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행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면 조종사들은 회사가 계약해 놓은 호텔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도착 첫날은 무조건 비행이 없으니 휴식에 들어가고 그 다음날은 통신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유 시간을 갖고, 셋째 날은 비행이 예정된 조종사가 사정이 생겨 비행을 못할 경우에 대신 들어가는 예비 상태에서 또 하루를 쉰다. 그리고 다음날 비행기를 몰고 서울로 돌아온다. 하루 일한 다음에 3일이나 쉬게 해주는 것은 시차를 극복하도록 휴식을 취하라는 뜻이다.
3일 가량의 휴식 시간에 조용히 책을 읽는 조종사도 있지만 일부는 푹 자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사람도 있다. 음주와 골프는 적당한 선에서 끝내지 못하면 오히려 피로가 가중되는 특성이 있다. 양대 항공사 측은 “KBS 취재파일에서 LA에서 서울로 날아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랜딩기어를 내린 채 깜빡 졸았다고 한 기장은 이런 상태였을 것이다. 그는 비행시간이 많다고 강조하기에 앞서 기장으로서 쉬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람이다”고 비난했다.
쉬는 시간조차 비행을 위해 쉬어야 하는 것이 국제선 조종사다. 조종사들은 쉬는 시간도 비행과 관련된 것이므로 월 평균비행 83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조종사 세계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양 항공사 조종사들과 과연 조종사가 노동자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기자는 “항공법은 기장에게 항공기 승무원을 지휘 감독할 권한을 주고 있으니, 기장은 노동자가 아니라 관리자다. 또 당신들의 연봉은 대기업체 이사 이상이다. 대기업에서도 대개 부·차장급 이상은 관리자로 보고 노조원이 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조종사들은 “항공기 사고는 났다 하면 기장을 포함해 상당수의 인명이 희생된다. 우리 연봉이 많다고 하지만, 기본급은 그만한 연차의 일반 기업체 대졸 사원과 비슷하다. 연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행수당은 말만 비행수당이지 사실은 생명수당이다. 객실 여승무원도 공항이나 본사에 근무하는 여직원에 비해 연봉이 많은데, 이 또한 비행수당이란 이름으로 생명수당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당신 같으면 이러한 연봉을 받고 목숨을 내놓겠는가. 그리고 조종사들은 파리목숨이다. 우리도 자존심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