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EBS] 2019 EBS 아티스트: 식물세밀화가 신혜우 |식물, 그림을 만나다 - YouTube
굉장히 특별한 경로로 얻은 책이어서, 나에게는 다시없는 특별한 책이다.
저자 신혜우는 식물학자이자 화가이다.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금메달을 2013년, 2014년, 2018년 이렇게 세 번이나 수상했다고 한다. 아마도 식물을 그린 예술작품에 수여하는 상일 터, 식물학자면서 화가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겠다. 이것을 해낸 저자 신혜우는 누구일까? 찾아보니 저자는 개인 홈페이지 (http://www.hyewoo.com )를 운영하고 있다. 들여다보니 경북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후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내가 수 차례 방문하였던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거긴 주로 동물을 전시해 놓았던데 식물학자도 할 일이 있나보다. 그 외에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전시회, 수상 경력, 프로젝트, 강사 경력 등의 프로필이 있다.
신혜우는 2017년 국내에 출간된 호프 자런이라는 식물학자의 『랩걸』이라는 책에 삽화를 그린 적이 있으며,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는 저자의 이름으로 처음 출판한 책이다. 양장본의 표지의 재질이 다른 양장본과는 달리 부드러운 느낌이고 은은한 상아색을 채택해서 표지부터 식물을 다루는 책의 느낌이 난다. 출판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최근까지도 네티즌 리뷰가 계속 올라오고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인터넷을 즐기는 연령층이 식물을 좋아하는 연령층과는 아직 겹치지 않을텐데? 알고보니 Yes24/문화일보 매체에서 '국민서평프로젝트'라 해서 달마다 책을 선정하고 우수 서평을 시상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2021년 7월에 대상 도서로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독서 인구를 늘릴 뿐 아니라 책을 깊이 있게 읽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취지의 행사이고, 그에 맞게 좋은 책을 선정했다고 생각된다.
1. 저자의 어린 시절
5-6p 유년 시절 기억은 무척 강렬합니다. 아마도 그때 만난 식물들이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도 정해준 것 같습니다. 식물을 학문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이지만, 그 전부터 산과 들을 누비며, 또는 어머니의 정원과 베란다에서 오랫동안 찬찬히 식물을 관찰해왔습니다. ... 저는 아름답다거나 경이롭다는 것 이상으로 식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10p 여섯 살에 처음으로 식물도감을 보고 이름을 알게 된 봄맞이꽃이 여전히 새롭습니다.
58p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렇게 가기 싫던 학교를 일요일에 혼자 간 적이 있습니다.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운동장에 일렬로 자라던 은행나무는 매일 점점 더 노랗게 물들어 잎이 곧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바람에 강해지는 것을 보고 얼른 학교로 뛰어갔습니다. 노을을 배경으로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장관을 혼자 보고 있으니 함께 구경하는 이가 없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88p 백송과 달리 배롱나무는 아주 매끄럽고 우아한 수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청소년 과학잡지에서 배롱나무 수피를 간질이면 나뭇가지가 흔들린다는 글을 읽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배롱나무를 열심히 긁었다가 놀림만 받았었지요.
150p 저는 어릴 때 매일 혼자 산책하던 강가에서 처음 보는 빨간 꽃을 발견하곤, 그 꽃을 꺾어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 그래서 화분이 옮겨 심었더니 푸른 잎사귀가 화분을 뒤덮었습니다.
175p 고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 남아 친구와 함께 향수를 만들던 기억도 납니다. 학교 과학실에 몰래 들어가 실험도구를 이용해 증류를 했었지요. 교정에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금목서와 은목서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 꽃향기는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증류한 액체를 작은 병에 담아 우리끼리 향수라고 불렀습니다.
213p 저는 어릴 때 종종 미루나무 아래에 서서 팔랑거리는 잎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빠르게 날고 있을 물과 산소 분자를 상상하며 분자들이 우리 눈에 보인다면 굉장하겠다고 생각했었죠.
245p 중학교 국어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김유정의 소설을 소개하시며 동백꽃을 설명하셨는데, 저는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찾아가 소설에서 나오는 식물은 우리가 아는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도심 속에서 자라는 요즘 시대에 식물학자의 꿈을 꾸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저자 신혜우는 요즘 세대는 아니므로(인터넷에 저자의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나보다 약간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과 함께 자랄 기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세상에 여섯 살 아이가 식물도감에서 자기가 본 꽃의 이름을 찾아낸다든지, 고등학생이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끓여 증류해서 향수를 만든다든지 하는 일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중앙현관 앞에서 수십 송이의 하얀 꽃을 피워올린 목련나무가 좋아 하교길에 걸음을 멈추고 그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난 적이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은행나무를 보러 일요일 저녁에 학교로 갔다는 저자 신혜우에 도저히 비할 바가 아니다. 동백꽃도 그렇다.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동백꽃이 어떻게 춘천 출신인 김유정의 소설에 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는 해본 적이 없었다. 읽고 보니 그렇네. 저자는 중학생 때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이 정도면 '식물학자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할 만 하다. 생각해보면 꼭 식물에 대한 관심 문제가 아니더라도 식물학자는 어린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꿈꾸기가 좀 어려운 직업이다. 주변에 식물학자가 없을뿐더러 매체에서도 보기 어렵고, 유명한 곤충학자(파브르)나 동물행동학자(콘라트 로렌츠는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도 있다)는 있어도 유명한 식물학자는 없다(린네 정도? 린네를 들어본 어린이도 아마 동물분류학자로 알지 베이스가 식물학이었던 사람인지는 모를 거다). 식물학자가 되려면 어떤 대학교를 가야 하는지, 뭘 배우는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사랑했던 저자 신혜우가 '나는 커서 식물학자가 되어야지'라고 결심한 시점이 언제쯤인지 궁금하다.
2. 식물학자의 그림
8p 식물 그림은 그리는 식물 종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전 생애를 관찰하여 최소 1년에 걸쳐 제작됩니다. 그릴 때는 문헌 조사와 오랜 관찰, 많은 표본을 살펴보는 길고 고된 과정이 있습니다. 관찰해야 하는 중요 부분을 놓치기라도 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기 일쑤이지요. 그런 고된 과정만큼 모든 내용이 집약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면 더없이 뿌듯합니다. 제게는 그림이 많은 채집과 과학 실험 후에 완성하는 논문과 똑같습니다. ... 제게 식물 연구는 식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입니다. ...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식물에 대한 사랑을 조명한 것이 그림이지요. 이런 식물 그림은 보는 이들이 누구든지 간에 식물에 대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믿습니다.
11p 어릴 때 누구도 제가 식물학을 선택할지 몰랐습니다. 왜냐면 저는 시골 동네에서 그림으로 꽤나 이름을 날리는 아이였으니까요. 식물 공부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패션디자인을 복수전공하고 학교를 가리지 않고 미대를 기웃거렸습니다. 혼자서 화가들의 작품을 정리하고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미술에 대한 제 열망을 알아봐주신 식물학과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있어 제가 식물 그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어릴 때부터 식물을 사랑했던 저자 신혜우가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민이 시작된다. 꼭 화가가 되지 않더라도 미대에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과는 많이 있다. 주변에서 이 아이는 커서 미술을 전공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저자는 입시를 앞두고 자연과학대학을 갈지, 미대를 갈지 상당히 깊게 고민하지 않았을까? 결국 평생 전공으로 식물학을 선택했을 때, 그림의 재능이 향후 자신의 식물학자로서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을까?
이쯤에서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네터(Frank Henry Netter, 1906-1991)이다. 네터 할아버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전공이 무엇일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National Academy of Design in New York 이라는 이름의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네터는 이후 New York University의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이미 그 때부터 교수님들에게 의학 관련 그림을 그려주고 보수를 받아 학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졸업하여 의사가 된 네터는 벨뷰 병원에서 인턴을 했지만 이후 그는 평범한 의사로 살기를 거부하고 미술의 재능을 의학 분야에 펼쳐, 본인의 그림 실력을 인체 해부도와 병소 묘사에 쏟아부은 결과 인체의 해부, 생리,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수록한 『CIBA Collection』을 출간하여 의학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CIBA는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전신 격인 회사의 이름인데(Chemical Industry Basel의 약자라고 한다) 아직 이 회사의 이름이 CIBA였을 때 네터가 이 회사를 통해 출간하여 이름이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CIBA Collection 전권을 구입해서 공부하는 의대생은 그리 많지 않지만, CIBA 컬렉션에서 인체해부도에 해당하는 그림들을 모은 결과물인 『Atlas of Human Anatomy』는 아직도 모든 의대생이 해부학을 배울 때 빠질 수 없는 필독서 교재이며 우리는 이 책을 (어감이 매우 좋지 않지만) 씨바책이라고 부른다. 씨바책의 속표지에 네터 할아버지가 붓과 팔레트를 들고 인체해부도를 그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같은 일을 식물학에서 하고 있는 신혜우도 어쩌면 식물학계에서 네터에 해당하는 명성을 얻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려면 교과서급의 책을 내야 하려나.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에서 그림을 모두 뺀다면 그래도 이 책이 현재와 같은 가치를 지녔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자 신혜우를 소개하는 프로필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금메달을 3회나 수상한 경력부터 내세운다. 단순 식물학자도 아니고, 글 잘 쓰는 식물학자도 아니고,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화가를 따로 섭외한 것도 아니고, 식물학자인데 글을 잘 쓰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저자였기 때문에 책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어떤 일반인이 좋아하는 식물의 그림을 의뢰했을 때 자신이 그리는 학술적인 그림이 일반인이 원하는 예쁜 그림과 차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적었는데, 대체 왜 그런 걱정을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책에 있는 식물들의 삽화는 아름답다(당연히 책의 삽화들은 미적 감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술적인 용도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있는 31개의 각 장의 시작 페이지에 장의 제목과 함께 장을 대표하는 식물의 그림을 놓았는데 배경 없는 빈 페이지에 놓여진 가냘픈 식물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아서 이 페이지에 저자의 낙관을 찍으면 그대로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일본에 있는 몽유도원도에는 안평대군의 발문과 문사들의 찬문이 곁들여져 있고 이를 서화합벽(書畵合璧)이라 부른다는데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의 구성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책의 그림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P사의 그릇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나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몰랐을 수도 있는 포트메리온(Portmeirion)이라는 회사는 자사가 생산하는 그릇에 식물 그림을 그려넣기로 유명하다. 이건 상업적 용도의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포트메리온에서는 그릇에 꽃 그림을 넣으면서 그 꽃의 학명과 보통명(지방명)을 모두 기입해놓는다. 묘사도 꽤 사실적이다. 식물과 무관한 나비 같은 곤충도 함께 그리긴 하지만. 근데 이게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인터넷에 올라온 수십 건의 서평을 보아도 신혜우의 그림을 보고 포트메리온을 떠올린 사람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신혜우의 그림이 훨씬 학술적이고 동양적이다. 그림 한 장에 그 식물의 생태를 다 담기 위해 1년을 기다린다니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생겼냐만을 보는 일반인 또는 그릇 회사의 관점과 식물학자인 신혜우가 식물을 보는 관점은 전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신혜우의 그림을 보면서 식물학자의 관점을 보는 것인데,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상업적 식물 그림보다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176페이지의 옆에 추가 페이지를 삽입해서 녹나무의 모든 생태를 보여주는 그림을 넣었다. 이런 그림을 그리니 한 장이 완성될 때까지 때로는 해를 넘겨 그릴 수밖에. 여기에 저자가 작정하고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해 그리면, 그야말로 걸어놓고 싶은 한 편의 예술작품이 완성될 것이다.
왼쪽은 신혜우의 댕댕이덩굴 그림인데, 이 동양적인 미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그림이 있지 않은가? 바로 오른쪽 그림, 신사임당의 묵포도도(墨葡萄圖, 간송미술관 소장) 이다. 학술적인 그림을 그리는 신혜우는 어쩌면 500년 전의 동양화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혜우의 그림과 P사의 그릇. 포트메리온도 학명과 보통명을 기재해놓았기는 하나, 보기 좋은 화려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신혜우의 그림은 훨씬 학술적이고 동양적이다(식물 그 자체로 너무나 동양적인 나도풍란의 그림을 포트메리온과 병치해 비교하니 당연히 동양적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왼쪽은 신혜우가 논문에 발표한 그림, 오른쪽은 호접란 꽃의 구조를 그린 그림이다. 학술적이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식물학자들은 이와 같이 자신이 깨달은 지식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해야 할 때가 많을 것 같은데, 신혜우처럼 그림에 소질이 있지 않은 식물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엽록소가 없어 흰색인 수정난풀의 그림을 보면 더더욱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인다. 낙관만 찍으면 동양화겠는데 생각한 순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저자는 50페이지에서 소개한 도깨비쇠고리 그림의 일부를 따서 정말로 낙관을 찍었다. 이렇게 작품을 만든 작가는 자신의 식물 그림들로 전시회를 수 차례나 열었다고 한다.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3. 식물에 관한 정보
33p 생물분류학의 기초를 확립하였고, '식물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 Carl von Linné 1707-1778 는 하루 동안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이용해 꽃시계를 만들 수 있음을 제안하였지요. 방가지똥, 치커리, 서양민들레, 백수련 등 피고 지는 시간이 다른 마흔여섯 종의 꽃으로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 그래서 꽃이 피는 시간에 맞춰 원형 화단에 순서대로 식물을 심어 꽃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후 '린네의 꽃시계'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의 정원이나 식물원에서 이 꽃시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린네의 꽃시계는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시계라는 생각도 듭니다.
61-63p 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흔적이 남습니다. 이를 '엽흔'이라고 합니다. 엽흔을 유심히 보면 특이한 문양이나 귀여운 동물, 웃거나 울상인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흥미롭게 여겨 엽흔 사진만 수집하는 식물 애호가들도 있는데요. 엽흔에 남은 문양은 사실 '관속흔管束痕'이라는 것입니다. 물과 양분이 이동했던 물관과 체관, 즉 관다발의 흔적이죠. 이 엽흔의 모양은 식물 종마다 달라서 엽흔을 보고 무슨 나무인지 짐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112p 여러 전요식물들을 만나다보면 신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들만의 방향성입니다. 댕댕이덩굴, 칡, 나팔꽃, 마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등나무, 인동, 환삼덩굴, 맥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홉은 시계 방향으로 감고 올라갑니다. 우리가 흔히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불화를 일으키거나 마음속에 갈피를 못 잡는 상태를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써서 '갈등'이라고 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 두 전요식물의 방향성을 보고 만든 단어로, 자연의 이치가 담긴 표현입니다.
139p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은 미국실새삼이 주로 기생하는 토마토와 미국실새삼을 함께 놓고 관찰했습니다. 미국실새삼의 새싹은 노란색의 가느다란 실같이 생겨 사방으로 원을 그리고 돌면서 탐색을 합니다. 그러다 숙주인 토마토 줄기에 닿으면 뻗어 나아가며 감는데,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미국실새삼이 토마토 줄기의 냄새를 맡고 숙주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냄새를 차단한 토마토는 찾지 못했지만 냄새를 차단하지 않은 토마토에는 다가갔기 때문입니다.
180-181p 국화과 두상화서에서 작은 꽃 한 송이를 떼어서 살펴보면 나팔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있는 갈래꽃과 반대되는 형태로, 하나의 꽃잎이 통으로 되어 있어 '통꽃'이라고 합니다. ... 해바라기 안쪽에는 초롱꽃 모양의 통꽃이 촘촘히 있는데, 이를 통상화라고 합니다. 해바라기 바깥쪽 둘레에 있는 꽃잎처럼 보이는 꽃들은 통꽃이 한쪽으로 혓바닥처럼 늘어난 모양새입니다. 이런 비대칭 모양의 꽃을 설상화라고 하는데요. 해바라기는 안쪽에는 통상화들이 빽빽하게 있고, 바깥쪽에는 꽃잎처럼 보이는 설상화를 모두 가진 두상화서인 셈입니다.
225p '만드라고라 Mandragora' 라고 불리는 식물이 있습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이 식물은 뿌리 모양이 꼭 사람을 닮았는데요. 이 때문에 동서양에서 불길한 미신과 전설에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서양 전설에 따르면 이 식물의 뿌리를 뽑으면 비명을 지르고, 뽑은 사람을 죽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 기괴한 전설 속 식물이 바로 가지과에 속하는 만드라고라 오피시나룸Mandragora officinarum입니다.
231-233p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수잰 쉬마드Suzanne Simard 교수는 땅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우드 와이드 웹을 통해 물과 수많은 물질이 이동하며, 이것은 곧 나무의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녀는 작은 묘목에게 영양분을 보내는 어머니 나무, 죽기 전에 주변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기증하는 나무 등도 있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식물에 관한 책이므로 저자 신혜우는 31개의 장에 걸쳐 여러 식물들을 소개한다. 비교적 최근에 내가 『식물의 사생활』을 다시 읽어서 그런지 들어본 내용이 많았다. 곰팡이와 공생하는 난초, 미국 서부를 굴러다니는 회전초, 산불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프로테아, 숙주 나무를 말려 죽이고 서 있는 교살무화과, 기묘한 두 개의 잎을 가진 웰위치아, 마다가스카르 섬의 난초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 등은 『식물의 사생활』에도 소개되었던 내용이었다. 당연히 『식물의 사생활』은 큰 방송사에서 작정하고 만든 다큐멘터리이니 더 많은 내용을 다뤘겠지. 신혜우는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의 수분을 매개하는 크산토판박각시나방의 존재를 예언한 사람이 다윈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는데 사실 내가 『식물의 사생활』 서평에 적었듯이(https://blog.naver.com/spinate/222446099346 )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예언한 사람이 월러스라고 지적한다(https://en.wikipedia.org/wiki/Xanthopan ).
4. 식물과 인생
22p 난초가 발아해 성체가 되기까지, 난초가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땅, 물, 공기 그리고 곰팡이까지 어느 것 하나 최적의 상태가 되지 않으면 난초는 끝내 발아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어떤 일을 성공시키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이루었을 때 그것을 온전히 나만의 노력과 힘으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내 곁에는 분명 직접적,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중한 결실을 위해 보이는 곳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함께해준 이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84p 이런 국화나 해바라기를 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 공동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생존을 위해 모인 작은 꽃들처럼, 우리도 생존을 위해 하나의 지붕 아래 모여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함께할 때 더 크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국화를 보며, 저 또한 함께하는 이들과 더불어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챕터에서 한 주제를 잡아 여러 식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챕터가 끝날 때에 그러한 식물의 특징으로부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점, 배울 점을 한 가지 담담한 어조로 제시한다. 책이 31장으로 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저자의 31가지의 단상을 만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식물에 관해 왜 알아야 하는가? 식물학자도 아닌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나는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웃돈을 주고까지 『식물의 사생활』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는가?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식물에 대해 한 가지 더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조용히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식물이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철학에서 말하는 '자아의 확대'를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식물학자의 노트』에서 저자는 이거 하나는 배우고 가라고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넉넉하게 보여주고 끄트머리에 자신의 생각을 한 마디 더할 뿐이다.
264-267p 대화와 달리 식물과 음악에 대해서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들은 꽤 많습니다. 식물은 음악 장르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이 분명해 보이고 음을 들려주는 좋은 시간대와 음악에 대한 반응도 구체적입니다. ... 그러나 이런 결과들은 대화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반응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음악은 진동을 발생시키고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 식물이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모방한 것과 같습니다. 식물이 음악 때문에 일어나는 진동을 바람이나 새, 곤충의 날갯짓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죠. ... 결국 이런 과학적 원리를 보면 식물은 역시나 마음도, 마음이 생길 수 있는 뇌도 없고, 우리 인간과 교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결과에 실망하기에 앞서, 식물을 아무리 요리조리 뜯어보아도 뇌가 없고 마음을 나눌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매일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라면 섭섭한 마음이 들겠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좀 더 과학적인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식물에게 뇌는 어떤 의미일까요? 생물에게 성공적 진화를 위해 꼭 뇌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뇌가 있다면 에너지만 소비할 뿐 괜한 고통을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 저는 오히려 식물이 더 진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생각과 마음이 있어 감정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힘들고 고통과 괴로운 생각에 우울한 날들을 보낼 때가 있습니다. ... 꿋꿋이 혼자 살아가는 것을 배우기에, 저는 동물인 무소보다 식물이 더 적합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들을 보내고 계시다면 식물처럼 이겨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책의 폰트를 누가 정했는지 『식물학자의 노트』의 내용과 매우 잘 들어맞는다. 기생식물 '개종용'의 아름다운 자태는 덤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무턱대고 '식물과 교감을 나누세요'라고 권하는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철저히 과학자인 식물학자의 모습을 본다. 저자 신혜우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일관되게, '식물은 뇌도 마음도 없지만 인간보다 진화한 존재'라는 생각을 펼친다.
6-7p 최근 제가 식물에게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회에서 '사람'으로 살면서 계속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삐걱삐걱 걷게 된 어느 날, 넘치도록 힘든 일이 쌓이며 나를 사랑하는 이 누구도 떠오르지 않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들녘에 홀로 선 식물을 떠올렸고 만날 수 있어서 금방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고 걸어갈 길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269p 가끔 세상에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으신가요? 그럴 때는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외롭고 슬퍼지기도 합니다. 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그런 마음이 들면 긴 시간을 홀로 보내는 식물을 떠올려봅니다. 한국에 있는 외로운 식물로는 울릉도에 있는 오래된 향나무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울릉도 도동항 절벽 끝에 위태롭게 자라고 있는 이 향나무의 모습은 궁궐이나 오래된 절에서 만나는 우아한 향나무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외롭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흙도 많이 없는 절벽을 붙잡고 비스듬히 친구도 없이 홀로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향나무로 2천 년을 넘게 살아왔습니다. 긴 시간 홀로 있었으니 그만큼 외로운 순간들도 많았겠지요.
백석의 '굳고 정한 갈매나무'가 생각나는 글들이다. 신혜우도, 백석도 들판에 외롭게 서 있는 식물로부터 위로를 얻었다. 왜? 식물은 뇌도 마음도 없이 괴로움을 묵묵히 견디는 존재이므로. 괴롭고 고통스런 시간이 올 때 들판에 선 나무를 보고 먼저는 위로를 받고, 나 또한 이 나무처럼 고통을 빗겨 흘려보내고 견디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5. 우리 생활 속의 식물들
27p 울타리로 많이 심는 회양목은 열매가 세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작고 매끈한 씨앗들이 수류탄처럼 "피용피용" 소리를 내며 날아갑니다. 7월이면 이 식물의 씨앗이 익어 날아가는데, 회양목 울타리 옆을 지나며 수많은 작은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7월이 되면 일부러 회양목이 심겨진 울타리를 따라 걸어갑니다. 회색 보도블록 위로 날아온 까만 회양목 씨앗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요.
124p 한 개체 내에서도 필요에 따라 형태가 다른 잎을 동시에 만들어내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키우는 몬스테라가 좋은 예입니다.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몬스테라 Monstera deliciosa는 다른 큰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입니다. 몬스테라의 잎은 찢어진 잎과 찢어지지 않은 잎이 있습니다. 위쪽에 달린 잎의 찢어진 구멍 사이로 햇빛이 통과합니다. 그래서 아래쪽 잎에도 햇빛이 도달하고, 구멍 사이로 비와 바람이 통과해 거센 비바람을 효율적으로 피합니다.
142p 야고는 억새 종류에 기생하는 식물입니다. ...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 자라고, 숙주식물인 억새가 있어야만 살 수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은 아니지요. ... 그런데 그런 야고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하늘공원입니다. 억새밭이 넓게 조성된 이곳에는 가을마다 억새만큼 많은 야고 꽃이 피어납니다. 서울시에서 하늘공원을 조성할 때 남쪽에서 억새를 가져오면서 억새 뿌리에 기생하던 야고가 덩달아 서울로 오게 된 것이지요.
187p 하나의 개체에서 세 가지 색의 꽃을 피워내는 식물이 있습니다. 푸른 꽃, 붉은 꽃, 하얀 꽃입니다. 꽃의 색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식물로, 우리가 여름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수국이지요. ... 수국도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자신이 흡수한 물의 산도에 따라 다른 색 꽃을 피워냅니다. 수국은 산성에서는 푸른 꽃을, 염기성에서는 붉은 꽃을, 중성에서는 하얀색 꽃을 피워냅니다. ... 산수국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들이 모여 있는 안쪽을 보면 아주 작은 꽃들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크고 화려한 꽃들이 있습니다. ... 가장자리에 있는 가짜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없습니다. 이것이 가짜 꽃과 진짜 꽃이 가진 서로 다른 소명입니다. ... 수국은 인간이 산수국의 크고 화려한 가짜 꽃만으로 만든 원예종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수국은 산수국과 달리 절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회양목은 아파트 같은 건물의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회양목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보여주면 이 나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꽃이 핀 회양목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웬만한 나무에는 다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회양목은 이른 봄에 작은 녹색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나도 몇 년 전에야 알았다. 그런데 7월이 되면 회양목이 까만 씨앗을 쏘아 올린다는 사실은 또 처음 알았다. 이 책을 읽고 회양목을 지나칠 때 보았는데, 이미 8월이라 그런지 씨앗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년에는 6월부터 유심히 봐야겠다.
수국도 마찬가지다. 여름이면 만발하는 수국은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모 테마파크에 가보면 아주 화단 전체를 하얗고 커다란 꽃송이가 달리는 수국으로 꾸민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꽃송이 중 눈에 띄는 꽃잎은 사실 진짜 꽃잎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길을 걷다가 마주친 길가의 수국을 들여다보니 과연, 가장자리에 있는 큰 꽃잎들은 가짜이고 그 안에 있는 작은 꽃들이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국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꽃송이 안을 유심히 들여다본 도시인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길가에 심어진 진짜 꽃을 피우는 수국은 '산수국'이라고 불러야겠다.
지금 집에서 키우고 있는 몬스테라가 땅 가까이에서 나온 잎은 구멍이 없는데 이후로 계속 나오는 커다란 잎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도 이제 알았다. 하늘공원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가을에 억새에 기생하는 야고 꽃을 찾아보지는 못했었다.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들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재미있는 사실들이 얼마나 많은가? 식물에 관심을 갖고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만이 식물의 다양한 면을 알아챌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꽃이 가르쳐 주었다』의 서평에서 얘기했듯이(https://blog.naver.com/spinate/221727892597 ) 나는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성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식물의 사생활』을 지은 데이비드 애튼보로도 책의 말미에서 도움을 준 식물학자들에 대해 "나는 식물학자라는 종(種)이 전반적으로 친절할 뿐만 아니라 유순하며 특히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재미있게 언급한다(https://blog.naver.com/spinate/222446099346 ).
그러니,
7-8p 은퇴를 하고 나서 길을 가다가 '어, 새삼 꽃이 아름답다' '이름이 뭘까' 하고 자연을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만약 그런 분들이 어린 시절 자연과 가까이 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혹은 평생 식물에게서 위로받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 더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273-276p <<식물학자의 노트>>를 통해 식물이 가지는 강한 생존력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분명 식물은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며 삶의 지혜를 많이 터득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많은 식물들을 외롭고 위태롭게 만들고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며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식물을 위해,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식물을 위해, 식물에게 배운 만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시
[출처] [책 리뷰] 식물학자의 노트 - 신혜우 (2021): 식물학자의 동양화를 곁들인 단상 |작성자 모르가니
첫댓글 아주 특별한 과학자며 예술가이네~
동영상을 먼저 보고~
아래 내용은 시간 될 때 천천히~
관심이 많이 가는 내용인데 너무 길어서~ ㅎㅎ
오우 ~ 대단한 과학자 대단한 예술가
아주 젊으네
인상이 아주 깔끔하고 순수해보여 ~
보태니칼 아트 라는 장르가 있구나
네 ~ 모든 종이 동급인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 피해를 입히면 안되지요
동영상 먼저 보았어. 어머니도 싫어하신다는 저 작업을, 신념을 가지고, 몰두해서, 만들어 낸 결과. 정말 멋지다 ~~!! The one and only !! 그래서 더 높이 평가 돼.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그림으로 담겠네 ~~!!
글은 아주 기네. 책을 거의 다 , 평했나봐. 차근히 읽어야지.
신혜우. 기억해 두고 싶은 이름이야.
좋은 책 소개해 줘서 고마워.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도 가보고 싶네
우리 학교 근처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