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몸치의 댄스일기38(고수님들 틈에서...)
2004. 9. 12. 일요일
일요일에 비가 퍼부었다...
평일에는 너무 바빠서 댄스연습은커녕 단체반 강습 참여조차 지각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수업이 끝난 시간에 얼굴만 비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레슨도 일주일에 한두 번 받기가 어려웠다.
작년에는 매일 혹은 하루에도 몇 타임씩 했는데...
매번 일요일이면 연습장소를 찾느라 고민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려야 했다.
지난 몇 주는 어느 무도장에 가면 저녁6시 이후에는 연습할 수 있다느니 어쩌니 하는 정보가 인터넷 카페에도 올라오고 동호회원들의 입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가기도 했다.
신도림에도 가보고 길동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내 체질에는 맞지 않았다...
댄스스포츠 음악은 나오는데 대부분 자이브와 룸바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다. 간간히 왈츠 음악이 나오는데 나는 거기서는 연습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바닥도 너무 미끄러운데다 커플끼리 춤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혼자서 몸을 만들고 자세를 익히는 내 스타일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거기서 놀자 판으로 할 바에는 차라리 각 동호회 혹은 댄스 단체의 파티에 참석하는 게 월등히 나을 것 같았다.
신도림에 있는 한 곳에는 지난번에 처음으로 가서 내 스타일대로 멋모르고 거울 앞에서 혼자서 자세와 동작 연습을 하고 있는데 숙녀분이 먼저 와서 왈츠와 탱고를 잡아 달라고 해서 억지춘향으로 한 번 해보긴 했었다. 하지만 나하고는 영 맞질 않아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어쨌든 거기서 가르치는 선생님들한테도 대우를 받긴 했다. 내가 참여했던 동호회에서 얼굴이 익은 몇 분도 나를 알아보고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래도 모던을 연습하기엔 영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빨리 라틴댄스나 익혀서 즐기러 가면 모를까.
그래서 이제는 휴일에 아예 갈등을 겪지 않고 압구정동에 있는 모던 전문 댄스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곳은 작년부터 일요일에 가끔씩 연습하러 찾는 곳이었다.
현역 프로 선수들과 선생님들이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곳이어서 대회가 많은 시즌에는 연습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찾기가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아도 환경조건이나 분위기가 전문적으로 연습하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넓고 기다란 공간이며 국내 최고 고수님들인 현역 프로 선수들이면서 지도자들이신 분들 틈에 끼여서 연습한다는 건 어쩌면 대단한 행운이고 영광일 수도 있었다.
낯이 익은 몇 쌍의 선생님들 현역 프로 선수들이 휴일임에도 여전히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이 숙연하고 나를 압도했다.
대 고수님들에 대한 예우로 플로어에 들어설 때는 목례로 인사를 했다. 그 분들이 나를 보든 안보든. 글구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는 분들께는 고개를 숙여서 다시 인사를 올리면 그 분들도 함께 답례를 해주곤 했다.
보통 4~6쌍 정도씩 연습을 하면 그 넓은 플로어가 꽉 차는 듯했다. 동작 범위가 크고 스텝들이 넓었다.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나도 대 고수님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연습을 시작했다. 말이 연습이지 그 분들이 보기에는 햇병아리의 재롱이라고나 할까...
매번 처음에는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나도 한참 연습에 몰두하다보면 고수님들이 있건 말건 내 스타일 내 페이스대로 신나게 폼 잡으며 연습에 몰입하게 되고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곤 했다.
내 흥에 내가 빠지면 프로 선수들이건 대 선생님이건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내 연습에만 열중하다보면 오히려 선생님들이 내 연습을 방해할까봐 피해주시곤 했다. 그럴 때는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위축되지 않고 내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내 루틴을 따라 나가곤 했다.
어쩌면 프로 선수님들 선생님들이 속으론 기가 막히고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내 연습을 약4시간 정도 쉬지 않고 진행하니까 무아지경과 황홀감이 들었다.
그것이 내 연습 방식이고 내 스타일이니까.
한참 그러다보니까 선생님들은 사이드 의자에 앉아서 쉬는 건지 내가 방해되어서 피해 주시는 건지 플로어는 나 혼자서 왈츠 루틴 혹은 탱고와 폭스트롯을 돌고 있기도 했다.
나도 플로어 바깥에서 쉬는 선생님들을 의식 않으려 했지만 가끔 그쪽 방향으로 접근할 때는 자연히 눈길이 무의식적으로 갔다. 선생님들도 내가 하는 동작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그럴 때는 속으로 좀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나야 초보 아마추어일 뿐이고 그분들은 대 고수님이고 프로 선수들이니까 이해해주리라 생각하면서 계속 연습에 몰두했다.
한편으론 속으. 심사위원들 앞에서 내가 시합을 뛰는 선수인양 착각도 들었다.
그 분들이 시합에서 심사를 보기도 하시는 분들이기도 했다.
대 고수님들이 보는 앞에서 바리에이션 루틴으로 몇 시간을 반복해서 도니까 땀은 비 오듯 하면서도 마음도 몸도 깃털처럼 가벼워짐을 맛보았다. 환희의 감정도 들었다. 고수님들 앞에서도 나중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내 동작을 다 표현할 수 있어서 내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다.
내가 연습하기에는 이곳이 딱 적당한 곳이라고 확신했다.
시합을 준비하시는 프로 선생님들한테는 연습 방해가 되어서 좀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도 연습장소가 없어서 갈증을 느끼는 매니아니까 고수님들 틈에서 연습할 자격은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건방진 사고인지 몰라도 앞으로도 계속 일요일에는 그곳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무도장을 기웃거리 고민할 필요 없이...
2004. 9. 15
차칸맨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고.. 그래도 대중들속에 어울리심이.. 포트락파티에 오셔서 한번 어울리심이.. 하여튼 부럽습니다.. 그 베짱과 그 기개.. 열심히 하세요... 04.09.15 18:26
답글 cbmp
여전히 열심히 연습하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04.09.15 20:06
답글 라인...♡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댄사모 정기 파티에 참여 했을 때 기억이 새롭네요..그날 강변마을님께서 왈츠 시범을 하셨었는데... 그 후로도 필라에서 가끔 홀로 땀 흘리시며 연습 하시는 것도 봤었죠... 식을 줄 모르는 강변마을님 그 열정에 존경을 표합니다...진정한 매니아로써 더 큰 발전 있으시길 바랍니다.^^. 04.09.15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