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송원 송근원]

어제 저녁 전화기에 OO보건소에서 보낸 메세지가 뜬 것을 발견하였다.

그 내용인즉, 4월 25일 11:28~12:30 OO읍 OOO식당에서 식사하신 분들은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비록 OO보건소에서 보내온 메시지 원문은 “4/25 11:28~12:30 단양OOO식당에서 식사하신 분들은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식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었으나, 선별진료소가 식당이 아닌 바에야 “선별진료소에서 식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선별진료소에서 상담하거나 코로나 검사를 하라.”는 말의 오타임이 틀림없다.

우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이를 본 순간부터 주내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당장 OO군보건소로 전화를 한다.

일요일 밤인데도 전화를 받는다.

“이러이러한 문자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코로나 확진자하고 동선이 겹쳤다는 말이니까 가까운 선별진료소로 내일 아침 전화하셔서 진단검사 예약하시고 진단 받으세요.”

“우리가 점심 먹을 때 사람도 없었는데... 몇 시에 확진 자가 다녀갔나요? 열도 안 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어찌되었든 확진 자와 동선이 겹치니까 검사받으세요.”

내가 옆에서 OO보건소에서 온 메시지를 주내에게 보여주며, 숨죽인 작은 목소리로

“여보, ‘그곳에서 보내준 메시지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식사하라고 나왔는데, 메뉴가 뭐예요?’라고 물어봐요.”

말하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낄낄 나온다.

내가 이 메시지의 진정한 뜻을 몰라서 물어보라 한 건 물론 아니다. 주내의 불안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그리한 것이다.

전화를 끊고 우리 둘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OO보건소에서 문자 발송하시는 분이 ‘코로나 검사 받으라’면 문자 받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 것을 염려하여 ‘진단받으라’는 말 대신 ‘식사하시라’는 말을 써 넣은 것이라면 정말 훌륭한 분이다. 위트가 있는 분이다. 불안해 하더라도 일단은 웃음을 주니깐.

어찌되었든 내일 아침엔 선별진료소 전화번호를 찾아 진단 예약부터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별진료소 전화번호부터 알아내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진다.

인터넷에는 부산에서 코로나 진단받을 수 있는 선별진료소 명단이 전화번호와 함께 좌악 나타난다.

이 가운데 어디로 전화를 할까?

분명히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니 주차하기 편한 곳으로 해야겠다 싶어 OOO보건소 전화번호를 적어 놓는다.

일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주내와 함께 서울 갔다 내려오는 길에 단양 도담삼봉에 들렸다가 온 것이 문제였다.

그눔의 코로나 땜에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으로 서울을 다녀오는 거였다.

내려오면서 다섯 시간 이상 운전해야 하는데, 중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내려오다 OO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옛날부터 사진으로만 보았던 단양의 도담상봉을 들렸다가 부산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OO 맛집을 찾아 제일 평점이 좋은 곳으로 골목길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아 찾아갔으나, 아이구, 하필이면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일요일엔 휴업’이라는 종이 조각만이 문 앞에 장식처럼 달려 있는 것이다.

다시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매다 보니 11시가 넘었다. 코로나 때문에 이른 점심을 먹기로 작정했지만, 벌써 11시가 넘은 것이다.

더욱이 좁은 골목에는 차를 세울 수가 없어 경치 좋은 강변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야 하는데, 걷는 건 좋지만, 강변 주차장에도 이미 차가 다 차지하고 있으니, 계속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식당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었다.

겨우 강변의 시영주차장에 빈자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차를 세운 후 OO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식당은 불경기를 예고하고 있는 듯, 저쪽 먼 테이블에 노인네들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우린 이들과는 머~얼리 떨어진 식탁에 앉아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이 나올 때쯤, 저들은 돈을 내고 나간다.

우리가 식당을 전세 낸 거 같다.

식사를 하고 바로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이 전부였는데, 이런 메시지가 온 것이다.

주내는 걱정이 태산같다.

“내일 보건소에 갔다가 양성이 나오면 집에도 못 오고 바로 병원에 수용되는 거 아닌가요?”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넉넉하지 않으니 아마 집에서 자가격리하라고 할지도 몰라요.”

“우린 아무 증상도 없는데... 만약 양성이 나오면, 챙피해서 어쩌나? 엊그제 만난 OOO하고, OOO도 검사받으라 하면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요?”...

“할 수 없는 거지요. 뭐, 누가 코로나 걸리고 싶어 걸린 것도 아니고, 아니 아직 진단도 하기 전에 웬 걱정이 그리 많아요. 미리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자 이제 그만 내일을 위해 잡시다.”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아침을 먹고 OOO보건소로 전화를 한다.

“OO보건소에서 연락받고 코로나 진단 예약하려고 전화 했습니다.”

“예약은 필요 없고, 오후 2시부터 4시 반까지 진단을 하니, 그 시간에 오세요.”

일요일인데도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니 의료진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오늘 진단검사 결과는 언제 나와요?”

“테레비를 보니까 15분이면 나온다던데...”

“그럼 집안 정리를 하고 가야겠네요. 갔다가 양성 나오면 바로 병원으로 갈지도 모르잖아요.”

”그렇네. 우린 병원으로 직행하고, 의료진들이 들이닥쳐 우리 집 소독하고 엘리베이터도 소독하고, 막 그러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우리 아파트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 어쩌나?”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집이나 치웁시다."

그러면서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베쿰을 하고, 탁자 위의 지저분한 것들을 치우고 정리한다. 주내는 부엌과 베란다를 치우고 청소한다.

이것도 안 하다 하니 꽤 시간이 걸린다. 오랜만에[ 중노동이다.

어느 정도 집안이 정리된 다음 시간을 보니 벌써 3시가 넘었다.

차를 타고 OOO보건소로 간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면서 왼쪽을 보니 천막이 쳐 있고, 우주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너댓 명 보인다.

선별진료소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차를 세우고 줄쳐 놓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어찌 오셨어요?”

“OO보건소에서 이런 연락이 와서...”

전화기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진단 신청서를 쓰셨어요?”

“아니요. 어제 전화했더니 당직자가 오늘 아침에 예약하라고 해서 아침에 다시 전화했더니, 예약은 필요 없다면서 2시부터 4시 반 사이에 오라고 해서 왔어요.”

“그럼 이리 오세요. 일단 손 소독부터 하시고, 비닐 장갑을 끼시고. 이거 작성하세요.”

앉아서 시키는 대로 신청서를 작성한다. 주소, 연락처, 오게 된 경위, 증상 등등.

우주인은 신청서를 거두어간 다음, 내 이름이 쓰인 진단키트와 진단검사 후 어찌해야 하나를 적은 종이조각을 주면서 줄을 세운다.

여기에도 또 다른 우주인이 있다.

주내는 벌써 내 앞의 앞에서 진단소로 들어선다. 내 앞에는 어떤 노인네 한 분이 얌전히 서 있다.

나는 이 분 뒤에 서야 하나, 주내 따라서 들어가야 하나 머뭇거린다. 지난 선거 때도 그렇고, 우린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말을 굳게 믿는지라 둘이 늘 함께 움직여온 습관 때문에 노인 뒤에서 앞으로 나갈까 말까 망서린 것이다.

그런데, 우주인의 호통소리가 들려온다.

“앞에 분에서 2미터 떨어지세요.”

에이! 한 소리 들었다.

말없이 노인네 뒤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다.

내 앞의 노인네가 진단하는 천막으로 들어간 후, 드디어 내 차례다.

진단소엔 역시 헬멧을 쓴 우주인이 유리창 너머에서 장갑낀 손만 내밀고 명령한다.

“진단 키트를 여세요.”

말없이 복종한다.

우주인은 진단키트에서 성냥개비보다 조금 긴 솜털 달린 막대기를 가져간 후,

“이리 가까이 콧구멍을 대세요.”

한 걸음 다가가 콧구멍을 디리 민다.

그러자 이 우주인 왼쪽 콧구멍을 콱 찌른다. 무자비하게!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눈물이 팽 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가까이 오세요. 다시 해야 합니다.”

이제는 ‘한 걸음 앞으로’가 주저된다.

그렇지만 어찌하나? 할 수 없이 다시 콧구멍을 디민다.

좀 살살해도 될 텐데... 일요일 근무라 심술이 났나? 속으로만 생각한다.

다시 콧구멍을 콰악 쑤신다.

콧속이 시큼해지면서 눈물이 콱 솟는다.

살살 돌려서 콧물을 채취하면 어디 덧나나?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갑자기 습격을 받은 내 왼쪽 콧구멍에선 불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묘한 기분이 든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다.

자동차 앞으로 가며 주내에게 묻는다.

“당신도 콧구멍, 콱 쑤셨어?”

“응.”

“아니 살살 작대기를 돌려가면서 콧물을 채취하면 안 되나? 콧구멍이 쐐 하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영 기분이 안 좋네.”

“나는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그러게 그런 허름한 줄무늬 잠바를 입지 말고, 넥타이 매고 깔끔하게 하고 왔음 그런 대우를 안 받지요.”

“아니 허름한 잠바를 입던, 뺀지르르한 양복을 빼 입던 나는 나 아닌가요? 옷차림보고 어떤 이는 살살하고, 어떤 이는 콱 쑤시고 그러면 되는가? 나는 늘 나인데 옷차림에 따라 대우를 달리 했다면, 고건 콧구멍 쑤시는 우주인 인격에 문제가 있는 거지!”

“당신 말이 맞아요. 그렇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겉만 보고 대하는 게 보통이니, 당신도 대우 받으려면 앞으로 잘 채려 입어요.”

아하, 그렇구나!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나, 아니 대통령까지는 아니고 부산 시장이라도 되었다면, 아마 우주인은 살살 콧물을 조심스레 채취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우주인은 일요일인데도 쉬지 못하고 남의 콧물을 채취하느라 신경질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리 깨끗하고 잘났더라도, 그걸 모르는 상대방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 나를 상대한다.

물론 상대방이 인격자라면 겉모습에 상관없이 대통령이나 거지나 똑같이 대우해줄 것이지만, 불행히도 그런 인격자는 거의 만나기 어려운 세상이니...

“거지를 보면 나 보듯이 하라. 내가 거기에 있다.”는 예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예수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아마도 내 콧구멍을 콱 쑤신 그 우주인은 분명 인격자가 아닐 것이다. 예수님 말씀이 필요한 그냥 보통사람일 거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니, 예수님 말씀을 모르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게다.

그러니 적어도 생각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진단검사 시 피진단자가 불쾌하지 않도록 콧물을 살살 채취하라"고 지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쩜 주내 말대로 그 우주인이 인격자이길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나의 오만이다. 반성한다.

그래서 이 담부터는 뺀지르르하게 입고 다녀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리고 적어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만약, 만약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면, 콧구멍 들이대기 전에 반드시 공손하게

“콧물 채취 살살 좀 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시길 바란다. 그래야 후환이 없다.

집으로 오면서 아까 우주인이 준 종이 조각을 보니, 별거 없다. 검사 결과는 내일이나 모레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전화로 통보되니, 판정이 나올 때까지 마스크 잘 쓰고, 자가 격리하라는 내용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집 같지 않다. 거실 마루가 밴들밴들하다.

검사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고 하루나 이틀 뒤에 나오는 걸 진즉 알았으면, 집안 정리 청소할 필요가 없었는디...

“괜히 청소했네. 억울해 죽겠네!”

“그래도 깨끗하니까 좋네!”

원래 이러고 살아야 하는디, 평소 게으른 게...

저녁을 먹고 난 후, 또다시 걱정이다. 양성이면 어쩌나? 이웃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는디...

그냥 기도한다.

“하느님, 오늘 주신 교훈 잘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밖에 나갈 땐 뺀지르르하게 입고 나갈 것이며, 집안 청소도 늘 깨끗이 하고 살겠습니다.”

“그런데도 설마 내일 결과는 음성이겠지요? 만약 양성이면, 우리 윗층의 정 사장도 콧구멍 콱 쑤셔야 하고, 아래층의 공 사장도 콧구멍 콱 쑤셔야 하고, OO 엄마도 콧구멍 콱 쑤셔야 하고, 또 위에 윗층에 사는 김 교수도 콧구멍 콱 쑤셔야 하고...”

“그러니 이분들이 우릴 원망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아멘.”

그리고 다음날 아침 코로나 진단 결과가 나왔다.

우찌 되었을까?

다행히도 정 사장도, 공 사장도, OO 엄마도, 김 교수도, 또 OO도 우리 땜에 콧구멍 콱 쑤시며 눈물 팽 도는 일은 없었다.

휴! 정말 다행이다.

(2021년 5월 1일부터 3일 사이에 있었던 일)

[송원 송근원]

꼭 코를 찔러야 코로나가 코로 나오는 건지, 원!
만약 만약 친구 여러분들 코로나 검사 받아야 할 경우엔, 반드시 "제발 살살해 주세요."를 잊지 마시라고 글 올렸습니다.
만수무강하시길!
.

[白岡 柳柄秀]

고생하셨구려~ 다행이고. 난 지난 1월 忠南大병원
문병時 친절하게^ 검사받은 적 있는데…ㅎㅎ 아자!

[송원 송근원]

고생이라고 하기 보다는...
백강은 쫘악 빼 입고 가셨나?
빼 입지 않아도 인격의 향기가 저절로 나타나니 친절히 검사 받은 모양... ^^
건강하시고, 조심하시고...

[강성희]

고생하셨으나 코믹하게 중편소설을 쓰신 송원
송교수에게 큰박수!
코로나가 빨리잡혀야 할텐데 말! 말만 앞서는
문달창 일당들!

[송원 송근원]

감사합니다.
간접 경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졸겠네요.
다시는 콧구멍 콱 쑤시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군요. ^^

[숲말 김완수]

코로나시대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자상한 글 잘 읽었습니다.

[송원 송근원]

힛힛,
체험 삶의 현장, 가능하면 체험 안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

[이정관]

뺀지르르하게 입고다녀야 겠네 ㅎㅎ
수고 많으셨읍니다.

[송원 송근원]

친구는 인격이 높고 풍채가 좋으니 뺀지르르하게 입지 않아도 친절하게 쑤셔줄거라 걱정이 안 됩니다. ㅎㅎ

[이종철]

코로나發 대청소 잘 하셨고
자세한 경험담이 도움이 되겠네요.
양복 사러 가야 하나? ㅎ

[송원 송근원]

이참에 양복 한 벌 장만하세요. 그리고 위엄 있게 "살살 해주시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

[이종국]

읽다 보니 내가 검사받는거 같네.
어쩌다가 우리 인생 살다가 팬데믹을 만나서 말이지.

[송원 송근원]

그러게 살다 보니 희한한 세상을 만났네.
어찌되었든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강명구]

ㅎㅎ 재밋네
송교수 등단하시어쑤?
댓글들도 수준급인데
누가 백신글도 써줌 조커따

[송원 송근원]

등단은 무슨!
원래 수준이 높으면, 가존 제도가 필요 없는 거유. ^^
건강하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