사적비’를 읽는 순간, ‘국영(國營)’이란 글자가 궁금해졌습니다. 이것은 1935년 시행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을 의미했는데, 단순한 도시 계획이 아니라 개량, 개조에 기반을 둔 도시 확장에 관한 법령입니다. 한 마디로 기존 역사도시의 숨결을 공공화란 미명으로 도로와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군사기지의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던 거죠. 이로 인해 대방동 노씨묘역이 둘로 나눠져 남천과 북천으로 분리되는데 북천은 본관이 있는 파주를 택했습니다.
경의선과 달구지를 이용해 멀고 먼 파주로 조상의 혼백과 석물을 옮기게 된다는 것이 1942년에 입비한 ‘천봉사적비’의 내용입니다. 직접 발로 뛰고 채록해 집중한 결과 10일 만에 이 논문의 초고를 만들었습니다.
치열한 공모전 경쟁에서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닌 비석과 석물이라는 주제임에도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조선시가지계획령’이라는 주요 정책과 연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묘역군은 단지 종중의 선영일 뿐 하나의 종합 제의며 예술이라고 보는 경향은 극히 미약하다. 조사과정에서 조선 초기 사대부가의 ‘난간석문’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분실된 무석인의 가치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차소장은 말했다.
- 현재 하고 계신 일 등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항공사에서 근무 하는데, 주로 해외생활을 많이 하고 박물관, 미술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소창박물관’(sochang.net)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2004년 정보통신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매번 사진 찍고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힘들긴 했지만 여행이란 화두는 항상 의욕을 진작시켜줍니다. 그런 이유에서 박물관·미술관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문화유산융합학과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들은 많지만 문화유산이란 것은 태생이 여러 분야와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번 한국박물관학회에서 수상한 「화석정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활용방안 연구」라는 논문도 이러한 연구방식으로 했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율곡의 화석정을 단지 하나의 정자로 보지 않고 ‘별서정원’이란 큰 틀에서 봐야만 전체 원형재현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세부적으로 정면투시도와 경관조감도는 앞으로 건물 재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파주 향토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그간 연구한 것들을 소개 해주세요.
파주출판단지가 조성될 때인 2003년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애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 가치관에는 도서관, 책, 공원, 생태가 가장 중요할 때라 서울의 집을 팔고 파주로 이사 왔습니다.
파주 문화재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인조 구 장릉의 위치비정과 석물에 관한 고찰」입니다. 당시만 해도 운천리는 대원군묘가 조성되었던 곳으로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인조 구장릉지임을 인지했지만 유물이 뒷받침을 하지 못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와첨상석과 석물을 발견해 논문을 써 학계에 정식으로 알리게 되었죠,
다른 하나를 든다면 이번에 발표한 화석정의 활용방안에서 정면투시도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사진과 문집을 기초로 하여 원형을 재현한 것으로 학문적 성과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향토문화연구란 무엇일까요?
향토문화연구는 열정과 진정성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하면 지역문화 계발, 보존과 향토문화의 발굴, 수집, 조사, 연구, 활용에 대한 다양한 미션이 부여되어 있죠. 그런 의미에서 향토문화연구란 지역에 대한 애정에 전문성이 더해지는 것이겠죠.
향토문화는 여러 개의 스토리텔링을 묶어가는 과정입니다. 화석정 논문의 예를 들면 화석정 소각설과 십만양병설이 결합하여 율곡의 선견지명과 백성들의 염원을 나타내는 것이죠, 과연 이런 것에 대한 믿음보다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 복합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연구죠, 이런 콘텐츠 위에 원형 재현 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화석정 아래의 갈대, 임진나루 승청, 진서문 등을 복원하고 여기에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결합되는 것이죠, 생각만 해도 선조의 피난길과 영조의 능행길이 상상이 됩니다.
또 운정호수공원에 있는 상원군 이세령 가문의 정려편액은 병자호란 때 강화 함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사건과 사건을 연결해야 역사자원이 됩니다.
- 얼마 전에 있었던 임진강 적벽 석각조사 연구에 관해 들려주세요.
임진강 적벽조사는 올 여름 경기일보에서 처음 취재한 것입니다. 이를 향토문화연구소 답사지로 제안한 건 파주시인으로 유명한 이동륜선생님 이시고요. 저는 소장으로서 향토사 관내사업으로 결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를 시행하면서 조상우의 석각을 찾게 되었고, 최종환 시장님과 더불어 초평도까지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현왕후 폐출에 반대한 파주목사 박태보의 석각은 찾지 못했지만 존재 사실은 문집에서 확인했습니다.
이번 11월말 문화원에서 석각발표회를 하기 전 시행한 3차 조사에서 보니, 육이오 때의 총탄이 화강편마암에 많이 박혀 있고 이로 인해 절개가 된 곳이 너무 많았습니다. 박태보가 죽은 뒤 그의 붉은 글씨에 석각을 했는데 결국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임진강이 개방이 된다면 문집의 내용대로 제5석벽에 그의 시문을 새기는 것도 원형재현의 한 방법이 되겠죠.
-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 해주세요.
내년에 민통선을 조사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여기에는 허준묘역과 김정국 묘, 덕진산성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답사가 간간히 진행되는 상태죠. 현재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공동의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조사는 필수가 아닐까요. 해서 내년에 민통선조사사업이 약3회 계획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번 석각조사 후 발표회를 가진 것처럼 내년에도 발표회 및 시민답사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흥미진진할 겁니다. 군사지역은 양면을 가지고 있죠, 훼손 혹은 유지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보존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직장과 지역의 역사문화라는 두 가지 일을 하기에 제 능력이 일천합니다만 열정하나 만큼은 누구 못지않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문화유산융합학 박사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문화유산의 보전과 논문으로 자그마한 기여를 할 생각입니다. 파주에도 언젠가는 시립박물관이 들어서는 날이 있겠죠.
-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문화유산은 점보다는 선, 선보다는 면으로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겠죠. 역사 역시 일정기간의 역사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가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주는 율곡과 우계, 구봉이 있고 뒤를 이어 박세채, 윤선거 등 많은 유학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신적인 유산뿐 만이 아니라 실물 유적도 많이 있습니다. 율곡선생 가족 무덤이 있고 청송묘갈, 우계 신도비, 윤선거묘 등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산과 문화콘텐츠도 있습니다. 더구나 능원의 으뜸이라는 인조장릉과 숙빈최씨 소령원을 파주가 가지고 있어 ‘효’의 정신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종합하는 행사와 센터가 만들어진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단지 행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곳으로 말이죠,
- 향토문화연구에 관심 있는 파주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파주향토문화연구소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시민들께서 제보하실 일이나 문화유산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땐, 언제든 문화원 열린마당에 올려주세요.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말고도 전문가들이 여러 분 계시거든요. 그리고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을 매년 혹은 격년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열정과 진정성이 있다면 참여해 주십시오.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요즘 우관제 문화원장님을 비롯한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등 파주문화원 관계자들이 더 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년 민통선 문화재조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시민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위대한 성현의 정신이 깃든 파주에 살고 있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앞으로 파주문화원이 독립적인 건물을 가져 전시관과 유물 소장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재 연구를 하려면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차문성 소장 역시 흥선대원군의 아소당이 있던 공덕동 일대를 샅샅이 뒤지면서 정지대석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고 파주 운천리 천장도 확인했지만 논문 등재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 일대를 조사한 연구기관에서 ‘인조장릉이란 것은 구전으로 전하는 것이고 분명 대원군묘’라고 확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릉에 들어가는 와첨상석과 만석을 찾아 고증하면서 결국 인조의 초장지 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소령원 논문을 쓸 때도 그랬다. 소령원 주제로 한 첫 번째 논문이었고 논문을 발표한 뒤 종중회장님께서 너무 기뻐하셨다고 한다. “정말이지 장릉과 소령원은 한 시대 문화의 전환점이 된 다빈치코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차문성 소장은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그 열정이 파주문화연구에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