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파안법사(巴顔法師) 징광 방장은 흐 하더니 말했다. "시주는 잘 모르는 것이 있소이다. 폐사는 바로 선종(禪宗)이외다. 이 와 같이 불공을 드리고 법사의 일을 하는 것은 정토종(淨土宗)이 하는 일이고 우리들은 하지 않소이다. 이 오대산의 금각사, 보제사, 대불사, 영경사 등등은 정토종이외다. 시주는 역시 그 절간으로 가서 법사가 되 도록 하시구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부평현에 있을 적에 그 방장은 자기네들이 법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곳에 오게 되니 이 노화상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마다하며 손에 들어온 은자도 두 손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보면 이 가운데는 반드시 이상한 점 이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 그는 두 번 세 번 부탁을 했으나 징광대사는 응 낙하지 않고 몸을 일으키더니 지객승에게 말했다. "그대가 시주에게 금각사로 가는 길을 잘 가르쳐 주도록 하게. 노납은 이만 실례하겠소." 위소보는 다급해져서 재빨리 말했다. "방장께서 반드시 못하시겠다면 제가 귀찰에다가 시주를 하려했던 승의 와 승모, 그리고 은자만은 귀사에게 여러 대화상을 위해 받아 주시기 바라오." 징광은 합장하며 말했다. "정말 고맙소이다." 그는 위소보가 예물을 여덟 지게나 가지고 왔는데도 전혀 기운을 내지 않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의 어머님은 저에게 예물을 친히 귀사의 대화상에게 나누어 주라고 했습니다. 설사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고 또 채소밭을 가꾸는 사람이 라도 모두 몫이 있습니다. 모두 삼백 분의 예물을 가져왔는데 만약 모 자란다면 다시 나가서 사드리도록 하지요." 징광은 말했다. "충분하외다. 너무 많소이다. 본사에는 오십여 명밖에 되지 않으니 시 주께서는 오십 육 명의 몫을 남기시면 됩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쪼록 방장께서 귀사의 뭇승려들을 불러 모아 내 친히 시주를 하도 록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저의 어머님의 염원이니 어렵더라도 그렇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징광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는데 갑자기 그 눈의 눈동자가 번갯불처럼 번뜩였다. 그는 그러한 눈으로 위소보의 얼굴을 한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좋소. 우리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 시주의 소원을 풀어 드리리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대나무쪽과 같은 뒷모습이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위소보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겸연쩍게 찻잔의 차를 들었다. 우팔은 그의 등뒤에 있다가 나직이 말했다. "저와 같이 시세의 흐름과 맞서는 노화상은 이 우가는 한평생 정말 보 지 못했소이다. 그러니 이토록 커다란 청량사의 보살의 금칠마저도 바 래도 깨어져 나갔는데도 그냥 두고 있지 않습니까." 이때 절간에서 종을 치기 시작했다. 지객승이 말했다. "시주께서는 서목 대전 앞으로 나가시어 시주를 하시도록 하시죠." 그리하여 위소보는 서쪽 대전으로 갔다. 뭇승려들은 줄을 지어 들어왔 다. 그는 예물을 한 사람 한 사람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눈길을 가다 듬고 매 화상의 얼굴을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순치황제를 본 적이 없지만 그는 소황제의 아버지이니 모습이 비 슷할 것이다. 그저 특히 소황제와 비슷한 화상이라면 틀림없을 것이 다.) 그러나 오십여 분의 예물을 각자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소황제와 그럴싸 하게 닮은 사람은 만나볼 수 없었다. 위소보는 매우 실망했다. 그러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옷이나 모자들을 받으려고 여기까지 들어오겠는가. 나의 이 계책은 너무나 우 둔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객승에게 물었다. "귀사의 승려들은 모두 온 것이오?" 지객승은 말했다. "모두 다 예물을 받았습니다. 시주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모두 다 왔다 갔단 말이오? 아마 그렇지 않을걸? 아마도 나서지 않으 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외다." 지객승은 말했다. "시주께서는 농담도 잘하십니다.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오. 그대가 만약 나를 속인다면 죽 어서 지옥에 들어가 혀를 뽑힐 것이외다." 지객승은 그 말을 듣자 그만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직도 물건을 가져가지 않은 승려가 있다면 대화상께서 그를 모시고 나와 받아가도록 하시오." 지객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장 대사만이 받지 않았소이다. 내가 볼 때 그 어르신께서 직접 나오 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때 한명의 승려가 총망히 달려오더니 입을 열었다. "사형, 밖에 십여 명의 라마들이 방장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곧이어 나직이 말했다. "그들은 모두 다 몸에 무기를 지니고 있으며 주먹을 불끈 쥔 것으로 보 아 찾아온 뜻이 곱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객승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대산은 청묘(靑廟)와 황묘(黃廟)로 나누어지고 자고로 아무런 관계 가 없는데 그들이 왜 왔지. 그대는 가서 방장에게 품하시오. 내 나가 보리다." 그리고 그는 위소보에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그리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웃었다. "그 못난 라마들은 아마도 우리에게 따지러 왔을걸?" 그는 쌍아의 무공이 고강하니 십여 명의 라마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 다. 그런데 갑자기 산만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고 한ㄸ의 사람들 이 대웅보전으로 뛰어들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구경하러 갑시다." 그리고는 쌍아의 손을 잡고는 함께 나갔다. 대웅보전에 이르게 되었을 때 십여 명의 황의 라마들이 지객승을 에워 싸고는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었다. "반드시 수색해야겠소. 어떤 사람이 그가 청량사로 오는 걸 보았단 말 이오." "이것은 당신네들의 잘못이오. 어째서 사람을 숨겨 놓는 것이오?" "순순히 사람을 내놓도록 하시오. 그렇게 않을 때는, 흥흥!" 위소보는 대전 근처에 가서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서서는 속으로 생각 했다. (내가 이곳에 있으니 너희들은 얼마든지 덤벼들어 봐라.) 그런데 그 라마들은 그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한번 쳐다보지도 않 았다. 떠들썩한 소리 가운데 징광 방장이 걸어나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 지객승은 말했다. "방장 스님에게 알립니다. 그들은......" 그런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라마들은 우르르 징광의 곁으로 몰려들며 부르짖었다. "그대가 방장이시오? 참 잘 되었소." "빨리 그 사람을 내놓으시오. 내놓지 않으면 그대의 이 절간에 불을 질 러 깨끗이 태워 없애겠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나. 정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나!" "설마하니 화상이 되어 도리를 따지지 않는단 말인가?" 징광은 말했다. "여러 사형들에게 묻겠는데 어느 곳에서 온 분들이시오? 그리고 폐사에 까지 오시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오?" 황의에다가 홍색 가사를 걸친 라마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장에서 활불(活佛)의 명을 받고 중원으로 공무차 달려온 것 이오. 그런데 따라오던 소라마가 어떤 거지 같은 화상에게 유괴되었고 그 사람은 이 청량사에 숨어 있단 말이외다. 방장 화상, 그대는 빨리 우리 소라마를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을 땐 결코 좋게 끝나지 않을 것 이오." 징광은 대답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구려. 우리 이곳은 선종의 청묘로서 서장 밀종과 는 평소 아무런 관계가 없소이다. 여러분들이 소라마를 잃어버렸다면 어째서 각처의 황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물어 보시지 않소이까?" 그 라마는 노해 말했다. "그 소라마가 청량사에 있는 것을 친히 본 사람이 있소이다. 그래서 달 려와 묻는 것이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배불리 밥을 먹고 할일이 없ㅇ어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아시오? 분수를 안다면 빨리 소라마를 내 놓으시오. 우리는 설사 황상의 얼굴은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얼굴을 봐서 탓하지는 않겠소." 징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정말 소라마가 청량사로 왔다면 여러분이 묻지 않았다 하더라도 노납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외다." 몇 명의 라마들이 일제히 부르짖었다. "그렇다면 우리들로 하여금 수색토록 해주시오." 징광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은 불문의 조용한 곳인데 어찌 남들이 함부로 수색하는 것을 용납 할 수 있겠소?" 그러자 앞장을 선 라마가 말했다. "만약 도둑놈이 제발 저리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찾지를 못하게 하시오? 이로 미루어 볼 때 소라마는 틀림없이 청량사에 있는 것이 분명하오." 징광이 막 고개를 가로저었을 때였다. 두 명의 라마가 동시에 손을 뻗 쳐서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는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수색하도록 하겠소, 못하겠소?" 다른 한명은 말했다. "대화상은 절간에 양가의 부녀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오? 남이 알 기가 두렵지 않다면 어째서 수색하는 것을 그토록 뭐라고 하시오?" 이때 청량사 쪽에서도 십여 명의 화상이 걸어나오게 되었는데 뭇 라마 들에게 에워싸여 방장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쌍아는 나직이 물었다. "상공, 그들을 쫓아 보낼까요?" 위소보는 말했다. "잠깐!"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라마들은 그야말로 억지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절 간에 어찌 소라마를 숨겨 두었겠는가? 혹시 그들의 의도는 나처럼 순치 황제를 보자는 것이 아닐까?) 이때 허연 광채가 번쩍 하더니 두 명의 라마가 어느덧 첨도를 손에 뽑 아들고서는 나누어 징광의 가슴과 등에 갖다대며 날카롭게 외쳤다. "수색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먼저 당신을 죽이겠소" 징광은 얼굴에 조금도 두려운 빛이 없이 말했다. "아미타불, 모두 똑같은 불문 제자인데 어째서 손을 쓰고자 하오?" 두 명의 라마가 첨도를 앞으로 살짝 내밀며 호통을 내질렀다. "대화상, 그렇다면 우리는 실례를 무릅쓰겠소." 그 순간 징광은 몸을 살짝 기울였고 그대로 슬쩍 빠져나갔다. 이렇게 되자 두 명 라마의 첨도가 모두 상대방의 가슴팍을 찌르는 꼴이 되었 다. 두 사람은 급히 왼손을 뻗쳐 내어 맞부딪치도록 했다.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두 라마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머지의 라마들은 부르짖었다. "청량사 방장께서 사람을 때려 죽이려 한다. 사람을 때려 죽였다." 그와 같이 부르짖는 소리 속에서 대문 쪽에서 다시 삼사십 명이 들어왔 다. 화상도 있었고 라마도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은 몸에 장포를 걸친 속인들도 있었다. 황초에 허연 수염을 기른 노라마가 큰소리로 부르짖 었다. "청량사 방장께서 사람을 해친다구요?" 징광은 합장을 했다. "출가인은 자비를 근본으로 삼는데 어찌 함부로 살계를 범하겠소? 여러 사형과 시주들은 어디서 오는 길이오?" 그리고 그는 오십여 세 되는 화상에게 말했다. "원래 불광사의 심계(心溪)방장께서 왕림하셨구려. 멀리 나가지 못한 점 용서하십시오." 불광사는 오대산에서 가장 오래된 큰 절간이었다. 원래는 위나라 효문 제(孝文帝)때에 지어진 것으로써 매우 역사가 유구한 편이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먼저 불광사가 있고 나중에 오대산이 있었다고 했다. 원래 오 대산의 원명은 청량산이었다. 후에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대산이라 일컫게 된 것인데 이때 불광사가 이미 세워진 후 였다. 오대현이라는 명칭도 수나라 초에 이르러 고치게 된 것이다. 불교에서 불광사의 지위는 청량사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 방장 심계로 말하면 오대산 모든 청묘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었다. 이 화상은 살이 쪘으며 온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싱글 벙글 하면서 입을 열었다. "징광 사형, 내 두 분의 친구를 소개하리다." 그리고 그는 노라마를 가리켰다. "이 분은 서장 납살에서 온 대라마 파안(巴顔) 법사이외다. 활불이래에 가장 총애를 받고 있으며 또한 세력이 가장 큰 대라마이지요." 징광은 합장을 했다. "대라마를 볼 수 있는 인연이 있어서 기쁩니다." 파안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표정은 매우 오만했다. 심계는 몸에 청색 장삼을 걸친 삼십여 세 가량의 선비를 가리키며 말했 다. "이 분은 사천성 서쪽의 대명사로서 황보각(皇甫閣)선생입니다." 황보각은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오래 전부터 징광 대화상의 무학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었 소이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징광은 합장했다. "노승은 나이가 많아져서 어릴 적 배운 보잘것 없는 무공을 이미 깡그 리 잊었소이다. 황보거사께서는 문무를 겸비하고 계시니 그야말로 축하 드려야 할 일이고 기뻐해야 할 일인가 하옵니다." 위소보는 그들이 점잖은 말로 인사말을 하자 싸움은 아무래도 일어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다면 구경할 것이 없게 되고 이 혼란의 틈을 따 노황제를 찾겠다는 기회마저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 속으로 무 척 실망했다. 이때 파안이 입을 열었다. "대화상, 나는 서장에서 나이 어린 제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대들의 절 간에서 억류되어 있다고 들었소이다. 그대는 황보의 금쪽같은 얼굴을 봐서라도 풀어 주시오. 그러면 모두들 고맙게 생각할 것이외다." 징광은 빙그레 웃었다. "몇 분의 사형이 폐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한 점에 대해서 노납은 똑 같이 취급을 하지 않았소이다. 그러나 대사는 사리를 알만한 사람인데 어찌 남의 말을 믿는단 말씀입니까? 청량사는 세워진 이래 오늘 처음으 로 라마들이 왕림하신 것이외다. 우리들을 보고 귀라마의 제자를 가두 고 있다니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외까?" 파안은 두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렇다면 억울한 누명을 씌웠단 말이오? 그대는...... 벌주를 마시지 않고 경의로 드리는 술을 받아 마시게 될 것이오." 그는 한나라 말을 제대로 몰랐다. 그래서 경의로 바치는 술을 마시지 않고 벌주를 마시게 되리라는 말을 거꾸로 했다. 심계는 웃었다. "두 분은 화내지 마시오. 노납의 의견으로 소라마가 청량사에 억류되어 있다 없다 하는 말은 단지 말로 해서는 소용없는 일이며 눈으로 확인해 야 된다고 보오. 그러니 황보거사와 빈승이 증인이 되어서 모두들 청량 사 이곳저곳을 살피며 부처님을 뵈옵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부처님을 뵙는대로 부처님에게 절을 하고 승려를 만나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느 한곳 빠짐없이 살펴보고 모든 화상을 만나 본 이후에도 여전히 그 소라마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아니겠소?" 그 말은 결국 청량사를 수색하겠다는 말이었다. 징광은 얼굴에 한가닥 불쾌한 빛을 띠우고 말했다. "이 몇 분의 라마들은 막 서장에서 왔으니 우리들 한나라의 규칙을 모 른다고 하더라도 탓 할 수가 없소이다. 그러나 심계대사로 말하면 덕망 이 높으신 분인데 어떻게 그와 같은 말을 하시오? 소라마가 정말 오대 산에 있게 되어 한채의 사원을 모조리 수색한다면 먼저 불광사서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외다." 심계는 헤벌죽 웃고 말했다. "청량사를 살펴본 우 여전히 사람을 찾지 못하여 이 몇 분의 대라마가 다시 불광사를 살펴보는 것은 그야말로 환영하는 바이외다. 환영하는 바이외다." 파안은 말했다. "그 조그만 녀석이 청량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친히 보았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렇게 와서 알아보는 것이외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감히...... 감히...... 이와 같은 당돌한 일을 하겠소이까?" 징광은 말했다. "어느 분이 봤다는 말이오?" 파안은 황보각을 손가락질했다. "바로 이 황보 선생이 보았소이다. 그는 유명한 사람이라 결코 거짓말 을 하지 않소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모두 다 한 패거리인데 어떻게 증인이 될 수 있단 말인 가?) 그리하여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소라마는 나이가 몇 살 쯤 되나요?" 파안과 심계, 황보각 등의 사람들은 줄곧 옆에 서 있는 두 어린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다가 갑자기 그가 묻는 말을 듣고 일제히 그를 쳐 다보았다. 그의 옷차림은 화려했다. 모자에는 옥을 박아 놓기도 했으며 앞가슴 쪽 에는 명주 구슬을 박아 놓기도 한 것으로 보고 부잣잡 공자인 것을 알 아볼 수가 있었다. 그의 곁에서 모시고 서 있는 나이 어린 서동 역시 비단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계는 웃으며 말했다. "그 소라마로 말하면 공자와 아마 비슷한 나이일 것이오." 위소보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구려. 조금 전 우리는 그 소라마를 보았지. 그는 한 커다란 절간 안으로 들어가더군. 그 절간 앞에는 불광사라는 커다란 세글자가 씌어 있더구려. 그 소라마는 바로 불광사 안으로 들어 갔소이다." 그가 이와 같이 말하자 파안 등의 안색이 변했다. 징광은 속으로 기뻐 했다. 파안은 큰소리로 말했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위소보는 말했다. "믿을 수 없다면 터무니없는 소리로 해둡시다." 파안은 노기를 걷잡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쳐 위소보의 가슴팍을 잡으 려고 했다. 징광은 오른손을 슬쩍 쳐들고 커다란 소맷자락으로 바람을 일으켜 파안의 팔굽 아랫쪽을 치려고 했다. 파안은 왼손을 뻗쳐 내었 다. 다섯 손가락을 마치 닭 발톱처럼 세우고는 징광의 옷자락을 낚아채 려 들었다. 징광은 팔을 움츠리고 소맷자락을 똘똘 말아 버렸다. 이렇게 되자 파안은 헛손질을 하게 되었다. 파안은 부르짖었다. "그대는 활불 좌하의 소라마를 숨기고서도 손을 써서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오? 이 일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외다." 황보각은 낭랑히 말했다. "모두 좋은 말로 합시다. 손을 쓰지 않도록 합시다." 그 말이 막 끝나자마자 절간 밖에서 한떼의 사람들이 일제히 부르짖었 다. "황보 선생께서 말씀하신다. 모두들 좋은 말로 하지 손을 써서는 안 된 다고 하신다." 그 소리로 미루어 보아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부르짖는 소리였다. 놀랍게도 그들은 청량사를 겹겹히 에워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 고 그 한떼의 사람들이 황보각의 그와 같이 낭랑히 부르짖는 소리들을 듣고 일제히 호응하는 것을 보면 겁을 주자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징광 방장의 수양이 길다고 했으나 느닷없이 들려오는 고함 소 리를 듣게 되자 그만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보각은 싱글벙글하면서 입을 열었다. "징광대사, 그대는 무림의 선배 고인이시외다. 이곳에서 수양을 하고 계신데 대해서 모두들 경앙해 마지 않읍니다. 이분 파안 대라마는 귀사 를 그저 한번 돌아 보자는 것이니 그대는 그에게 한번 보도록 해주시지 요. 대화상께서 행동이 올바르시기만 하고 청량사에 또 남에게 알리지 못할 일이 없다면 서로 화목에 금이 갈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 읍니까? 징광은 속으로 초조해졌다. 그 자신의 무공은 고강한 편이었으나 청량 산의 오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 가운데 무공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조금 전 파안과 한수 맞바꾸어 본 결과 파안이 왼손으로 뻗쳐 낸 계조공(鷄爪功)은 사실 대단한 솜씨였다. 거기다가 황보각이 조금전 낭랑히 한마디 하는 소리로 미루어 볼 때 내력이 심후해서 역시 범상하 게 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절간 밖의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은 고사하 고 눈앞의 이 두명의 고수만 하더라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 다. 황보각은 그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는 말했다. "설사 청량사에 정말 몇 분의 아름다운 낭자가 있어서 모두들 구경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크게 눈요기를 하는 것이 되지 않겠소?" 이 두마디의 말은 지극히 경박했으며 징광에 대해서 전혀 안면을 두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심계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방장 사형, 그렇다면 대라마로 하여금 여러 곳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자는 시늉을 했다. 파안은 앞장을 서서 성큼성큼 후정으로 걸어갔다. 징광은 산대방에서 모든 준비를 하고 온 이상 자기가 나서서 파안과 황 보각을 저지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데리고 온 한떼거리의 사람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혼전이 벌어지게 된다면 청량사는 크게 당할 판이 아닌가. 삽시 간에 마음이 찹작해져서는 길게 한숨만 내쉴 뿐 손을 쓰지 못했다. 그 저 눈을 멀거니 뜬 채 파안 등 수십 명이 후전으로 가는 것을 보다가 뒤를 따랐을 뿐이었다. 파안과 심계, 그리고 황보각은 나직이 상의를 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 들 수하 수십 명은 한칸 한칸의 대전과 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승방까 지도 수색을 했다. 청량산의 뭇승려들은 방장께서 아무런 명령이 없자 하나같이 눈을 부릅 뜨고 살기 띤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았지만 저지하지는 않았다. 위소 보와 쌍아는 징광 방장의 뒤를 따랐는대 그의 승포자락이 끊임없이 떨 리는 것으로 미루어 그가 무척 속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이때 갑자기 서쪽 승방에서 그 누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자이오?" 황보각은 달려갔다. 두 명의 사내가 한 중년 승인을 끌어내었다. 그 화 상은 나이가 사십여 세 정도 되어 보였으며 얼굴 모습이 매우 청수한 편이었다. 그 중년 화상은 물었다. "나를 붙잡아 어쩌자는 것이오?" 황보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그 두 명의 사내가 웃으며 말했 다. "실례했소." 그리고 그 승려를 놔 주었다. 위소보는 이렇게 되자 이 시람들이 순치 황제를 찾아온 것은 더 물어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징광은 냉소했다. "본사의 이 화상이 활불라마 좌하의 소화상이란 말이오?" 황보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부하가 한 중년 화상을 끌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세히 그 승려의 모습을 보더니 여전히 고개를 가 로저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원래 너는 순치황제를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렇게 수색을 해나간다면 반드시 순치황제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그 는 소황제의 부친이니 내가 방법을 강구해서 그를 구해야지.) 그러나 상대방의 사람 수가 많았다.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수십 명의 사람들은 동북방에 있는 한 채의 소승원(小僧院)앞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승원의 문은 꼭 닫혀져 있어서 부르짖었다. "문을 여시오! 문을 여시오!" 징광은 말했다. "이곳은 본사의 한분 고승께서 폐관을 하고 있는 곳이외다. 이미 칠 년 이 지났으니 여러분들은 그의 청수(淸修)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시오." 심계는 웃었다. "폐관을 하고 있던 화상이 견디다 못해 스스로 문을 여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무슨 상관이 있겠소." 그리고는 다리를 들어서는 문을 차려고 했다. 징광은 몸을 흔들하더니 어느덧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 라마는 미처 내지른 발을 거두지 못해 오른발로 그만 징광의 아랫배를 차게 되었다. 그런데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라마의 다리뼈가 분질러져서는 뒤 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파안은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며 왼손을 위로 뻗치고 오른손을 갈구리처 럼 해서 닭 발톱 같은 자세로 징광을 움켜쥐려 들었다. 징광은 문앞에 서서는 휙휙 하니 이장을 뻗쳐서는 파안을 물러서게 했다. 황보각은 부르짖었다. "훌륭한 반야장(般야掌)이군." 그리고 왼손의 식지를 찍어내었다. 그러자 세찬 바람이 징광의 안면을 찔러 들어왔다. 징광은 왼쪽으로 피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은 나무 문에 부딪혔다. 징광은 반야장 을 펼쳐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응전했다. 파안과 황보각은 좌우로 나누어서 공격을 해왔다. 징광의 초식은 매우 느릿느릿 했으며 일장 후려치는데 아무런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바람소리가 은연중 들려왔고 그 힘은 적으나 날카로워 보였다. 파안과 황보각의 수하 수십 명은 고함을 지르며 기세를 돋구었다. 파안 은 서둘러 수차에 걸쳐 공격을 해왔으나 징광의 장력에 밀려나야 했다. 파안은 초조해져서 속공을 펼쳤다.별안간 나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왼손을 쳐들었는데 수십 가락의 허연 수염이 날아갔다. 바로 징광의 수염을 한움큼 뽑게 된 것이다. 그란 그의 오른쪽 어깨에 도 일장을 얻어맞게 되었다. 처음 얻어맞은 어깨는 별로 대단치 않았으 나 점차 오른손을 높이 쳐들래야 쳐들 수가 없었다. 징광은 나는 듯 발을 움직여서는 두 사람을 걷어차 쓰러뜨렸다. 그리고 왼손의 일장을 뻗쳐 세 번째 라마의 가슴팍을 찍었다. 그 라마는 아! 하고 큰소리로 부르짖더니 위로 훌쩍 뛰어 올랐다. 바로 이때 네 번째 라마의 강철칼이 떨어졌다. 징광은 소맷자락을 떨쳐 그의 손목을 잡으려 들었다. 이때 파안이 두 손을 들었다. 한손을 위로 한손 은 아래로 하고서는 달려들었다. 징광은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는 갑자기 세찬 바람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그 바람을 이용해 그는 일장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 순간 오른쪽 팔이 기이하도록 아파왔다. 어느덧 황보각에게 일지를 찔리고 만 것이었다. 그의 일장은 황보각의 오른팔을 적중시켰으나 그의 팔뼈를 분지르지는 못했다. 쌍아는 징광의 온몸이 선혈로 물들은 것을 보고는 나직이 말했다. "그를 도와 줄까요?" 위소보는 말했다. "잠깐 기다려." 그의 목적은 순치황제를 만나보는 데 있었다.만약 쌍아가 손을 써서 뭇 사람들을 쫓아 버린다면 노황제는 여전히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사람이 많고 칼과 창을 지니고 있었다. 쌍아는 일개 소녀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토록 많은 대한들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청량사의 뭇승려들은 방장이 곤경을 당하는 것을 보고 다투어 곤봉이나 화차 같은 것을 들고 도와 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 화상들은 무공을 몰 라 다들 덤벼들자마자 얻어맞아서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고 말았다. 징광은 부르짖었다. "모두들 손을 쓰지 마시오." 파안은 소갈을 터뜨렸다. "모두들 마음 놓고 사람들 죽이도록 해라." 뭇라마들은 손에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았다. 삽시간에 네 명의 청량사 화상의 몸뚱아리가 두 동강이 났다. 나머지의 뭇승려들은 적이 사람마 저 마구 죽이는 것을 보고 멀찌감치 서서는 감히 가까이 다가들지 못했 다. 징광은 약간 정신을 흐트리는 사이 다시 황보각의 일지에 찔리게 되었 다. 이 일지는 그의 오른쪽 가슴이 적중되었다. 황보각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림사의 반야장도 별것 아니군. 대화상, 그래도 투항하지 못하겠소?" 징광은 말했다. "아미타불, 시주의 죄가 적지 않소이다." 별안간 두 명의 라마가 칼을 휘두르며 땅을 구르듯 하여 그의 두 발을 자르려 들었다. 징광은 발에 힘을 돋구고 걷어 차려고 했다. 그런데 가 슴팍이 격렬하게 아파오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렇게 되자 그의 발길질은 중도에서 멈추어 더 앞으로 나가지를 못했 다. 흐릿한 순간 자기도 모르게 왼손을 아래로 문질렀다. 그의 왼손은 두 명의 라마승의 머리를 한번 문지르게 되었다. 두 명의 라마는 대뜸 기절하게 말았다. 파안은 노해 불르짖었다. "죽일 놈의 땡초 같으니!" 두 손을 뻗쳐 내더니 열개의 손가락으로 징광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다. 징광은 그만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게 되었다. 황보각은 잇달아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징광의 혈도를 짚었다. 파안은 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오른발로 나무 문을 걷어찼다. 와직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나무 문은 날아가 버렸다. 파안은 웃었다. "모두들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보겠으니 빨리 나오실까!" 그러나 어두침침한 승방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파안은 말했다. "빨리 사람을 끌어내도록 해라." 두 명의 라마가 일제히 대답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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