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여강길(9코스 너른들길)
(2021년 5월 15일, 당남리섬입구∼천남공원)
瓦也 정유순
새벽에 길을 나서는데 오늘 하루 종일 비소식이다. 판교역에서 07시 경강선 첫 차인 여주행 열차에 올라 잠시 눈을 부쳐본다. 여주역에서 여주 여강길 9코스 너른들길 출발지인 당남섬 입구까지 가는 대중교통을 수소문해보니 여의치가 않다. 별수 없이 택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렸지만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한줄기 빛이다.
<당남리섬 조각 - 異空의 흐름>
너른들길 시작점인 당남리섬 입구에는 이팝나무가 5월의 꽃답게 흰쌀밥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았다. 꽃이 활짝 피면 흰쌀밥(이밥)을 담아 놓은 것같이 보여 이밥나무라 한 것이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설과, 입하(立夏)절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이라고 하다가 이팝나무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드문드문 필 때는 가뭄의 피해가 있으며 꽃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이 나무에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이팝나무>
당남리섬은 여강(남한강)이 유유히 흐르면서 토사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河中島) 중 하나로 여강의 맨 하류인 대신면 천서리에 위치한다. 섬 면적은 30만㎡이며, 초록강변에서 백로의 비상을 꿈꾸는 곳으로, 이 섬의 하류에 위치한 이포보 머리 위에는 강과 더불어 살아온 백로가 품은 알이 하늘을 향해 비상을 꿈꾸는 것 같다.
<당남리섬 유채꽃과 이포보>
그리고 이 섬 주변에 파사성, 이포보캠핑장, 천서리 막국수촌과 금사근린공원에서 펼쳐지는 ‘여주 금사참외축제’ 등이 있어 방문객이 많은 명소다. 계절마다 메밀꽃, 유채꽃, 코스모스, 핑크뮬리, 꽃양귀비 등이 꽃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초지와 습지에 각종 생물들이 둥지를 틀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명소다.
<파사교>
<파사산>
피넛교를 지나면 당남리섬을 벗어나 이포캠핑장이다. <피넛교>는 여주의 여강 주변에 양질의 모래가 발달하여 땅콩 농사가 잘되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 그러나 여주라는 지역은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 영면(永眠)해 있는 영릉(英陵)이 있어 지금까지 잘 우려먹고 있는 처지가 아니던가? 곳곳에 세종대왕의 후덕(後德)을 이용하면서 땅콩을 굳이 ‘피넛’이라는 국적불명의 외래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피넛교>
피넛교를 건너면 즐거움과 낭만이 공존하는 편안한 쉼터이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여강(남한강)이 빚어낸 풍경 속에 가족들의 낭만이 흐르고 각양각색의 텐트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캠핑장은 웰빙캠핑장과 오토캠핑장으로 구분 하며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된 웰빙캠핑장은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75면으로 이뤄져 있다. 간소한 장비를 이용해 호젓한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웰빙캠핑장을, 완벽한 장비를 갖춘 캠핑을 원한다면 오토캠핑장을 선택하면 된다.
<오토캠핑장안내도>
<자동차야영장>
오토캠핑장을 빠져나오면 여주보를 향해 시원스럽게 길이 뻗어있다. 이 길은 4대강사업 시 조성된 새로운 길로 양옆에는 잔디 길과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있다.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광주 간 제2영동고속도로(2016년 11월 11일 개통) 남한강대교를 지나면 여주시 대신면 양촌리다. 양촌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평촌, 양파동 일부와 흥곡면의 충신동 일부를 병합하여 양파와 평촌의 이름을 따서 ‘양촌리’라 하였다.
<강변 길>
이 양촌리에는 여주저류지가 있다. 이 저류지(貯溜池)는 여강 주변 농경지로 사용되던 부지 185만㎡(여의도면적의 2/3)를 7m 깊이로 흙을 준설하여 만들었다. 물 1,530만 톤을 저장하며 30년 빈도 홍수에 대비한 저류시설이다. 제방 일부의 높이를 낮게 만들어 한강 본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물이 흘러 들어와 서울을 비롯한 한강 하류 지역에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이다.
<여주강변저류지 표지석>
저류지 둘레는 약 7.8km이며 이곳에 서식하는 쇠부엉이, 매, 고니 등 희귀조류 촬영을 위하여 찾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 저류지의 드넓은 지역을 이용하여 자전거 타기, 드론 날리기, 모형 비행기, 모터사이클, 철인3종 경기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주변에는 불빛이 없어 달과 별과 함께 풀내음, 풀벌레 소리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좋은 곳으로도 소문났다.
<여주강변저류지>
너른들길은 유유히 흐르는 여강을 뻗은 길을 걷다 보면 조금 지루하지만, 확 트인 너른 들판이 주는 힘으로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화병이 치유된다.”고 설명 한다. 그러나 그 너른 들판에는 소위 4대강사업으로 강바닥을 긁어낸 준설토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이포보·여주보·강천보도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물막이시설이다. 흘러가야할 물이 갇혀 있고, 각종 농작물로 풍년가를 불러야 할 곳에 골재를 고르는 기계소리만 요란하다.
<준설토와 골재분류기>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부(2008. 2~2013. 2)가 추진했던 사업으로,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륙수운으로 잇는 <한반도 대운하>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전환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정비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22조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2009년 10월 본격 착공하여 2012년 말 주요 공사가 완공되었다.
<여강 준설토>
토사(土砂)를 쌓아 놓고 비싼 보관료를 국민의 혈세로 지불해야 하는 너른 들이 답답하기도 하다. 답답한 양촌리를 지나면 대신면 후포리다. 후포리는 본래 여주군 등신면 지역으로 한강 뒤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뒤후(後)자와 개포(浦)자를 따서 후포리라 하였다. 그리고 마을 앞으로 후포천(後浦川)이 흘러 여강으로 합류하고, 간간이 비닐하우스가 있어 수확을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 위안이 된다.
<후포교>
<후포천>
<너른들 비닐하우스>
후포천과 여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앞에도 강물에 흘러온 토사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백석리섬이 있다. 행정구역은 강 건너 능서면 백석리이고, 여주보 하류 우안 약 3km 지점에 있다. 이 섬은 공군 전투비행단의 훈련장으로 이용되어 한때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아픔이 있었고, 지역주민과 학교 에서는 소음피해가 많이 있었으나 2009년부터 시물레이션사격으로 대체하여 주민의 불편이 다소 해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백석리섬은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먼 훗날 생태탐방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백석리섬 지도>
<백석리섬>
백석리섬 상류인 대신면 가산리에는 <어량진나루터>가 있었다. 이 나루터는 남한강의 나루터 중 하나로서 여주와 서울을 잇는 한강의 유명한 황포돛배 정박지였다고 한다. 양평, 여주, 대신면 방면으로 가는 세 갈래의 길이 만나는 중요 한 지점이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번성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강변의 지형이 오래전에 변형되었고, 나루터는 50여 년 전에 폐쇄된 것으로 전해진다. 어량진나루터를 지나면 여주보 동쪽에 있는 천남공원에 당도한다.
<가산교>
<천남공원>
* 9코스 길이 : 11.8㎞
첫댓글 아직도 여주 행보 시군요
가까운 곳이라 대충 생각했는데 고루 자연을 갖춘 너른 곳이군요
그리고 여주 행 열차라고요? 전철인가요?
여주 여강길이 여강(남한강)
양쪽 호안을 중심으로 11개 코스로 되어 있어요.
2016년 9월에 개통된 경강선은
판교~여주 간 수도권 전철입니다.
그래서 교통이 아주 좋아졌어요,