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휴식)
일과 휴식
신근식
일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일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생존 여건을 충족시키며, 인생의 가치를 부여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열심히 일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단지 더 높은 연봉, 수당 더 받기 , 승진하기 위함 등 자신의 모든 시간을 일에 쏟아 붓는다. 정말로 그것이 목숨 걸 만큼 가치가 있는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노력은 반드시 인생 전체를 생각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에게 그렇듯이 인생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유한에서 쉼이 없으면 그 아름다운 끝을 만들지 못한다. 쉼은 재충전의 모탕이다.
자신이 원해서든 어쩔 수 없어서든, 많은 사람이 일 중독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물며 일이 기본적인 일과(日課)인 사람의 경우는 휴일까지 일에 관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워 버린다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회사에 나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반드시 휴식(休息)으로 인한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내어 자연의 품에서 편안히 쉬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일과 회사에 훨씬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내가 근무했던 도서관에서 "동산도서관 70주년 기념" 으로 예전에 근무했던 팀장이상 직원들을 초대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14명이었는데 9명이 참석했다. 퇴직하고 8년 차로, 오래간만에 도서관을 방문하여 현재 근무하고 있는 후배 직원들을 만났다. 모두 그때 모습 그대로이다. 그런데 직원 한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한참 만에 자세히 보니 예전에 도서관학과 출신으로 재능이 돋보여, 도서관에 발령받지 않고, 본부 부서에 발령받았다. 기획과, 교무과, 학생과 등 주요 부서에 전전하면서 직장과 업무에 열정을 쏟았다. 결국 쓰려져 본부 업무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도서관에 오게 되었다한다. 그때는 외모와 신체도 좋았다. 이번에 보니까 수술도 두 번이나 해서 그런지 몰라보게 야위고 기력이 없어 보였다. 명퇴를 하여 몸의 보호를 위해서 ‘쉼’을 선택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가족 생각이 짙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는 쉬어갈 곳이 굉장히 많다. 쉬어갈 곳을 만나면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쉬어가는 것이 좋다. 또한 항상 모든 짐을 죄다 둘러메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잠깐 휴식"" 이라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분명 그것은 듣기 좋은 소리이겠지만 허울뿐인 명분을 지키려다 큰일나고 말 것이다. 사람들 저마다 속내와 사연이 줄줄이 얽히고설키어 담박에 결정 못함에 어려움이 있다.
일과 성격에 따라 휴식 시간도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열중하게 되는 공부나 작업의 경우에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30~60분 이내에 1회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 반면 따분하고 보람이 적은 일상 업무의 경우에는 중간중간 기분을 전환하고 뇌를 일깨우기 위해 좀 더 촘촘한 간격으로 휴식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 집중력은 더욱 높일 수 있어, 쉬지 않고 일만 할 때보다 일의 효율성도, 생활의 질도 훨씬 높아지게 된다.
올해 직업교육원에서 요리교육 일 년 과정을 밟고 있다. 대상자는 고령자와 장애인이 함께하는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교육반이다. 이곳에서도 1교시가 45분 수업에 쉬는 시간이 15분이다. 그리고 점심시간은 1시간 15분이다. 보통 학교에서는 1교시가 50분 수업에 10분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 쉬지 않으면 다음 수업시간에 지장을 준다. 잠이 온다거나 몸이 피로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교육원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 그대로 책상에 앉아서 스마트 폰을 보거나 엎드려서 잠을 잔다. ‘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마다 쉬는 시간에 쉬어주지 않으면 6교시 마칠 동안 배움이 지겹고 고달프다. 특히 점심시간에 주어지는 1시간은 소중하다. 요리교육 시간에 요리한 음식으로 점심을 일찍 먹기 때문에 오롯이 점심시간은 평소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인근에 두류공원이 있어서 공원 숲속 길을 걷고, 운동기구를 다루고 다시 걸어서 교육원까지 오면 정확히 50분이 소요된다. 양치질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 컨디션이 좋아져 오전에 잘 쉬었다는 안도감에 남은 오후 시간이 즐거워진다.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축 늘어져서 누워 있거나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상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휴일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거나, 활동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5일 근무하는 사람 중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는 정적, 하루는 동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일이 바쁠수록 우리는 ‘잠시라도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숨 돌리고 싶다.’, ‘하루 종일 혼자서 드라마를 보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 하며 휴식의 ‘정적’인 요소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평일의 스케줄 속에 조금이라도 ‘동적’인 요소를 넣으면, 하루하루의 마음가짐과 의욕이 달라질 수 있다.
젊었을 때 가족 때문에 휴일이 되면 좀 쉬고 싶은데 자녀들이 성장할 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마음대로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였다. 지금은 모두 성장하여 떠나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기 때문에 휴식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휴식이 포함되어 있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은 바쁜 와중에도 잠시 멈춰서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나의 조촐한 즐거움과 휴식은 일이 마무리된 저녁에 즐기는 책을 읽으면서, 요리 교육에 배운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 부드럽고 달콤한 와인 한 잔 마시는 일이다. 진정한 휴식은 나를 배려하는 일이며, 다시 불타오를 수 있도록 불길을 지피는 것이다.
(20240603)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