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컴퓨터쟁이에다가 초등학교 때부터 전자부품 구해다가 라디오나 앰프를 만들었고
학교도 전자과 나와서 프로그램 만드는 게 업이기도 한 천상 공학과 입니다.
집집마다 두 대씩은 있는 디카와 국민 1인당 없으면 간첩인 휴대폰 카메라가 발에 채이는
디지털 시대에 무슨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란 말입니까.
그러나 아직 그런 사람들 많지요.
예전에 인터넷 나타나기 전 전화선으로 통신하던 하이텔 시절에 고전음악 동호회
회원이기도 했는데 동호회 모임 나가면 공학도들이 그렇게 많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전체 회원의 절반 이상이 전기 전자 기계 통신 컴퓨터 쪽의 공학도들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취미인 기계쟁이들....
참 이상한 아이러니였지요.
어찌어찌하여 드디어 필름카메라를 하나 손에 넣었습니다.
그것도 완전 수동 필카입니다.
ISO, 셔터속도, 조리개노출, 포커스 거리조절까지 전부 손으로 해야하는 카메라입니다.
직접 찍어보니 이런 노가다가 없습니다.
이번 효촌지 갈 때 두 통 찍어보았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BFE1E4AB7192B72)
낚시하러 좌대로 걸어 들어오는 길은 낚시대 펴기도 전부터 즐겁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조행과 조과에 대한 상상으로 세 분 표정이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5A51E4AB719A7BC)
![](https://t1.daumcdn.net/cfile/cafe/160F811C4AB719BD4B)
우리 사부님 잔챙이 한 마리에도 천진난만 기뻐라 하십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CB61A4AB719E085)
다들 조오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2B071E4AB719F39F)
팡 터질듯한 긴장감. 도루묵의 표정이 진지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8B21D4AB71A1B53)
젓가락에 든 음식이 언제 입으로 들어갈지 모르지만 사부님 낚시 강의 다 끝나야 저 닭볶음은 입으로 갈 거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6F71B4AB71A2D9E)
처음 뵌지라 말씀 하나 하나가 다 재미있는 닥터붕님과 우리 아선생.
![](https://t1.daumcdn.net/cfile/cafe/1977371C4AB71A409C)
![](https://t1.daumcdn.net/cfile/cafe/1715B51A4AB71A6092)
찍사를 찍사가 겹쳐서 찍기. 아노 동작도 웃기고 그거 안 놓치려는 사부님 손도 바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8C31A4AB71A6B88)
![](https://t1.daumcdn.net/cfile/cafe/180CA81A4AB71A7AC0)
확실히,
별다른 고민없이 오토모드에 두고 누르기만 해도 멀끔한 사진이 자알 나오는 디카와 달리 노출이 잘 안맞기도 하고
거리조절도 잘못해서 일명 핀이 어긋난 사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친 입자감에 뭔가 진득한 느낌이 나는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필름카메라로 찍었다고 해서 이후 인화 등 모든 과정이 아날로그는 아닙니다.
예전처럼 필름을 현상해서 광학기계로 직접 인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까지는 어쩔 수 없이 약품을
써야 하므로 예전과 같은 현상 방식을 쓰나 요즈음의 인화는 현상된 필름을 스캐너로 스캔해서 JPG 파일 등으로 디지털
저장된 파일을 사진인쇄 전문 프린터로 "인쇄"하는 방식입니다.
절반의 아날로그인 셈이지요.
오늘 아침 출근해서 회사 근처의 코스트코라는 대형마트 사진코너에 가서 다 찍은 필름 두 통을 맡겼더니
1 시간만에 현상도 끝내고 CD에 JPG 파일로 담아서 구워 줍니다.
단 1 시간만에 말이지요.
인화지에 인화는 안하고 필름 한통 씨디로 담아주는데 1,500원 받습니다.
이렇게 싸고 편한 써비스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필름카메라라면 뭔가 아날로그해야 했고, 서른 여섯 방 찍을 수 있는 필름으로 아끼고 아껴서 찍다가,
간혹 지난 봄 생일 때 찍은 필름이 절반 정도 남아서 카메라에 그대로 뒀다가 여름휴가때 나머지 다 찍고
동네 사진관에 맡겨서 한 이틀 후에 오라는 말 듣고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가슴 두근두근해야지 옳았습니다.
그렇게 찾아 온 사진엔 두 가지 계절이 한 필름에 다 담겨 있었지요.
서른 여섯 방 짜리 필름 한 통을 이번에 효촌지에서 찍어보니 그게 얼마나 적은 숫자인지 피부로 실감됐습니다.
디카로 찍을 때는 서른 여섯 방이 뭡니까. 좋은 장면 찾으려고 닥치는대로 연사 모드로 팍팍 마구 찍어도
돈 달라는데 없고 메모리 용량만 충분하면 되니 하루에 조행 나가서 100장은 우습게 찍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막샷이니 버리는 샷이니 흔하디 흔했고 잘 나온 사진 고르기도 고민이었지요.
한 마디로 고민없이 마구 찍은 사진 중에 잘 나온 사진 고르기로 고민하는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번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평생 동안 가죽 표지로 된 하얀 노트에 볼펜으로 직접 써오신 일기가 화제가
됐었습니다. 여사께 쓰셔서 보내신 종이 편지들, 병원에서 끼고 계시라고 여사께서 직접 손수 떠주신 벙어리 장갑 등도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감성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필름으로 된 서른 여섯 방의 사진을 찍으며,
디카가 없던 시절 비록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한 장 한 장 노출을 맞추고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직접 렌즈를
돌려 거리를 맞추면서 찍었던 소중한 한 장짜리 사진들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첫댓글 아~~ 역시 FM2~~~!!!!! 사진들 보니 저도 필카가 땡기는걸요~~ 필카는 찍는 맛 현상하는 맛 인화 하는 맛 세가지를 다 할때 가장 큰 즐거움인데.. 쩐이 많이 들어서... 쩝... 저렴하게 다시 흑백 현상인화라도 손대볼까.....선생님 나이쑤 빵조코~!!
약간은 투박한 듯한, 그렇지만 감성이 살아있는 것 같은 그림이 좋아부러요.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 그것이 바로 아나로그적인 감성이 아닌가 싶으이. 묵혀둔 필카를 나도 꺼내서 먼지를 털어봐야 쓰겄네요.
좋~~네!!!
음 과거에 대한 아련한 추억. 뭐 그런 느낌으로 따듯해지내요. 사진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